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윤석열 아킬레스건 전쟁 막전막후

먼저 밟히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경쟁자들은 경쟁에서 상대보다 강하면 승리하고 상대보다 약하면 패배한다. 승리를 위해서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운다. 경쟁자들이 상대보다 강해지기 위해 본인의 능력을 갈고 닦을 때, 비로소 경쟁은 상호 발전적인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내년 20대 대선에서는 이 같은 상호 발전적인 경쟁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서로의 약점만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 대진표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 윤석열(국민의힘)로 확정됐다. 한 달 전 먼저 링 위에 올라와 상대를 기다리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상대로 정해지자 “당선을 축하한다. 대선 레이스에서 정쟁 말고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윤 후보와의 경쟁을 내심 바랬 던 듯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첫 중앙무대
정치 새내기

이번 대선에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따라 붙는다. 최초의 도지사 출신 대통령이냐 혹은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냐는 설왕설래가 한창이고,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율 60%가 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중 제일 눈길을 끄는 최초의 기록은 ‘0’선 출신간의 대선 경쟁이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한 특이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2010년 처음 경기도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뗐다.

이후 성남 시민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 2014년 재선에 성공했고, 2018년엔 체급이 한 단계 높은 자리인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약 10년간 지방 행정직 경험만 해온 그가 2022년 대선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커리어는 나름 탄탄하지만 중앙정치를 경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확정은 이재명의 중앙정치 무대 데뷔와도 같았다.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정치 경험이 더 없는 ‘정치 새내기’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올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기까지 약 20년간 검사 생활만 해온 ‘성골 검사’다.

그의 이력서는 순전히 검찰청에서 일한 경력으로만 채워져 있다. 그동안 법조인 출신 대통령 후보는 많았으나, 검찰 경력만 가진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현재로선 중앙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이 후보와 윤 후보, 둘 중 하나가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최하위권에 머문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은 파격적인 개혁을 해줄 대통령 후보를 결국 여의도 바깥에서 찾아왔다.

불명예스러운 최초의 기록도 갖고 있다. 검찰이 두 후보에 대한 사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전부터 검찰이 양당 후보 모두를 수사하는 경우는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건 수사에 관련이 있고,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얽혀있다.

현재는 두 후보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지 않지만, 수사 선상 끝에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자의 아킬레스건을 안고 대선 레이스에 참여중인 묘한 상황인 것이다.


약점 먼저 극복한 사람이 승자?
고발 사주 VS 대장동 이슈 쟁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둘 중 지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 됐다”며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

검찰이 어떤 사건을 얼마나 철저히 수사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세월 대선에 꾸준히 개입해왔다. ‘정치 검찰’이라는 꼬리표가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이유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검찰 수사에 따라 대선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검찰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에 관한 수사를 벌여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민주당 측은 면제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 장장 85일간의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는데 수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대선이 치러졌고, 결국 낙선했다.

드라마틱한 경선 통과로 대중의 이목을 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투도 있었지만, 이 후보 아들에 대한 검찰의 장기간 수사가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7년에는 반대의 사례가 있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와 다스 사건을 수사했는데, 이번엔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주’ 논란에 대해 “주가를 조종했다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는 김경준과의 공모 여부가 쟁점인데, 수사 결과 이 후보가 회사 인수 및 주식 매매에 참여한 증거가 없어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면죄부를 받은 이 후보는 후에 63%의 압도적인 표를 받아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되기에 이른다.

홍 의원은 이처럼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낙마시킬 수도 있는 이른바 정치 검찰이 이번엔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고민하는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할까? 
악할까?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이미 진척이 꽤 된 상태다. 지난 10일, 검찰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소환조사했다. 같은 달 2일, 처음 소환한 후 8일에 두 번째 소환했다.

손 전 정책관은 윤 후보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그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검찰의 칼날은 곧바로 윤 후보에게 향하게 된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을 떠안고 있다. 이제는 ‘또장동’이라 불리며 피로감이 쌓일대로 쌓이 이 사건은 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냐인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성남시의 개입 정도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컸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은 이미 구속됐으며,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는 연일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그들이 검찰 수사에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변수다.

얼마 전엔 유 전 본부장과 이 후보의 최측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사이의 전화통화 내역이 공개되며 정 전 실장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는 추세다. 만일 정 전 실장까지 구속된다면, 이 후보는 더욱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 후보와 이 후보, 둘의 대선 경쟁은 어느새 검찰의 수사 경쟁 양상이 됐다. 과거 대선에서 알 수 있듯, 선거운동 중 특정 후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다는 뉴스만 흘러나와도 지지율은 급격히 요동친다.

더욱이 검찰이 후보들에 대한 ‘소환조사’ 강수를 둔다면, 대선 게임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도 있다. 정책 싸움에 온 힘을 집중해도 모자란 대통령 선거전에서 두 후보는 검찰 눈치 보기에 힘을 뺏길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하랴 경찰 눈치보랴 눈코 뜰 새 없는 후보들은 각자의 약점 숨기기에도 버거워보인다. 양 후보는 고발사주와 대장동 말고도 다른 약점들이 각각 있다. 

윤 후보의 약점은 장모 최모씨와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의혹으로 장모 최씨가 얽혀있는 법정 공방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 하나는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정대택씨와의 갈등이다.

최씨는 2003년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스포츠센터를 매매하던 중 발생한 이익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정씨와 갈등이 있었다.

