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시 서는 '봉달이' 이봉주

달리고 싶은 국민 마라토너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이봉주는 지난해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병을 진단받았다. 1년8개월간 투병 생활을 한 그는 성공 확률이 낮다는 수술을 결정했고, 지난 7일 7시간에 가까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수술을 마친 이봉주는 근황을 알리며 다시 달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하며 동료 스포츠 선수들과 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섰다. 응원에 힘입은 이봉주는 “꿋꿋하게 이겨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수많은 마라톤 대회들에 출전하며 큰 족적을 남긴 그는 예능 방송에도 출연하며 순수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근육 이상
투병 생활

지난해에 그는 고정 예능 <뭉쳐야 찬다> 출연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봉출귀몰’ ‘무한체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예능에서도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직 야구선수 양준혁은 “경기를 뛰는 40분 동안 자신은 정말 조금 뛰는데 이봉주는 10km를 뛴다”며 “카메라가 어디를 잡아도 항상 앵글에 잡혀 이봉주가 언제나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 마라토너답게 근성 축구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봉주는 지난해 2월 훈련을 위해 떠난 사이판에서 출연자들과 폐타이어를 허리에 끼고 하는 훈련을 진행한 뒤 몸에 무리가 생겼다. 처음에는 가벼운 부상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부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프로그램을 쉬면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봉주는 복귀할 수 없었다. 좀처럼 회복에 차도가 없어서다.

이후 <뭉쳐야 찬다> 마지막 회에서 지팡이를 짚고 나와 근황을 알렸다. 그의 투병 소식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가 밝힌 병명은 ‘근육긴장이상증’이다. 근육긴장이상증은 뇌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명령 체계에 문제가 생겨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스스로 긴장, 수축하는 질환을 말한다. 몸을 펼 수 없고, 근육이 비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주로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세다.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봉주의 경우 증세가 심해 치료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의 몸에는 몸을 지지하기 위해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다.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 한방, 경락 마사지 등까지 시행했다.

그러나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일어설 수도, 제대로 걷기도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는 결국 휠체어에 앉아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일상생활은 중단됐고, 활동을 중단하면서 수입도 끊기는 어려움에 처했다. 오랜 기간 치료한 탓에 심신장애까지 겪게 됐다. 

길어진 투병 생활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위축돼 사람들을 피해서 숨어 다녔다는 이봉주는 방송 출연을 결심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병을 알려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은 물론, 자신처럼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근육긴장 이상증 진단…고통의 나날
어려운 수술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

1년이 넘게 병을 앓던 이봉주는 전과는 다르게 살이 5kg 빠진 채 스틱을 짚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방송에 출연한 이봉주는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했지만, 여전히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통증은 줄었지만 여전히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봉주는 한 예능에 출연해 “현재 제일 중요한 고비인 것 같다”며 “고비를 현명하게 잘 넘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을 정말 잘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마라톤을 해왔듯이 마라톤처럼 하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늘 그렇듯 정신력으로 버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상황과 반드시 완치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특히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서는 “아프게 되니 육상의 기본을 가르쳐 준 코치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성공적인 마라토너 인생의 토대를 만들어 준 코치님을 만나면 큰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하며 전해지자, 팬들은 이봉주를 위해 모금운동을 하고, 천안시는 이봉주를 응원하는 마라톤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주변에서도 그를 지속적으로 응원했다. 이런 가운데 희소식이 전해졌다.

유튜브를 통해 근육긴장이상증의 발병 원인을 찾았다는 것. 

고민 끝에
수술 결정

척추 6, 7번 쪽에 낭종이 생겨 신경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다만 당시에는 원인 자체를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비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봉주는 수술을 마지막 선택으로 여겼다. 수술을 하게 되면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낭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척추에 1.5cm에 달하는 구멍을 뚫어 현미경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또 척추에 바늘만 넣어서 하는 수술이 아니라 살을 열어서 하는 수술이다. 

이봉주는 “저보다도 안사람이 수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수술이든 일반 치료든 고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 상태에 대해서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완치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발병 초기에는 누워서 잠을 자기도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잠도 충분히 자고 허리가 조금은 펴진 느낌이라는 것.

