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서다' 쌍용차 영욕의 66년 풀스토리

끝이 안 보이는 롤러코스터 터널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쌍용자동차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전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과거보다 기업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명가는 먼 옛말일 뿐 망가로 불린지 오래다.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인수 경쟁은 당초 SM그룹과 에디슨 모터스의 2파전 양상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SM그룹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쌍용차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실상 끝이라는 말도 나온다. 쌍용차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또 벼랑 끝
다시 살까?

쌍용차와 매각주관사(EY한영회계법인)는 지난 6월 기업 인수합병 공고를 냈다. 지난 7월30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SM그룹, 카디널 원 모터스 등 총 9개 업체였다.

당초 인수전은 SM그룹과 국내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의 2파전 양상으로 흘렀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업계 관심도 증폭됐다. 

그러나 인수에서 유리하다는 평을 받았던 SM그룹이 발을 빼면서 인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는 에디슨모터스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모펀드 KCGI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도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했다. 개인투자자 등에서도 약 27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차는 이번 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본실사, 투자계약 등의 수순을 밟았다. 업계는 쌍용차 공익채권 3900억원과 추가 투입 비용 등을 합산한 인수금액을 1조원으로 예상한다.

우여곡절의 시절을 겪고 있는 쌍용차의 시초는 1954년 하동환씨가 설립한 하동환제작사다. 이후 1977년 동아자동차로 사명을 바꾸고 코란도를 생산했다. 코란도로 차량 판매로 실적을 올려 해외로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하동환씨는 자동차 연구개발 비용 부담에 회사를 쌍용그룹에 매각했다.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김석원 쌍용그룹 전 회장은 사명을 현재와 같은 쌍용차로 바꾸고 파격적 투자를 감행한다. 투자를 기반으로 무쏘, 뉴코란도를 출시했지만 현대, 대우 등에서 만든 차량과 경쟁에서 뒤쳐졌다. 당시 쌍용차의 시장점유율은 1.6% 수준이었다.

재기를 위해 김 전 회장은 4500억원을 체어맨 개발에 투입했지만 적자로 이어졌다. 결국 3조4000억원의 빚과 외환위기라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다. 

대우그룹에서도 쌍용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1년 뒤 대우그룹마저 분해되고 쌍용차가 채권단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에서 나온 뒤 렉스턴 출시로 잠시 반등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지분 49.8%를 인수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분 매각 후 신차 개발은 전무했고, SUV차량 점유율마저 현대차에 추월당하게 된다. 


쌍용차가 본격적인 하락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부터 ‘먹튀’ 가능성을 내비쳤다.

먹튀 우려는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연구 개발 자료가 상하이차에 유출된 것이다. 또 상하이차는 인수 시 약속했던 재투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쌍용차는 2008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됐다. 상하이차가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탓이다.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쌍용차는 비상경영을 선언한다. 경영위기가 닥쳐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가 반발에 나섰다. 

노조는 구조조정을 반대한다며 평택공장을 점거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노조 파업은 970여명이 정리해고 나서야 일단락 됐다. 

산전수전
다사다난

장기간 파업으로 판매망, 품질관리 등이 붕괴됐다. 이는 쌍용이 더 이상 쌍용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됐다.

인원 감축을 통해 버티던 쌍용차는 2010년 인도 자동차 업체 ‘마힌드라’를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맞는다. 마힌드라의 과감한 투자로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생산과 실적도 회복 추세를 보였다. 

안정을 되찾은 쌍용차는 2013년 14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창사 후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여전히 영업손실 적자가 이어졌지만 매년 적자를 축소시켰다. 

매출 상승에 힘입어 2015년에는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티볼리는 출시 첫 해에만 4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다음 해에도 5만대 이상이 팔리며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2015년 말 흑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쌍용차가 소형 SUV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때 티볼리 흥행으로 내수시장 3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티볼리 판매는 점차 하락세에 들어섰고 2017년이 되면서 닫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적자의 원인은 기아자동차가 ‘니로’, 현대자동차가 ‘코나’를 출시하며 티볼리가 소형 SUV 1위 자리를 내주면서다. 변형 ‘코란도’ 출시도 쌍용차에 위기가 닥친 원인이었다. 출시 전 높은 기대감과 다르게 외형과 디자인 면에서 악평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회생 공신 티볼리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다른 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를 면치 못한 쌍용차의 위기는 지난해에도 이어졌고 쌍용차는 마힌드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힌드라 임원이 직접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티볼리로 잠깐 반짝했지만…
연속 적자 내면서 ‘허우적’

마힌드라의 지원이 무산되자 서울서비스센터 부지와 부산물류센터 등을 연속으로 매각했다. 마힌드라도 쌍용차 지배권 포기를 선언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시달린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마힌드라가 사업을 철수하자 쌍용차는 12년 만에 두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증권거래소에 의해 쌍용차 유가증권 거래도 정지됐다. 상장폐지 이야기까지 거론됐지만 1년의 개선 기간을 받았다.

