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아이돌급' 사주팔자 팬덤 문화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21 14:06:23
  • 호수 13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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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선 무당…복채 대신 후원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연예인들만 팬이 있는 게 아니다. 명리학에서도 팬이 존재한다. 사주풀이 상담을 받은 내담자들은 상담해준 사람을 오히려 걱정한다. 심지어 이들은 선물을 보내주는가 하면 현금 후원도 한다. 

사주풀이와 관상을 보는 명리학은 이전부터 꾸준히 인기가 있다. 명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매년 신년운세를 보기 위해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다. 용한 곳은 최소 6개월 전에 연락해야 예약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입소문이 난 점집은 국회의원, 연예인 등이 자주 찾는다.

용한 점집
문전성시

사주팔자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 또는 이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학문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사람들은 신통방통한 것을 신기해하면서 흥미를 갖는다. 매해 연초 TV 예능프로에서 연예인 사주팔자나 관상을 본다. 특히 패널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사주풀이를 통해 서로를 놀리거나 칭찬하며 재밌는 장면을 만든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은 서슴없이 사주를 본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주로 히트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기 전, 용한 점집 도사가 예언했다는 이야기다. 

사주팔자를 가벼운 호기심에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생의 갈림길을 두고 혼란이 올 때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다. 인생사는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사주를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주풀이는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입시, 취업 불안, 결혼 고민 등 인생에 다양한 고민을 사주풀이로부터 해결책을 받으려 한다. 이전처럼 용한 점집을 찾기보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사주풀이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비대면 운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예다. 운세 앱 중 하나인 ‘점O’의 경우 지난해 1월 초 하루 평균 50여만명이 이용했었지만, 올해 초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1월1일의 경우 1일 평균 120만명가량이 운세를 확인하며 연말 연초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50~60대 이용자 비중도 높아졌다. 앱 ‘점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8일~올해 1월3일 7일간 50~60대 이용자는 31%로 전월 같은 기간(23%) 대비 7% 이상 상승했다. 단순 앱 이용만 늘어난 수치가 아닌 앱 내 결제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재밌고 간단한 풀이
짧은 시간 흥미 유도

점O에서 제공 중인 유료 운세 상담의 50~60대 이용 비율은 연말 같은 기간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월 같은 기간(19%) 대비 14%가량 상승한 수치로, 연초가 다가오면서 운세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었지만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혹은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층은 앱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사주풀이와 관상 등 명리학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용하다는 한 사주 전문 채널에서 상담받거나 사주풀이 방법에 대해 검색하기도 했다. 서바이벌 웹예능 <머니게임> 방영 당시, 사주 전문 채널에서는 출연진 사주를 통해 탈락 여부를 점치기도 했다. 

수많은 사주 채널 가운데 판X도사 X이드(이하 X이드), 도O도르, 더O학당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인기 많은 사주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통방통 점을 잘 보는 것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미래를 잘 예측하거나 상담받는 사람의 속사정을 꿰뚫어보면 용한 채널로 바로 입소문이 난다.


한때 과거 연예인 전문 사주풀이 블로그들이 재조명됐다. 한 연예인에게 악재가 일어나면 그 블로그에서 사주풀이했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유되곤 했다. 마치 미래를 본 것마냥 연예인의 앞날을 예측하면서 상담 전화도 늘었다. 이처럼 최근 유튜브에서도 미래를 맞추는 채널이 주목받고 있다.  

둘째, 어려운 사주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 용어를 쉽게 설명하면 젊은 층은 흥미를 가진다. 유튜브 특성상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단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는 게 시청자 관심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명리학은 공부를 하면 공부할수록 전문성을 요하는 깊은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주 유튜버는 스스로도 공부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스스로 사주를 보는 방법도 알려주는 전략으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소 6개월
예약 힘들어

세 번째는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말발이다. 과거 나이 든 사람이 외진 곳에서 점집을 차려 사주를 봐줬던 데 반해 근래엔 온라인이 대세다. 

게다가 명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고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면서 젊은 층들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훤칠한 외모를 가진 젊은 사주풀이 전문가도 많이 나타났다. 예쁘장하고 잘생긴 외모에다가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갖춘 사주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X이드는 유튜브 뿐 아니라 다양한 SNS채널에서 팬들과 소통한다. 유튜브 외에도 인스타그램, 트위치, 오디오형 SNS 클럽하우스, 카카오 음 등을 통해 동시 송출하고 있다. 또 일반 회원이 아닌 특별 회원끼리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특별 회원이란 클럽하우스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방을 자유롭게 만들고 사람을 부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들은 서로 모여 같이 게임을 하거나 방송을 자유롭게 하는 등 특별 권한이 주어진다.

X이드는 올해 설날 우연한 계기로 방송을 시작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사주, 타로를 봐주는 방을 살펴보다가 이론적 근거가 없는 방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결국 본인이 사주 상담방을 열게 됐다. 

첫날부터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오면서 시간이 부족해 상담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다. 상담을 계속 해줘도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방 규모도 점점 커졌다. 내담자 요구에 발맞춰 클럽하우스는 유지한 채 유튜브와 트위치를 통해 송출을 시작했다.  

