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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17일 05시01분

연예일반

'8~9할은 내 것' 스타급 배우 계약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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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가 옛날 스타인가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까지, 이른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엔터 산업이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는 옛것에만 머물러 있다. 그 가운데 스타급 배우들과 연예 기획사 간의 불균형적인 계약에 상생을 바탕으로 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스타급 배우의 위상은 특별했다. 국내 최고의 창작자들이 손을 내밀고, 바르고 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광고에 출연한다. 배우 한 명이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한다. 

흥행 보증수표
믿고 보는 배우

꼭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라 할 정도의 영향력이 큰 배우가 있다면 이른바 ‘끼워팔기’를 통해 신인배우를 스타급 배우로 키울 기회도 있다. 한 명의 배우를 통해 소속사 스태프들은 각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

배우 한 명으로 유명 배우들을 대거 보유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울 수 있다. 아울러 회사가 커나가는 데 ‘개국공신’과 같은 역할을 한 배우는 프리미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회사의 존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배우에겐 어쩌면 당연한 지급일 수도 있다.

모든 배우를 천편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상황이 다 다르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급 배우는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


소속사는 스타급 배우와 손잡기 위해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 비율도 배우가 9, 소속사가 1이라는 불균형적인 계약을 맺기도 한다. 8:2의 비율로 계약을 맺더라도 식비, 주유비, 헤어·메이크업 스태프 비용 등을 모두 소속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아무리 스타급 배우가 막대한 매출을 올리더라도,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매우 적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명의 배우로 부를 창출하는 상황이면 괜찮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계약을 맺어도 충분히 상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생기면서 과거의 계약 비율은 배우의 배만 불리는 구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점차 배우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작품을 흥행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나 작가 등 창작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흥행에서 참패한다.

스타급 배우가 1년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 100억원 매출에 90억원은 챙긴다”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늘 좋은 건 아니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아무리 뛰어난 배우의 작품도 완성도 면에서 혹평을 받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다.

뛰어난 연출진과 능력 있는 스태프, 거기에 훌륭한 배우들이 모든 에너지를 더할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꼭 좋은 작품이 탄생하리라는 법도 없으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

스타 배우가 작품 초반부 기대심을 갖게 하는 현상은 유지되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유명 배우 소속사의 신인배우를 대거 캐스팅하는 ‘끼워팔기’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어울리지 않은 배우가 맡았을 때는 작품의 질이 떨어져서다. 오히려 신인급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켰다가 작품 전체가 가라앉는 경우도 흔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리 소속사가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끼워팔기’는 하지 않는 추세다. 막무가내로 소속 배우들을 밀어 넣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캐스팅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스타급 배우 한 명이 맞추는 게 불가능한 시대다. 또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구매력이 높은 배우가 아니면 광고 매출을 올리기도 어렵다. ‘천만 연예인 시대’라고 할 만큼 SNS나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유명인이 배출되면서, 배우 개개인의 경쟁력도 예년만 못하다.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줄고

또 하나는 최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하 기업에도 도입돼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이 있다. 먼저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대다수 매니지먼트에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매니저를 늘렸다. 

비교적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회사에서는 매니저를 늘리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영세한 회사의 경우 매니저 한 명을 늘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매니저당 차량이 한 대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 기획사 A 대표는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매니저가 한 명이 붙었다. 때론 매니저 한 명이 배우 두 명의 업무를 맡을 수도 있었다. 배우가 매일 일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최근에는 배우당 매니저가 꼭 한 명이 있어야 한다. 때로 매니저가 부족해 실장급 매니저들이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인원을 늘려서 로테이션을 돌리는 등 인적 구성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이 많은 배우의 경우 온종일 촬영할 때도 있다. 드라마와 광고촬영이 겹쳐 이틀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매니저에게도 같은 시간의 업무를 분담하게 할 수 없다.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니저가 다른 매니저와 교대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매니저 업무가 인수인계가 쉬운 작업도 아니며, 개개인 역량에 따라 업무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직무 특성상 한 사람이 배우가 다니는 현장을 이어 하는 게 효과적이다. 

교대근무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정책을 온전히 지키기란 어렵다. 소속사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매니저의 수를 급격히 늘렸다. 배우가 일이 많은 회사는 방법이 없다. 매니저를 늘려도 모든 배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쉬는 시간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촬영이 없는 날에는 회사에 출근해야 하지만, 늦게까지 촬영한 경우에는 회사 출근도 안 하게 한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깨어있거나
무지하거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니저와 계약할 때 표준 계약서와는 변형된 계약을 맺는다”면서 “하지만 이 계약 내용이 법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매니저가 고용노동부에 문제가 있다고 걸면 걸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형태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각 업계의 환경에 맞는 정책이 세밀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SNS나 유튜브 등 홍보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해당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력도 필요해졌다. 예전만 하더라도 홍보 담당자는 주로 언론을 응대하는 업무만 맡았으며, 회사당 1명에서 많으면 3명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홍보 마케팅 콘텐츠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5명 넘게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득이 되지만, 모든 부담은 소속사가 가져야 한다. 


