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할은 내 것' 스타급 배우 계약의 비밀

“요즘 스타가 옛날 스타인가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까지, 이른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엔터 산업이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는 옛것에만 머물러 있다. 그 가운데 스타급 배우들과 연예 기획사 간의 불균형적인 계약에 상생을 바탕으로 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스타급 배우의 위상은 특별했다. 국내 최고의 창작자들이 손을 내밀고, 바르고 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광고에 출연한다. 배우 한 명이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한다. 

흥행 보증수표
믿고 보는 배우

꼭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라 할 정도의 영향력이 큰 배우가 있다면 이른바 ‘끼워팔기’를 통해 신인배우를 스타급 배우로 키울 기회도 있다. 한 명의 배우를 통해 소속사 스태프들은 각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

배우 한 명으로 유명 배우들을 대거 보유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울 수 있다. 아울러 회사가 커나가는 데 ‘개국공신’과 같은 역할을 한 배우는 프리미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회사의 존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배우에겐 어쩌면 당연한 지급일 수도 있다.

모든 배우를 천편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상황이 다 다르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급 배우는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


소속사는 스타급 배우와 손잡기 위해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 비율도 배우가 9, 소속사가 1이라는 불균형적인 계약을 맺기도 한다. 8:2의 비율로 계약을 맺더라도 식비, 주유비, 헤어·메이크업 스태프 비용 등을 모두 소속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아무리 스타급 배우가 막대한 매출을 올리더라도,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매우 적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명의 배우로 부를 창출하는 상황이면 괜찮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계약을 맺어도 충분히 상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생기면서 과거의 계약 비율은 배우의 배만 불리는 구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점차 배우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작품을 흥행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나 작가 등 창작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흥행에서 참패한다.

스타급 배우가 1년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 100억원 매출에 90억원은 챙긴다”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늘 좋은 건 아니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아무리 뛰어난 배우의 작품도 완성도 면에서 혹평을 받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다.


뛰어난 연출진과 능력 있는 스태프, 거기에 훌륭한 배우들이 모든 에너지를 더할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꼭 좋은 작품이 탄생하리라는 법도 없으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

스타 배우가 작품 초반부 기대심을 갖게 하는 현상은 유지되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유명 배우 소속사의 신인배우를 대거 캐스팅하는 ‘끼워팔기’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어울리지 않은 배우가 맡았을 때는 작품의 질이 떨어져서다. 오히려 신인급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켰다가 작품 전체가 가라앉는 경우도 흔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리 소속사가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끼워팔기’는 하지 않는 추세다. 막무가내로 소속 배우들을 밀어 넣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캐스팅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스타급 배우 한 명이 맞추는 게 불가능한 시대다. 또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구매력이 높은 배우가 아니면 광고 매출을 올리기도 어렵다. ‘천만 연예인 시대’라고 할 만큼 SNS나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유명인이 배출되면서, 배우 개개인의 경쟁력도 예년만 못하다.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줄고

또 하나는 최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하 기업에도 도입돼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이 있다. 먼저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대다수 매니지먼트에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매니저를 늘렸다. 

비교적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회사에서는 매니저를 늘리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영세한 회사의 경우 매니저 한 명을 늘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매니저당 차량이 한 대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 기획사 A 대표는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매니저가 한 명이 붙었다. 때론 매니저 한 명이 배우 두 명의 업무를 맡을 수도 있었다. 배우가 매일 일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최근에는 배우당 매니저가 꼭 한 명이 있어야 한다. 때로 매니저가 부족해 실장급 매니저들이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인원을 늘려서 로테이션을 돌리는 등 인적 구성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이 많은 배우의 경우 온종일 촬영할 때도 있다. 드라마와 광고촬영이 겹쳐 이틀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매니저에게도 같은 시간의 업무를 분담하게 할 수 없다.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니저가 다른 매니저와 교대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매니저 업무가 인수인계가 쉬운 작업도 아니며, 개개인 역량에 따라 업무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직무 특성상 한 사람이 배우가 다니는 현장을 이어 하는 게 효과적이다. 

교대근무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정책을 온전히 지키기란 어렵다. 소속사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매니저의 수를 급격히 늘렸다. 배우가 일이 많은 회사는 방법이 없다. 매니저를 늘려도 모든 배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쉬는 시간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촬영이 없는 날에는 회사에 출근해야 하지만, 늦게까지 촬영한 경우에는 회사 출근도 안 하게 한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깨어있거나
무지하거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니저와 계약할 때 표준 계약서와는 변형된 계약을 맺는다”면서 “하지만 이 계약 내용이 법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매니저가 고용노동부에 문제가 있다고 걸면 걸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형태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각 업계의 환경에 맞는 정책이 세밀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SNS나 유튜브 등 홍보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해당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력도 필요해졌다. 예전만 하더라도 홍보 담당자는 주로 언론을 응대하는 업무만 맡았으며, 회사당 1명에서 많으면 3명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홍보 마케팅 콘텐츠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5명 넘게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득이 되지만, 모든 부담은 소속사가 가져야 한다. 


스타급 배우를 다수 보유한 회사의 대표 A에 따르면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모든 소속 직원이 1:1 비율이었는데, 최근에는 1:2 비율로 바뀌었다. 배우가 25명이면, 예전에는 25명의 직원 필요했다면, 이제는 50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헤어·메이크업을 비롯한 프리랜서 스태프의 비용도 2배 이상 늘었다. 예전에는 1일 출장비가 20만원에서 30만원을 오갔다면, 최근에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 행사 등 업무가 있을 때면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가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이들의 비용이 느는 것은 회사 지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A 대표는 “스타급 배우들이 원하는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는 특히 가격대가 높다. 대부분 5:5로 비용을 나누는데, 그렇게 되면 회사가 더 크게 손해를 본다. 가수들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배우 매니지먼트는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5%도 안 된다”며 “100억원을 벌어도 5억원 남짓 한다. 이 비용은 배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스태프 비용 증가 
“소속사 매출 100억원에, 순이익은 5억원”

이 같은 변화는 배우에게도 충분히 고민해볼 사항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이적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지속해서 고비용을 감당해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며, 소속사 대표를 믿지 못해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도 이미 구조적으로 소속사의 부담하는 비용은 늘고 있어서다.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국 회사와 배우가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B 대표는 “의식이 깨어 있는 배우들은 이미 회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수익 지분을 줄이기도 한다. 각종 스태프 비용을 더 많이 지급하는 데 동의하거나, 회사와의 비율도 비교적 적게 체결한다”면서 “반대로 회사의 비용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욕심을 부리는 배우도 적지 않다. 회사에 일이 생기든 말든 자기가 벌어갈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배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 C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회사에 모든 비용을 부담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비용은 일절 부담하지 않은 채 전담 매니저 연봉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는 중에 그가 1년간 소속사에 지급한 금액은 3000만원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배우 C는 워낙 악명이 높다. 오래된 회사와 결별한 이유도 배우의 욕심 때문이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 배우와는 오랫동안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년전 배우들을 영입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한 회사는 스타급 배우와 9:1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스태프 비용도 최대한 회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놀라워했다.

그렇게 되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최근 환경이 변하면서, 해당 소속사는 매출이 적은 배우들과는 계약을 만료하고, 내부 직원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글로벌한
K-콘텐츠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매니지먼트나 홍보 등 회사 직원들의 업무는 매우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버는 이익에 비해 매우 적은 월급을 가져간다. 서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이번 기회에 배우들도 모색해주길 바란다”며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 업계가 국제적으로 변해가는 만큼, 업계의 구조도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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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