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사' <전국노래자랑> 송해 후임 하마평

전설의 자리 누가 물려받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일요일 정오가 되면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경쾌한 BGM이 들려왔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 어김없이 찾아왔던 주말의 풍경이다. KBS1 <전국노래자랑>의 정겨운 멜로디는 노곤한 몸조차도 일깨우는 묘한 자극이 있다. 조부모와 함께 산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일요일 낮 12시 채널은 무조건 KBS1에 고정된다. 이 시대 어른들에겐 놓칠 수 없는 추억이자 라이브 노래방이다. 그 중심에 무려 32년간 무대를 이끈 95세 송해가 있다.

1927년생,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방송인 송해를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만나면, 호칭은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다. 여드름이 봉긋봉긋 솟아있는 10대 여중·여고생조차 증조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 가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오빠보다 빈도수가 적다. 

1988년
전설의 서막

누구 앞에서도 강력한 친화력으로 쉽게 마음을 여는 송해의 포용력이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가히 ‘국민 오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존재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해 올해 방송 경력 68년 차에 접어든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의 인연은 1988년도로 올라간다. 1987년 사고로 아들을 잃고 마음 앓이를 심하게 하던 차에, 그의 아픔을 알고 있던 한 PD가 “전국을 유람하면서 아픔을 치유하자”며 송해를 <전국노래자랑>의 MC로 이끌었다. 

송해는 힘겨운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배려한 PD의 말에 감동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전설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1988년 5월부터 MC를 맡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다섯 번째 MC로 발탁돼 전국의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한 회당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는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개개인의 색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송해였다. 출연자들은 송해에 기대 자신이 가진 흥과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본적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얼굴을 내비쳤다. 한이 서린 트로트는 물론 칼군무를 맞춘 10대도 있었고, ‘쿵따리 샤바라’ ‘잘못된 만남’과 같은 빠른 노래의 랩을 멋지게 구사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때론 감동을 주다 못해 가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도모한 이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어장인’으로 불리는 가수 이정권이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에서 강산에의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들처럼’을 완벽히 부르며 ‘연어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이후 JTBC <팬텀싱어3>와 <싱어게인>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무려 32년’ 행복 준 송해의 인생
그의 생각은? “후임 MC는 ○○○”

이외에 노래 실력은 아쉽지만, 누구보다도 재밌는 입담으로 현장을 시트콤처럼 만들어내는 출연자도 있었다. 송해의 기막힌 진행과 출연자의 인생이 녹아든 입담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젊은 세대마저도 흡수하는 코믹한 장면이 적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전국노래자랑>만 검색해도 눈을 사로잡는 명장면이 다수 올라와 있다.

노래는 뒷전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특산물을 들고나와 송해의 입에 쑤셔 넣다시피 하는 이도 많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특산물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알려졌다. 그중 벌을 온몸에 휘두르고 등장한 출연자는 또 다른 전설로 회자된다.


이러한 다양한 군상과 기분 좋게 호흡을 맞추며 ‘무대 위의 서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송해다. 세대와 이념, 남녀, 지역 간의 갈등이 깊은 한국 사회지만,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동일한 흥을 내비친다. 송해의 포용력이 만들어내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1994년 5월까지 6년 동안 MC를 맡은 송해는 잠시 김선동 아나운서에게 <전국노래자랑> 터줏대감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불과 7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되찾는다. 후임 MC가 송해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송해는 26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으로서 일요일 낮을 책임졌다.

일요일
안주인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전국노래자랑>은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지난해부터 방송을 중단 중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호흡하는 <전국노래자랑>의 공간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송해가 방송에 나왔다.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을 통해서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송해 1927>이 국내 영화제에 초청된 자리에서 잠시 시간을 내 근황을 들어본 것이다. 7kg가량 감량했다는 송해는 다소 낯선 이미지였다.

포털사이트에 이름만 올라와도 대중은 ‘혹시나 큰일이 생긴 것 아닐까’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고령인 터라, 살이 빠진 모습조차 생경한 느낌이 든다. 비록 외형은 생소했지만, 타인을 존중하며 인간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그는 그대로였다.

이날 화제가 된 부분은 후임 MC를 거론한 대목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KBS 아나운서 출신인 이상벽에게 후임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말뿐일 뿐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던 것 속내가 슬며시 드러냈다.

여전히 건강이 정정해 방송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후임 MC가 거론되자 팬들은 재미 삼아 여러 인물을 내놓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기분 좋게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노래자랑>이 끼 있는 일반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다 보니 MC는 친화력이 좋으며, 음악적인 끼와 재능이 다분하고 순간적인 센스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결점이 있으면, 프로그램의 맛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워낙 탄탄한 선배가 있었다 보니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인지 이미 국내에서 재능이 검증된 톱 MC들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이다. 송해는 2010년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해 이수근을 차기 MC로 거론한 적이 있다. 짜고 칠 수 없는 출연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잦은 이 프로그램을 재치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인물로 이수근을 꼽은 것. 