스타급 배우를 다수 보유한 회사의 대표 A에 따르면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모든 소속 직원이 1:1 비율이었는데, 최근에는 1:2 비율로 바뀌었다. 배우가 25명이면, 예전에는 25명의 직원 필요했다면, 이제는 50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헤어·메이크업을 비롯한 프리랜서 스태프의 비용도 2배 이상 늘었다. 예전에는 1일 출장비가 20만원에서 30만원을 오갔다면, 최근에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 행사 등 업무가 있을 때면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가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이들의 비용이 느는 것은 회사 지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A 대표는 “스타급 배우들이 원하는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는 특히 가격대가 높다. 대부분 5:5로 비용을 나누는데, 그렇게 되면 회사가 더 크게 손해를 본다. 가수들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배우 매니지먼트는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5%도 안 된다”며 “100억원을 벌어도 5억원 남짓 한다. 이 비용은 배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스태프 비용 증가 
“소속사 매출 100억원에, 순이익은 5억원”

이 같은 변화는 배우에게도 충분히 고민해볼 사항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이적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지속해서 고비용을 감당해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며, 소속사 대표를 믿지 못해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도 이미 구조적으로 소속사의 부담하는 비용은 늘고 있어서다.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국 회사와 배우가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B 대표는 “의식이 깨어 있는 배우들은 이미 회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수익 지분을 줄이기도 한다. 각종 스태프 비용을 더 많이 지급하는 데 동의하거나, 회사와의 비율도 비교적 적게 체결한다”면서 “반대로 회사의 비용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욕심을 부리는 배우도 적지 않다. 회사에 일이 생기든 말든 자기가 벌어갈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배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 C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회사에 모든 비용을 부담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비용은 일절 부담하지 않은 채 전담 매니저 연봉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는 중에 그가 1년간 소속사에 지급한 금액은 3000만원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배우 C는 워낙 악명이 높다. 오래된 회사와 결별한 이유도 배우의 욕심 때문이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 배우와는 오랫동안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년전 배우들을 영입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한 회사는 스타급 배우와 9:1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스태프 비용도 최대한 회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놀라워했다.

그렇게 되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최근 환경이 변하면서, 해당 소속사는 매출이 적은 배우들과는 계약을 만료하고, 내부 직원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글로벌한
K-콘텐츠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매니지먼트나 홍보 등 회사 직원들의 업무는 매우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버는 이익에 비해 매우 적은 월급을 가져간다. 서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이번 기회에 배우들도 모색해주길 바란다”며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 업계가 국제적으로 변해가는 만큼, 업계의 구조도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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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으로 본 의료민영화 이면

