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기상천외 천하길몽 '대통령감 태몽' 엿보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3: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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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룡' 안철수 VS '흑룡' 박근혜 "왕은 하늘이 내린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천하를 호령할 인물은 뱃속에서부터 알아보는 모양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그에 걸맞은 '태몽'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설 같은 태몽으로 후세에 기록된 역사 속 인물들. 과연 한 나라의 왕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일까? 기상천외한 왕들의 태몽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우리가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예지몽. 꿈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다린 좋은 소식을 귀띔해주기도 하지만 가족 혹은 지인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꿈이 우리에게 닥칠 행복과 불행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꿈은 한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예고하기도 한다.

단군신화가 태몽이라고?
김두관, 황소가 집으로

홍순래 박사는 16년 동안 꿈을 연구하면서 올해 초 <태몽>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일요시사>는 '태몽 속에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길이 있다'라는 주제의 이 책을 이정표 삼아 옛 선조와 역대 대통령의 태몽을 역추적해 그들의 운명을 재조명하고 대선을 앞둔 몇몇 잠룡들의 태몽을 통해 올해 대선을 점쳐봤다.

정신과 의사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란 책을 지었고,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은 신이 보내는 것이며 마성적인 것이라 표현했다.

꿈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됐지만 예부터 이름을 날리는 학자들의 끝없는 연구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학문적으로 꿈을 연구하는 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예지몽'이라 불리는 태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 박사는 "우리 인간의 신비한 영적 정신능력은 장차 태어날 아이에 대한 관심과 미래사에 대한 궁금증을 태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불교에서는 태몽을 태아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홍 박사는 태몽에 대한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도 다르지 않다고 전한다. 석가모니와 예수의 태몽이 그것을 증명한다.

석가모니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가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한 후에 그의 남편이 될 요셉의 꿈을 꾸었는데, 성경에는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예수의 잉태를 알려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 백마의 말굽 소리가 천지 울려
김대중 전 대통령 - 꿈속에서 천신을 마주한 어머니 

석가모니(BC563-483)는 중부 네팔에서 왕의 아들로 태어나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으며 그 후 교단을 설립한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와얌부나트'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약 200년 전에 건립되었으며, 사원의 한쪽에는 코끼리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코끼리는 붓다를 상징하며 세계 불교인들이 신성시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인도와 네팔 도심 곳곳에 '가네샤 신의 형상'이라 불리는 코끼리 형상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더라도 당시 석가의 코끼리 태몽은 후세에 이름을 날릴 인물을 암시하는 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정범 교수의 <한국 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란 책을 보면 한반도의 시조인 단군신화를 태몽으로 엮어 설명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서 교수는 '동굴에서 100일을 쑥 한지와 마늘 스무 개를 먹은 곰의 이야기'가 단군 어머니의 태몽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단군신화의 이 일화가 당시 곰을 신성시하는 부족이 일대를 지배했던 것을 나타낸다는 한 역사연구가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서 교수의 암시는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단군의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하고 곰의 꿈을 꾼 것은 단군이 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것으로 석가의 어머니가 코끼리의 꿈을 꾼 것과도 맥을 같이해 고전에서도 역사적 인물의 태몽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태몽과 김두관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태몽도 큰 동물이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 어머니의 꿈속에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이 고삐를 줄 터이니 저 백마를 타고 가라"고 말했고, 그 뒤 큰 말이 우렁차게 발굽을 내딛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손권, 품에 안긴 해
전태일, 부서진 태양

홍 박사의 <태몽>에 따르면 말에 관련한 태몽은 아이가 장차 도량이 넓거나 큰 부자가 됨을 나타내며, 정치나 사업 분야에서 뜻을 이룰 수 있는 정치가나 경영자가 될 것을 암시한다.

특히 백마는 아름다운 사람, 단체·권력을 상징하며 특히 야성적이고 힘찬 백마는 두각을 드러내는 귀한 인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의 태몽인 것이다.

김 후보의 태몽은 커다란 황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소는 사람에게 유용한 값진 동물로 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매우 좋은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황소는 고집이 있고 자기 일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성품을 지닌 인물을 암시하며 조선 초기 문과에 급제한 문신으로, 집현전 학자이자 세조 초 좌찬성을 지낸 박종손의 태몽과도 같은 것으로 확인된다.

동물에 대한 꿈 외에도 해와 달에 대한 태몽도 역사적인 인물을 상징한다고 한다. 해와 달은 만물을 비추며 우러러보는 대상으로, 임금과 왕비를 상징하는 등 장차 고귀하고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는 하늘에 있는 달을 따오는 태몽을 꾸었다. 조선 인조(1595-1649)의 왕비인 인현왕후(1667-1701)의 태몽은 '지붕이 활짝 열리면서 해와 달이 하늘에서 떨어져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꿈'이다.

삼국지에 의하면 삼국시대 오나라 손견의 부인이 손책(175-200)을 낳을 때 달을 품에 안는 꿈을 꾸고 손권(182-252)을 낳을 때에는 해를 품에 안는 꿈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손권은 손책이 죽은 후 18세의 나이에 강동을 통치한 사람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치고 천하삼분의 기반을 굳힌 인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태몽에도 달이 등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태몽은 웅덩이에서 광채를 뿜는 달덩이를 어머니가 손으로 떠올려 치마폭에 담은 꿈이다.

