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머지? '감쪽같은' 머지 사태 수수께끼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23 16:46:03
  • 호수 13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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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도 손해 보는 이상한 돈놀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가 터졌다. 일각에서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시선도 있다. 머지포인트의 경우 수익모델이 전무했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머지포인트를 운영한 머지플러스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폰지사기란 고수익을 약속하며 돈을 끌어모은 뒤 처음 몇 달 동안은 약속한 대로 수익금을 주다가 잠적해버리는 사기 수법이다.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는 구조여서 더 많은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 또 투자자가 갑자기 대규모로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내줄 돈이 없어 불안정한 수익구조인 게 들통난다.

수익 약속
폰지 사건

이와 유사한 방식의 금융사건이 터졌다. 머지사태란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서비스를 축소하자 소비자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한 사건이다. 환불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자 폰지사기란 의혹도 나오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공지를 통해 “서비스가 선불 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당분간 축소 운영된다”며 “음식점업을 제외한 편의점, 마트 등 타 업종 브랜드를 함께 제공한 콘사(머지플러스와 제휴 브랜드·가맹점 사이를 중개하는 업체)는 법률 검토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포인트를 지불할 수 있는 업체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불안하게 느낀 소비자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했고 다음날인 12일부터 환불 절차가 진행됐다. 일부 고객은 결제액의 최대 90%에 이르는 금액을 환불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입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비자들도 나타났다.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 규모와 환불 방법 등을 공유하는 내용이 수십건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게시판에 글을 올려 “환불받았다는 사실을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뒤 일부 금액을 환불해줬다고 하는데, 서약서 내용을 보니 진짜 환불해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차후 법정에서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 단톡방에는 피해 인증 글도 올라오고 있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돈을 충전했다가 2300만원이 묶인 경우도 있었다. 머지플러스는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있지만 처리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같은 시각에 접수해도 입금 여부가 엇갈리는가 하면 오프라인 환불과 온라인 환불 여부가 뒤섞이며 소비자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초창기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사업 초기 업체별 적립 포인트와 쿠폰 등을 하나로 통합해주면서 젊은 소비층에 간편함으로 인기를 끌었다. 상품권 개념의 포인트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말이다. 당시 1만원 포인트를 8500원으로 판매한다며 홍보했고 가맹점도 드롭탑, 설빙, 이디야 등 3개 업체에서만 결제가 가능했다. 

사업 초 다단계 형식으로 SNS 홍보
50만명 회원·1000억원 포인트 발행

머지플러스는 사업 초기 SNS 공유 이벤트를 활용해 머지포인트를 홍보했다. 일종의 다단계 방식의 홍보가 꽤 효과적이었다. 댓글로 상품 구매 인증을 하고 SNS에 공유할 시 1000포인트, 3장 이상 구매하고 SNS로 인증할 시 1만원 포인트를 증정하는 방식이었다.

2019년 1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몬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을 통한 ‘핫딜’이 자주 노출됐다. 포인트 판매금액은 1만원에서 5만원(3만9900원)으로 올라갔고 제휴업체도 기존 3곳에서 셀렉토커피 한 곳이 추가됐다. 

본격적으로 제휴 매장이 늘어난 시점은 2019년 8월경이다. 당시 편의점 GS25를 비롯해 유가네닭갈비, 탐앤탐스, 카페베네, 매드포갈릭 등 인지도가 있는 프랜차이츠로까지 제휴 매장이 늘어났다. 2019년 하반기부터 10만원 딜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주 판매처인 이커머스 업체에서는 딜이 올라오면 매진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제휴 가맹점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2020년 3월 기준 제휴 매장은 2만개를 넘어섰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가맹점에 포함되면서 신뢰를 쌓았고 ‘딜’이 뜨면 포인트를 쌓아두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그 무렵이다. 이용자가 늘면서 머지플러스는 할인율을 13%로 줄였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10% 할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때문에 딜이 뜨면 몇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포인트를 쌓아두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할인 폭은 다시 18%로 커졌고 2020년 10월부턴 20만원권 판매가 시작됐다. 한 달 뒤 50만원짜리 딜이 나왔다. 최근까지 머지플러스는 소액 딜보단 20만원, 30만원대의 높은 금액 위주의 딜을 판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말기술
속았다

