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치유여행 ②순창 용궐산하늘길

섬진강 굽어보는 짜릿한 잔도

“지난 주말에 왔다가 차 막혀 되돌아갔당께. 다시 오길 잘했구먼. 절경은 절경일세.” 광주에서 온 나이 지긋한 부부가 유장하게 흘러가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자못 감격한 어투로 말을 잇는다. 지난 4월 개장한 용궐산하늘길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순창의 최고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용궐산하늘길 들머리는 용궐산치유의숲이다. 이곳 널찍한 주차장이 평일이지만 거의 찼다. 아직 주말에는 차가 많아 되돌아갈 정도라니 되도록 평일에 방문하자. 주차장에서 거대한 암반에 덱 로드로 만든 용궐산하늘길이 올려다보인다. 어떻게 바위에 저런 길을 냈는지 신기하다.

아름다운 풍경

화장실 앞에 용궐산 안내판이 붙었다. 여기서 지도를 참고해 코스를 그려보자. 용궐산하늘길은 용궐산의 몸체 가운데쯤 드러난 거대한 수직 암벽에 놓은 덱 로드로, 길이 530m가 조금 넘는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돌계단을 40분쯤 올라야 한다.

용궐산하늘길을 둘러보고 옛 등산로로 내려오는 주차장 기점 원점 회귀 코스는 약 3.5㎞, 1시간30분쯤 걸린다. 길이 험하니 등산화를 신고, 스틱도 챙기는 게 좋다.

화장실을 지나 ‘용궐산하늘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돌계단이 시작되는 지점 나뭇가지에 전국 각지의 산악회 리본이 달렸다. 가히 용궐산하늘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돌계단은 용궐산하늘길을 만들면서 개통한 등산로다. 가파른 산비탈에 놓였으니 쉬엄쉬엄 오르자.

거대한 암반이 보이기 시작하면 용궐산하늘길이 가깝다는 뜻이다. 평평하고 매끄러우며 넓은 바위를 등산 용어로 슬래브(slab)라 하는데, 북한산의 ‘대슬래브’가 부럽지 않은 규모다. 암벽등반 애호가라면 군침을 흘릴 정도로 반질반질한 화강암이 매혹적이다.

바위를 한 번 만져보고 힘내서 오르면 드디어 용궐산하늘길의 덱 로드다. 계단을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섬진강의 모습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계단이 끝나면 길은 수평으로 이어진다. 여기가 하이라이트다. 수평 덱 로드는 짧으니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다. 수직 암반에 수평으로 만든 길은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임실군 덕치면에서 흘러온 섬진강이 용궐산을 적시고, 순창군 적성면 쪽으로 흘러간다.

섬진강 주변으로 펼쳐진 첩첩 산은 풍경을 깊고 그윽하게 만든다. 이 풍경을 눈에 담고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주차장의 차들이 성냥갑 같다.

거대한 암반에 덱 로드 만든 용궐산하늘길
혜성처럼 등장한 순창의 최고 핫 플레이스

전망대를 지나면 덱 로드가 끝나고 삼거리와 만난다. 용궐산 정상과 옛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이 갈리는 지점이다. 여기부터 정상까지 시종일관 오르막길이고 40분쯤 걸린다. 용궐산하늘길 감상이 목적이라면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게 낫다. 덱 로드를 따라 되돌아 내려가기보다 옛 등산로로 하산하는 걸 추천한다. 이정표에 있는 ‘산림휴양관’ 방향이다.

길은 호젓한 오솔길이다. 다소 가파르지만 조심조심 내려가면 어려움이 없다. 울창한 솔숲 사이를 구불구불 걸어가면 이름 모를 무덤이 보인다. 무덤을 지키는 문인석이 제법 크고 볼 만하다. 무덤 주인이 지체 높은 분이었나 보다.

