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 ‘월 1000도 우스운’ 예체능 학원비의 민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2 11:37:57
  • 호수 13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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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뿌리 뽑아야 ‘특별 레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아이 한 명을 예체능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집 한 채를 날려야 하거나 서서히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예체능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

우리나라 대학교에는 예술·체육과가 셀 수 없이 많다. 고등학생이 좋은 예체능 전공인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듣는 수업뿐 아니라 고액 레슨을 따로 받아야 한다. 이 레슨비는 인문계 학생이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내는 사교육비에 비해 훨씬 더 큰 금액이다. 특히 대학입시 레슨은 대부분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비싸다고 
느껴지지만…

대학 진학을 책임지고 있는 입시 레슨 선생들은 대학 교수와 연이 있어야 학생 유치에 유리하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유명한 학원이나 인맥이 넓은 선생이 있는 곳에 등록한다. 

보편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특별 레슨을 받고 그 중에 우수한 학생들이 예체능 중·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된다. 물론 해당 학교에 가지 않고도 학원에서 레슨을 받고 대학에 가는 경우도 많다. 두 경우 모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기간 내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유명 예체능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학부를 졸업해도 그때부터 다시 돈을 들여서 예체능을 공부해야 하고 개인의 열정과 부모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 된다. 석사를 마쳤어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다시 똑같은 이유로 박사 과정 진학까지도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석사와 박사를 마쳐도 지도교수에게 인정받고 잘 보여야만 대학에서 강사라도 할 수 있게 된다. 대학 강사 생활을 하다가 그 중에 아주 극소수만 교수가 된다.

예체능 분야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일어난다. 아무리 예술·체육 분야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의 밥벌이는커녕 계속 돈을 들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되는 예체능 학원비에 대해 정리했다.

▲미술 = 미술학원들은 대학능력수능시험이 끝난 시점부터 대학교 미술 입시가 시행되기 전까지 특강 명목으로 수험생에게 고액의 수강료를 요구한다. 서울 지역의 정시 특강비는 최소 600만원 내외다. 입시 미술로 유명한 곳이 몰려있는 홍대나 강남 지역 특강비는 70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홍대의 입시 학원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한다. 비용은 보통 600만원 안팎이다. 업계에서 미대 입시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정가로 알려져 있다. 

학교뿐 아니라 고액 학원 따로 다녀
인문계 사교육비 비해 훨씬 더 많아

학원들은 수능 직후부터 주요 예술대학의 정시 실기시험이 끝나는 2월 초까지 ‘집중 코스’ 나파이널’이란 이름을 내걸고 한 달에 몇 백만원에 달하는 실기 대비반을 운영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기 비중이 큰 예체능 계열 특성상 어쩔수 없지 고액 수강료를 지불하고 있다.

수험생의 ‘정시특강 비용이 비싸다’는 내용의 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입시 전문 사이트에 한 수험생은 “지방 학원인데도 정시특강비가 500만원이다. 이미 수시특강 비용으로 500만원을 냈다. 거의 1000만원이라서 부모님이랑 엄청 싸웠다”고 게시했다.


강남구 한 입시미술학원은 수능 직후인 11월16일부터 1월26일까지 2개월 동안 주 6일 하루 종일 수업하는 조건으로 무려 800만원을 받고 있다. 성북구의 유명 미술학원은 2달도 안 되는 기간 497만원을 받았으나 ‘가장 싼 편’에 속했다. 

▲음악 = 실기 준비를 주로 ‘개인 레슨’으로 하는 예비 음대생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작곡과 전문 입시 학원에서는 수능 직후 두 달간 대략 1000만~1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입시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비용일지라도 ‘입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학부모도 자녀 입시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거액의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자녀 위한
투자라 생각

피아노 전공의 경우 선생님을 돌아가면서 수업을 듣는다. 레슨, 입시 전문학원에서 수업(6만원)을 듣고 대학 강사급에게 수업(10만원)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대학 교수에게 또 한 번 수업(최소 20만원)을 듣는다. 학생이 레슨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경우에는 선생님을 또 초대해야 하는데 한 시간에 5만원에서 8만원 정도가 든다.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 달로 계산하면 레슨비가 약 200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이 기간 지방에 거주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배로 커진다. ‘방값’까지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남의 한 음악학원 인근 고시원에서 한 달 넘게 살며 실기 준비를 했던 한 음대생은 월세에 부담을 느꼈다. 학원 레슨비는 물론 악기 물품 구입비, 연습장소 대여비까지 합하면 매달 3000만원 이상을 쓰게 된다. 