높은 적중률 시선 강탈
외모도 연예인급 인기

X이드 유튜브 구독자 수는 3600명(지난 17일 기준)에 불과하지만 인기 유튜버 척도라 할 수 있는 유튜브 멤버십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멤버십이란 매달 후원하는 구독자에 한해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방송 초기부터 X이드가 현금 후원을 받은 건 아니었다. X이에 따르면 첫 현금 후원자였던 한 시청자가 “음질이 좋지 않다”고 마이크 교체를 권유하며 5000원을 후원했다. 

X이드는 유튜브 채널 초창기 라이브 방송이 많았다. 구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구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됐다. 한 팬은 그의 건강을 생각해서 도라지즙, 프로폴리스 등의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후 유튜브 운영을 집중하면서부터 슈퍼챗(현금 후원)을 통해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X이드 채널의 한 팬은 “X이드에 빠지게 된 이유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주를 직접 보러 간 적도 있었는데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X이드는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제시해주고, ‘사주에 좋고 나쁨은 없다’고 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X이드는 여타 인기 크리에이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을 한 그는 갑작스레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혼란스러워졌다고 한다.

규칙이나 체계가 없다보니 관리자가 필요했고 스태프를 모집했다. 그러다 보니 클럽하우스 상담방 운영을 도와주는 팬이 생겼으며 현재는 6명 스태프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스태프 역할은 기획, 운영, 편집 등 세 가지다. 기획팀은 유트브 채널 방향을 결정한다. 운영팀은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일정 관리, 유튜브 동영상 멤버십 관련 등을 관리한다.


종종 커뮤니티 게시글, 카카오톡 채팅방 등도 확인한다. 편집팀은 영상편집과 업로드 관련 임무를 맡는다. 또 콘텐츠 영상을 촬영 및 편집하고 유튜브 영상 관련 개선사항이 있다면 편집팀끼리 회의한다.

호기심 유발
혹한 시청자

스태프를 하게 된 계기도 다양하다. 좋은 마음으로 알려 주다보니 지금까지 계속하게 된 사람, 모집한 한다기에 지원한 사람, 무료 상담 보상차원으로 운영방법을 제안했다가 덜컥 스태프가 된 사람 등이다. 

신기한 건 스태프 역할을 하게 되면서 체계적으로 금전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X이드는 스태프에게 2주에 한 번씩 사주 수업을 무료로 해주는 게 보상이면 보상이다. 또 언제든지 질의사항과 관련해 X이드와 소통이 가능한데 스태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기프티콘을 보내는 게 전부다.

한 스태프는 “자신의 사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힘들 때 인생 선배인 X이드로부터 조언을 듣기 때문에 스태프 임무를 열심히 활동하게 된다. 스태프 및 회원과 소통하며 배우는 점이 많아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X이드 혼자서 운영하기 힘든 부분을 충성심 있는 팬이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팬심 하나로 스태프를 맡아 홍보 및 운영 역할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태프가 늘어난 이유는 사주에 대한 관심있는 연령층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전 부분이 아니어도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해 홍보를 한다거나 영상 기획 및 편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X이드는 “채널 초창기 구독자 연령대가 50~60대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20대, 30대가 30%가 된 만큼 구독자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사주상담 라이브 방송을 열어도 ‘20대 초반인데 올바른 진로를 알고 싶다’는 고민 등 20대 초반인 시청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연애부터 진로까지 다뤄야 할 주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구독자가 내 방송을 보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콘텐츠 제작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인스타 활동…회원제 운영
팬클럽 만들고 도라지즙 선물까지

X이드 채널이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적중률이다. X이드 채널에서 내담자의 월간 운을 봐주는 콘텐츠가 있는데 적중률이 꽤 높다. 

X이드 채널은 유독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나이대가 많이 찾는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기 전이나 사회 초년생이라고 볼 수 있다. X이드는 회사를 실제로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에 임한다. 

그는 기업 인·적성평가나 이력서 및 자소서 작성에 대한 고충을 몸소 느껴봤다. 또 연애를 하는 시기에 자평명리학을 실전에서 적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자평명리학이란 시간의 흐름 사이에 사시에 관해 시간의 질서를 의미한다. 

역학계에서도 X이드는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한다. 상담을 할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처세하기 때문에 어필이 된다고 한다. 

한편 아이돌 시장에서도 팬심을 활용해 과금을 유도하고 있다. 휴대폰에 버O 앱을 깔고 월 4500원을 결제하면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직접 써서 보내는 메시지를 수시로 받고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아티스트는 팬의 답장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개별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채팅은 아티스트가 팬의 전반적인 반응을 살펴보며 ‘다대1 채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버O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팬심’을 최대한 자극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먼저 카카오톡 개인 대화방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1대1 채팅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스타가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일괄 확인하면 채팅방에 ‘읽음’ 표시가 뜬다.

이용자는 아이돌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이름이나 ‘누나’ ‘오빠’ 등으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답장을 보내다가 아이돌의 메시지와 내 답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양새가 되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팬의 설명이다.

멤버십 운영
일상도 공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은 버O을 통해 아티스트와 일상을 공유하는 기분을 느끼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팬들이 모르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며 “팬덤을 활용한 구독경제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팬들의 충성도도 함께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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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