무덤을 지나면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고,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을 만난다. 거의 다 내려온 셈이다. 여기서 잠시 이정표를 따라 어치계곡 쪽으로 가보자. 100m쯤 가면 수려한 어치계곡을 만난다. 계곡에 잠시 발 담그고 피로를 풀어도 좋다. 어치계곡에서 출발점인 주차장까지 10분쯤 걸린다.

용궐산하늘길에서 내려오면 섬진강 따라 이어진 순창의 명소를 둘러보자. 요강바위는 주차장에서 불과 1.5㎞쯤 떨어진 곳에 있다. 섬진강 거센 물살이 강물 안에 너럭바위를 조각했는데, 요강바위가 가장 유명하다. 구멍이 뚫린 형상이 요강처럼 보여 그렇게 부른다.

강변에서 ‘요강바위’ 이정표를 보고 내려가니 물이 불어 요강바위 머리만 살짝 보인다. 여기서 바라보는 섬진강과 현수교가 멋지게 어우러진다.

이제 동선은 섬진강을 따라간다. 구미마을을 지나면 들판에 우뚝 솟은 채계산이 나타난다. 채계산출렁다리는 용궐산하늘길이 뜨기 전까지 순창의 명소였다.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 비녀를 꽂은 여인 그림이 있다. 채계산은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았다’는 뜻이다.

‘책 수만 권을 쌓아놓은 형상’이라 책여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름이 많다는 건 풍경이 변화무쌍하다는 뜻이다.

입구에서 10분쯤 오르면 두 봉우리에 걸린 빨간색 출렁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출렁다리는 주탑이 없는 현수교로, 길이가 무려 270m다. 다리에 서니 오금이 저리고 어질어질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바로 위 정자에 올라보자. 풍요로운 순창의 가을 들판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무럭무럭 자라는 벼가 보기 좋다.

채계산출렁다리

향가유원지는 섬진강이 순창 지역을 떠나는 지점이다. 이곳에 오래된 향가터널과 향가목교가 있다. 길이 384m 향가터널은 일제가 순창과 담양 일대에서 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해 철로를 만들려고 뚫었다. 하지만 1945년 광복이 되면서 터널로 남았다. 터널을 지나면 교각만 남은 향가목교가 있는데, 여기에 다리를 놓아 섬진강자전거길을 만들었다. 슝~ 자전거가 힘차게 다리를 건너 섬진강을 따라 흘러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용궐산하늘길→요강바위→채계산출렁다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용궐산하늘길→요강바위→채계산출렁다리
둘째 날: 향가유원지→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순창장류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순창군 문화관광 www.sunchang.go.kr/tour

문의 전화
- 순창군청 문화관광과 063)650-1648
- 순창군종합관광안내소 063)650-1674

대중교통
[버스] 서울-순창,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9:30~17:1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순창공용버스정류장에서 순창-동계 농어촌버스(13:50) 이용, 장군목 정류장 하차, 용궐산하늘길 입구까지 도보 약 1.3km. 순창공용버스정류장에서 용궐산하늘길 입구까지 택시 이용, 약 2만원.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순창공용버스정류장 063)653-2186

자가운전
광주대구고속도로 오수 IC→남악교차로→연산사거리→내룡교차로→용궐산치유의숲 주차장

숙박 정보
-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구림면 안심길, 063)653-4779
-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 적성면 강경길, 0507-1356-6785
- 금산여관: 순창읍 옥천로, 063)653-2735
- S모텔: 순창읍 옥천로, 063)653-3960

식당 정보
- 채계산멧돼지식당(돼지고기·뼈우거지탕): 적성면 적성로, 063)652-8660
- 향가산장(메기탕·참게메기탕): 풍산면 향가로, 063)653-6651
- 2대째순대(순대전골·머리국밥): 순창읍 남계로, 063)653-0456
- 순흥즉석순두부가든(순두부백반·두부버섯전골): 순창읍 장류로, 063)652-3636

주변 볼거리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구암정, 구송정유원지, 섬진강자전거길, 강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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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