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은 못줄망정…정치보다 어려운 정치인 자식농사 백태

무자식이 상팔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정치인들이 자식들의 일탈로 인해 정치 인생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항상 언행에 신중해야 하는 그들이지만 가족과 친지들까지 일일이 챙길 수는 없는 법. 자식 때문에 고개 숙인 정치인들은 누가 있을까? 

국내 대기업 고위 임원이 마약 밀매와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임원은 재판 중에도 회사에 정상 출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대마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의 사건을 심리 중이다.

떠오르는 
사위 논란

A씨는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국내로 입국하면서 가방 안에 엑스터시 1정과 대마를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9년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 객실에서 B씨와 공모해 엑스터시 1정을 쪼개 먹고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에도 대마를 흡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B씨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필로폰과 대마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구 청담동 소재 클럽 화장실이나 자신의 주거지 등에서 주로 투약했다.

A씨 측은 “외국에서 허용된 마약을 귀국길에 주변 지인들이 몰래 가방에 넣었는데, 이를 미처 알지 못하고 가져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투약 혐의에 대해선 무죄 추정 원칙을 들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회사에 정상 출근을 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사라 재판이 진행 중인지 몰랐다”면서도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징계위원회 등을 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1월4일 기소돼 지금껏 5차례 재판을 받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은 이유는 A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의 맏사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아직까지 이렇다할만한 입장을 내 놓지 않고 있다.

마약 밀매와 투약…폭행·성추행 ‘가지가지’
떨쳐내기 힘든 꼬리표…정치 인생 끝나기도

정치인의 사위가 마약사건에 연루됐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마약 혐의로 구속된 클럽 ‘버닝썬’ 직원이 과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C씨에게 마약을 판매하고 함께 투약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서울동부지법은 2015년 2월 C씨의 마약 혐의 재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씨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총 15차례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등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과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큰 실수로 이미 처벌을 받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반 국민이 정치인의 사위라는 이유로 전 국민 앞에서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다”며 “자신과 무관한 일로 계속해서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는 공인의 입장과 지난날을 반성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과 어린 자녀들의 입장을 부디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5월6일 국회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총리 사위의 라임펀드 관련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김 총리가 사위가 가입한 고액의 맞춤형 펀드를 ‘특혜’라고 규정하며 맹공을 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 총리 가족들도 피해자”라며 김 총리를 감쌌다. 

구설수에 
특혜까지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낳은 라임 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김 총리의 둘째 딸과 사위를 위해 12억원 상당의 고액 맞춤형 특혜 펀드, ‘테티스11호’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테티스11호’는 투자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 환매가 가능했고, 운용사 몫으로 가져가는 수수료가 없어 특혜 시비가 일었다. 김 총리는 “저와 사위는 경제단위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테티스11’호에 이 전 부사장의 영향력 아래 있던 기업이 전체 설정액의 95%를 투자한 정황이 나왔다. 해당 업체는 정부 보조금 14억원도 수령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사위의 논란은 그나마 다행이다. 2017년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군인 시절 후임병을 상대로 폭행과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남이 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정치 인생에 큰 위기가 드리워졌다.

장남의 마약 파문에 당시 독일 출장 중이던 남 전 지사는 급거 귀국해 “아버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들이 또래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피해 학생과 학부모님, 학교 측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아들이 SNS 등을 통해 조건만남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 아들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도록 아버지로서 더 노력하고 잘 지도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아들, 딸… 
골고루 말썽

당시 바른정당 소속이던 장 의원은 당 대변인과 부산시당위원장에서 사퇴를 하기도 했다.

국회 최다선인 8선의 전 한나라당 대표도 자식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웃지 못했다. 서 전 대표의 아들은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대학 후배와의 폭행사건에 연루돼 폭행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막내아들이 SNS에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고, 결국 정 이사장은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다.

또 고승덕 전 한나라당 의원도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지만 “딸이 자식교육을 방치한 사람은 서울시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자 “딸아 미안하다”는 발언을 남기고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1997년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아들 병역기피 의혹은 한국 정치사를 바꾼 사건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이 전 총리의 아들 두 사람이 모두 병역을 부당하게 면제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총리의 지지율은 폭락했고 이는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의 출마로 이어졌다.

여러 조건이 겹치면서 3파전 끝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 포인트 차이로 이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전 총리 아들의 병역문제 의혹은 다음 대선인 2002년에도 다시 불거졌는데, ‘병풍(兵風)’이라고도 불렸다. 재차 이 의혹을 폭로한 김대업은 명예훼손과 무고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 전 총리는 다시 대선에서 패했다.

전 대통령들 아들 문제로 사과까지
“정치판서 성공하려면 꽁꽁 숨겨야”

2003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해 청문회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다. 진 전 장관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2006년에 다시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장남이 국적을 회복해 군대에 가겠다’고 밝혀 선거용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 선거에서 진 전 장관은 결국 낙선했다.

대통령들도 자식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 김현철씨의 국정 개입 의혹 등으로 국민여론이 들끓자 1997년 2월25일 카메라 앞에 서서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로 여기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집권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들로 인해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삼남 홍걸씨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구속된 데 이어 차남 홍업씨마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자 2002년 6월21일 “지금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못했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부터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2017년 대선을 기점으로 더욱 뜨거운 쟁점이 됐다. 2007년 감사 결과, 당시 채용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해 징계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준용씨의 채용 과정에선 위법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문 대통령은 딸 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와 관련해서도 이주 사유에 대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선거 방해
발목 잡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소위 잘나가는 정치인들이 자식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정치는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식농사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씁쓸함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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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