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아이돌급' 사주팔자 팬덤 문화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21 14:06:23
  • 호수 13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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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선 무당…복채 대신 후원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연예인들만 팬이 있는 게 아니다. 명리학에서도 팬이 존재한다. 사주풀이 상담을 받은 내담자들은 상담해준 사람을 오히려 걱정한다. 심지어 이들은 선물을 보내주는가 하면 현금 후원도 한다. 

사주풀이와 관상을 보는 명리학은 이전부터 꾸준히 인기가 있다. 명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매년 신년운세를 보기 위해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다. 용한 곳은 최소 6개월 전에 연락해야 예약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입소문이 난 점집은 국회의원, 연예인 등이 자주 찾는다.

용한 점집
문전성시

사주팔자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 또는 이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학문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사람들은 신통방통한 것을 신기해하면서 흥미를 갖는다. 매해 연초 TV 예능프로에서 연예인 사주팔자나 관상을 본다. 특히 패널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사주풀이를 통해 서로를 놀리거나 칭찬하며 재밌는 장면을 만든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은 서슴없이 사주를 본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주로 히트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기 전, 용한 점집 도사가 예언했다는 이야기다. 

사주팔자를 가벼운 호기심에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생의 갈림길을 두고 혼란이 올 때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다. 인생사는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사주를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주풀이는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입시, 취업 불안, 결혼 고민 등 인생에 다양한 고민을 사주풀이로부터 해결책을 받으려 한다. 이전처럼 용한 점집을 찾기보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사주풀이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비대면 운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예다. 운세 앱 중 하나인 ‘점O’의 경우 지난해 1월 초 하루 평균 50여만명이 이용했었지만, 올해 초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1월1일의 경우 1일 평균 120만명가량이 운세를 확인하며 연말 연초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50~60대 이용자 비중도 높아졌다. 앱 ‘점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8일~올해 1월3일 7일간 50~60대 이용자는 31%로 전월 같은 기간(23%) 대비 7% 이상 상승했다. 단순 앱 이용만 늘어난 수치가 아닌 앱 내 결제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재밌고 간단한 풀이
짧은 시간 흥미 유도

점O에서 제공 중인 유료 운세 상담의 50~60대 이용 비율은 연말 같은 기간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월 같은 기간(19%) 대비 14%가량 상승한 수치로, 연초가 다가오면서 운세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었지만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혹은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층은 앱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사주풀이와 관상 등 명리학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용하다는 한 사주 전문 채널에서 상담받거나 사주풀이 방법에 대해 검색하기도 했다. 서바이벌 웹예능 <머니게임> 방영 당시, 사주 전문 채널에서는 출연진 사주를 통해 탈락 여부를 점치기도 했다. 

수많은 사주 채널 가운데 판X도사 X이드(이하 X이드), 도O도르, 더O학당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인기 많은 사주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통방통 점을 잘 보는 것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미래를 잘 예측하거나 상담받는 사람의 속사정을 꿰뚫어보면 용한 채널로 바로 입소문이 난다.


한때 과거 연예인 전문 사주풀이 블로그들이 재조명됐다. 한 연예인에게 악재가 일어나면 그 블로그에서 사주풀이했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유되곤 했다. 마치 미래를 본 것마냥 연예인의 앞날을 예측하면서 상담 전화도 늘었다. 이처럼 최근 유튜브에서도 미래를 맞추는 채널이 주목받고 있다.  

둘째, 어려운 사주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 용어를 쉽게 설명하면 젊은 층은 흥미를 가진다. 유튜브 특성상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단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는 게 시청자 관심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명리학은 공부를 하면 공부할수록 전문성을 요하는 깊은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주 유튜버는 스스로도 공부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스스로 사주를 보는 방법도 알려주는 전략으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소 6개월
예약 힘들어

세 번째는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말발이다. 과거 나이 든 사람이 외진 곳에서 점집을 차려 사주를 봐줬던 데 반해 근래엔 온라인이 대세다. 

게다가 명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고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면서 젊은 층들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훤칠한 외모를 가진 젊은 사주풀이 전문가도 많이 나타났다. 예쁘장하고 잘생긴 외모에다가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갖춘 사주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X이드는 유튜브 뿐 아니라 다양한 SNS채널에서 팬들과 소통한다. 유튜브 외에도 인스타그램, 트위치, 오디오형 SNS 클럽하우스, 카카오 음 등을 통해 동시 송출하고 있다. 또 일반 회원이 아닌 특별 회원끼리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특별 회원이란 클럽하우스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방을 자유롭게 만들고 사람을 부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들은 서로 모여 같이 게임을 하거나 방송을 자유롭게 하는 등 특별 권한이 주어진다.

X이드는 올해 설날 우연한 계기로 방송을 시작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사주, 타로를 봐주는 방을 살펴보다가 이론적 근거가 없는 방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결국 본인이 사주 상담방을 열게 됐다. 

