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심상정-김동연 3지대 합종연횡 한계

  • 박용수 기자 exit750@hanmail.net
  • 등록 2021.11.15 10:31:45
  • 호수 13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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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박 긁어모아도 밑바닥 지지율

[일요시사 정치팀] 박용수 기자 = 내년 3월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는 ‘0선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지만 중앙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고,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을 지낸 후 정권 마지막 해 정계에 입문한 지 4개월 남짓밖에 안 되는 정치 신인이다. 이처럼 집권 여당과 제1야당 후보가 국회 경험이 없는 인물로 대선이 치러지는 건 1987년 직선제 이후 처음이다.

두 후보는 한 쪽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 다른 한 쪽도 발맞춰 가듯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두 후보 모두 국민들에게 비호감도가 더 높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세대와 중도층에서 비토 정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

여·야 뿐만 아니라 제3지대 후보들도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만 가지고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 대선 활동에서 어떤 공약으로 국민들의 표심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는 물론 제3지대 후보들까지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거활동에 혈안이 돼있다. 왜 이렇게 젋은층의 표심을 열망하는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막판까지 여야 후보들의 2030 표심 잡기 경쟁은 복마전(伏魔殿)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 세대 청년층 가운데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비율도 40대와 50대·60대 이상에 비해 2배나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탓이다. 20대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이 31.2%, 이 후보 지지율은 17.0%였으나, 30대에선 이 후보가 34,9%의 지지율로 30.5%인 윤 후보를 제쳤다.


각 정당 후보 진영에서는 이들 2030 세대의 의 표심잡기가 절실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한 중도 포기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4개월 남은 시점에서 단일화 카드 없이는 지지율 제고 방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안 후보의 대선 가도는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지지 강도가 약해지면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여지를 둘 수 있다고 한 적은 있으나 국민의힘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던 바 있다.

야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 대선후보인 안 후보와 연대나 단일화를 선택하진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제3지대로 대선에 출마한 안 후보와 단일화 성사 문제는 대선 활동도 얼마 하지 않은 사람에게 아직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여론과 당내에서 안 후보의 안팎 지지율이 5%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어 사실상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과 안 후보와의 인연은 재보궐선거 때부터 껄끄러운 관계였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안 후보에 대해 “정권교체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 후보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과 단일화했던 만큼 정권교체란 명분으로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윤 후보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삼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안철수-김종인 불편한 동거?
여야 러브콜 단호히 거절

국민의당은 “어차피 진영대결은 시차를 두고 또 붙는다. 11월 초중순까지는 벌어졌다가 다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윤 후보를 두고 훨씬 더 지저분한 네거티브가 펼쳐져 컨벤션 효과는 사라질 것이고,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그때 안철수를 위한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김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공과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정권의 초대 경제부총리”라며 “문정권은 초대 경제 정책인 ‘소주성’(소득주도성장) 등 많은 논란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문정권의 공과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셔야 우리도 정체성을 좀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안 후보는 정치적으로 반(反)문재인, 비(非)국민의힘 노선을 지향하는데 김 후보는 문정권에 대한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새로운물결’의 송문희 대변인은 “안 후보가 제3지대 인지부터 답을 해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제3지대에 맞는 콘텐츠를 들고 오면 언제든지 상대할 용의가 있는데, 그걸 피하는 상황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중도로 시작해 민주당으로 갔다가 다시 회색지대, 현재는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등 중도→진보→회색→보수로 오간 모호한 정체성의 정치’를 해온 안 후보가 제3지대 후보라는 타이틀을 가지려면 정치적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앞으로 중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은 지지율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5%를 기준으로 그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캐스팅보트를 손에 쥐는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만약 2% 대의 미미한 지지율에서 머무른다면 결국 선택지는 막판 사퇴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단일화로 포장하겠지만 사실상 중도 포기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단일화를 이룬다면 안 후보 본인이 정권교체를 부르짖어 왔는데, 자기로 인해 정권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비판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계 관계자는 “자신이 막판에 양보해서라도 정권이 바뀌면 바뀐 정권에서 자기 입지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같이 갈 것인지, 제3지대와 함께 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기득권 타파를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24일 새로운물결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강고한 양당구조로는 대한민국이 20년 넘게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 정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디로?
간 보는 중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 후보에 대해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제3지대로 불리고 있는 김 후보의 여러 가지 철학이나 정책들을 보면 민주당과 가깝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는 “여야의 러브콜보다 국민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단일화는 기득권의 정치 행태”라며 “대선은 이런 ‘법’과 ‘밥’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의 김 후보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관료 시절에도 이명박정부의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거쳐 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는 기회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패 기득권 카르텔이다. 그들만의 기득권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괴물까지 만들었다”며 1호 공약으로 ‘공무원 기득권 깨기’라며 공직을 관리직과 전문직으로 나누고 관리직은 정년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직 경제 관료직으로 있었던 만큼 관피아나 공피아로 불리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호 공약으로 ‘5개 서울 만들기’를 골자로 한 국가균형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광주·호남 등 다섯 지역에 서울 수준의 메가시티를 구축해 권역별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권 도전 4번
이번이 마지막 소명

