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내 땅에 모르는 산소가?' 2021 분묘 분쟁 천태만상

조상님 앞에 두고 멱살잡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우리나라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분묘’를 만들어 땅에 매장했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진 관습이자 전통이다. 과거와 다르게 최근 화장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탓에 땅 주인과 분묘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벌초를 하며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춘다. A씨도 추석 전 벌초를 하려고 고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게 어렵게 되자 일부만 모여 벌초라도 하자는 마음에 아버지를 모신 분묘에 방문한 것이다.

전통이냐 
재산이냐

아버지를 모신 선산에는 여전히 녹음이 우거졌다. 바쁜 생활로 자주 오지 못한 탓에 아버지의 묘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A씨는 자녀와 함께 묘의 풀을 베어내고, 근처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낯선 사람이 A씨에게 찾아와 말을 걸었다. A씨에게 찾아온 사람은 얼마 전 아버지 묘가 있는 토지를 구입한 새로운 소유자였다. 소유자는 A씨에게 토지 주인이 바뀌었으니 이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조상들을 모신 곳이라 이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유자는 이장이 불가하면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전 까지 그런 경우가 없다며 소유자와 말다툼을 벌였다. 


2019년 제주도에서는 세입자와 벌초를 하려고 찾아온 가족에게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 당일 B씨와 가족은 고조할머니 산소를 벌초하기 위해 세입자의 집 인근을 찾았다. 당시 고조할머니의 산소는 세입자의 집 옆에 마련됐다.

B씨의 고조할머니 묘는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B씨 가족에 따르면 세입자는 B씨 고조할머니 산소를 무연고 산소로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세입자는 B씨 가족이 1년 전 벌초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입자는 신고 뒤 나무를 잘라 고조할머니 산소가 보이지 않도록 덮어놨다.

B씨 아버지는 산소의 모습을 보고 세입자에게 따졌다. 이에 세입자 B씨 아버지와 세입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B씨 가족은 산소에 쌓인 나무를 치우겠다며 트럭을 몰고, 집 안마당까지 들어와 주차 시비로도 이어졌다. 격분한 세입자는 창고에서 ‘전기톱’을 들고 와 B씨에게 휘둘렀다. 

B씨는 전기톱을 든 세입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톱은 B씨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 결과 B씨의 오른쪽 다리의 신경과 근육이 절단돼 전치 20주의 부상을 입었다.

분묘를 둘러싼 갈등은 또 있다. C씨는 2014년 본인이 소유했던 땅에 조상 분묘를 한 관리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했다. 당시 C씨는 경매를 통해 토지를 샀다. 하지만 해당 토지에는 관리자의 조부와 부친 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남 땅에 조상묘’ 분묘기지권 갈등 빈번
“돈 내” “못 내”…대법 “사용료 내야”

C씨는 자신이 토지의 소유권을 갖게 돼 관리인이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자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분묘를 관리해 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선 사례들의 공통적인 갈등 원인은 ‘분묘기지권’에 있다. 분묘기지권이란 묘지를 보호,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 위에 묘를 설치하는 게 가능한 관습법상 권리다. 

우리나라는 과거 부모가 사망해도 자신이 소요한 토지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소유한 토지에 묘를 설치하곤 했다. 이 때문에 조상을 섬기는 한국인의 관습이 인정돼 생긴 권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토지 소유자가 바뀌어도 분묘를 개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사실상 지상권(남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유사한 물권인 셈이다. 몇 가지 요건만 충족된다면 타인의 토지에 분묘가 존재해도 개장할 필요가 없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묘를 설치한 사람과 약속을 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경우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마찰 등이 없이 점유한 경우와 같은 조건이 충족할 때 발휘된다.

다만 분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부에 실제로 시신이 안장돼있어야 한다. 만일 시신이 안장돼있는 경우라도 분묘라는 게 인식되지 않으면 분묘기지권 획득이 불가하다. 이에 새로운 분묘 설치, 합장 등을 할 수 없다.  

분묘의 존속 기간은 토지 소유자와 분묘 설치자 사이의 약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자가 분묘를 관리하는 기간 동안 해당 권리가 유지된다. 

바뀐 판례 
어떻게?

