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그렉 노먼의 파란만장 골프 인생

세계 최고의 선수였으면서 메이저대회에서는 지독하게 운이 없었던 호주의 그렉 노먼이 1986년에 있었던 마스터즈를 훗날 세인들은 ‘노먼의 토요 슬램’이라고 불렀다. 노먼은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골프 선수였으며, 비즈니스 제국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부를 쌓은 세계 최고의 사업가였다.

 

하지만 어거스타에서의 쓰라린 상처는 평생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청년 시절 서핑을 하다가 상어를 때려잡은, 금발의 냉철한 킬러 같다고 붙여진 별명 ‘백상어’. 프로 골퍼 이상의 실력가인 어머니에 의해 16세라는 늦은 나이로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불과 1년 만에 스크래치 골퍼가 되는 자질을 보이며 5년 뒤인 1976년 프로에 입문하면서 이듬해엔 유럽 상금랭킹 1위로 미국에 진출하게 된다.

불운의 아이콘

비록 미국에서의 첫 우승이 다소 늦은 1984년에 있었지만 과감한 경기 스타일로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1986년 마스터즈. 3일 내내 노먼은 선두를 달리면서 4일째를 맞았다.

세비 바예스테로스와 잭 니클라우스, 탐 카이트 등이 끈질기게 따라 붙었지만 전반 9번 홀까지 노먼은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후반 첫 10번 홀. 어이없는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노먼에게 불행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승부가 갈린 17번 홀. 극적으로 버디를 잡은 잭이 한 타차로 따라붙었다. 18번 홀에서 노먼은 적어도 파만하면 우승이었다. 하지만 세컨 어프로치 샷이 그만 홀을 지나면서 관중석에 떨어지고 만다.


‘수십 년간 해오던 어프로치 샷이 왜 하필’ 노먼은 입술을 깨물며 자책 해야 했다. 결국 보기를 범하면서 잭과 플레이오프에 돌입한 상황.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기싸움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위대한 백상어’였지만 결국 잭에게 승리를 넘겨줌과 동시에 잭으로 하여금 46세라는 나이에 메이저를 차지함은 물론, 통산 메이저 18승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남기게 만들어 준 조연이 돼야 했다.

두 달 뒤 뉴욕 쉬네콕 힐에서 열린 US오픈. 노먼은 역시 3일째 54홀까지 선두를 지키며 마지막 날을 맞았다. 하지만 골프의 여신은 또다시 그를 외면했다.

지독하게 운이 없었던 2인자
떼기 힘든 ‘토요 슬램’ 꼬리표

4일째 경기에서 노먼은 무려 75타를 쳐, 66타를 친 레이몬드 플로이드에게 우승을 넘겨줘야 했다. 실망은 이루 표현할 수 없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스코틀랜드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턴베리에서의 디오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기일전한 노먼은 역시 3일째 경기가 끝난 뒤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골프장에 나온 그는 두려움이 앞섰다. ‘지난 두 차례의 징크스가 또 재현되는 걸까?’

하지만 영국에서의 징크스는 다행히 없었다. 2위와 5타차를 유지하며 노먼은 비로소 여유 있는 우승을 한 것이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으로 노먼은 비로소 ‘톱’ 선수로 인정을 받게 됐다.

1986년의 마지막 메이저가 열린 미국 오하이오의 인버네스골프장. 디 오픈의 기운이 그대로 전달된 듯 노먼은 이 대회에서도 3일 내내 70타를 밑도는 65-68-69타의 선두로 4일째를 맞았다.


미국에서의 징크스가 다시 살아난 것일까. 마지막 날의 재앙은 시작되고 있었다. 76타로 무명의 밥 트웨이에게 2타차로 허무하게 우승을 넘겨주면서 1986년 한 해의 메이저에서 54홀을 리드하고 지켜내지 못한 최초의 선수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4라운드 작아진 백상어
남달랐던 사업 수완

사람들은 이를 가르켜 ‘노먼의 토요 슬램’이라고 불렀다. 다만 세계 상금랭킹 1위의 타이틀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메이저와의 악연은 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1987년 마스터즈 연장전 2번째 홀에서 래리 마이즈가 칩샷으로 버디를 하자 그린에 올려놓고도 우승을 놓쳤는가 하면, 1989년 마스터즈에선 닉 팔도에게 한 타차로 패했다.

