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욘 람의 특별한 경험

더 큰 우승컵으로 아픔을 잊다

욘 람(미국)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우승을 목전에 두고 눈물을 삼켰던 욘 람은 곧바로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 시즌 첫 승이자 통산 6번째 우승이다.

 

욘 람은 지난달 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총상금 930만달러) 3라운드까지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공동 2위 그룹인 패트릭 캔틀레이와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에 6타나 앞섰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확실시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잘 나가다…

욘 람은 최상의 샷 감각을 이어갔지만, 황당하게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최종 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채 기권 처리되고 말았다. 18번 홀 그린을 빠져나오자마자 진행요원이 다가와 람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욘 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은 더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PGA 투어 방역수칙에 따라 곧바로 격리에 들어갔고 최종 라운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기권(WD)으로 처리됐다.

그런 가운데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연장 접전을 펼쳐 정상에 올랐다. 캔틀레이는 2년 만에 메모리얼토너먼트 우승컵을 되찾았다. 지난해 10월 조조 챔피언십에 이은 캔틀레이의 시즌 2번째 우승이자 통산 4번째 우승이다.


캔틀레이는 18번 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캔틀레이는 티샷을 러프로 보냈고,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넣었지만 2m 파 퍼트에 성공했다. 반면 모리카와는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캔틀레이보다 더 짧은 파 퍼트를 집어넣지 못했다.

대회를 주최한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욘 람이 정말 좋은 골프를 했는데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고, 공동 3위 스코티 셰플러는 “경기 직 후 욘 람이 ‘지금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돌아봤다.

US 오픈 시상대 꼭대기
통산 6승…상금 225만달러

욘 람의 확진으로 PGA 투어는 비상이 걸리기도 햇다. 욘 람이 사흘간 선수들과 접촉해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시즌 일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집에 돌아가야 했던 욘 람은 좌절하지 않았다. 한 주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것도 미국 최고 권위의 US 오픈에서다.

욘 람은 지난달 2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코스 남코스(파71)에서 열린 제121회 US 오픈(총상금 1250만달러)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225만달러(약 25억5150만원)다.

올해 4월 첫아들을 얻고 아빠가 된 람은 미국 현지 날짜로 아버지의 날에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다. 람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3위에서 1위로 올랐고, 지난해 8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세계랭킹 타이틀을 되찾았다. 올해로 121번째를 맞이한 US 오픈에서 스페인 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욘 람은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였던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3타 뒤졌으나 마지막 날 버디 5개, 보기 1개로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우스트히즌은 욘 람에게 1타 뒤진 2위. 욘 람은 올 시즌 첫 승이자 통산 6번째 우승이다.

1번과 2번 홀(이상 파4)에서 버디를 잡은 욘 람은 4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온 뒤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9번 홀(파5)에서 다시 1타를 줄였지만, 후반 들어 거푸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욘 람이 후반 7개 홀에서 연속 파를 기록한 가운데 경쟁자들은 실수를 남발하며 타수를 잃었다. 그리고 마지막 2개 홀에서 버디를 낚아 우승컵을 품었다.

선두 달리다 돌연 실격 처리
코로나19로 놓친 시즌 첫 승

욘 람은 17번 홀(파4)에서 약 7.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우스트히즌보다 1타 앞섰다. 18번 홀(파5)에서는 2번째 샷이 벙커로 들어갔지만, 약 5.5m짜리 버디 퍼트를 또 집어넣어 1위를 차지했다.

우스트히즌은 17번 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치우치면서 약 3.5m 파 퍼트를 놓쳤고, 18번 홀에서 1타를 줄여 준우승에 만족했다. 2010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우스트히즌의 통산 6번째, 지난달 PGA챔피언십에 이은 올해 두 번째 메이저대회 준우승이다.

‘디펜딩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공동 26위(최종합계 3오버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전반 9홀을 마쳤을 때만 해도 단독 1위로 나서며 타이틀 방어에 파란불을 켰다. 하지만 후반 들어 급격한 샷 난조에 빠져 8타를 잃었다. 17번 홀(파4)에서는 4타를 잃은 쿼드러플보기도 범했다.

절치부심

US 오픈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필 미켈슨(미국)은 공동 62위(최종합계 11오버파 295타)로 이 대회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선수 중 임성재(23)는 5오버파 289타로 공동 35위, 김시우(26)는 6오버파 290타로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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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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