이같이 달을 치마폭에 담는 태몽은 아이가 장차 국가나 사회적인 권세·명예·업적을 얻게 되거나, 사업체를 이루어내고 종교적인 성과를 얻게 됨을 뜻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4남3녀 중 다섯째로 '상'자 돌림이지만, 이 대통령의 어머니가 동산 위의 보름달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태몽을 꾸고는 돌림자를 쓰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홍 박사는 "달이 공중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꿈은 높은 존재가 될 것을 예시하는 것이며 달 꿈 중에서도 밝은 보름달의 표상이 가장 좋다"라고 설명했다.

태몽 두개인 대통령도
승천하는 용꿈이 최고

보름달이 가장 밝게 온 세상을 비춰, 세상에 영향력을 더욱 크게 떨치게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름이 '밝을 명(明)' '넓은 박(博)'자 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로는 일연스님(1206-1289)과 여운형(1886-1947) 선생이 해의 태몽을 가지고 있고, 중국 위인 중에 해를 삼킨 태몽으로 송나라의 태조인 조광윤(927-976)이 있다.

일연의 처음 이름은 '견명(見明)'으로 광명의 상징인 태양을 꿈에 보았다는 뜻이라고 전해진다. 여운형 선생도 그의 어머니가 태양이 이글거리는 꿈을 꾸고 낳았으며 그의 호가 '몽양'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 전태일 열사의 태몽은 시뻘건 불덩이의 태양이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을 밝게 비추는 꿈이었다고 홍 박사는 전한다. 그는 "노동운동을 불러일으킨 열사의 희생적인 일생이 태몽 속에 예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를 암시하는 꿈 중에는 사람이나 영적 대상이 등장하는 태몽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꿈이 그러하다. 김 전 대통령의 어머니는 천신을 보는 태몽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신선이나 산신령 등의 영적 대상이 태몽 표상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며 매우 귀한 꿈이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태몽도 이와 비슷하다. 노스님이 검은 영주를 주는 것을 받는 꿈이 구술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태몽도 있다.

홍 박사의 저서는 커다란 구렁이가 쫓아와 발뒤꿈치를 문 꿈을 소개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자는 할머니의 꿈이고 구렁이는 어머니의 태몽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저서에 따르면 이같이 스님이나 부처님, 예수님이나 신부님을 만나는 태몽은 장차 위대한 사람이나 고승·성직자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구렁이 꿈의 경우에는 뱀의 크기나 굵기, 색의 선명함, 윤기의 여부가 매우 중요며 장차 아이의 능력이나 귀천의 여부, 역량이나 그릇됨을 나타내며 이 경우 크고 굵고 색이 선명할수록 좋은 태몽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노 전 대통령처럼 두 개의 태몽을 가진 대통령이 더 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러하다.

이 전 대통령의 태몽은 용이 어머니의 품 안으로 뛰어든 꿈이지만 해가 등장한 태몽이야기도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도 용이 어머니의 치마폭에 들어왔다는 꿈, 붉은 해를 보았다는 꿈으로 두 사람의 꿈이 같다.

전두환은 치마폭에 쌓인 달, MB는 동산 위 둥근달
이승만은 용이 내려오고, 안철수는 용이 승천하고

용꿈은 태몽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 박사는 "용은 국가 최고통치자의 권세나 고귀함을 뜻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임금이 입던 정복을 곤룡포(袞龍袍), 임금의 얼굴을 용안(容顔)이라 부르고 있듯이 용은 상서로운 동물로 제왕이나 최고의 권세에 비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용꿈이 좋은 것은 아니며 상처투성이 용이나 땅에 있는 용의 태몽은 끝내 득세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을 암시한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877-943)의 부인인 장화왕후는 아들 혜종(912-945)을 낳기 전 용이 뱃속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조선시대 19대 임금인 숙종(1661-1720)의 태몽도 용꿈이다.

<국조보감>에 의하면 효종의 꿈에 명성왕후 침실에 이불을 씌워 놓은 물건이 있어서 들추어 보았더니 용이었더라고 전해진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1777-1800)의 태몽은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꾸었으며 용이 침실에 들어와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꿈이었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흑룡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와 침실로 날아든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러한 홍 박사의 자료를 보더라도 용의 태몽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 가장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지만, 역사에서 이러한 태몽을 가진 인물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현재 승천하는 용의 태몽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손학규 민주당 경선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김유정 전 의원이 있다. 김 전 의원은 태몽 때문에 아들보다 더 귀하게 자랐다고 한다.

야권연대의 중심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태몽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다. 안 원장의 태몽은 안 원장 관련 서적인 <He, Story>에 소개된다.

그리고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다. 흑룡은 비바람의 조화를 부리는 전설적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박 후보가 '흑룡띠'로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2년에 태어났다.

2012년은 천지에 흑룡의 기운이 가득한 해이며 물에 살던 용이 힘찬 기운을 얻어 하늘로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안철수-박근혜 '용용상박'
흑룡의 해 '용들의 전쟁'

이렇게 되면 올해 두 사람의 만남은 참으로 기가 막힌 우연이라 할 수 있으며 이들 모두 '승천할 용'으로 대통령이 될 운명임을 직감할 수 있다.

박 후보가 흑룡띠인 것으로 봐서는 이번에 권좌에 오르고, 안 원장은 차기에 대권을 잡을 운명이다. 하지만 양자구도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의 지지율을 보아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난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대격돌을 펼치는 '용들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접전을 기록하며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 이들 중 누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게 될지. 꿈과 사주의 두 기운의 조화가 올해 있을 대권 판세를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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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