폐지를 면한 쌍용차는 법정관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현재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절차를 추진 중에 있다. 새 투자자의 투자 계획을 회생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에도 나섰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조직과 임원 수를 줄여 자연스러운 조직개편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전 직원 20% 임금 삭감에 이어, 지난 6월엔 직원 절반이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복리후생도 중단됐다.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쌍용차가 노조에게도 기업의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과거처럼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게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다. 

66세 미수
관건은 돈

인건비를 줄이는 데 이어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평택공장 부지를 팔고 공장을 교외로 옮길 계획도 마련했다. 평택공장 부지는 자산재평가에서 약 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부지가 주택·상업용 용지로 변경되면 1조5500억원까지 치솟는다는 분석이다. 청산 가치가 잔존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 부지 가격에 따라 쌍용차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쌍용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쌍용차는 2조950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손실은 4235억원, 당기순손실은 478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수출 감소 및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영향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탓이다. 자구책 마련을 통해 비용절감을 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매 감소와 경쟁 심화로 영업비용이 증가했다.

영업비용 증가는 신차 개발마저 지연시켰다. 관건은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와 차량 출시 후 판매 수익 확보 가능 여부다. 쌍용차는 자사 최초 전기차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혼란한 상황을 고려해 신차 출시가 미뤄졌다. 업계는 쌍용차가 전기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실적을 회복하기에 늦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위탁 생산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 상황에서 사업을 이어갈만한 능력도 부족한 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도 신차 개발이 선순환으로 이뤄지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마힌드라가 인수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과거 마힌드라가 인수하던 당시에는 부채보다 자산보유액이 높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말 현재 쌍용차의 자산은 1조7686억원, 부채가 1조8568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더욱이 쌍용차는 3700억원이 넘는 공익채권마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1200억원은 밀린 임금이기 때문에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바로 갚아야 한다. 

주인 찾아 명가 재건 시도
“차라리 파산이 낫다” 시선도

과거 HAAH가 인수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도 공익채권 때문이다. 따라서 쌍용차 정상화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일부 인수 의지를 드러낸 업체들의 이탈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 본 입찰을 진행하더라도 낮은 액수를 제시할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인수금액이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자금 확보가 중요한 점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인수전에 나선 업체 대부분의 자금력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HAAH의 경우 최근 파산 문제를 겪었다. 듀크 헤일 회장은 4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외의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도 쌍용차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액 89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케이팝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여전히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다만 업체들이 1조원을 마련해 쌍용차를 인수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업계는 쌍용차 정상화까지 3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가 쌍용차를 매각하는 데 핵심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과거 자금조달을 위해 마힌드라와 같이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물론 이마저도 확실한 상황은 아니다. 과거 산업은행이 GM을 잡기 위해 8000억원이나 투입하고도 성과가 없어서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돕겠다고 섣불리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쌍용차는 이번 M&A를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인수가 불발될 경우,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에 보고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00억원, 계속 가치는 6200억원이다. 

다음 주인은?
마지막 고비?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쌍용차는 디젤, SUV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 미래 기술력마저 떨어져 어느 업체가 인수하더라도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은 업체”라고 말했다. 위기에도 수차례 살아남은 쌍용차가 명가 재건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쌍용차의 미래 비전
“고유의 색 찾는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자동차가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미래 비전을 선보였다. 쌍용차는 지난달 26일 차세대 SUV KR10(프로젝트명) 디자인 스케치를 공개했다. 

그동안 쌍용차는 고유의 색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쌍용차가 이번 발표를 통해 정통 SUV 브랜드로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또 쌍용차는 KR10에 앞서 자사 첫 번째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 양산에 돌입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기존 코란도와 차이는 없지만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KR10, J100은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지속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차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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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