이재명 VS 윤석열 아킬레스건 전쟁 막전막후

먼저 밟히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경쟁자들은 경쟁에서 상대보다 강하면 승리하고 상대보다 약하면 패배한다. 승리를 위해서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운다. 경쟁자들이 상대보다 강해지기 위해 본인의 능력을 갈고 닦을 때, 비로소 경쟁은 상호 발전적인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내년 20대 대선에서는 이 같은 상호 발전적인 경쟁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서로의 약점만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 대진표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 윤석열(국민의힘)로 확정됐다. 한 달 전 먼저 링 위에 올라와 상대를 기다리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상대로 정해지자 “당선을 축하한다. 대선 레이스에서 정쟁 말고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윤 후보와의 경쟁을 내심 바랬 던 듯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첫 중앙무대
정치 새내기

이번 대선에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따라 붙는다. 최초의 도지사 출신 대통령이냐 혹은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냐는 설왕설래가 한창이고,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율 60%가 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중 제일 눈길을 끄는 최초의 기록은 ‘0’선 출신간의 대선 경쟁이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한 특이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2010년 처음 경기도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뗐다.

이후 성남 시민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 2014년 재선에 성공했고, 2018년엔 체급이 한 단계 높은 자리인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약 10년간 지방 행정직 경험만 해온 그가 2022년 대선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커리어는 나름 탄탄하지만 중앙정치를 경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확정은 이재명의 중앙정치 무대 데뷔와도 같았다.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정치 경험이 더 없는 ‘정치 새내기’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올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기까지 약 20년간 검사 생활만 해온 ‘성골 검사’다.

그의 이력서는 순전히 검찰청에서 일한 경력으로만 채워져 있다. 그동안 법조인 출신 대통령 후보는 많았으나, 검찰 경력만 가진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현재로선 중앙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이 후보와 윤 후보, 둘 중 하나가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최하위권에 머문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은 파격적인 개혁을 해줄 대통령 후보를 결국 여의도 바깥에서 찾아왔다.

불명예스러운 최초의 기록도 갖고 있다. 검찰이 두 후보에 대한 사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전부터 검찰이 양당 후보 모두를 수사하는 경우는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건 수사에 관련이 있고,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얽혀있다.

현재는 두 후보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지 않지만, 수사 선상 끝에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자의 아킬레스건을 안고 대선 레이스에 참여중인 묘한 상황인 것이다.


약점 먼저 극복한 사람이 승자?
고발 사주 VS 대장동 이슈 쟁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둘 중 지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 됐다”며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

검찰이 어떤 사건을 얼마나 철저히 수사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세월 대선에 꾸준히 개입해왔다. ‘정치 검찰’이라는 꼬리표가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이유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검찰 수사에 따라 대선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검찰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에 관한 수사를 벌여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민주당 측은 면제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 장장 85일간의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는데 수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대선이 치러졌고, 결국 낙선했다.

드라마틱한 경선 통과로 대중의 이목을 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투도 있었지만, 이 후보 아들에 대한 검찰의 장기간 수사가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7년에는 반대의 사례가 있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와 다스 사건을 수사했는데, 이번엔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주’ 논란에 대해 “주가를 조종했다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는 김경준과의 공모 여부가 쟁점인데, 수사 결과 이 후보가 회사 인수 및 주식 매매에 참여한 증거가 없어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면죄부를 받은 이 후보는 후에 63%의 압도적인 표를 받아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되기에 이른다.

홍 의원은 이처럼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낙마시킬 수도 있는 이른바 정치 검찰이 이번엔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고민하는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할까? 
악할까?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이미 진척이 꽤 된 상태다. 지난 10일, 검찰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소환조사했다. 같은 달 2일, 처음 소환한 후 8일에 두 번째 소환했다.

손 전 정책관은 윤 후보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그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검찰의 칼날은 곧바로 윤 후보에게 향하게 된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을 떠안고 있다. 이제는 ‘또장동’이라 불리며 피로감이 쌓일대로 쌓이 이 사건은 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냐인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성남시의 개입 정도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컸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은 이미 구속됐으며,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는 연일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그들이 검찰 수사에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변수다.

얼마 전엔 유 전 본부장과 이 후보의 최측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사이의 전화통화 내역이 공개되며 정 전 실장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는 추세다. 만일 정 전 실장까지 구속된다면, 이 후보는 더욱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 후보와 이 후보, 둘의 대선 경쟁은 어느새 검찰의 수사 경쟁 양상이 됐다. 과거 대선에서 알 수 있듯, 선거운동 중 특정 후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다는 뉴스만 흘러나와도 지지율은 급격히 요동친다.

더욱이 검찰이 후보들에 대한 ‘소환조사’ 강수를 둔다면, 대선 게임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도 있다. 정책 싸움에 온 힘을 집중해도 모자란 대통령 선거전에서 두 후보는 검찰 눈치 보기에 힘을 뺏길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하랴 경찰 눈치보랴 눈코 뜰 새 없는 후보들은 각자의 약점 숨기기에도 버거워보인다. 양 후보는 고발사주와 대장동 말고도 다른 약점들이 각각 있다. 

윤 후보의 약점은 장모 최모씨와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의혹으로 장모 최씨가 얽혀있는 법정 공방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 하나는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정대택씨와의 갈등이다.

