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대선판 뒤흔든 출구 없는 블랙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야권 대선 지지율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린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해당 의혹은 대선판을 뒤흔들 만큼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검찰개혁 목소리가 높아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을 보였다.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함이다. 작성된 고발장은 실명이 다 드러난 채 유출돼 어딘가로 전달됐다. 

누가 유출?
보이는 경로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온라인 매체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시절 의혹을 제기한 인물을 고발하도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고발 대상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MBC 기자 등 성명 불상자를 포함한 11명이다. 고발장 속 피해 대상은 윤 전 총장 본인, 아내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이다. 

당시 여권 인사와 후보들은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윤석열 심판을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은 윤석열 수호로 맞섰다.
이에 따라 손준성(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검사가 고발장을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건네 고발하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사정보정책관은 총장의 비서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참모로 분류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고발장은 열린민주당 최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쓰인 4월8일 고발장이다. 

고발장이 작성된 4개월 뒤 그해 8월 미래통합당이 최 대표를 고발했다. 현재 지난해 4월8일 고발장과 8월에 작성된 고발장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고발장은 현직 판사와 검사만 볼 수 있는 실명 판결문까지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현재 김 의원은 SNS 캡쳐 화면 등 100건이 넘는 자료를 전달받아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텔레그램 속 대화 내용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가장 큰 핵심 관건은 윤 전 총장의 개입이다. 해당 의혹은 검찰개혁과 검찰총장 간의 대립 속에서 윤 전 총장이 직접 고발할 경우 보복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던 사안으로 풀이된다.

당사자들 전부 의혹 전면 부인
정치권 강타한 메가톤급 타격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고발을 직접 사주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전 총장에게는 대선주자로서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손 검사가 고발장을 직접 작성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해당 고발장의 고발인이 비워져 있어서다. 이 의혹도 사실로 확인되면 검찰이 정치보복을 위해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게 사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혹이 불거지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대검찰청에는 제보자에 의해 공익신고서도 제출됐다. 

또 대검 감찰부는 당시 손 검사가 사용했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컴퓨터에 고발장 관련 파일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대검은 강제수사 전환을 전제로 연구관을 대폭 증원할 예정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관련 의혹들을 일괄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자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검토 중이다. 전날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 점을 미루어 보아 수사 착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됐다고 여겨진 인물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자료를 김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횡설수설
오락가락

그러나 손 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에 등장하는 이름 등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손 검사의 개입 여부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손 검사가 부인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총선 선거운동에 집중하느라 자신에게 제보되는 많은 자료에 대해 검토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뉴스버스> 기사에 나온 화면 캡처 자료에 의하면 제가 손 검사에게 파일을 받아 당에 전달한 내용으로 나와 있다”며 “정황상 제가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했을 수 있지만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명의를 차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맹탕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고발 사주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김 의원이 구체적인 진위에 대해 말이 바뀌고,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사실상 의혹만 더 키워서다. 

김 의원은 최초 보도 전날인 지난 1일 <뉴스버스>와의 통화에서 최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과거와는 다른 해명이었다. 

개입 의혹을 받는 윤 전 총장도 해명에 나섰다. 그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출처가 없으면 괴문서”라며 “누가 작성했는지 나와야 증명이 된다. 이는 정치공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제보자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대검에 고발하라고 한 게 사실이라면 제보자가 근거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켜?
말아?

윤 전 총장은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 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제보자로 지목된 인물은 조모씨다.

조씨가 제보자로 의심받은 이유는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지낸 이력과 김 의원과 함께 ‘N번방 사건 TF(태스크 포스) 대책위’를 함께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성 공격이 잇따르자 조씨는 자신은 제보자가 아니라고 입장문을 내놓으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연일 제보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자 결국 지난 9일 자신이 공익제보자라고 밝힌 인물이 JTBC와 가진 인터뷰서 “김 의원에게 자료를 받은 사실을 제보했을 뿐 정치공작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김 의원에게 당시 자료를 받은 것은 맞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고발 사주 의혹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여당은 당 지도부를 포함해 대선후보들까지 나서 총공세를 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김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만 반복하는 맹탕 기자회견을 했고 윤 전 총장은 난폭 기자회견을 했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정치공작을 누가 했다는 것인지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며 “국민의힘 의원이 전달한 것 같은데, 정치공작을 국민의힘이 했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야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야당은 대검이 김 의원 기자회견 직전 언론에 고발 사주 의혹을 제공한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지정한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형적인 정치공작 프레임?
핵심은 윤석열 개입 여부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건넨 인사를 대검이 전광석화로 공익신고자로 만들었다”며 “며칠 만에 초특급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자칫 당이 당할 수도 있는데, 당이 특정 후보를 위해 나서는 것은 난센스”라며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당의 파상공세에 정치공작 프레임이라고 규정해 맞불을 놓고 있다. 당내에서는 윤 전 총장을 보호하려다 당이 함께 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일단은 윤 전 총장 엄호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진상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공명선거추진단을 운영하기로 의결했다”며 “단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뒤 하루 만에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보폭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윤석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논란에 비해 현재 사안이 검찰의 정치공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 때문이다.

핵심은
개입 여부

아직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손 검사 혼자서 했을 리가 없다”며 “총장 부부의 일과 아내의 경제활동까지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법리검토까지 한 뒤 고소장에 담는 행동은(윤 전 총장에게) 확인 없이 고소장 형식으로 외부에 보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제보자 쪽으로 시선이 쏠리며 핵심 본질이 흐려졌다”며 “중요한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의 이상한 언론관

고발 사주 의혹과 더불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을 하려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내 대선주자들도 윤 전 총장 비판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마이너 언론은 마치 공신력 없는 것 같이 표현한 것 자체가 굉장히 비뚤어진 언론관”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특권의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을 할 거면 처음부터 메이저(언론)로 치고 들어가지 왜 인터넷 매체를 동원해서 정치공작을 하냐고 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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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