김 후보는 “5년 단임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단순 다수 소 선거제 개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당 개편과 같은 정치개혁들이 훨씬 중요하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기득권화돼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제3지대 후보로 태풍의 눈처럼 떠오를 후보는 김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계에서는 “아직 대선은 4개월이나 남아 있다”며 “현재의 정권교체 구도는 정확히 (<삼국지>에서)적벽대전(赤壁大戰) 구도”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3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군소정당 여야 후보들의 단일화 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대선 결과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칠 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07년부터 지금 14년 동안 4번의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진보여제’ ‘철의 여인’ 등으로 불려온 심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다. 20대 대학생(서울대 역사교육과)으로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해 대우어패럴 등 의류 봉제 업체 미싱사를 거쳐 써니전자, 남성전기 등에서 일하면서 25년간의 노동운동 끝에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으로 정치에 입성했다.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200만표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선전한 심 후보는 국회 입성 이후 꾸준히 대권에 도전장을 던져왔다.

심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도 또다시 출마했다. 같은 해 10월12일 진보당 대선후보로 단독등록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4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사표론에 떠밀려 완주하지 못하고, 같은 해 11월26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사퇴했다.

자투리 셋 모여 거대 양당 깨뜨릴 수 있나
일단 각자도생···이-윤, 안-김 단일화 숙제

심 후보는 “저의 사퇴가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현재 심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 과거와 같은 후보 사퇴는 없다는 게 심 후보의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심 후보가 제3지대 대선후보로 나오는 것은 내년 선거구도에서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지막 대선 도전에 나선 심 후보는 지난 8월29일 네 번째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하며 민심을 공략했던 바 있다.

또 2030세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심 후보 캠프 전면에서 나선다. 심 후보도 젊은 세대의 표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좌혜영’ ‘우호정’을 놓고 대선정국에서 많은 표를 얻겠다는 심산이다.

심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노동과 젠더 선진국, 주4일제, 기후 위기 선도 등의 공약도 함께 내놨다.

민주당을 겨냥해선 “수구보수 세력을 부활시킨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의 중심에는 문재인정부의 실패가 있으며 가장 큰 원죄가 민주당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나 정치를 안 해오신 분들”이라며 “이 후보는 민주주의적 감수성이 부족하면 행정독재로 나갈 수 있고, 윤 후보는 공작정치로 나갈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이 심 후보와 정의당에 냉담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고착화된 양당정치의 오랜 폐습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평소에 지방자치제에 무지했던 후보들이 각 지방을 돌면서 유권자들에게 자기 알리기에 주력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부추겨 지역패권주의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정의당만
완주 가능성

이와 관련해 심 후보는 “앞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은 지역적으로 편승하는 보수적인 선거 활동을 탈피해서 공정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아야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it75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 가를 2030세대 표심

2030세대가 20대 대통령선거의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했다. 전체 유권자 대비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은 이념 및 지역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선은 보수적 표보다는 부동층의 표심에 대선 당락이 결정짓기 때문에 젋은층을 겨냥한 대선 공략을 대거 내놓을 심산이다.

이와 함께 제3지대가 해결해야 할 단일화 문제 또한 여야가 대선 결선까지 무시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3지대의 표심도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에 젊은 층 표심이 몰렸지만, 홍 의원에 후보에서 떨어지자 국민의 힘을 탈당한 책임당원(선거인단)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탈당자 중 75%(약 2200여 명)가량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탈당 인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홍 의원의의 표심이 국민의 힘에 힘을 싣는 데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탈당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쏠린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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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