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만 좋은' 또래상담의 한계

3일 교육 받고 남 고민 해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때론 같은 ‘또래끼리’만 통하는 것이 있다. 같은 연령대끼리 고민을 나누며 위안을 얻는다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또래상담은 사회에서 환영받았다. 하지만 전문 상담자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문어발식’ 또래상담자의 확산에 여파는 고스란히 청년들이 받고 있다. 또 다른 고민이 남았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A씨는 현재 또래상담자로 활동 중이다. 그는 올해 초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또래상담소 모집글을 본 후 또래상담자에 지원했다. 학교 캠퍼스 내 상담센터에서 면접이 진행됐고 몇 가지의 질문이 오갔다. 또래상담자의 지원 동기와 상담을 시작하면서 발생할 여러 돌발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문어발식

전문 상담사는 마지막 질문에서 또래상담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A씨는 “또래 친구로서, 같은 나이대의 겪는 어려움을 공감해줄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또래상담은 1994년 이후 문화관광부 산하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후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적용되며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1980년대 초에 동료 상담이라는 명칭으로 몇몇 대학에 도입됐지만 체계적인 활동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2004년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래상담을 제안하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후로 2007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솔리언 또래상담’이라는 명칭으로 브랜드화한 후로 또래상담은 최근까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며 상담자 인력이 부족한 학교 상담 현장으로 확산됐다.

최근 또래상담은 학교 상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법으로 대두됐다. 

실제 2004년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또래상담은 최근까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며 상담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전문 상담자 인력이 충분하지 못한 학교 상담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또래상담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A씨는 총 20명으로 구성된 19기 또래상담자 팀원들과 함께 또래상담을 시작했다. 19기는 동급생부터 선후배,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학번으로 구성돼있었다. A씨는 실제 상담을 진행하기 전 20시간 받아야 하는 상담자 교육이수과정을 3일에 걸쳐 이수했다. 

상담자 교육 이수 과정은 전문 상담자 지도 아래 이뤄졌다. 교육 과정은 상담 과정에서의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안이 주를 이뤘다.

이수 과정을 수료한 후 상담사 수료증을 받아든 A씨는 하루라도 빨리 힘든 학생들을 찾아 상담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SNS 계정에 “힘들고 고민이 있는 학우 분들은 저에게 상담을 받아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인력난 해소 무조건 늘리기에 급급
“내담 스트레스 풀데 없어요” 토로

A씨는 상담자가 된 후 상담받는 사람을 일컫는 ‘내담자’를 배정받아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을 진행하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점차 상담이 진행될수록 힘들어진 A씨는 며칠 전 동료 또래상담자 간 모임에서 여러 고민을 토로했다.

동료 또래상담자들도 “힘들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이들이 단기간의 전문성 없는 또래상담자 양성 프로그램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래상담 양성교육 프로그램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시간은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통상 20시간을 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이뤄진 교육 시간과 커리큘럼은 상담 경험이 전무한 또래상담자들에게 충분하지 않다.

전문가들 역시 또래상담자 양성 시 심화 교육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래상담을 활용 중인 한 전문 상담자는 “또래상담자를 양성할 때 우선적으로 또래상담이 학교 내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심화 교육 과정을 통한 전문성 등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2001년 기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또래상담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교는 전국 348개로 집계됐다. 이들은 성공적인 또래상담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충분한 또래상담자의 교육훈련, 체계적인 또래상담반 조직과 운영, 학교장의 지원 등을 꼽았다. 

안현진 마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상담복지센터) 센터장은 “또래상담 동아리원들의 상담자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래 청소년들에게 정서적 지지자로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했다, 밖에서 만나고 싶다”
깊은 관계 원해 곤란한 상황도

또래상담자들은 ‘또래’라서 불편한 점도 있다고 토로한다. 또래상담자 B씨는 며칠 전 학교 캠퍼스를 지나가다 자신이 상담 했던 내담자 C씨를 만났다. C씨는 평소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교우 문제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며 또래상담을 받아왔다.

최근 C씨는 B씨에게 “사적으로 만나고 싶다” “다정한 모습에 반했다” 등의 연락을 받고 상담을 중단했다. 이처럼 내담자가 상담자와의 깊은 관계를 원하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면 전문 상담사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지침이다.

하지만 B씨는 “상담사 자격을 얻었는데 전문 상담사 선생님께 연락할 수 없었다”며 “한동안 캠퍼스에서 마주칠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또래상담자에 대한 안전장치는 상담센터에서 내담자의 상담 횟수를 제한하는 것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내담자당 상담 1회 때 50분의 상담시간을 갖게 되며, 최대 6회, 그 이상의 만남은 지속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따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전화가 오는 등 지속적인 연락으로 불편했다는 또래상담자들에게 실질적인 안전장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전문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16년 전국 대학 학생 생활 상담센터협의회가 115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대학상담센터의 전임 직원의 숫자는 3~4명(35.7%)이 가장 많은 인원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학교가 전임 상담교수와 전임 연구원, 상담원을 단 한 명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흡한 조치

김계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또래상담반 운영을 위해서는 적어도 그 학교에서 4년 이상 운영돼야 하며 수년간 또래상담이 지속되는 경우를 기준으로 담당교사는 또래상담 전문 훈련을 받은 또래상담지도자여야 한다”며 “또래상담 전문 훈련을 받은 또래상담지도자여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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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