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눈 가린 '은밀한 마약 거래'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3 10:02:30
  • 호수 1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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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만들어 편하게 사고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마약범죄가 점점 교묘해지면서 대범해지고 있다. 실제로 SNS를 통해 마약 재배부터 거래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20세대도 SNS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언어는 사람의 의식을 지배한다. 마약이 불법 약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상품 이름마약옥수수, 마약떡볶이, 마약의자 등 해당 단어를 사용한다. 상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논란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해명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약이란 단어에 친숙해졌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정국 맞아?
환상 사로잡혀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일반인들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약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들도 호기심으로 마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원, 가정주부, 심지어 청소년들도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되는 등 마약범죄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을 통해 5108명을 검거하고, 이 중 997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마약 사범 3명 중 1명은 20대(33.3%)였다. 이어 30대(22.1%), 40대(17%) 순이었다.


10대는 전년 대비 1.4%p 증가해 3.5%를 차지했다. 10대와 20대 비중은 36.8%로, 전년 동기 21.7% 보다 15.1%p 늘어나 마약이 젊은 층에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수본 관계자는 “마약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송금하면 100% 잡을 수 있지만 가상화폐 등으로 할 경우 추적 프로그램을 동원해 검거해야 한다”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활 영역 전반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마약류에 대한 접근 방식도 인터넷(다크웹)과 SNS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친숙한 젊은 층에서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020세대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1020세대는 연예인 마약 보도 등에 노출될 경우 쉽게 호기심을 가진다. 그렇다 보니 SNS로 접근해 마약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하고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마약을 접할 경우 건강상 유해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익명성 갖춘 가상자산으로… 
자금 추적 피하기 쉬워 활용

국립과학수사원 연구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대마초를 접할수록 중독 가능성이 커진다. 대마초에 중독되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뇌 혈류량이 줄고 중추신경계가 자극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무기력증과 환각, 망상 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마약 거래는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가장 흔한 방법은 다크웹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약 거래장터로 알려진 다크웹은 일반적인 웹보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딥X, 베리OO 등이 마약 암시장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익명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상에서 마약 거래가 성사되는데 마약뿐 아니라 무기, 음란물 등도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크웹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문자 암호화 프로그램(GPG KEY)을 설치한 뒤 게시판 댓글로 거래에 대해 협의한다. 암호화한 문구를 수사당국이 해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마약 거래에 대한 협의가 끝나면 구매자는 주로 현금을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환전해 송금한다.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수사당국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용이하다. 당국은 가상화폐가 갖는 익명성 때문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비트코인 거래 시 개인정보가 필요하지 않으며 분석이 불가능한 암호화돼 거래된다.

마약상은 메신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마약을 홍보한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은 마약상과 구매자 간의 커뮤니티 성격을 띤다. 마약상은 단체대화방을 통해 사람도 모집하고 정보도 알려준다. 마약 구매자 위주로 투약 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마약상의 요청으로 구매자들은 후기 글까지 남긴다. 이 글은 마약방을 광고하는 데 쓰인다. 

SNS 통해
청소년도

텔레그램뿐 아니라 카카오톡 링크 공유방(이하 링공방)에서도 마약상은 홍보를 서슴지 않는다. 링공방은 불법 음란물 대화방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입장할 수 있는 URL 등을 공유하는 곳이다. 링공방에 참여한 마약상은 불법 음란물이나 재미를 위한 짧은 영상과 사진을 올리다가 중간 중간에 자신의 마약방 링크도 끼워 넣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마약방 입장을 클릭하다 보면 마약 정보도 접하게 되는 구조다. 마약상은 마약방에 우연히 들어온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마약 거래를 유도한다. 

텔레그램에서 여러 마약상이 구매자 모집활동을 벌이면서 이들 간의 알력 다툼도 존재한다. 특정 마약상을 공격하기 위해 닉네임을 사칭해 거래하는 척한 뒤 ‘먹튀’하는 것이 흔하게 쓰이는 수법이다. 또 돈만 받고 물건을 넘기지 않으며 만약 거래되더라도 품질이 낮다는 취지의 글을 유포하기도 한다.

트위터도 마약의 성지로 불린다. 구입 희망자가 마약상을 처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마약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상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마약 소지자들이 SNS에 언급한 메신저 아이디를 텔레그램에 검색하면 대화방이 열리는데 기록이 남지 않은 대화방으로 진행된다.

대화방에서는 마약 은어로만 대화가 진행된다. 북한산 마약을 암시하는 ‘북한산’, 마약의 성분을 암시하는 ‘순도 98%’, 공급책을 의미하는 ‘공급선’ 등이다. 