신경이 눌리지 않을 때 한 번씩 허리가 펴져 과거 허리를 바르게 세웠던 느낌이 있다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후 이봉주는 CT촬영을 진행한 뒤 낭종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을 앞둔 이봉주는 다시 봉주르 라이프를 외치고 싶고, 반드시 일어나 자신의 발로 뛰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약 7시간의 수술을 마친 이봉주는 수술 후 전처럼 머리와 배가 뛰지 않는다며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수술이 성공적이었음을 알렸다. 수술 당일 배 쪽에 미세한 경련이 남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복근 경련도 멈췄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도 경과가 좋지만, 앞으로 회복·관리를 잘 할 필요가 있다며 이봉주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시사했다.

쾌유 기원
모두 응원

이봉주는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고 응원해줬기 때문에 수술을 잘 받았다”며 “반드시 달리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봉주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는 사진을 게시하며 한층 더 회복된 상태의 이봉주의 근황을 알렸다.

앞서 천안시체육회는 이봉주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되자, 지난 4월 이봉주의 고향을 방문해 시민과 공무원 등으로부터 모금한 성금을 그에게 전달한 바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과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은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이봉주 선수의 고향 집을 찾아가 격려했다.

박 시장은 “이봉주가 병마와 싸워 이기고 다시 일어나 힘차게 다시 뛸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봉주가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곳은 자신의 고향인 천안이다.

명실상부 한국 마라톤 레전드로 평가받는 그는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다시 쓴 주역 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달리기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왕복 12km의 거리를 오가며 평소에도 스스로를 단련했다.

평발과 짝발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노력과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날씨가 궂은 날에도 굴하지 않고 새벽 4시면 일어나 개인훈련을 했다. 한창 연습할 시기에는 6개월 동안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km를 40번 완주해냈다. 

평균 하루 반에 한 꼴로 풀코스를 완주한 셈이다. 당시에도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 육상부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는 중에도 이봉주는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이봉주의 재능을 알아본 팀에서 스카웃 뒤, 전국체전에 출전해 2위를 달성해 승승장구하는 듯싶었으나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부상까지 겹쳐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며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록 역시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봉주는 평소처럼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아파도 이웃 위해 봉사
주변서 많은 도움 손길

그 결과 1993년 호놀룰루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 1995년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을 하며 통해 이름도 알려졌다.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국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마라톤은 이봉주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의 업적들을 달성하는 등 이봉주 시대의 문을 열었다.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분류되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1위와는 불과 3초밖에 차이나지 않았을 만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올림픽 마라톤 사상 최소 차이의 격차다. 

이봉주는 2001년 출전한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많은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2009년에 전국체전에 출전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봉주는 40세에 은퇴하기까지 국제대회에서 44번 도전해 41번 완주를 했다. 훈련을 통해 완주한 거리까지 합치면 그가 뛴 거리는 지구 4바퀴에 이를 만큼 많은 시간을 달렸다. 현재까지도 이봉주가 세운 한국 신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 생활 제의도 받았으나 거절하고 치킨집, 홍보대사 등을 하며 마라톤 꿈나무를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는 제2, 제3의 이봉주 탄생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소 해오던 봉사활동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수술을 받기 전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통해 이봉주의 인간적인 면모가 주목받았다.

전설의 귀환
“기다릴게요”

이봉주는 자신이 아픈 것은 방송국 탓이 아니라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뜻을 밝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7월부터 시작 예정인 재활 프로그램을 충실히 수행하고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육상 발전을 위해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봉주의 예능 도전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 사로잡다

이봉주의 첫 예능 도전은 2011년 출연했던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다. 봉달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이봉주는 의외의 댄스 실력과 입담을 뽐냈다. 

당시 봉달이 아저씨의 반란이라며 시청자들에게도 예능인으로써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출발 드림팀>에서는 조커 분장으로 분장만으로 스태프를 폭소시키는 가하면, <무한도전>에 출연해서도 ‘순수함’으로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자기야 백년손님> 출연을 통해서도 장인어른과의 케미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이봉주의 어눌한 말투가 시청자들과 한층 더 교감할 수 있었던 정겨움의 상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뭉쳐야 찬다> 고정 출연을 통해 스포츠 스타 특유의 진솔함과 순수함을 뽐내며 예능 대세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관측이 있다. 또 마라토너 특유의 ‘근성’과 ‘열정’을 뽐내며 역시 마라톤 레전드답다는 평가도 있다.

<뭉쳐야 찬다>를 통해 동네 초등학생까지 알아보며 이봉주에게 싸인 요구를 한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확실한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에 나오는 이봉주의 성격과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며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성격으로 앞으로도 많은 예능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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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