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 ‘월 1000도 우스운’ 예체능 학원비의 민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2 11:37:57
  • 호수 13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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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뿌리 뽑아야 ‘특별 레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아이 한 명을 예체능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집 한 채를 날려야 하거나 서서히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예체능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

우리나라 대학교에는 예술·체육과가 셀 수 없이 많다. 고등학생이 좋은 예체능 전공인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듣는 수업뿐 아니라 고액 레슨을 따로 받아야 한다. 이 레슨비는 인문계 학생이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내는 사교육비에 비해 훨씬 더 큰 금액이다. 특히 대학입시 레슨은 대부분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비싸다고 
느껴지지만…

대학 진학을 책임지고 있는 입시 레슨 선생들은 대학 교수와 연이 있어야 학생 유치에 유리하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유명한 학원이나 인맥이 넓은 선생이 있는 곳에 등록한다. 

보편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특별 레슨을 받고 그 중에 우수한 학생들이 예체능 중·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된다. 물론 해당 학교에 가지 않고도 학원에서 레슨을 받고 대학에 가는 경우도 많다. 두 경우 모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기간 내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유명 예체능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학부를 졸업해도 그때부터 다시 돈을 들여서 예체능을 공부해야 하고 개인의 열정과 부모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 된다. 석사를 마쳤어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다시 똑같은 이유로 박사 과정 진학까지도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석사와 박사를 마쳐도 지도교수에게 인정받고 잘 보여야만 대학에서 강사라도 할 수 있게 된다. 대학 강사 생활을 하다가 그 중에 아주 극소수만 교수가 된다.

예체능 분야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일어난다. 아무리 예술·체육 분야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의 밥벌이는커녕 계속 돈을 들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되는 예체능 학원비에 대해 정리했다.

▲미술 = 미술학원들은 대학능력수능시험이 끝난 시점부터 대학교 미술 입시가 시행되기 전까지 특강 명목으로 수험생에게 고액의 수강료를 요구한다. 서울 지역의 정시 특강비는 최소 600만원 내외다. 입시 미술로 유명한 곳이 몰려있는 홍대나 강남 지역 특강비는 70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홍대의 입시 학원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한다. 비용은 보통 600만원 안팎이다. 업계에서 미대 입시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정가로 알려져 있다. 

학교뿐 아니라 고액 학원 따로 다녀
인문계 사교육비 비해 훨씬 더 많아

학원들은 수능 직후부터 주요 예술대학의 정시 실기시험이 끝나는 2월 초까지 ‘집중 코스’ 나파이널’이란 이름을 내걸고 한 달에 몇 백만원에 달하는 실기 대비반을 운영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기 비중이 큰 예체능 계열 특성상 어쩔수 없지 고액 수강료를 지불하고 있다.

수험생의 ‘정시특강 비용이 비싸다’는 내용의 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입시 전문 사이트에 한 수험생은 “지방 학원인데도 정시특강비가 500만원이다. 이미 수시특강 비용으로 500만원을 냈다. 거의 1000만원이라서 부모님이랑 엄청 싸웠다”고 게시했다.


강남구 한 입시미술학원은 수능 직후인 11월16일부터 1월26일까지 2개월 동안 주 6일 하루 종일 수업하는 조건으로 무려 800만원을 받고 있다. 성북구의 유명 미술학원은 2달도 안 되는 기간 497만원을 받았으나 ‘가장 싼 편’에 속했다. 

▲음악 = 실기 준비를 주로 ‘개인 레슨’으로 하는 예비 음대생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작곡과 전문 입시 학원에서는 수능 직후 두 달간 대략 1000만~1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입시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비용일지라도 ‘입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학부모도 자녀 입시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거액의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자녀 위한
투자라 생각

피아노 전공의 경우 선생님을 돌아가면서 수업을 듣는다. 레슨, 입시 전문학원에서 수업(6만원)을 듣고 대학 강사급에게 수업(10만원)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대학 교수에게 또 한 번 수업(최소 20만원)을 듣는다. 학생이 레슨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경우에는 선생님을 또 초대해야 하는데 한 시간에 5만원에서 8만원 정도가 든다.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 달로 계산하면 레슨비가 약 200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이 기간 지방에 거주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배로 커진다. ‘방값’까지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남의 한 음악학원 인근 고시원에서 한 달 넘게 살며 실기 준비를 했던 한 음대생은 월세에 부담을 느꼈다. 학원 레슨비는 물론 악기 물품 구입비, 연습장소 대여비까지 합하면 매달 3000만원 이상을 쓰게 된다. 