머지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것도 최근이다. 월 1만5000원을 내면 머지포인트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자동 구매해서 대신 결제해주는 시스템이다. 1년에 약 18만원인 해당 서비스를 2~3년 장기 계약한 사람도 있었다. 연간 회원권 판매에는 하나멤버스, 페이코, 토스 등과 같은 금융사들과 제휴돼 소비자를 끌어들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머지포인트 사용자 통계 결과, 월간 결제 이용객이 50만명이 넘었으며 1000억원대 규모의 포인트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폰지사기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제휴 가맹점 수를 보면서 신뢰할만한 플랫폼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업계에서 제휴사 할인을 하는 곳은 많았지만 머지포인트처럼 높은 활인율을 제공하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머지의 수익구조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일반적인 10만원 상품권이 유통된다고 가정하면 상품권업체가 가맹점으로 약 5% 할인된 가격(9만5000원)에 판다. 이후 소비자는 가맹점으로부터 9만8000원에 상품권을 구입한다. 소비자가 상품권으로 소비하면, 상품권 업체는 2~3개월간 현금을 보유한 뒤 여기에 약 2% 수수료를 제외하고 가맹점에게 상품권과 맞바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머지포인트는 어떨까. 20%의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다. 10만원 이상의 고액 전자상품권 판매로 인지세도 발생한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도 생긴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머지포인트는 결제대행업체에도 대금 지급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머지포인트는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회사가 손해 보는 구조다. 가맹점을 유치하는 상품권 사업자를 중간에 낀 유통 구조로, 할인분 상당액을 머지플러스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는 ‘계획된 적자’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 쿠팡 등의 성장방식을 벤치마킹 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생태계를 키운 다음 돈을 벌 계획이었다. 

포인트 장난
서비스 축소

업계 관계자는 “해피머니 등 대부분 상품권업체는 인지세 문제로 10만원 이상 고액 상품권 발행은 하지 않는다”며 “머지포인트 자체로는 돈을 벌 길이 없고 투자자 발굴을 통해 새 수익처 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구멍이 너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머지포인트 역시 회원 수와 거래 규모만 가지고는 뚜렷한 이익창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인 쿠팡, 아마존과 같은 행보를 꿈꿨다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금 30억원 뿐인 회사가 1000억원대 규모의 거래액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사업자 발행액은 지난 6월 기준 월 400억원, 현재 시중에 유통된 머지포인트 발행액은 최소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누적순손실 예상액 200억원에 직원 70여명의 인건비 등 사업 운영비만 연간 수십억원이 발생하고 있지만 수익을 창출한 비즈니스모델(BM)이나 신규 투자 유치는 드러난 게 없다.

업계에서는 회사 운영 자금이 대부분 고객 예치금에서 나온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간편결제 전문가들은 막대한 포인트 혜택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손실 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났지만 이를 해결할 수익모델이나 대안이 없어 자칫 불법 폰지 행위로 법적 문제가 커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자금융사업자가 아닌 상황에서 회사 도산 등 자금 경색이 발생할 경우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또 머지플러스가 그동안 전자금융업자의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고 포인트를 발행하며 영업해온 것이 드러났다. 무려 3년간 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사업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머지플러스는 ‘상품권 발행업’으로 영업활동을 해왔다고 해명했으며 자사가 제공하고 있는 포인트와 서비스를 ‘모바일상품권’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쿠팡 등 벤치마킹 
신규 투자 알려진 게 없어

상품권법은 1999년 폐지돼 소비자를 위한 법적 안전장치가 없다. 게다가 기업들이 인지세만 낼 경우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있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재 머지플러스 사용자와 가맹점주들이 환불울 요구하고 있으나 규정대로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머지플러스 사업은 전자 금융업자에 해당된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전자 금융업자의 업무에는 선불전자 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가 포함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돼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 금감위 등록 대상이다. 

또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용역의 범위가 두 개 업종 이상이다. 머지플러스의 경우 ‘머지머니’라는 포인트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되며, 포인트로 약 2만개 가맹점에서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도 머지플러스는 왜 전자 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것일까. 전자 금융업자는 사용자들의 예치금을 보유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전자 금융업자는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본금, 재무 건전성, 사업계획 등의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한다. 부채비율을 자기자본의 200%로 유지해야 하며, 선불전자지급수단 충전 한도는 200만원으로 제한된다. 충전하고 사용하지 않은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상품권업으로 규제를 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에 머지포인트 사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자료를 내더라도 금감원이 이행을 강제할 수 없기에 수사기관에 통보했다”며 “수사기관 통보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 기다렸으나 이용자의 환불 요구가 쇄도해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본격적으로 머지플러스 대상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내사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맡았다. 

계획된 적자?
환불 어떻게?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권혁중 경제평론가는 “머지플러스는 수많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게 최종 목표였던 것 같은데, 그 전에 판매중단 이슈가 터져버린 것”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수익구조로는 환불 등 뒷감당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일부 테크핀(IT기술을 금융에 접목) 업체들은 기술개발은 굉장히 빠른 반면, 금융법 제도에 대해선 무지하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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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