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엄청난 감독이 나타났다 '장르만 로맨스'

정점 찍은 찍은 류승룡 표 코미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독특한 감성의 연기자였던 조은지가 메가폰을 잡았다. 길고 긴 인내를 거쳐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배우를 모았다. 제목은 <장르만 로맨스>다. <극한직업> 개봉 이후 주가가 최고조에 이른 류승룡을 캐스팅했다. 외연은 언제나 히트할 가능성이 큰 류승룡 표 코미디인데, 사람들 간에 내밀한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감독으로 변신한 조은지 감독은 인간사 무수한 관계를 조명하고 편견에 대해 질문한다. 

인생을 살면서 쉽게 빠지는 오류 중 하나가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무언가를 가진 누군가를 보면 ‘저 사람은 걱정 따윈 없겠지’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상대가 실제로 근심이나 걱정이 없을 수 있지만, 때론 누구에게도 발설할 수 없는 거대한 고통에서 허우적대는 경우도 있다.

류승룡 표

그저 매번 우울할 수 없어 웃고 있을 뿐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고민의 이유는 각양각색일 테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동하는 건 사람 간의 관계일 때가 많다. 현재의 배우자, 헤어진 연인, 말 안 듣는 자식, 오래된 친구, 옆집 사람, 각별한 제자, 짝사랑하는 대상 등 인간은 여러 갈래에서 다양한 종류의 아픔을 경험한다.

또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연기자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조은지 감독은 데뷔작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일상에서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얼키설키 묶여있는 독특한 관계를 조명한다.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복잡하다. 그 안에서 위로와 힐링,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어쩌면 꺼내기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코미디의 화법으로 풀어낸다.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한 장면에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연출 매우 감각적이고, 대사는 얼마나 갈고 닦았을지 상상이 안될 만큼 세련됐다. 익숙한 것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고, 생소한 것을 익숙하게 느끼게 하는 포인트도 일품이다.

배우 류승룡이 <극한직업>으로 주가가 최고조일 때 왜 입봉 감독의 작품을 선택했는지 영화를 보면 설득이 된다. 

작품의 이야기를 이끄는 김현(류승룡 분)은 작가이자 교수다. 수년 전 ‘빈 공간’이라는 희대의 명작으로 문학계에서 거장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그에게 렌즈를 조금만 더 갖다 대면 그의 삶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김현을 존중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된 배경은 스스로 만들었다.

배우 출신 조은지 입봉 작품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김희원 등 연기 연기 달인들이 뭉쳤다

30년 지기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 분)는 억대의 계약금을 받고도 글을 쓰지 않는 김현에게 잔소리만 하는 친구고, 이혼한 부인 미애(오나라 분)는 인연보다는 악연에 가깝다. 사춘기 때문에 부모의 말에 대들기만 하는 성경(성유빈 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이다.


아들 때문에 오래 보다가 갑작스럽게 묘해진 분위기에 아내와 잠자리를 가지려다 성경에 들키고 만다. 성경은 이 순간 이후로 급격하게 삐뚤어진다.

오래된 작가 친구 남진(오정세 분)은 김현의 얼굴만 보면 죽일 듯이 달려든다.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평론을 통해 알렸기 때문이다. 남진과 함께 있었던 게이로 보이는 유진(무진성 분)은 갑자기 찾아와 습작을 보고 피드백해달라고 조른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여자만 사랑해왔던 김현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다. 김현의 현재 아내(류현경 분)는 딸과 외국에서 생활한다. 김현의 삶은 외롭기 그지없다. 

관계가 꼬여있기 때문일까? 글로 먹고사는 글쟁이인데 글이 써지지 않는다. 예리함은 사라졌고 두려움만 커졌다. 종일 써 내려간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저장도 하지 않은 채 지워버리기 일쑤다. 

그러던 중 유진이 쓴 글을 읽게 된다. 한창 글빨 날리던 자신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소설이다. 우연히 이를 본 순모는 이 작품을 키워서 내자고 한다. 막다른 길에 놓인 김현은 자신과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유진과 공동 집필을 선택한다.

김현을 사랑하는 유진은 영광이라며 좋아한다. 썩 내키지 않지만 김현은 유진과 한방을 쓰며 집필을 시작한다. 복잡한 생각 속에서 힘을 합친 김현은 주어진 현실적 고통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 처절한 외로움에 고통받는 김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김현 주위 사람들의 서사도 꽤 비중 있게 다룬다. 순모와 미애는 비밀리에 사랑을 공유하는 사이고, 남진은 유진을 짝사랑한다. 성경은 나이 많은 동네 아줌마 정원(이유영 분)와 사랑에 빠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려운 비밀스러운 관계가 후반부에 모두 폭로된다. 갑작스럽게 오해가 있을법한 상황이 마구 폭로되는 과정이 매우 짜임새 있게 연결된다. 어느 한 장면 버릴 곳이 없다. 떡밥을 던지고 주워 담는 센스가 상당하다. 예상 못한 타이밍에 예측을 깨고 반전을 주는데, 늘 커다란 웃음이 동반된다. 

영화는 비록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이라도 진심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위로와 힐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진심이 사회적인 통념을 뛰어넘는 가치란 메시지를 던진다. 메시지를 강하게 설파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상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류승룡과 오나라, 김희원, 오정세, 류현경, 이유영 등 오랜 내공을 축적한 배우들은 마치 연극을 보여주듯 합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생활 연기를 선보인다. 능력 있는 배우들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해준 듯하다.

하나 같이 보석처럼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조 감독은 류승룡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했는데, 류승룡이 아니면 김현을 이토록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배우는 국내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 아내의 모든 것> <극한직업>을 넘어서는 류승룡 표 코미디의 정점이다.


<장르만 로맨스>가 발굴한 주목할만한 배우 무진성은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인물을 과하지 않게 연기했다. 초반부에는 매우 까끌까끌한 이미지지만, 후반부에 가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된다.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귀하게 쓰일 재목이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성유빈이다. 생활 연기의 달인들 사이에서 비교적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평소 준수하게 연기력을 발휘한 성유빈이지만, 인물과 일체감이 있어야 하는 생활 연기는 아직 미숙한 듯하다. 정원과 성경의 에피소드만 조금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분명할
호불호

장점이 매우 많은 작품이지만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작품이다. 이병헌 감독이 연출하는 말장난 류의 작품에 흥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매우 좋아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흥미를 못 느낄 수 있다. 평소 개그에 조예가 상당한 관객들에게만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가 다 좋아하기엔 유머의 수준이 너무 높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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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