녹지국제병원으로 본 의료민영화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병원은 지역사회 주민의 치료와 예방을 포함한 총괄적인 의료를 서비스하며 병의 예방과 연구도 함께 시행한다. 병원은 공익적 목적에 설립 기반을 두지만, 제주도 서귀포시의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기점으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녹지국제병원’이 설립되면 한국에 의료민영화가 시작될 거라고 지적한다. 녹지국제병원의 전신은 녹지 제주 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했다. 2015년 12월 녹지그룹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영리병원이란 개인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병원을 말한다. 영리병원 첫 시작 이렇게 따지면 진료나 입원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이 전부 영리병원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개인병원을 제외한 국내 병원은 병원에서 취득한 이윤을 병원의 인건비, 시설투자 등 병원 내부 투자를 하는 데만 이용 가능하다. 반면 영리병원은 병원의 이윤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어 특정 사업을 하는 다수의 투자자가 모여 설립한 법인이 된다. 즉 ‘영리 추구’의 의미가 아닌 ‘영리법인이 설립한 병원’을 뜻한다. 영리병원은 병원이 번 돈을 병원의 내부 투자 외에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는 병원 개설의 자격을 제한한다. 이 법에는 병원 개설 자격을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지방의료원·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으로 제한해 영리병원 설립을 막고 있다. 한국이 영리병원 설립을 막은 이유는 병원의 이익금이 밖으로 빠져나갈 경우, 병원이 사익만을 추구해 환자의 치료가 뒷전이 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다. 실제로 미국 조지아주 영리병원 응급실 담당 국장인 크레이그 브러머 의학박사가 밝힌 사실에 따르면 영리병원은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환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조건 없는 입원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영리병원의 사례다. 열이 40도까지 올라간 생후 11개월 된 아기가 응급실로 왔다. 여러 조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체온이 정상인 37.1도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병원은 ‘열병’ 진단으로 입원 조처를 했다. 또 목 통증 때문에 응급실을 찾은 71세 노인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전도 검사와 흉부방사선영상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으나 가슴 통증 규정에 따라 불필요하게 입원 조처됐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영리병원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국의 영리병원은 병원 방침을 거역한 의사를 가차 없이 해고했다. 한국 공공병원 5% 내외로 OECD 최하 일본은 영리병원 금지, 공공병원 30% 미국 연방수사국은 “이 병원은 외부 의사들과 사무실 임대계약을 해 정상가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거나 검사 대행 계약으로 검사비를 계약서보다 높게 지불했다. 이런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들 의사들이 이 병원에 환자 진료 의뢰를 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오래전 일이다. 이런 와중에 녹지국제병원은 어떻게 승인을 받은 것일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정부는 의료법 제23조 ‘의료기관 또는 외국인 전용 약국의 개설’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폐기하고 ‘외국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했다. 이 기관에서는 내국인이 진료 받을 수 없게 했고 건강보험 비용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 진료만으로는 대규모 외국 의료기관 개설이 어려웠다. 곧 정부는 내국인 진료를 무제한 허용하는 취지로 법률을 개정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구제주 국제 자유 도시 특별법 법률’ 제20조의4에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를 규정해서, 제주도 내에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을 설치할 법적인 근거가 최초로 도입됐다.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원 38만1495㎡에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위한 녹지 제주 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예산은 800억원이 들었다. 2015년 6월 이 회사는 제주도지사에게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의료기관’이라고 명시돼있고, 같은 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정부가 적극 주도 2017년에는 녹지국제병원 건물 착공·준공 후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영리병원 개설에 부정적이었다. 여론조사 결과 제주도민의 10명 중 7명은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반대했다. 이 같은 제주도민들의 의견은 반영됐다. 이듬해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 심의위원회’가 녹지국제병원 의료기관 개설허가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의논에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숙의형 정책개발’ 절차를 거쳤다. 녹지국제병원은 개설 불허 권고를 받았고, 녹지국제병원은 비영리병원으로 활용될 것을 제시했다. 이후 녹지국제병원은 ‘진료 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함’으로 바꿔 원 도지사로부터 개설허가를 받았지만,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원 도지사는 의료법 규정을 들어 청문 절차를 거쳐 2019년 4월17일,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유한회사 측에 제주도 보건의료 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와 청문 일정을 보냈다. 심의위 측은 녹지국제병원이 제주특별법상 외국인 투자 비율을 충족하지 못했고, 병원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외국 법인만 가능해 녹지국제병원이 당장 영리병원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외국인만? 내국인 포함 수차례 법적 공방 끝에 개설허가 취소 소송은 지난 1월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이달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는 녹지국제병원 논란이 발생한 지 벌써 7년째다. 다만 녹지국제병원이 이번 재판에서 최종 승소해도 단기간 내 국내 첫 영리병원이 열릴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외국인 진료를 모두 허가할지 아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운영되면 발생할 문제점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도 국민들이 의료민영화를 걱정하는 것은 제주도가 2006년부터 꾸준히 영리병원 개설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제주 메디컬리조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나 투자가 무산됐다. 2007년에는 PIM(Philadephialnternational Medicine-Management Development)와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설립 부지 미확보, 국내 협력사의 열악한 재무구조 등의 문제로 설립이 무산됐다. 이런 식으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도는 영리병원 개설을 위해 7번의 양해각서(MOU) 체결 및 사업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녹지국제병원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사례까지 합치면 영리병원 개설을 위해 총 8번 시도한 것이다. 제주도 이외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 ▲부산 ▲대구 등지에서도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운영된 사례는 없다. 지자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개설을 막은 것은 영리병원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에서 개최한 ‘왜 다시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인가?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 의료위기 토론회’에서는 녹지국제병원을 포함한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다방면으로 다뤘다.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태국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태국은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관광을 실시했다. 이후 태국 연 의료비는 10~25% 상승했고 의료에 관한 지역 불균형도 초래됐다. 의료비 10~25% 상승 지역 불균형도 초래 한국과 유사한 의료체계를 가진 일본은 영리병원을 금지하고 공공병원을 비중을 25~30%로 유지하고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미국도 의료체계가 OECD 최하위지만 공공병원 비율은 22%다. 반면 한국은 공공병원이 5%밖에 되지 않고 비영리병원의 수익성 추구도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공공병원이 확보된 미국도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공병원 확보가 부족한 한국에 녹지국제병원이 생기면 문제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변 위원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 폭등, 지역 병원 폐쇄,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는 정부가 추진한다고 밝혔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도화와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민영보험은 미국식 관리 의료형 민간의료보험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에도 개인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화와 환자 정보 공유 등 의료정보화, 건강관리 서비스 등 예방산업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당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 이를 그대로 시행했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 정책을 이어 보험회사 건강관리 서비스 합법화를 추진했고, 보험회사가 병원을 통제해 의료제공자로서 해야 할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변 위원은 “즉각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법을 개정해 우회적 영리병원 도입 및 의료민영화 추진을 막아야 한다. 또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공공의료 및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도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영리병원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들이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수집과 집적화를 쉽게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현재 기업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라이프로그 정보 수준만 접근할 수 있다. 개인의 의학적 과거력과 검사 결과 및 처방 내용은 병원에서 발생하고 축적되는데, 영리병원이 허가되면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데이터를 의료기관 밖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위협받는 국민건강 이 국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자원의 절대 다수를 민간이 공급하고, 영리적 의료행위가 용인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영리병원을 허가하면 국민의 생명이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과도한 의료화로 상업적인 낭비 의료가 증가할 것이고, 국민건강 수준은 향상되지 않는 가운데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이 의료인력으로 대체되면서 환자 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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