마약 은어는 트위터뿐 아니라 랜덤채팅 앱에서도 쓰인다. 랜덤채팅 앱에 ‘아이스’ ‘얼음’ 등으로 마약 거래 의사 표시를 확인한 후 대화가 진행된다. 함께 투약할 사람을 찾거나 거래 수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지난해 2월과 8월 대전에서 같은 랜덤채팅 앱을 통해 필로폰과 대마를 각각 200만원과 80만원에 구매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채팅 앱에서 거래 장소를 정해 상가 실외기 뒤편에 돈을 놓고 그 돈을 챙긴 판매자가 같은 장소에 마약을 놓는 ‘던지기’ 방식의 거래가 성사됐다.


방, 옥상…
직접 재배

일반인들이 마약 거래에 그치지 않고 집안이나 옥상에서 마약을 제조하는 ‘홈(home) 재배’까지 하고 있다. 재배 방법도 거래와 마찬가지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공유되고 있다. 대화방 운영자가 공지를 통해 방법을 설명한다. 발아 방법부터 수확, 보관·추출과 더불어 대마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 빛의 양까지 올렸다. 

뿐만 아니라 대마 씨앗 구매 사이트 공유를 비롯해 국제우편을 통해 구하는 방법도 공유했다. 운영자는 다양한 재배 방법을 소개하며 이렇게 재배한 대마를 마약으로 만들었을 때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대마의 재배가 가능한데 승인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목적으로 재배·제조 혹은 소유할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승인받지 않은 사람이 단순히 재배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마 재배 방법을 설명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마약 재배를 하다 경찰에 잡힌 사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충북 괴산의 한 자택 뒷마당에서 마약성 식물인 양귀비를 재배한 60대 아들 A씨와 90대 친모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가 술을 마시고 B씨에게 고성을 지른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A씨를 진정시킨 후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튿날 B씨의 안위가 걱정된 경찰은 A씨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자택을 방문했던 경찰은 뒷마당에서 양귀비가 대량으로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사실을 부인하다가 결국 몰래 양귀비를 재배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그의 자택에서 압수한 양귀비는 무려 108주에 이른다.

투약 후기·매매 방법 공유
북한산·순도 등 은어 사용

지난해 11월에도 20대 모델 커플이 인터넷으로 대마 재배법을 배운 뒤 집에서 대마를 직접 키우다가 경찰에 붙잡힌 경우도 있다. 이들 범행의 특징은 주거지를 마약 재배 장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선 이들처럼 투약을 위해 단순히 마약을 재배하는 목적이 아닌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재배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안산시에 있는 다세대주택의 약 18㎡(약 5평) 규모 원룸 내부에 온실을 두고 대마를 길러 SNS를 통해 판매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의 원룸에서는 대마초 4.35㎏, 액상대마 1530㎖와 엑스터시 1426정 등 20억원 상당의 마약이 발견됐다.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2~3개월 전부터 대마를 길러서 팔기 시작했고 다른 판매자로부터 대마 씨앗도 사고 대마 재배 방법도 배웠다”고 진술했다.

마약상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택에서 마약 재배를 하는 이유는 타인의 주거에 동의 없이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적용돼 재배 사실을 숨기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찰 역시 수색영장 없이 함부로 주거지에 들어갈 수 없어 마약 재배 단속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일반인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마약 재배 등의 범행에 유혹받고 있지만, 수사당국의 해당 불법 사이트 차단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화방이나 게시물 자체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재배법 유포를 막거나 제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어릴 때부터 국가가 주도해 마약 예방교육이 이뤄진다. 마약 중독은 재활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마약에 손을 뻗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얼굴 안보고
비대면 거래

마약 중독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예방교육이 필수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마약 때문에 호기심만 더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마약을 금기시하지만 말고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위험성을 빨리 고지해주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19 여파’ 마약 밀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편을 통한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밀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관세국경(세관)에서 마약류 662건, 214.2㎏을 적발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발 건수는 59%, 적발 중량은 153%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국제우편과 특송화물 속에서 적발된 마약은 지난해 상반기 158건에서 올해 상반기 605건으로 급증했다.

전년과 비교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 가운데 ‘소량(10g 이하) 마약류’ 적발이 259건으로, 전년 동기(67건)와 비교해 3배가 넘었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 적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국제우편 등을 통한 소량 마약류 적발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크웹·SNS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구’(직접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은 세관에서 43.5㎏이 적발돼 전년 동기(24.5㎏)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관계자는 “14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합성 마약인 엠디엠에이(MDMA) 적발 건수는 51건, 엘에스디(LSD) 적발 건수는 4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200% 증가했다. 성범죄에 주로 악용되는 케타민 적발 건수도 22건으로 전년 동기(6건)와 비교해 267% 증가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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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