마스터즈가 외면한 그의 마지막 불운은 1996년이었다. 역시 3일째 선두로 이번에는 2위와 무려 6타차. 하지만 4일째 경기는 이전의 징크스보다 더 지독했다. 2위 닉 팔도가 67타를 친 반면 노먼은 최악의 78타를 쳤다. 두 사람 간에 무려 11타차가 난 것. 마스터즈의 신이 장난을 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모두들 경악했다.

30년 골프 인생에서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노먼은 마스터즈의 신으로부터는 외면을 당하고 말았다. 노먼의 또 다른 일화 하나를 더 소개해본다.

 

2010년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쥬피터 섬. 타이거 우즈의 5백억 원짜리 대저택 등 세계적 갑부들만 살 수 있는 섬의 호화 골프장인 메달리스트 코스에서 그렉 노먼이 연습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12번 홀에 다다를 즈음 휴대폰이 울렸다. 리복 인터내셔널의 CEO 폴 파이어맨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노먼이 소유하고 있는 리복과 아디다스-살로몬사 간의 인수합병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보고였다.

나무 그늘에 잠시 앉아 노먼은 20여분을 소비했다. 그의 휴대폰은 쉴 새가 없었다. 이번에는 노먼 어패럴의 인터내셔널 책임자인 바트 콜린스였다. 호주 본사에서 날아온 골프의류 ‘그레이트 샤크’ 책임자와 내일 오전 미팅이 있다는 통보였다.

전화통에 불이 나면서도 어찌어찌 18홀을 끝내고 이제 클럽하우스로 가서 대기 중인 와인생산 책임자를 만나야 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노먼 소유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새로운 5종의 시음을 위해서였다.

그를 통하지 않고 시판되는 와인은 없을 만큼 와인 전문가였던 그는 미국과 호주에 거대한 와인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1970년대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부터 와인에 심취돼 있었던 그는 호주에서만도 한해 20만 상자가 넘는 와인을 팔 정도로 호주 와인을 세계에 펼쳐놓은 장본인이기도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시음한 5종의 와인이 노먼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자 와인 책임자는 가벼운 목례로 경의를 표했다. 저녁 식사 이후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통해 제작될 ‘프로골퍼와 기업운영’의 마지막 수정원고까지 읽어야 했다.

사업에는 남다른 기질이 있었던 노먼은 현존하는 프로골퍼 중 최고의 세계적 갑부로 제국에 버금갈 정도였다. 골프 관련 의류업만 해도 지난해 한화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부동산 투자만 해도 호주를 비롯해 1만 군데가 넘는 골프장 안에 체인 레스토랑과 주택을 짓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화 5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이 필요했던 골프클럽제조사 킹코브라를 비롯해 몇 개의 골프클럽 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은퇴 후 전성기

골프장 디자인 사업과 미국에 여러 곳의 골프장을 건설하고 소유하고 있음은 물론이어서 사람들은 그의 사업적 기질에 혀를 내둘렀다. 사업은 앞을 내다보고 꼭 투자할 곳에 해야한다는 그는 “아놀드 파머가 내복 사업, 세차장 등등 너무 이름을 남발했으며, 잭 니클라우스는 대중들에게 어필되지 못했고, 무분별하게 부동산에 과잉 투자를 했다”면서 시행착오를 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노력했다.

미국인 스튜어디스와 첫 결혼 후 2년, 테니스 스타 크리스 에버트와 재혼 후 1년, 2010년 인테리어 디자이너 커스텐 커트너와 3번째 결혼을 한 그는 비록 마스터즈에서는 치욕을 맛보았지만 세계적인 재벌 중의 재벌로 보상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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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