최씨는 2003년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스포츠센터를 매매하던 중 발생한 이익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정씨와 갈등이 있었다.

정씨는 매매 당시 작성했던 약정서를 근거로 이익금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최씨는 약정서가 강압에 의해 억지로 쓰인 거라며 정씨를 역으로 고소했다.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고 정씨는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로도 정씨는 최씨와의 수차례 법정 공방에서 계속 패했다.

연이은 정씨 측의 패소와 검찰의 불기소로 일단락될 줄 알았던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씨가 지난 9일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것.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고등법원에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만일 고등법원에서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계속되는 정씨의 문제제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사법부도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윤 후보로썬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떨어지면…
외나무 승부

장모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는 지난 7월 다른 죄목으로 법정 구속됐다가 2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구속 당시 법원이 밝힌 그의 죄는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였다.

그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불법 개조 병원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가량을 불법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성격을 띠고 있는 건강보험료를 부정수급한 것은 이 사건은 대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다분하다.  윤 후보의 아내 김씨도 도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2007년 국민대와 수원여대에 겸임 교원 임용을 신청한 적이 있다. 문제는 당시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교묘하게 비틀어 위조한 것.

경력사항에 ‘미술강사’ 이력을 ‘정교사’로 바꿔 기재한 점, ‘시간강사’를 ‘부교수’로 기재한 점, 학력사항에는 ‘경영 전문대학원 전문석사’를 ‘경영학과 석사’로 기재한 부분이 문제로 부각됐다. 언론과 야당에선 경력과 학력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의혹에 비하면 허위 이력서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현재 윤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수사와 다음 달 재판 결과에 따라 윤 후보의 낙마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김씨는 2010년 도이치모터스가 발행한 신주를 헐값에 사들여 주가를 조작한 뒤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1년6개월간 지지부진했던 도이치모터스 수사는 금융범죄수사 전문가 박기태·한문혁 부부장검사가 지난 7월부터 수사팀에 합류하며 급물살을 탔다.

수사팀은 지난달 10일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해 회사 내부자료를 확보했고, 같은 달 25일에는 주범이라 알려진 이씨와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 2일에는 도이치모터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제 이 주가 조작 사건에서 ‘전주’이자 ‘브레인’ 역할을 했던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았다. 검찰은 선거개입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일정을 최대한 조율 중이다.

빠르면 오는 12월 중으로 김씨에 대한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의 약점 역시 가족과 관련돼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12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형수 박인복씨와 심한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이때 형수 박씨는 그와의 통화를 녹음해 유출시켰다.

녹음본에는 여성의 성기를 언급하는 등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이 담겨있다. 이 후보는 이 녹취에 대해 “어머니를 폭행하는 형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했다. 이유가 어떻든 사죄드린다”고 수습했지만, 대중의 시선을 싸늘하기만 하다. 

맞붙은 부인 리스크
양쪽 다 도덕성 변수

여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도 이 후보를 괴롭히는 이슈다. 김씨는 2007년도에 이 후보를 만나 부정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씨는 “당시 둘이 하룻밤을 보냈고 다음날 유부남인 것을 알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몇 달 이후 다시 만나서 1년 가까이 불륜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자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은 차갑게 식어갔는데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지난 15년간 민주당만 지지해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엔 내 인생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 같다”며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욕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차마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파문과 여배우 스캔들은 윤 후보의 약점과 달리 이미 발생한 사건이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는 이슈지만, 욕설 녹취와 스캔들 문제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후보의 약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후보의 여성 유권자 지지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달 한국갤럽의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30%가 넘는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여성 유권자들에게서는 20%대 초반의 지지도를 받는 데 그쳤다.

20%대 초반은 윤 후보와 홍 의원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이 후보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의 외면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경선 결과 발표 후, 불복을 선언한 바 있다.

이때,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당사 앞에서 철야 시위를 하는 등 이 후보를 대권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때의 거센 반발은 민주당 지지층의 증발로 이어졌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달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쟁 후보의 지지층 절반가량 이상이 당선인에게 옮겨가야 하는데,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이 후보 쪽으로 대략 15% 안 되게 이동했다”고 말했다.

정계 인사들은 이 후보가 30%의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지 못하는 데에 이런 점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 후보는 경선이 끝난 후 계속된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을 벗어난 적이 없다.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후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와 약 10% 차이가 벌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10%의 차이는 너무 크다.

둘 중…
감옥행?

이번 2022년도 대선은 누가 더 장점이 많은지를 겨루기보다 누가 더 약점이 많은지를 겨루는 기묘한 싸움이 돼버렸다. 시작 전부터 “선거 패배 시 감옥”이 운운하고 있는 이번 대선판에서, 공정한 판결을 내려줄 사람들은 검찰도, 사법부도 아닌 유권자들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얼마나 잘 숨기느냐에 따라 두 후보의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장모 재판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씨가 구속된 지 약 2개월 만인 지난 9월, 보증금 3억원을 내고 풀려났다.

앞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최씨 측이 낸 보석 청구를 서울 고등법원 제 5형사부(재판장 윤강열)가 허가해준 것이다. 

다만, 법원은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 피고인은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 피고인의 주거를 남양주시 화도읍으로 제한한다.

▲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참고인, 이 사건 증인으로 증언했거나 증인으로 신청된 사람과 이 사건 변론과 관련된 사항으로 접촉하거나 법정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 3억원을 몰수할 수 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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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