정씨는 매매 당시 작성했던 약정서를 근거로 이익금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최씨는 약정서가 강압에 의해 억지로 쓰인 거라며 정씨를 역으로 고소했다.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고 정씨는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로도 정씨는 최씨와의 수차례 법정 공방에서 계속 패했다.

연이은 정씨 측의 패소와 검찰의 불기소로 일단락될 줄 알았던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씨가 지난 9일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것.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고등법원에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만일 고등법원에서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계속되는 정씨의 문제제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사법부도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윤 후보로썬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떨어지면…
외나무 승부

장모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는 지난 7월 다른 죄목으로 법정 구속됐다가 2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구속 당시 법원이 밝힌 그의 죄는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였다.

그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불법 개조 병원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가량을 불법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성격을 띠고 있는 건강보험료를 부정수급한 것은 이 사건은 대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다분하다.  윤 후보의 아내 김씨도 도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2007년 국민대와 수원여대에 겸임 교원 임용을 신청한 적이 있다. 문제는 당시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교묘하게 비틀어 위조한 것.

경력사항에 ‘미술강사’ 이력을 ‘정교사’로 바꿔 기재한 점, ‘시간강사’를 ‘부교수’로 기재한 점, 학력사항에는 ‘경영 전문대학원 전문석사’를 ‘경영학과 석사’로 기재한 부분이 문제로 부각됐다. 언론과 야당에선 경력과 학력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의혹에 비하면 허위 이력서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현재 윤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수사와 다음 달 재판 결과에 따라 윤 후보의 낙마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김씨는 2010년 도이치모터스가 발행한 신주를 헐값에 사들여 주가를 조작한 뒤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1년6개월간 지지부진했던 도이치모터스 수사는 금융범죄수사 전문가 박기태·한문혁 부부장검사가 지난 7월부터 수사팀에 합류하며 급물살을 탔다.

수사팀은 지난달 10일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해 회사 내부자료를 확보했고, 같은 달 25일에는 주범이라 알려진 이씨와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 2일에는 도이치모터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제 이 주가 조작 사건에서 ‘전주’이자 ‘브레인’ 역할을 했던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았다. 검찰은 선거개입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일정을 최대한 조율 중이다.

빠르면 오는 12월 중으로 김씨에 대한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의 약점 역시 가족과 관련돼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12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형수 박인복씨와 심한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이때 형수 박씨는 그와의 통화를 녹음해 유출시켰다.

녹음본에는 여성의 성기를 언급하는 등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이 담겨있다. 이 후보는 이 녹취에 대해 “어머니를 폭행하는 형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했다. 이유가 어떻든 사죄드린다”고 수습했지만, 대중의 시선을 싸늘하기만 하다. 

맞붙은 부인 리스크
양쪽 다 도덕성 변수

여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도 이 후보를 괴롭히는 이슈다. 김씨는 2007년도에 이 후보를 만나 부정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씨는 “당시 둘이 하룻밤을 보냈고 다음날 유부남인 것을 알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몇 달 이후 다시 만나서 1년 가까이 불륜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자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은 차갑게 식어갔는데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지난 15년간 민주당만 지지해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엔 내 인생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 같다”며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욕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차마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파문과 여배우 스캔들은 윤 후보의 약점과 달리 이미 발생한 사건이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는 이슈지만, 욕설 녹취와 스캔들 문제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후보의 약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후보의 여성 유권자 지지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달 한국갤럽의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30%가 넘는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여성 유권자들에게서는 20%대 초반의 지지도를 받는 데 그쳤다.

20%대 초반은 윤 후보와 홍 의원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이 후보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의 외면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경선 결과 발표 후, 불복을 선언한 바 있다.

이때,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당사 앞에서 철야 시위를 하는 등 이 후보를 대권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때의 거센 반발은 민주당 지지층의 증발로 이어졌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달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쟁 후보의 지지층 절반가량 이상이 당선인에게 옮겨가야 하는데,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이 후보 쪽으로 대략 15% 안 되게 이동했다”고 말했다.

정계 인사들은 이 후보가 30%의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지 못하는 데에 이런 점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 후보는 경선이 끝난 후 계속된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을 벗어난 적이 없다.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후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와 약 10% 차이가 벌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10%의 차이는 너무 크다.

둘 중…
감옥행?

이번 2022년도 대선은 누가 더 장점이 많은지를 겨루기보다 누가 더 약점이 많은지를 겨루는 기묘한 싸움이 돼버렸다. 시작 전부터 “선거 패배 시 감옥”이 운운하고 있는 이번 대선판에서, 공정한 판결을 내려줄 사람들은 검찰도, 사법부도 아닌 유권자들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얼마나 잘 숨기느냐에 따라 두 후보의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장모 재판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씨가 구속된 지 약 2개월 만인 지난 9월, 보증금 3억원을 내고 풀려났다.

앞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최씨 측이 낸 보석 청구를 서울 고등법원 제 5형사부(재판장 윤강열)가 허가해준 것이다. 

다만, 법원은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 피고인은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 피고인의 주거를 남양주시 화도읍으로 제한한다.

▲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참고인, 이 사건 증인으로 증언했거나 증인으로 신청된 사람과 이 사건 변론과 관련된 사항으로 접촉하거나 법정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 3억원을 몰수할 수 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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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