적합한
인재는?


방송계의 레전드나 다름없는 이수근은 진행은 물론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이해가 높은 개그맨이다. KBS2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를 진행하며, 국내 수많은 음악을 섭렵했고, 순발력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당시 이수근은 “송해 선생님을 잇기 위해 이름도 ‘이해’로 미리 지어놨다”고 말해 웃음을 일으킨 적 있다. 아울러 본성이 매우 선하다는 점과 어른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호감을 얻고 있다.

트로트의 전설인 장윤정도 <전국노래자랑>과 제법 잘 어울리는 가수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다. 엄청난 행사 활동을 통해 팬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것이 훈련된 가수다. 

<전국노래자랑>이 콘서트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콘서트 경험이 많은 장윤정에게는 매우 익숙한 환경일 수 있다. SBS <도전천곡>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인지도나 정통성 면에서 가장 적합하다.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한 포맷인 SBS <스타킹>을 흥행으로 이끈 강호동도 빠질 수 없다. 흥이 넘치는 <전국노래자랑>에 강호동의 에너지는 필수 조건에 가깝다. 기합 한 번만 넣어도 분위기가 확 바뀌는 그의 에너지는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준다.

또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예능인인 데다, 누구를 만나도 쉽게 대화를 끌어내는 친화력 또한 그가 가진 장점이다. 네임 브랜드가 강력한 MC라는 점에서 <전국노래자랑>이 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누가 좋을까?
김성주, 김신영, 붐…잘 어울릴 이미지

‘오디션 장인’이라고 불리는 김성주도 <전국노래자랑> 후임 MC에 언급되는 방송인이다. M.net <슈퍼스타K>와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MBC <복면가왕>의 전문 MC인 그에게 <전국노래자랑>의 포맷은 매우 친숙하다. 

깔끔한 진행은 물론 돌발상황을 완벽하게 처리한 경험도 있어, 대중이 신뢰하는 MC다. 다만 유머 코드에 있어서는 비교적 화력이 약한 면이 있다. 다양한 출연자의 독특한 행동에 웃음을 끌어내는 진행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럼에도 매우 유력한 인물이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전국노래자랑>과 잘 어울린다. 국내 연예인 중 흥이 넘치는 스타로 이수근에 버금가는 순간 센스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개인기도 상당하며, 콩트 능력도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라디오 DJ로서 활약하며, 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오디션 진행 경험이 없음에도, 누구와 만나도 쉽게 다양한 웃음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전국노래자랑>의 후임 MC가 붐이 된다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색감은 훨씬 더 젊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에 민감한 붐이 MC가 된다면, 과거의 추억을 즐기는 어른들조차도 젊은 세대의 감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 등에 출연하며 나이가 많은 세대에 이미 친숙할 뿐 아니라, 그들을 상대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낸 바 있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보다 단독 MC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특히 능력을 발휘하는 붐이야말로 <전국노래자랑>과 가장 알맞은 방송인일 수 있다.

이수근부터 시작해 붐까지,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해서 거론되더라도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은 송해다. 아무리 진행이 뛰어나고 감각적인 입담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디 오리지널’인 송해의 업적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다시 돌아와 
신나는 무대를

코로나 확진자가 일일 2000명을 넘나들고 있어 <전국노래자랑>의 흥겨운 무대를 다시 만날 날을 쉽게 기약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 신나는 춤사위와 웃음을 들려주길 고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다시 그의 밝은 미소를 볼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희망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해 1927>은 어떤 영화?
무대 뒤 국민MC의 진짜 얼굴

송해의 95년 인생에 담긴 희로애락을 그린 영화 <송해 1927>이 오는 11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송해 1927>은 한평생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송해의 무대 뒤 진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의 무대 아래 숨겨진 라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는다.

이 영화는 <마담 B> <뷰티풀 데이즈> <파이터>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인물을 깊이 있게 조명한 윤재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약 33년간 KBS1 <전국노래자랑> MC를 통해 온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MC’인 시대의 아이콘이 된 송해를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모습과 가슴 아픈 가족사 등 지금껏 공개된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진솔한 송해와 가슴 아픈 가족사
각종 영화제 초청, 뜨거운 반응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송해 1927>은 이후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12일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티저 포스터는 송해의 유쾌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병뚜껑을 눈에 붙이고, 벨트를 색소폰처럼 입에 문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 위 언제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국민들의 말 상대가 됐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송해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송해 1927>은 오는 11월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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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