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계륵' 윤미향 믿는 구석

이럴 수도…저럴 수도…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의로운 줄만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악인이었던 경우가 밝혀지면, 사람들은 더욱더 거세게 당사자를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분개를 느끼는 동시에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믿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 대중은 분노의 나침반을 그 사람에게 돌리곤 한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받아온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경남경찰청로부터 사건 ‘불송치’ 통보를 받았다. 윤 의원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건에 논란이 많을 걸 예상하고 철저히 수사했지만, (윤 의원의 남편이)소유 의사로 본인 명의의 등기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명의신탁을 인정할 증거는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식은 감자

이 관계자는 “시누이와 관련된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고, 자금 출처도 수사했지만, 혐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부동산 투기 관련 전수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LH 사태 이후,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된 문제들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했던 당 차원의 강력한 의지였다.

조사 결과 부동산 비위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의원은 윤미향 의원을 비롯, 김주영·김회재·문진석·서영석·임종성·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등 총 12명이었다.


조사 결과를 받고, 민주당 지도부는 지역구 의원 10명에게는 ‘탈당 권고’ 조치를, 비례대표인 양이원영 의원과 윤 의원에게는 ‘제명’ 조치를 내렸다.

이때 민주당은 12명의 의원에게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겠다”며 “수사를 성실히 받아 부동산 관련 의혹을 풀고 돌아오라”고 전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12명 전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

권익위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수개월간 수사를 벌여온 각 관할 경찰서는 모두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무혐의나 검찰 불송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에 대해 권익위 측은 “우리는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동의받은 범위 안에서 행정조사와 현장조사를 실시했지만,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조사 결과와 수사 결과가 상이한 부분이 발생한 것 같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수사 결과에 따라, 12인의 의원들은 민주당 지도부가 말했던 부동산 관련 의혹에서 자유로워졌다. 전수조사 결과에 불복하며 탈당을 거부해온 우상호·김수흥·오영훈·김회재·김한정 등 5명의 의원은 즉시 탈당 권고 조치를 철회받았다. 

당시 탈당했던 서영석·윤재갑·문진석·임종성·김주영 의원 역시 무혐의 처분 후 바로 복당해 다시 민주당 소속 의원이 됐으며 제명 조치됐던 양이원영 의원도 지난달 8일 바로 복당했다.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건 윤 의원뿐이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 의원은 아직도 복당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윤 의원에 대한 불송치 보도가 나왔을 때, 민주당 고용진 수석 대변인은 “복당해야죠”라며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할 때 무혐의 처리가 되면 복당하도록 이미 공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시간 후 민주당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당사자와 소통한 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바로 복당 의사를 철회했다.

부동산 투기 12명 ‘무혐의’
윤 제외…나머지 즉시 복당

민주당 김진욱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의원은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이 있다”며 “재판 중에 있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 재판 결과 윤 의원의 유죄가 입증되면 판단(복당 허용)을 달리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2시간 만에 번복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비록 윤 의원에 대한 제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촉발됐지만, 당 지도부는 다른 문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이 언급했던 ‘다른 문제’들은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한 배임·횡령·준사기 등 총 8가지의 범죄 혐의다. 지난해 5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대구의 한 찻집에 수십 명의 기자를 불러모아 충격적인 이야기를 폭로한 바 있다.

윤 의원이 그동안 자신을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것.

이 할머니는 “윤 의원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며 “1992년 6월 (윤 의원이)처음 모금하는 걸 봤다. 어디에 돈을 쓰는지도 몰랐다. 할머니들을 팔아먹어 30년간 운영한 것도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당시 비례대표에 당선되자 이 할머니는 분개했고, 국회의원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터트렸다.

해당 폭로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검찰은 결국 지난 9월 윤 의원을 기소했다.

서울서부지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 의원은 개인계좌 여러 개를 이용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경비를 모금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한 횡령죄, 위안부 할머니가 받은 상금을 강제로 본인의 단체에 기부하게 한 준사기죄, 그리고 기부금 모금 당시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은 금품법 위반죄 등을 저질렀다.


인권운동에 평생을 바쳐온 윤 의원은 이제 민주당의 ‘계륵’ 신세가 됐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의혹은 한꺼풀 벗었지만, 복당 문제가 보도되자마자 여론이 순식간에 들끓는 것만 봐도 그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산재해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숙제가 많은 윤 의원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 표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 입장에서는 인권운동에 잔뼈가 굵은 윤 의원의 영향력을 마냥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속한 단체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와 시민들이 결합한 단체다. 이 단체는 그동안 여야를 떠나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소탐대실?

비록 윤 의원이 각종 비리에 휩싸이며 그 영향력이 예전만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들이 이뤄온 업적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민주당에 도움이 될지, 소탐대실이 될지 대선에 참여할 유권자들이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지난 6월 소속 의원 102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한 바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앞서 “적어도 민주당보다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세울 것”이라며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적발된 의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엄벌을 예고했었다. 

조사 결과,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유명세를 탄 윤희숙 의원을 비롯해 강기윤·김승수·박대수·배준영·송석준·안병길·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 의원 등 총 12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간의 이목은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로 몰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내부 논의 끝에 12인 중 절반만 징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무경 의원은 제명했고, 5명에게는 탈당 권고 조치를 내렸다.

윤희숙 의원 등 6명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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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