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남겨진 숙제

이재명과 정면승부 피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흥행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 본경선 투표 결과 윤석열 후보가 대선주자로 결정됐다. 이제 윤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하지만 경선 과정 중 여러 논란에 휩싸여온 만큼 이제부터의 실책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게 마이너스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최종 투표 참여율은 역대 최고 기록인 63.89%를 기록했다. 흥행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윤석열 후보는 48.85%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됐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배경에는 그동안 앞서 왔던 당심이 실제 투표에서도 연결돼 우위를 차지한 결과로 보인다.

정치 신인
무서운 질주

당초 당원 투표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당원 비율만 34%에 달했던 탓에 해당 지역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보수세가 두드러지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TK(대구·경북)에서 당심이 결집되며 윤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변수로는 세대별 투표율이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새로 가입한 2030세대에서는 홍 의원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반면 전통적인 당 지지층인 60대 이상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예상되면서 각 세대의 투표 참여율이 당락을 가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승리의 추는 쉽사리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여론과 당원 지지 반영 비율이 각각 50%였기에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종 투표 직전 홍 의원이 상승기류를 타며 윤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윤 후보의 쉬운 승리가 점쳐진 것과는 대비된 양상이다. 결국 윤 후보의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상황은 백중세로 빠져들었다. 두 인물 역시 서로 승리를 자신했다. 

투표 결과 윤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홍 후보는 여론에서 앞섰지만 당심을 더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패배의 원인이 된 셈이다. 

해당 결과는 윤 후보가 보수층의 가치에 더욱 부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윤 후보가 앞서는 모습을 보이자 당심이 결집됐다고 읽힌다. 앞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지만, 보수층은 윤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바 있다.

여론서 뒤쳐졌으나 당심 앞서
반문재인으로 중도 확장 필수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 뒤 100일(11월5일 기준) 만에 만들어낸 성과로 사실 그의 출마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의 존재감은 부각됐다.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올리게 된 시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부터다. 판정승을 거둔 윤 후보의 인지도는 더욱 상승세를 탔는데 이때 윤 후보의 인지도를 더욱 부각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야권에서 윤 후보를 정권교체를 위한 적임자로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출마 선언은 이른바 국민의힘에 새로운 바람인 ‘윤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후보는 선언문 대부분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과 정권교체의 필요성으로 채웠다. 그는 정권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문정부가 공정과 법치를 짓밟았고 국민의 삶이 힘겨워졌다고 주장했다. 

반문재인이라는 빅텐트를 구상하기 위해 시작부터 초석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반문 강경 보수층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정권교체가 절실한 국민의힘은 윤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본격 입당하면서 공식적인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 인물이 불어넣는 신선함과 참신성이라는 무기를 가지게 된 셈이다. 

당초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단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정치인이나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선함
참신성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은 늘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발생시켰다. 과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도 정치권을 요동치게 했다. 그만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크기 때문이었다. 

보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윤 후보는 첫 행보로 충청권인 ‘대전행’을 택하기도 했다. 대전을 방문해 자신의 뿌리가 충청이라고 언급하면서 ‘충청대망론’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충청은 스윙보터로 불리는 만큼 중도층의 확장과 반문 세력의 결집을 위해 필수적으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지역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 지역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윤 후보는 충청에서 강세다. 현재 충청권의 윤 후보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에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을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재 중도층의 지지는 연일 하락세다.

여론조사에도 중도층 대부분이 홍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중도층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만큼 윤 후보에게는 리스크로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본래 지지층 외에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하는 그에게 외연 확장은 필수로 여겨진다.

윤 후보는 현재 중도층 중 홍 의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도층엔 2030세대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윤 후보에게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청을
잡아라

즉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공약도 내세웠으나 여전히 약점으로 거론된다. 결국은 홍 의원의 청년 지지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닌 가운데 우선 윤 후보 본인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는 잇따른 실수로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1일 1실수’는 대세론까지 흔들리게 한 계기가 됐다. 경선 토론회서 손바닥 ‘왕(王)’ 자가 논란이 됐고, 이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연결됐다. 손바닥 왕 자는 주술 논란으로 번지며 윤 후보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실수는 연이어 나왔다. 경선 막판 전두환 옹호 논란에 이어, 개 사과 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위기론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윤 후보가 신인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정치 경험이 전무해 여전히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선도 강한 편이다. 장점으로 평가받던 직설적 화법은 단점이 돼 연일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의 또 다른 문제는 ‘고발 사주’ 의혹이다. 해당 사안은 여전히 윤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더욱이 최근 MBC <PD수첩>을 통해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윤 후보를 직접 언급했던 녹취가 공개되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윤 후보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드러나지는 않았다. 고발 사주 의혹은 향후 이 후보와의 대결에서 핵심 쟁점이 될 요인으로 보인다. 여전히 의혹을 해소되지 않은 상황으로 윤 후보가 해당 의혹을 완벽하게 해소해야 이 후보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지금부터 실수는 없다?
24시간 ‘입 조심’ 경계령

가장 큰 문제는 ‘처가 리스크’로 현재까지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장모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아내 김건희씨도 논문 조작 논란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연루돼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지금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던 윤 후보는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처가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수직낙하할 수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여권의 파상공세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면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그 밖의 문제는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메시지는 충분하지만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에서도 반문 테두리에 갇혀 본인만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여러 분야의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만일 본경선에서도 확실한 콘텐츠 구축에 실패할 경우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발생하게 될 문제는 국민의힘의 실수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관련된 의혹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처가 리스크
반드시 넘어야

한 정치 전문가는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라며 “같은 당이 아닌 민주당에서 의혹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윤 후보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의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실수는 어떤 식으로는 치명타”라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어디까지 왔나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잇따라 조사했다. 

김 의원의 경우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여전히 고발사주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며 손 검사 역시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탓에 공수처는 수사에 돌입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손준성 보냄’이라는 메시지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발 사주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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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