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인들이 본 '대장동 특혜' 책임론

어제의 동지, 그들은 왜 갈라섰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장동 특혜 의혹이 연일 쏟아진다. 여야는 서로 상대방 게이트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중심에 선 인물은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일요시사>는 이 지사의 과거 시절에 연이 맞닿았던 인물들을 만나봤다.

이민석 변호사와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이하 전철협) 중앙회 상임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위해 싸운 인물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장동 게이트’가 이 지사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민석 
이호승

이 변호사는 오랜 기간 이 지사를 ‘저격’해온 인물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이 지사에 대한 의혹을 숱하게 제기해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악연’이 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 변호사가 이 지사를 마주한 것은 2004년 성남시립병원 조례 제정 촉구운동을 할 때다. 성남시립병원 조례 운동은 성남시의회가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이에 반발한 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돼 펼친 운동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립병원 조례 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 중 한 명이었다. 조례 제정 운동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당원 2명이 성남시 관계자들과 충돌이 벌어졌고, 민주노동당 당원 2명이 구속된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구속된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변호를 맡았다. 검찰은 공동대표였던 이 지사도 소환했지만 이 지사가 소환에 여러 차례 불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변호사는 이때부터 이 지사의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봤다고 전했다. 대표로서 성실히 조사를 받고 당원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는데 도망다녔기 때문이라는 것.

이 변호사는 이 지사가 폭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속될만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후 성남시와 합의된 뒤 검찰에 출석해 공용물건손상,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인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동고동락 함께 싸운 사람들의 폭로
“대장동은 시작…명백한 배임 성립”

해당 사건이 발생한 뒤 이 지사는 6년 뒤 2010년 성남시장에 출마했다. 이 변호사가 말하는 이 지사의 기회주의적 면모가 드러난 때는 성남시장을 역임하면서부터다. 과거 철거민 편에서 변호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철거민들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 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적극 지지에 나섰다. 

기대는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2011년 이 지사는 성남시 어린이 벼룩시장 행사에 참석한 적 있는데 철거민과 이 지사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폭행 사건이 불거지자 이 지사는 당시 한 언론과 집단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 지사가 철거민을 순간적으로 폭행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뉴스버스> 측에서 공개한 2011년 한 철거민이 촬영한 영상 속에도 집단폭행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 변호사의 주장처럼 영상 속 이 지사와 몸싸움했던 사람은 철거민 1명뿐이다. 이 지사의 주장과는 대비된 대목이다. 

철거민과의 문제는 대장동 개발이 시작되면서 또 불거진다. 대장동 개발을 통해 민간 개발업체인 화천대유는 배당금과 분양 이익으로만 8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갔다. 

보통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토지 매입과 인허가가 대장동 개발에서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 중 하나다. 더욱이 성남시보다 순위가 낮은 시행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것도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다.

이재명
누구인가?

이에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가능했겠냐는 의혹이 일었다. 최소 10차례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계획 내부 공문에 서명한 사실이 드러나자 개발에 깊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초과이익 발생금액을 예측한 뒤 이 지사에게 초과이익이 발생해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묵살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는 배임이 의심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이 지사는 성남시가 5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환수하면서 성남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고 반박 중이다. 배임 의혹 역시 국정감사에 직접 등판해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변호사의 생각은 다르다. 이 지사의 배임 성립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업무상 배임이라고 보는 이유는 민관개발의 탈을 쓰고 민간 쪽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구속 기소된 인물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핵심 인물 4인방 중 유일하게 구속된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과거 2008년 리모델링 조합장을 맡은 바 있고, 이 지사가 2010년 성남 리모델링연합회가 생기며 등장한 인물이다. 

최종 결재권자가 이 지사인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유 전 본부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별로 없었을 것이고, 앞서 이 지사가 사업계획을 자신이 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책임이 불거지는 셈이다. 

두 친구
확고한 주장

이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지구와 이 지사가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이유다. 

문제는 그뿐만 아니다. 대장동 개발은 사업 초부터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토지수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대장동 개발에서도 철거민과의 마찰이 자주 발생했다. 

성남시의 개발이 한창일 때 철거민과 함께 꾸준히 싸워온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상임대표다. 투쟁 당시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는데 이때 변호를 맡은 인물이 이 지사다. 이 대표는 최근 이 지사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에 이 지사를 고발한 이유에 대해 그는 “검찰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해당 사건은 기초자치단체장 신분이었던 이 지사가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검찰로 이첩됐다. 

이 대표는 꾸준히 철거민들과 함께 싸워왔다. 대장동 개발 때도 개발이 도모된다는 점에서 대장동 원주민들과 함께 투쟁을 준비했다. 원주민들의 피해를 우려해 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5년 성남의뜰이 민관협동 방식의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후 4개월 뒤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다. 당시 이 대표는 ‘암수술’ 환자였다고 한다. 그는 169일 만에 보석으로 나왔다. 2017년 1심 무죄와 2심 무죄, 최종심에서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자신이 구속된 이유에 대해서 대장동 개발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를 구속한 지검은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인데, 당시 북부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은 이창재 전 법무부차관, 검찰총장은 김수남 전 검찰총이었다.

철저한 기회주의자 지적
구속된 합리적 의심 들어 

공교롭게도 두 인물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 대표는 “구속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겹친다는 게 이 대표 주장이다. 

무죄 선고 후 대장동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는 이미 대장동의 토지수용이 대부분 끝났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는 대장동 개발의 문제의 원인으로 민간업체의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원주민의 토지를 낮은 가격에 수용하고, 민간개발 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남긴 것을 잘했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이 지사는 부동산 전문가다. 2000년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특혜와 2002년 파크뷰 특혜분양을 파헤쳤을 만큼 관련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보다 전문가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일정 부분 이 지사에게 책임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그는 이 지사가 현재 납득될만한 해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거듭된 오해의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

또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문제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지점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탓에 이 대표는 앞으로의 개발 상황에 대해 걱정스런 시선을 내비친다. 대장동 개발 문제가 터진 건 시작에 불과해 앞으로 부동산 개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업체
이익 몰랐나

두 인물은 이 지사뿐만 아니라 검찰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역시 “명명백백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며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잘못이 있다면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동규 배임 제외 뇌물죄만 적용, 왜?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은 유 전 본부장에게 703억원 상당의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특히 민간 사업자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도록 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수사해왔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 기소 내용에는 배임죄가 빠졌다.

검찰이 구체적인 배임 액수를 특정하지 못했고, 이후 추가 증거들을 확보한 뒤 배임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배임죄는 윗선 수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