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할은 내 것' 스타급 배우 계약의 비밀

“요즘 스타가 옛날 스타인가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까지, 이른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엔터 산업이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는 옛것에만 머물러 있다. 그 가운데 스타급 배우들과 연예 기획사 간의 불균형적인 계약에 상생을 바탕으로 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스타급 배우의 위상은 특별했다. 국내 최고의 창작자들이 손을 내밀고, 바르고 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광고에 출연한다. 배우 한 명이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한다. 

흥행 보증수표
믿고 보는 배우

꼭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라 할 정도의 영향력이 큰 배우가 있다면 이른바 ‘끼워팔기’를 통해 신인배우를 스타급 배우로 키울 기회도 있다. 한 명의 배우를 통해 소속사 스태프들은 각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

배우 한 명으로 유명 배우들을 대거 보유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울 수 있다. 아울러 회사가 커나가는 데 ‘개국공신’과 같은 역할을 한 배우는 프리미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회사의 존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배우에겐 어쩌면 당연한 지급일 수도 있다.

모든 배우를 천편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상황이 다 다르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급 배우는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


소속사는 스타급 배우와 손잡기 위해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 비율도 배우가 9, 소속사가 1이라는 불균형적인 계약을 맺기도 한다. 8:2의 비율로 계약을 맺더라도 식비, 주유비, 헤어·메이크업 스태프 비용 등을 모두 소속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아무리 스타급 배우가 막대한 매출을 올리더라도,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매우 적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명의 배우로 부를 창출하는 상황이면 괜찮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계약을 맺어도 충분히 상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생기면서 과거의 계약 비율은 배우의 배만 불리는 구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점차 배우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작품을 흥행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나 작가 등 창작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흥행에서 참패한다.

스타급 배우가 1년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 100억원 매출에 90억원은 챙긴다”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늘 좋은 건 아니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아무리 뛰어난 배우의 작품도 완성도 면에서 혹평을 받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다.


뛰어난 연출진과 능력 있는 스태프, 거기에 훌륭한 배우들이 모든 에너지를 더할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꼭 좋은 작품이 탄생하리라는 법도 없으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

스타 배우가 작품 초반부 기대심을 갖게 하는 현상은 유지되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유명 배우 소속사의 신인배우를 대거 캐스팅하는 ‘끼워팔기’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어울리지 않은 배우가 맡았을 때는 작품의 질이 떨어져서다. 오히려 신인급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켰다가 작품 전체가 가라앉는 경우도 흔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리 소속사가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끼워팔기’는 하지 않는 추세다. 막무가내로 소속 배우들을 밀어 넣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캐스팅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스타급 배우 한 명이 맞추는 게 불가능한 시대다. 또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구매력이 높은 배우가 아니면 광고 매출을 올리기도 어렵다. ‘천만 연예인 시대’라고 할 만큼 SNS나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유명인이 배출되면서, 배우 개개인의 경쟁력도 예년만 못하다.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줄고

또 하나는 최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하 기업에도 도입돼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이 있다. 먼저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대다수 매니지먼트에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매니저를 늘렸다. 

비교적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회사에서는 매니저를 늘리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영세한 회사의 경우 매니저 한 명을 늘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매니저당 차량이 한 대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 기획사 A 대표는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매니저가 한 명이 붙었다. 때론 매니저 한 명이 배우 두 명의 업무를 맡을 수도 있었다. 배우가 매일 일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최근에는 배우당 매니저가 꼭 한 명이 있어야 한다. 때로 매니저가 부족해 실장급 매니저들이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인원을 늘려서 로테이션을 돌리는 등 인적 구성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이 많은 배우의 경우 온종일 촬영할 때도 있다. 드라마와 광고촬영이 겹쳐 이틀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매니저에게도 같은 시간의 업무를 분담하게 할 수 없다.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니저가 다른 매니저와 교대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매니저 업무가 인수인계가 쉬운 작업도 아니며, 개개인 역량에 따라 업무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직무 특성상 한 사람이 배우가 다니는 현장을 이어 하는 게 효과적이다. 

교대근무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정책을 온전히 지키기란 어렵다. 소속사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매니저의 수를 급격히 늘렸다. 배우가 일이 많은 회사는 방법이 없다. 매니저를 늘려도 모든 배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쉬는 시간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촬영이 없는 날에는 회사에 출근해야 하지만, 늦게까지 촬영한 경우에는 회사 출근도 안 하게 한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깨어있거나
무지하거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니저와 계약할 때 표준 계약서와는 변형된 계약을 맺는다”면서 “하지만 이 계약 내용이 법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매니저가 고용노동부에 문제가 있다고 걸면 걸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형태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각 업계의 환경에 맞는 정책이 세밀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SNS나 유튜브 등 홍보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해당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력도 필요해졌다. 예전만 하더라도 홍보 담당자는 주로 언론을 응대하는 업무만 맡았으며, 회사당 1명에서 많으면 3명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홍보 마케팅 콘텐츠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5명 넘게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득이 되지만, 모든 부담은 소속사가 가져야 한다. 


스타급 배우를 다수 보유한 회사의 대표 A에 따르면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모든 소속 직원이 1:1 비율이었는데, 최근에는 1:2 비율로 바뀌었다. 배우가 25명이면, 예전에는 25명의 직원 필요했다면, 이제는 50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헤어·메이크업을 비롯한 프리랜서 스태프의 비용도 2배 이상 늘었다. 예전에는 1일 출장비가 20만원에서 30만원을 오갔다면, 최근에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 행사 등 업무가 있을 때면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가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이들의 비용이 느는 것은 회사 지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A 대표는 “스타급 배우들이 원하는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는 특히 가격대가 높다. 대부분 5:5로 비용을 나누는데, 그렇게 되면 회사가 더 크게 손해를 본다. 가수들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배우 매니지먼트는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5%도 안 된다”며 “100억원을 벌어도 5억원 남짓 한다. 이 비용은 배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스태프 비용 증가 
“소속사 매출 100억원에, 순이익은 5억원”

이 같은 변화는 배우에게도 충분히 고민해볼 사항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이적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지속해서 고비용을 감당해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며, 소속사 대표를 믿지 못해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도 이미 구조적으로 소속사의 부담하는 비용은 늘고 있어서다.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국 회사와 배우가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B 대표는 “의식이 깨어 있는 배우들은 이미 회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수익 지분을 줄이기도 한다. 각종 스태프 비용을 더 많이 지급하는 데 동의하거나, 회사와의 비율도 비교적 적게 체결한다”면서 “반대로 회사의 비용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욕심을 부리는 배우도 적지 않다. 회사에 일이 생기든 말든 자기가 벌어갈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배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 C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회사에 모든 비용을 부담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비용은 일절 부담하지 않은 채 전담 매니저 연봉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는 중에 그가 1년간 소속사에 지급한 금액은 3000만원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배우 C는 워낙 악명이 높다. 오래된 회사와 결별한 이유도 배우의 욕심 때문이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 배우와는 오랫동안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년전 배우들을 영입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한 회사는 스타급 배우와 9:1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스태프 비용도 최대한 회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놀라워했다.

그렇게 되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최근 환경이 변하면서, 해당 소속사는 매출이 적은 배우들과는 계약을 만료하고, 내부 직원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글로벌한
K-콘텐츠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매니지먼트나 홍보 등 회사 직원들의 업무는 매우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버는 이익에 비해 매우 적은 월급을 가져간다. 서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이번 기회에 배우들도 모색해주길 바란다”며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 업계가 국제적으로 변해가는 만큼, 업계의 구조도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