입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월 학원비는 30만~40만원 정도. 학원 강사로부터 직접 레슨을 받거나 학원으로부터 소개받은 사람에게서 레슨받을 때 레슨비는 한 번에 30만원이다. 이쯤 되다 보면 수시모집을 앞둔 입시철엔 월 200만~300만원은 나간다. 

올해 실용음악과 보컬을 지원한 한 수험생은 “돈도 돈이지만 어느 정도 해야 합격할 수 있는지 좀처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나운서 = 방송국의 얼굴 아나운서를 배출한 학원들도 고액 강습료를 받는다. 서울 신촌, 강남 등 유명 아나운서를 배출했다는 학원이 즐비하다. 이곳의 비용은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든다. 해당 커리큘럼은 6개월 정규반, 아나운서 정규반, 고급반 등이 있다.

정규반은 4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다. 정규반은 40회 차고 수업 시간은 일주일에 2회,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직장인은 주말에 한 번 여섯 시간을 몰아서 들을 수 있다.


실기 앞두고 
목돈 준비

학원 상담사가 내세운 것은 추천채용과 단독 채용이다. 이들은 공개채용보다 추천채용의 합격률이 더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추천채용이 이뤄지는 과정은 인력이 필요한 기업이 일부 대형 아나운서 학원에게 추천채용을 의뢰한다.

의뢰받은 학원에서는 본원 수강생을 중심으로 서류면접을 진행한다. 최종면접 전까지는 모두 학원 내부에서 이뤄진다. 기업 입장에서 번거로운 채용 과정을 줄일 수 있고 학원 입장에서는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해 더 많은 원생을 모집할 수 있다.

이런 탓에 학원에서는 이른바 추천 전쟁이 벌어진다. 얼마나 많은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지가 학원의 능력을 가르는 중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몇 곱절이다. 신촌과 강남 등에 위치한 아나운서 학원비는 대개 400만원선.

이는 40회 수업 비용이다. 여기에 일대일 개인 지도를 더하면 시간당 15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기본반을 수료하면 고급반, 단과반 등의 과정을 수강해야 합격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되면 학원비로만 거의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알려진 대형 학원 3곳의 학원비도 대체로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세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암묵적으로 책정
시간당 10만원 천정부지

▲체육 = 체대 입시도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실기고사가 복잡한 데다 대학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체대 입시학원비는 월 40만원가량이지만, 정시 전형을 앞둔 3개월간은 월 200~300만원까지 치솟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체대 입시학원은 1월에 있는 학교별 실기시험 전까지 300만원의 수강료를 내야 했다. 지난해 고3 자녀의 체대 입시 준비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대학마다 시험 과목이 다르고 선택 과목도 있어 학원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체대 자녀를 둔 엄마들은 다들 마지막에 목돈이 든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체대 입시학원은 체인이기 때문에 정보공유 면에서 유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비싸게 느껴져도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등록할 수 밖에 없다. 체대 입시 관련 설명회가 거의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 학부모 사이에서는 정보를 공유해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아카데미가 체대 입시 전문학원 역할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교육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과 경기도 등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학원 교습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서울, 경기는 물론 충북, 세종 등도 사교육 열풍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 대상 심야 개인 과외와 학원 교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아카데미는 학원이나 교습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적용받지 않는다.

체대학원서 
정보 공유도

학원법의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시도 교육청이 정한 교습비 기준을 넘는 고액 수강료를 받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서울 각 구 교육지원청이 정한 입시·보습 학원 교습비는 1분당 200원을 넘지 않는다. 시간당 12000원 정도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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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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