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③부산 기장군 이터널저니

나만의 취향을 찾아 떠나는 책 여행

부산 기장군에 조성된 휴양 단지 아난티코브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아난티힐튼호텔과 더불어 카페, 레스토랑, 스파 등으로 구성된 아난티타운 중심에 자리한 ‘이터널저니(Eternal Journey)’는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 아니라 책과 함께 쉬어 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더불어 책으로 누리는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벗하며 색다른 책 여행을 떠나보자.

이터널저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른 키만 한 책과 마주한다. 펼쳐진 페이지 사이에 서 있으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그 너머로 잘 정돈된 서가와 카페, 전시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다. 서가는 중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마치 누군가의 서재에 초대받은 듯 설렘과 기대감으로 들뜬다.

고급스런 분위기

무엇보다 책을 진열한 방식이 눈길을 끈다. 대다수 서점이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가 아니면 책등이 보이게 꽂는데, 이터널저니는 모든 책을 표지가 보이도록 놓았다. 책장마다 알록달록한 표지가 가득하니 책을 고르는 마음이 환해진다. 빽빽이 꽂힌 책을 일일이 꺼내지 않아도 자신이 선호하는 책을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책이 한눈에 담기니 평소 관심 두지 않던 분야에도 흥미가 생긴다. 1855㎡ 규모인 이곳에는 2만권 남짓한 책이 있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서점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수량이지만, 진열된 책의 밀도가 낮아 책에 집중하기 쉽고 서가가 훨씬 여유 있어 보인다.

이터널저니는 150개가 넘는 책장 가운데 신간 코너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베스트셀러와 신간 도서의 비중이 작다. 대형 서점이 으레 갖춘 도서 검색대는 물론, 자기 계발서와 전문 도서가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대신 환경과 바다, 인물 등 다양한 주제로 서가를 꾸며 관심사나 취향에 따라 책을 골라 보기 좋다. 인물을 주제로 한 경우, 작가의 작품과 그에 연관된 책을 모아 작품 세계와 삶을 일목요연하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배려했다.

갖가지 주제로 채운 서가를 따라가다 보면 오랫동안 잊고 있었거나 자신도 모르던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매개로 자신을 재발견하는 것, 이터널저니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다. 서가는 보통 3~6  개월 단위로 주제를 바꿔 진열해, 신선한 제철 과일을 맛보듯 시즌이나 계절에 따라 새로운 책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가 사이에는 책을 고르는 것과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진열대가 있다. 아기자기한 문구나 생활 소품, 다양한 제품이 자꾸 지갑을 만지작거리게 한다. 서점 한쪽에는 때마다 작은 전시가 열리고,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책과 함께 쉬어 가는 즐거움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키즈 존은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어린이 책은 물론 장난감과 소품을 함께 배치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터치스크린으로 책을 직접 고르고 보는 재미를 느끼도록 돕는 서비스도 있다. 때때로 재미난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니, 아이들과 여행한다면 방문 전에 문의하자.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내 서재에서 책을 읽는 듯한 편안함이다. 책으로 둘러싸인 푹신한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한 독서 시간을 갖기 좋다. 책을 읽다가 출출하면 서점 안 카페에서 간단히 빵과 음료를 주문하면 된다. 책과 소소한 전시를 즐기고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벗어난 쉼을 누리는 것이 이터널저니의 장점이다.

서점을 나서면 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너른 잔디밭과 새파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책 속으로 떠난 여행이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할 수 있게 잇는다. 독서의 계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터널저니는 최고 여행지다. 혹여 책에 관심이 없어도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내면에 있던 자신의 취향을 새롭게 발견할지 모른다. 이터널저니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 주말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다.

바닷가 암반 위에 세운 해동용궁사가 이터널저니와 가깝다. 대다수 사찰이 울창한 숲이나 산속에 자리해 고즈넉한 것과 달리, 이곳은 사방에 짙푸른 바다가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인다. 경내로 이어진 108개 계단을 내려가면 나지막이 경전 읽는 소리가 들려오고, 파도가 끊임없이 철썩대며 장단을 맞춘다. 국내 3대 관음 성지 가운데 하나로, 정성을 다하면 무슨 소원이든 하나는 꼭 이뤄준다는 전설이 깃들었다. 평소 마음에 품은 소원이 있다면 간절한 바람을 담아 기도해보자.

작은 어촌 죽성리에는 일명 ‘죽성성당’이라 불리는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SBS 드라마 〈드림〉을 촬영한 곳으로, 청량한 바다와 이국적인 성당 건물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드라마가 방영한 지 10  년이 훌쩍 넘었지만, 죽성드림세트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선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해동용궁사

용소웰빙공원도 사진 촬영 명소다. 고속도로가 바라보이는 공원에는 아담한 용소골저수지와 숲속 오솔길, 출렁다리 등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공원 둘레를 따라 조성된 덱 탐방로를 따라 산책해보자. 탐방로 끝에 이르면 저수지를 가로지른 출렁다리가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늦은 오후 햇살이 길게 이어지며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 길을 따라 가을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이터널저니→해동용궁사→죽성드림세트장→용소웰빙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이터널저니→해동용궁사→대변항→죽성드림세트장
둘째 날: 용소웰빙공원→일광해수욕장→아홉산숲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기장군청 문화관광 www.gijang.go.kr/tour/index.gijang
- 이터널저니 ananti.kr/kr/cove/eternal_list.asp
- 해동용궁사 www.yongkungsa.or.kr

문의 전화
- 기장군청 문화관광과 051)709-4000
- 이터널저니 051)604-7222
- 해동용궁사 051)722-7744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28회(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교대역, 동해선 환승, 오시리아역 하차, 이터널저니까지 택시 이용(약 2.7㎞).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교통공사 1544-5005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하루 50~60회(05:15~22:51)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교대역, 동해선 환승, 오시리아역 하차, 이터널저니까지 택시 이용(약 2.7㎞).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부산교통공사 1544-5005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 동부산 IC→동부산·오시리아관광단지 방면 오른쪽 출구→2㎞ 이동, 교차로에서 대변항 방면 좌회전→1.2㎞ 이동, 아난티힐튼호텔 방면 우회전→350m 이동, 이터널저니

숙박 정보
- 아난티힐튼호텔: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509-1114
- 베스트루이스해밀턴호텔 기장점: 기장읍 반송로, 1588-0128
- 타이드어웨이풀빌라: 기장읍 기장해안로, 0507-1354-6443
- 일광라고마르펜션: 일광면 학리길, 051)723-0848

식당 정보
- 더이스트인부산(대게 요리):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2-2000
- 다모임(뷔페): 기장읍 기장해안로(아난티힐튼호텔 내), 051)509-1361
- 이화장횟집(멸치회·생선회):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3-1819

주변 볼거리
곰내연밭, 사라수변공원, 송정해수욕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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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