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①안동 가일서가

책과 한옥이 만드는 아름다운 날들

평소 마음에 둔 책 한 권 들고 대청마루에 앉는다. 살랑거리는 가을바람 벗 삼아 책장을 넘긴다. 잠시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한옥 마당을 내다보고, 마당 위로 열린 하늘도 바라본다. 그러다 깜빡 졸아도 좋다. 앉아 있기 싫으면 스르르 마루에 누워도 괜찮다. 이런 가을날의 호사를 누리러 안동 ‘가일서가’에 갔다.

가일서가는 안동 권씨 집성촌 가일마을에 있는 한옥 책방이다. 아름다울 가(佳)에 날 일(日)을 쓰는 마을 이름은 ‘따사롭고 아름다운 햇빛이 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가일의 사전적 의미는 ‘날씨나 일진 따위가 좋은 날’이다. 이래저래 기분 좋은 마을 이름을 따 책방도 가일서가라 했다.

문화 공간

좁은 마을 길 끝자락에 고풍스러운 한옥 두 채가 나란히 서 있다. 경북 안동시 문화유산 노동서사와 노동재사다. 노동서사는 1770년에 조선 후기 학자 권구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이고, 노동재사는 유생들이 숙소로 쓰던 건물이다. 1919년에는 가일마을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권오설이 이곳에 원흥학술강습소를 열고 교육 활동을 펼쳤다.

그 뒤 100년이 흐른 2019년, 가일서가가 문을 열었다. 책방지기 부부는 팍팍한 도시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바람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안동에 내려와 빈 한옥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노동재사를 만났고 ‘바로 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문중 어르신의 허락을 받고 노동재사에 작은 책방을 열기로 했다.

부부는 한동안 비어 있던 노동재사를 직접 보수했다. 우선 ‘ㅁ 자형’ 집에서 대청마루와 이어진 큰방을 책방으로 정했다. 천장에 덧씌워 있던 패널을 모두 떼어 서까래가 보이는 원래 한옥 상태로 되돌리고, 나무로 서가를 짜 넣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대청마루는 광나게 닦고 또 닦아 지금은 책방의 자랑이 됐다. 대청마루에서 보이는 네모난 마당에는 커다란 돌을 가져다 깔았다. 가치 있는 노동 끝에 노동재사가 가일서가로 다시 태어났다.


인터넷 서점에서 편하게 책을 사는 세상에 굳이 시골 책방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터넷 서점이 결코 주지 못하는 특별한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일서가에는 책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책방지기 부부가 마음을 담아 고른 책이다. 오래 두고 읽어도 좋은 책,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위주로 선정한다. 책에는 책방지기가 감상과 소개가 자필로 적혀 있다. 짧은 글이지만 책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책방지기와 방문객이 교감한다. 작은 책방이 주는 특별함이다.

안동 가일마을에 있는 한옥 책방
가을바람 벗 삼아 넘기는 책장

가일서가는 지역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공간을 꿈꾼다. 뜻 맞는 사람들과 전시회, 토크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6월에는 안동 대표 로스터리 카페 ‘396커피컴퍼니’와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외양간을 개조해 커피 내리는 아담한 공간으로 삼았다. 지금도 주말이면 커피를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이곳에서 396커피컴퍼니의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보는 커피 내리는 모습이 운치 있다. 

지역 아이들과 함께하는 글쓰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의 글을 모아 <나를 쓰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향후 꾸준히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가일서가에서 준비한 질문지를 뽑아 자기 생각을 담은 책을 엮어본다. 대청마루에 앉아 에코백도 만들 수 있다. 가일서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는 수~금요일은 예약제, 토·일요일은 자유롭게 방문 가능하다(월·화요일 휴무).

가일서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한옥 건축물이 있다. 보물로 지정된 안동 체화정은 뒤에 산이, 앞에 연지가 펼쳐져 한 폭의 한국화를 완성한다. 1761년 이민적이 세운 곳으로, 형과 함께 머물며 형제애를 돈독히 했다고 알려진다. 체화라는 이름도 형제의 두터운 우애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체화정 앞 연지에는 신선 사상과 음양론 등을 반영한 인공 섬이 세 개 있는데, 이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한다. 연못을 따라 찬찬히 산책하기 좋다. 정자 옆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울 때 최고 절경을 자랑한다. 

풍산 류씨가 대를 이어 살아온 집성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한국의 역사마을’로 등재된 하회마을도 방문해보자. 골목을 따라 기와집과 초가집이 이어진다. 양진당, 충효당, 옥연정사, 염행당 고택, 양오당 고택 등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이 많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조선 시대에 맞은편 부용대의 거친 기운을 완화하기 위해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어 조성했다는 만송정 숲(천연기념물)도 놓치지 말자.


하회마을

낙동강변에 조성한 마애솔숲공원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수려하다. 강변을 따라 걷다가 벤치나 정자에 앉아 호젓하게 쉬기 좋다. 공원을 조성할 때 구석기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돼 마애선사유적전시관을 건립했다. 전시관에서 발굴 유물과 구석기시대 문화상을 살펴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하회마을→가일서가→체화정→마애솔숲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하회마을→가일서가→체화정→마애솔숲공원 
둘째 날: 영호루→안동찜닭골목→신세동벽화마을→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가일서가 www.instagram.com/gail_bookshelf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안동하회마을 www.hahoe.or.kr
- 마애선사유적전시관(안동시시설관리공단) www.andongsisul.or.kr:452/coding/sub4/sub6.asp

문의 전화
- 가일서가 010-6713-6722
- 안동관광 054)840-3433
- 안동하회마을 054)852-3588
- 마애선사유적전시관 054)850-4615 

문의 전화
[버스] 서울-경북도청,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6:40~19: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회(07:00, 12:20, 18:2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경북도청시외버스 정류장에서 976-2번 일반버스 이용, 가곡리 정류장 하차, 가일서가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안동시버스정보시스템 www.kobus.c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서안동톨게이트→예천·경북도청 방면 좌회전→경서로→하회마을·경북도청 방면 오른쪽→도청대로→지하차도 오른쪽 옆길→신도시교차로에서 하회마을·병산서원 방면 좌회전→가곡로→가일선원길 방면 좌회전→노동길 방면 좌회전→가일서가

숙박 정보
- 락고재 안동하회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풍천면 하회강변길, 054)857-3410 
- 죽헌고택(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후면 태장죽헌길, 010-5217-2174 
- 케이스호텔 안동점(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강남2길, 054)857-0007

식당 정보
- 풍전(풍전프렌치브런치): 풍산읍 안교1길, 054)858-4036
- 황소곳간(불고기전골): 풍산읍 풍산태사로, 054)843-1002
- 탈빙고(빙수): 풍천면 전서로(하회세계탈박물관 1층), 010-8582-2938 

주변 볼거리
안동 병산서원, 하회세계탈박물관, 안동 봉정사,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