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외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 변수 셋

‘혹독한 신고식’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대권 링에 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윤 전 총장은 외길만 걸은 정치 신인이다. 제1야당의 ‘뒷배’ 없이 지지율만 믿고 버티긴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정계 데뷔전을 치렀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됐음을 감히 말씀드린다.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켰다. 

정시 출발론
조기 입당설

난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지 118일 만이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상당 부분을 문재인정부 비판에 썼다. ‘정권교체’라는 단어가 선언문에서만 7차례 들어갔다. 반문(반 문재인) 진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그의 입지를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책에서는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혹평도 나왔다.

차후 관건은 윤 전 총장의 행선지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의 후보들과 경쟁할 것인지,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운 이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도모할 것인지에 따라 그의 흥망도 갈릴 전망이다.


현재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관련해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며 “필요하면 입당도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남긴 상태다.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과의 연대가 필요할 때 입당하겠다는 게 그의 공식 입장이다. 대권 유력주자다운 여유로움이 돋보인다.

이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도 지지율이 유지되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중도층을 공략한다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현재 윤 전 총장 캠프 내에서도 입당파와 유보파가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당파는 국민의힘에 개혁보수 세력인 30대 대표가 선출된 만큼 중도 확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당내 세력을 더 빠르게 포섭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입당 유보파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중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입당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들과 링 위에 오르면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공존한다.

외부에서도 윤 전 총장의 입당에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118일 만에 잠행 깨고 대권 시동
악재에 거품 빠지면서 발등에 불

첫째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다. 지지율에 따라 그의 입당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이대로 지지율 1위를 지킨다면, 8월 국민의힘 경선을 건너뛰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노려볼 수 있다.


반면 지지율이 주춤한다면 그의 입당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리스크가 큰 정치 신인이다. 대권주자로서 경제·외교·복지 등을 총망라한 정치력을 검증받을 난제가 남았다.

게다가 다소 꺼림칙한 처가 관련 의혹이 담긴 이른바 ‘윤석열 X파일’까지 돌고 있다. 철저한 대비 없이는 작은 타격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윤 전 총장에게 제1야당의 뒷배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간 윤 전 총장은 ‘전언 정치’ 논란, X파일 논란, 이동훈 전 대변인 금품 수수 의혹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지지율 32.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대비 5.6%포인트 급락한 지수다(자세한 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그의 등판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이 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등판 이후 그는 여러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하는 정공법을 택한 상태다. 특히 X파일을 두고서는 “괴문서”라며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도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해당 논란을 ‘마타도어’로 규정하고 위기 돌파의 자신감을 보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대권주자로서는 정치적 자질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윤 전 총장은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원론적인 대답만을 내놓으며 정부 비판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년 동안 공직에 몸담은 공직자일 뿐”이라는 혹평이 따랐다.

정계 데뷔
하락세로

이대로 윤 전 총장의 ‘몸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야권 지지자들이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보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조금 곤란해진다.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하락세를 걸을 때 야권 지지자들이 마냥 그를 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야권 대권주자들의 행보에 따라 윤 전 총장 입당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플랜B’로 평가받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출사표를 내면서 윤 전 총장과 경쟁구도가 생기는 양상이다. 윤 전 총장은 최 전 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의에 “어려운 질문”이라며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최 전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감사원장직을 사임하고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히고 등판 채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계에선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조기입당설이 힘을 받고 있다. 최 전 원장의 경쟁력은 윤 전 총장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법관으로 재직하다 현 정부 출범 후 감사원장에 발탁돼 이렇다 할 세력 기반이 없다. 지지율 역시 미미하다.

정치 신인
경선 버스?

이 때문에 그가 7월 중순쯤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고 8월 초쯤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의 대비 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8월 말 경선 돌입’을 공언한 상황이라 최 원장이 늦지 않은 시기에 입당을 포함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만약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입당 후 의미있는 수치를 나타낸다면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입당시 제1야당의 인력과 조직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현재로서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가 크지만, 차후 당내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당에서도 최 전 원장에 대한 잠재력을 높게 보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현실은 윤석열이지만, 자격은 최재형”이라는 평도 나온다. 처가 문제 등 각종 검증대가 기다리고 있는 윤 전 총장보다는 최 전 원장이 적임자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최 전 원장은 보수 야당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 수사에서 자유롭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주도한 정권 수사에 여전히 반감을 가진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최 원장을 대안 후보로 주목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당내 주자들의 견제 역시 윤 전 총장 입당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들의 압박이 더 심해질수록 윤 전 총장이 밖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는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몸풀기에 나선 상태다.

후보들은 굵직한 정치 경험을 살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으로 다시 돌아온 홍 의원은 ‘윤석열 저격수’로 나섰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지금 모호한 선택 스탠스(태도)를 취하고 있으니까 지금 국민의힘에 입당 안 한다고 단정적으로 하면 지지율이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랜B’ 최재형 합류
윤 압박 카드 활용?

유 전 의원 역시 이 대표의 당선 이후 연일 상승세다. 바른정당계가 약진하면서 유 전 의원의 ‘몸값’ 역시 올라가는 양상.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실시한 보수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4.4% 지지율로, 윤 전 총장에 이어 2위에 올랐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유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이다. 부동산 문제가 대권을 가를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 전 의원의 경쟁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전언 정치는 소통 방법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 야권 주자 1위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원 지사 역시 ‘나라의 대혁신’을 대권 도전 키워드로 내세우며 출사표를 낸 상태다. 그는 당내 원조 소장파로 꼽힌다. 지지율은 답보 상태지만, 보수정당 내 젊은 개혁주자인 만큼 청년층의 마음을 얻는 데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원 지사 역시 윤 전 총장을 향해 “(시간끌기는) 갈등이 많고 격변과 서로 다른 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정치 지도자라는 대통령으로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공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접점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그의 대선 출마장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24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는 당 소속 의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석열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이 사실상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것으로, 향후 윤 전 총장과 당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등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어찌 됐든, 윤 전 총장이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몰린 것도 ‘윤석열 현상’에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제든지 환영할 꽃다발을 준비해두고 있다”며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정시 출발론은 확고하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 공식적인 만남 이후에도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당 밖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항상 열고 있지만 우리는 공당으로서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기에 특정 주자를 위해 일정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면서 “경선 버스는 무조건 정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당내 견제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를 두고선 구체적인 전망 시기도 나온다. 당초 총장 임기 만료일이었던 오는 24일을 기점으로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7월 한 달 정도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른 후 정치적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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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