입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월 학원비는 30만~40만원 정도. 학원 강사로부터 직접 레슨을 받거나 학원으로부터 소개받은 사람에게서 레슨받을 때 레슨비는 한 번에 30만원이다. 이쯤 되다 보면 수시모집을 앞둔 입시철엔 월 200만~300만원은 나간다. 

올해 실용음악과 보컬을 지원한 한 수험생은 “돈도 돈이지만 어느 정도 해야 합격할 수 있는지 좀처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나운서 = 방송국의 얼굴 아나운서를 배출한 학원들도 고액 강습료를 받는다. 서울 신촌, 강남 등 유명 아나운서를 배출했다는 학원이 즐비하다. 이곳의 비용은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든다. 해당 커리큘럼은 6개월 정규반, 아나운서 정규반, 고급반 등이 있다.

정규반은 4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다. 정규반은 40회 차고 수업 시간은 일주일에 2회,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직장인은 주말에 한 번 여섯 시간을 몰아서 들을 수 있다.


실기 앞두고 
목돈 준비

학원 상담사가 내세운 것은 추천채용과 단독 채용이다. 이들은 공개채용보다 추천채용의 합격률이 더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추천채용이 이뤄지는 과정은 인력이 필요한 기업이 일부 대형 아나운서 학원에게 추천채용을 의뢰한다.

의뢰받은 학원에서는 본원 수강생을 중심으로 서류면접을 진행한다. 최종면접 전까지는 모두 학원 내부에서 이뤄진다. 기업 입장에서 번거로운 채용 과정을 줄일 수 있고 학원 입장에서는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해 더 많은 원생을 모집할 수 있다.

이런 탓에 학원에서는 이른바 추천 전쟁이 벌어진다. 얼마나 많은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지가 학원의 능력을 가르는 중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몇 곱절이다. 신촌과 강남 등에 위치한 아나운서 학원비는 대개 400만원선.

이는 40회 수업 비용이다. 여기에 일대일 개인 지도를 더하면 시간당 15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기본반을 수료하면 고급반, 단과반 등의 과정을 수강해야 합격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되면 학원비로만 거의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알려진 대형 학원 3곳의 학원비도 대체로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세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암묵적으로 책정
시간당 10만원 천정부지

▲체육 = 체대 입시도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실기고사가 복잡한 데다 대학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체대 입시학원비는 월 40만원가량이지만, 정시 전형을 앞둔 3개월간은 월 200~300만원까지 치솟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체대 입시학원은 1월에 있는 학교별 실기시험 전까지 300만원의 수강료를 내야 했다. 지난해 고3 자녀의 체대 입시 준비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대학마다 시험 과목이 다르고 선택 과목도 있어 학원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체대 자녀를 둔 엄마들은 다들 마지막에 목돈이 든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체대 입시학원은 체인이기 때문에 정보공유 면에서 유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비싸게 느껴져도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등록할 수 밖에 없다. 체대 입시 관련 설명회가 거의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 학부모 사이에서는 정보를 공유해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아카데미가 체대 입시 전문학원 역할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교육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과 경기도 등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학원 교습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서울, 경기는 물론 충북, 세종 등도 사교육 열풍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 대상 심야 개인 과외와 학원 교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아카데미는 학원이나 교습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적용받지 않는다.

체대학원서 
정보 공유도

학원법의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시도 교육청이 정한 교습비 기준을 넘는 고액 수강료를 받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서울 각 구 교육지원청이 정한 입시·보습 학원 교습비는 1분당 200원을 넘지 않는다. 시간당 12000원 정도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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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