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서다' 쌍용차 영욕의 66년 풀스토리

끝이 안 보이는 롤러코스터 터널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쌍용자동차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전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과거보다 기업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명가는 먼 옛말일 뿐 망가로 불린지 오래다.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인수 경쟁은 당초 SM그룹과 에디슨 모터스의 2파전 양상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SM그룹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쌍용차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실상 끝이라는 말도 나온다. 쌍용차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또 벼랑 끝
다시 살까?

쌍용차와 매각주관사(EY한영회계법인)는 지난 6월 기업 인수합병 공고를 냈다. 지난 7월30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SM그룹, 카디널 원 모터스 등 총 9개 업체였다.

당초 인수전은 SM그룹과 국내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의 2파전 양상으로 흘렀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업계 관심도 증폭됐다. 

그러나 인수에서 유리하다는 평을 받았던 SM그룹이 발을 빼면서 인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는 에디슨모터스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모펀드 KCGI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도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했다. 개인투자자 등에서도 약 27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차는 이번 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본실사, 투자계약 등의 수순을 밟았다. 업계는 쌍용차 공익채권 3900억원과 추가 투입 비용 등을 합산한 인수금액을 1조원으로 예상한다.

우여곡절의 시절을 겪고 있는 쌍용차의 시초는 1954년 하동환씨가 설립한 하동환제작사다. 이후 1977년 동아자동차로 사명을 바꾸고 코란도를 생산했다. 코란도로 차량 판매로 실적을 올려 해외로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하동환씨는 자동차 연구개발 비용 부담에 회사를 쌍용그룹에 매각했다.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김석원 쌍용그룹 전 회장은 사명을 현재와 같은 쌍용차로 바꾸고 파격적 투자를 감행한다. 투자를 기반으로 무쏘, 뉴코란도를 출시했지만 현대, 대우 등에서 만든 차량과 경쟁에서 뒤쳐졌다. 당시 쌍용차의 시장점유율은 1.6% 수준이었다.

재기를 위해 김 전 회장은 4500억원을 체어맨 개발에 투입했지만 적자로 이어졌다. 결국 3조4000억원의 빚과 외환위기라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다. 

대우그룹에서도 쌍용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1년 뒤 대우그룹마저 분해되고 쌍용차가 채권단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에서 나온 뒤 렉스턴 출시로 잠시 반등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지분 49.8%를 인수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분 매각 후 신차 개발은 전무했고, SUV차량 점유율마저 현대차에 추월당하게 된다. 


쌍용차가 본격적인 하락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부터 ‘먹튀’ 가능성을 내비쳤다.

먹튀 우려는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연구 개발 자료가 상하이차에 유출된 것이다. 또 상하이차는 인수 시 약속했던 재투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쌍용차는 2008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됐다. 상하이차가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탓이다.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쌍용차는 비상경영을 선언한다. 경영위기가 닥쳐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가 반발에 나섰다. 

노조는 구조조정을 반대한다며 평택공장을 점거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노조 파업은 970여명이 정리해고 나서야 일단락 됐다. 

산전수전
다사다난

장기간 파업으로 판매망, 품질관리 등이 붕괴됐다. 이는 쌍용이 더 이상 쌍용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됐다.

인원 감축을 통해 버티던 쌍용차는 2010년 인도 자동차 업체 ‘마힌드라’를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맞는다. 마힌드라의 과감한 투자로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생산과 실적도 회복 추세를 보였다. 

안정을 되찾은 쌍용차는 2013년 14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창사 후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여전히 영업손실 적자가 이어졌지만 매년 적자를 축소시켰다. 

매출 상승에 힘입어 2015년에는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티볼리는 출시 첫 해에만 4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다음 해에도 5만대 이상이 팔리며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2015년 말 흑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쌍용차가 소형 SUV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때 티볼리 흥행으로 내수시장 3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티볼리 판매는 점차 하락세에 들어섰고 2017년이 되면서 닫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적자의 원인은 기아자동차가 ‘니로’, 현대자동차가 ‘코나’를 출시하며 티볼리가 소형 SUV 1위 자리를 내주면서다. 변형 ‘코란도’ 출시도 쌍용차에 위기가 닥친 원인이었다. 출시 전 높은 기대감과 다르게 외형과 디자인 면에서 악평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회생 공신 티볼리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다른 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를 면치 못한 쌍용차의 위기는 지난해에도 이어졌고 쌍용차는 마힌드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힌드라 임원이 직접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티볼리로 잠깐 반짝했지만…
연속 적자 내면서 ‘허우적’

마힌드라의 지원이 무산되자 서울서비스센터 부지와 부산물류센터 등을 연속으로 매각했다. 마힌드라도 쌍용차 지배권 포기를 선언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시달린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마힌드라가 사업을 철수하자 쌍용차는 12년 만에 두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증권거래소에 의해 쌍용차 유가증권 거래도 정지됐다. 상장폐지 이야기까지 거론됐지만 1년의 개선 기간을 받았다.

