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할은 내 것' 스타급 배우 계약의 비밀

“요즘 스타가 옛날 스타인가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까지, 이른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엔터 산업이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는 옛것에만 머물러 있다. 그 가운데 스타급 배우들과 연예 기획사 간의 불균형적인 계약에 상생을 바탕으로 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스타급 배우의 위상은 특별했다. 국내 최고의 창작자들이 손을 내밀고, 바르고 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광고에 출연한다. 배우 한 명이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한다. 

흥행 보증수표
믿고 보는 배우

꼭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라 할 정도의 영향력이 큰 배우가 있다면 이른바 ‘끼워팔기’를 통해 신인배우를 스타급 배우로 키울 기회도 있다. 한 명의 배우를 통해 소속사 스태프들은 각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

배우 한 명으로 유명 배우들을 대거 보유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울 수 있다. 아울러 회사가 커나가는 데 ‘개국공신’과 같은 역할을 한 배우는 프리미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회사의 존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배우에겐 어쩌면 당연한 지급일 수도 있다.

모든 배우를 천편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상황이 다 다르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급 배우는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


소속사는 스타급 배우와 손잡기 위해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 비율도 배우가 9, 소속사가 1이라는 불균형적인 계약을 맺기도 한다. 8:2의 비율로 계약을 맺더라도 식비, 주유비, 헤어·메이크업 스태프 비용 등을 모두 소속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아무리 스타급 배우가 막대한 매출을 올리더라도,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매우 적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명의 배우로 부를 창출하는 상황이면 괜찮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계약을 맺어도 충분히 상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생기면서 과거의 계약 비율은 배우의 배만 불리는 구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점차 배우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작품을 흥행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나 작가 등 창작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흥행에서 참패한다.

스타급 배우가 1년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 100억원 매출에 90억원은 챙긴다”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늘 좋은 건 아니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아무리 뛰어난 배우의 작품도 완성도 면에서 혹평을 받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다.


뛰어난 연출진과 능력 있는 스태프, 거기에 훌륭한 배우들이 모든 에너지를 더할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꼭 좋은 작품이 탄생하리라는 법도 없으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

스타 배우가 작품 초반부 기대심을 갖게 하는 현상은 유지되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유명 배우 소속사의 신인배우를 대거 캐스팅하는 ‘끼워팔기’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어울리지 않은 배우가 맡았을 때는 작품의 질이 떨어져서다. 오히려 신인급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켰다가 작품 전체가 가라앉는 경우도 흔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리 소속사가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끼워팔기’는 하지 않는 추세다. 막무가내로 소속 배우들을 밀어 넣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캐스팅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스타급 배우 한 명이 맞추는 게 불가능한 시대다. 또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구매력이 높은 배우가 아니면 광고 매출을 올리기도 어렵다. ‘천만 연예인 시대’라고 할 만큼 SNS나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유명인이 배출되면서, 배우 개개인의 경쟁력도 예년만 못하다.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줄고

또 하나는 최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하 기업에도 도입돼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이 있다. 먼저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대다수 매니지먼트에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매니저를 늘렸다. 

비교적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회사에서는 매니저를 늘리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영세한 회사의 경우 매니저 한 명을 늘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매니저당 차량이 한 대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 기획사 A 대표는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매니저가 한 명이 붙었다. 때론 매니저 한 명이 배우 두 명의 업무를 맡을 수도 있었다. 배우가 매일 일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최근에는 배우당 매니저가 꼭 한 명이 있어야 한다. 때로 매니저가 부족해 실장급 매니저들이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인원을 늘려서 로테이션을 돌리는 등 인적 구성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이 많은 배우의 경우 온종일 촬영할 때도 있다. 드라마와 광고촬영이 겹쳐 이틀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매니저에게도 같은 시간의 업무를 분담하게 할 수 없다.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니저가 다른 매니저와 교대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매니저 업무가 인수인계가 쉬운 작업도 아니며, 개개인 역량에 따라 업무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직무 특성상 한 사람이 배우가 다니는 현장을 이어 하는 게 효과적이다. 

교대근무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정책을 온전히 지키기란 어렵다. 소속사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매니저의 수를 급격히 늘렸다. 배우가 일이 많은 회사는 방법이 없다. 매니저를 늘려도 모든 배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쉬는 시간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촬영이 없는 날에는 회사에 출근해야 하지만, 늦게까지 촬영한 경우에는 회사 출근도 안 하게 한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깨어있거나
무지하거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니저와 계약할 때 표준 계약서와는 변형된 계약을 맺는다”면서 “하지만 이 계약 내용이 법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매니저가 고용노동부에 문제가 있다고 걸면 걸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형태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각 업계의 환경에 맞는 정책이 세밀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SNS나 유튜브 등 홍보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해당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력도 필요해졌다. 예전만 하더라도 홍보 담당자는 주로 언론을 응대하는 업무만 맡았으며, 회사당 1명에서 많으면 3명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홍보 마케팅 콘텐츠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5명 넘게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득이 되지만, 모든 부담은 소속사가 가져야 한다. 


스타급 배우를 다수 보유한 회사의 대표 A에 따르면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모든 소속 직원이 1:1 비율이었는데, 최근에는 1:2 비율로 바뀌었다. 배우가 25명이면, 예전에는 25명의 직원 필요했다면, 이제는 50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헤어·메이크업을 비롯한 프리랜서 스태프의 비용도 2배 이상 늘었다. 예전에는 1일 출장비가 20만원에서 30만원을 오갔다면, 최근에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 행사 등 업무가 있을 때면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가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이들의 비용이 느는 것은 회사 지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A 대표는 “스타급 배우들이 원하는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는 특히 가격대가 높다. 대부분 5:5로 비용을 나누는데, 그렇게 되면 회사가 더 크게 손해를 본다. 가수들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배우 매니지먼트는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5%도 안 된다”며 “100억원을 벌어도 5억원 남짓 한다. 이 비용은 배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스태프 비용 증가 
“소속사 매출 100억원에, 순이익은 5억원”

이 같은 변화는 배우에게도 충분히 고민해볼 사항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이적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지속해서 고비용을 감당해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며, 소속사 대표를 믿지 못해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도 이미 구조적으로 소속사의 부담하는 비용은 늘고 있어서다.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국 회사와 배우가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B 대표는 “의식이 깨어 있는 배우들은 이미 회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수익 지분을 줄이기도 한다. 각종 스태프 비용을 더 많이 지급하는 데 동의하거나, 회사와의 비율도 비교적 적게 체결한다”면서 “반대로 회사의 비용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욕심을 부리는 배우도 적지 않다. 회사에 일이 생기든 말든 자기가 벌어갈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배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 C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회사에 모든 비용을 부담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비용은 일절 부담하지 않은 채 전담 매니저 연봉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는 중에 그가 1년간 소속사에 지급한 금액은 3000만원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배우 C는 워낙 악명이 높다. 오래된 회사와 결별한 이유도 배우의 욕심 때문이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 배우와는 오랫동안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년전 배우들을 영입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한 회사는 스타급 배우와 9:1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스태프 비용도 최대한 회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놀라워했다.

그렇게 되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최근 환경이 변하면서, 해당 소속사는 매출이 적은 배우들과는 계약을 만료하고, 내부 직원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글로벌한
K-콘텐츠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매니지먼트나 홍보 등 회사 직원들의 업무는 매우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버는 이익에 비해 매우 적은 월급을 가져간다. 서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이번 기회에 배우들도 모색해주길 바란다”며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 업계가 국제적으로 변해가는 만큼, 업계의 구조도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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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