이 같은 이유로 분묘의 처분은 쉽지 않다. 토지 소유자는 분묘 개장(이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전 분묘 설치자나 권리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무연고 분묘로 분류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소 3개월 전 2개 이상의 일간 신문(중앙 일간 신문 하나 이상 포함)에 공고를 내야 한다. 

비슷한 방법으로는 관할시·도 등의 홈페이지와 일간 신문 1개에 공고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공고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토지 소유자는 분묘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장한 뒤 유골을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또 이런 사실을 관할 시청 등에 통보해야 한다.


이런 탓에 토지 소유자와 분묘 권리자 사이에 분쟁이 심화되자 법적인 장치가 마련됐다.  2001년 1월13일 이후 설치된 분묘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 시행됐다. 장사법은 신설된 묘지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골자다.

장사법이 시행됐음에도 문제가 되는 점은 그 이전에 설치된 분묘다. 소유자의 토지에서 2001년 이전 설치된 남의 분묘를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생겨서다. 이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은 분묘 시효 완성 전 분묘의 권리자를 찾아 시효를 중단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분묘 권리자들이 토지 소유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대법원에서도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끊이지 않자 관습법인 분묘기지권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절차적 측면에서는 관습법이 헌법소원이 가능한지 여부와 내용적 측면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헌법재판소는 법률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 아니라 법률 효력을 가진 조약 등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알아서∼ 
대책 없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 관습법도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분묘기지권이 조상을 섬기는 관습으로 인해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공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판결이 내려진 데는 화장을 하는 등의 장묘 문화가 변화했지만,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당시에는 재산권보다는 관습을 따라야 한다고 보는 기류가 강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 관리에 따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돼있다는 게 이유다. 

이는 분묘기지권으로 인해 소유주가 재산권 침해나 제한을 받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효 취득(권리가 없는 자가 일정 기간 점유하면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한 경우 때문이다.

또 해당 헌법소원에 대한 소수의견도 위헌이 아닌 ‘각하’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당시 한 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소유주와 분묘의 권리자간 분쟁이 더욱 발생했다. 소유자들이 당시 결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던 건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해 해당 토지를 이용해서라는 게 이유다. 소유자들이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침해가 우려되고, 장례문화의 변경을 고려했을 때 관습법이 재검토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분묘기지권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은 반대된다. 분묘의 안정성과 조상의 존엄성이 재산권에 앞선다는 것. 전통적인 측면에서의 관점과 재산권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관습·전통 때문에 불거져
법원 판결 ‘이랬다 저랬다’

결국 분묘기지권은 소유자와 권리자 중 누구의 권리를 우선시할 것인지가 주요 화두다. 이런 문제로 최근 대법원 판결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땅값)를 요구하면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판결에 따르면 구체적인 비용은 당사자 간 협의로 정할 수 있다. 지료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며, 땅값에 따라서 증감도 가능하다. 분묘 권리자가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게 되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권리자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토지 소유자는 소멸청구가 불가하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등 규정의 취지를 종합했을 때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사용 대가를 청구하면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시효 취득을 인정해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지 않아도 지료가 발생한다거나 무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판결은 2001년 1월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최근 판결은 앞으로 분묘에 대한 법적 절차 처리가 가능해 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판결 역시 논쟁이 불거질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토지 소유자와 분묘기지권을 획득한 권리자 사이에 법적인 분쟁이 많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분묘 대부분이 사유지 곳곳에 조성된 경우가 많아서다. 

객관적인
기준 필요

전문가들은 판결이 달라졌어도 지료 지급을 둔 분쟁이 잦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전문가는 “오랜 기간 묘지를 무상으로 이용해오다가 지료를 지주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 수 있다”며 “지료 지급을 둘러싼 저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지료 산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고자 있어도 무연고 시신, 왜?
마지막 길도 홀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일 발행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947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820건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나 기피하는 건수는 2091건이다.
기준하 입법조사관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사법에서는 사망자의 유언이 아닌 경우, 장례를 치룰 수 있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등의 순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혈연이나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애도를 원하는 사람이 연고자가 돼 장례를 치르게 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가족 있어도 인수 거부 빈번
장례 치르게 하는 제도 필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행정처리지침 ‘장사업무안내’를 제작했다. 장사업무안내에 따르면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처리나 조례에서 따를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시신 처리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 입법조사관은 “장례를 사망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과 권리가 장례 절차 처리에서 반영돼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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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