폐지를 면한 쌍용차는 법정관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현재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절차를 추진 중에 있다. 새 투자자의 투자 계획을 회생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에도 나섰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조직과 임원 수를 줄여 자연스러운 조직개편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전 직원 20% 임금 삭감에 이어, 지난 6월엔 직원 절반이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복리후생도 중단됐다.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쌍용차가 노조에게도 기업의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과거처럼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게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다. 

66세 미수
관건은 돈

인건비를 줄이는 데 이어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평택공장 부지를 팔고 공장을 교외로 옮길 계획도 마련했다. 평택공장 부지는 자산재평가에서 약 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부지가 주택·상업용 용지로 변경되면 1조5500억원까지 치솟는다는 분석이다. 청산 가치가 잔존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 부지 가격에 따라 쌍용차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쌍용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쌍용차는 2조950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손실은 4235억원, 당기순손실은 478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수출 감소 및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영향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탓이다. 자구책 마련을 통해 비용절감을 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매 감소와 경쟁 심화로 영업비용이 증가했다.

영업비용 증가는 신차 개발마저 지연시켰다. 관건은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와 차량 출시 후 판매 수익 확보 가능 여부다. 쌍용차는 자사 최초 전기차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혼란한 상황을 고려해 신차 출시가 미뤄졌다. 업계는 쌍용차가 전기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실적을 회복하기에 늦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위탁 생산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 상황에서 사업을 이어갈만한 능력도 부족한 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도 신차 개발이 선순환으로 이뤄지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마힌드라가 인수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과거 마힌드라가 인수하던 당시에는 부채보다 자산보유액이 높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말 현재 쌍용차의 자산은 1조7686억원, 부채가 1조8568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더욱이 쌍용차는 3700억원이 넘는 공익채권마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1200억원은 밀린 임금이기 때문에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바로 갚아야 한다. 

주인 찾아 명가 재건 시도
“차라리 파산이 낫다” 시선도

과거 HAAH가 인수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도 공익채권 때문이다. 따라서 쌍용차 정상화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일부 인수 의지를 드러낸 업체들의 이탈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 본 입찰을 진행하더라도 낮은 액수를 제시할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인수금액이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자금 확보가 중요한 점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인수전에 나선 업체 대부분의 자금력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HAAH의 경우 최근 파산 문제를 겪었다. 듀크 헤일 회장은 4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외의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도 쌍용차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액 89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케이팝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여전히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다만 업체들이 1조원을 마련해 쌍용차를 인수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업계는 쌍용차 정상화까지 3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가 쌍용차를 매각하는 데 핵심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과거 자금조달을 위해 마힌드라와 같이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물론 이마저도 확실한 상황은 아니다. 과거 산업은행이 GM을 잡기 위해 8000억원이나 투입하고도 성과가 없어서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돕겠다고 섣불리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쌍용차는 이번 M&A를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인수가 불발될 경우,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에 보고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00억원, 계속 가치는 6200억원이다. 

다음 주인은?
마지막 고비?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쌍용차는 디젤, SUV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 미래 기술력마저 떨어져 어느 업체가 인수하더라도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은 업체”라고 말했다. 위기에도 수차례 살아남은 쌍용차가 명가 재건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쌍용차의 미래 비전
“고유의 색 찾는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자동차가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미래 비전을 선보였다. 쌍용차는 지난달 26일 차세대 SUV KR10(프로젝트명) 디자인 스케치를 공개했다. 

그동안 쌍용차는 고유의 색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쌍용차가 이번 발표를 통해 정통 SUV 브랜드로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또 쌍용차는 KR10에 앞서 자사 첫 번째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 양산에 돌입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기존 코란도와 차이는 없지만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KR10, J100은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지속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차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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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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