첫날부터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오면서 시간이 부족해 상담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다. 상담을 계속 해줘도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방 규모도 점점 커졌다. 내담자 요구에 발맞춰 클럽하우스는 유지한 채 유튜브와 트위치를 통해 송출을 시작했다.  

높은 적중률 시선 강탈
외모도 연예인급 인기

X이드 유튜브 구독자 수는 3600명(지난 17일 기준)에 불과하지만 인기 유튜버 척도라 할 수 있는 유튜브 멤버십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멤버십이란 매달 후원하는 구독자에 한해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방송 초기부터 X이드가 현금 후원을 받은 건 아니었다. X이에 따르면 첫 현금 후원자였던 한 시청자가 “음질이 좋지 않다”고 마이크 교체를 권유하며 5000원을 후원했다. 

X이드는 유튜브 채널 초창기 라이브 방송이 많았다. 구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구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됐다. 한 팬은 그의 건강을 생각해서 도라지즙, 프로폴리스 등의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후 유튜브 운영을 집중하면서부터 슈퍼챗(현금 후원)을 통해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X이드 채널의 한 팬은 “X이드에 빠지게 된 이유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주를 직접 보러 간 적도 있었는데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X이드는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제시해주고, ‘사주에 좋고 나쁨은 없다’고 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X이드는 여타 인기 크리에이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을 한 그는 갑작스레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혼란스러워졌다고 한다.

규칙이나 체계가 없다보니 관리자가 필요했고 스태프를 모집했다. 그러다 보니 클럽하우스 상담방 운영을 도와주는 팬이 생겼으며 현재는 6명 스태프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스태프 역할은 기획, 운영, 편집 등 세 가지다. 기획팀은 유트브 채널 방향을 결정한다. 운영팀은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일정 관리, 유튜브 동영상 멤버십 관련 등을 관리한다.


종종 커뮤니티 게시글, 카카오톡 채팅방 등도 확인한다. 편집팀은 영상편집과 업로드 관련 임무를 맡는다. 또 콘텐츠 영상을 촬영 및 편집하고 유튜브 영상 관련 개선사항이 있다면 편집팀끼리 회의한다.

호기심 유발
혹한 시청자

스태프를 하게 된 계기도 다양하다. 좋은 마음으로 알려 주다보니 지금까지 계속하게 된 사람, 모집한 한다기에 지원한 사람, 무료 상담 보상차원으로 운영방법을 제안했다가 덜컥 스태프가 된 사람 등이다. 

신기한 건 스태프 역할을 하게 되면서 체계적으로 금전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X이드는 스태프에게 2주에 한 번씩 사주 수업을 무료로 해주는 게 보상이면 보상이다. 또 언제든지 질의사항과 관련해 X이드와 소통이 가능한데 스태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기프티콘을 보내는 게 전부다.

한 스태프는 “자신의 사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힘들 때 인생 선배인 X이드로부터 조언을 듣기 때문에 스태프 임무를 열심히 활동하게 된다. 스태프 및 회원과 소통하며 배우는 점이 많아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X이드 혼자서 운영하기 힘든 부분을 충성심 있는 팬이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팬심 하나로 스태프를 맡아 홍보 및 운영 역할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태프가 늘어난 이유는 사주에 대한 관심있는 연령층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전 부분이 아니어도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해 홍보를 한다거나 영상 기획 및 편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X이드는 “채널 초창기 구독자 연령대가 50~60대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20대, 30대가 30%가 된 만큼 구독자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사주상담 라이브 방송을 열어도 ‘20대 초반인데 올바른 진로를 알고 싶다’는 고민 등 20대 초반인 시청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연애부터 진로까지 다뤄야 할 주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구독자가 내 방송을 보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콘텐츠 제작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인스타 활동…회원제 운영
팬클럽 만들고 도라지즙 선물까지

X이드 채널이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적중률이다. X이드 채널에서 내담자의 월간 운을 봐주는 콘텐츠가 있는데 적중률이 꽤 높다. 

X이드 채널은 유독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나이대가 많이 찾는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기 전이나 사회 초년생이라고 볼 수 있다. X이드는 회사를 실제로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에 임한다. 

그는 기업 인·적성평가나 이력서 및 자소서 작성에 대한 고충을 몸소 느껴봤다. 또 연애를 하는 시기에 자평명리학을 실전에서 적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자평명리학이란 시간의 흐름 사이에 사시에 관해 시간의 질서를 의미한다. 

역학계에서도 X이드는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한다. 상담을 할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처세하기 때문에 어필이 된다고 한다. 

한편 아이돌 시장에서도 팬심을 활용해 과금을 유도하고 있다. 휴대폰에 버O 앱을 깔고 월 4500원을 결제하면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직접 써서 보내는 메시지를 수시로 받고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아티스트는 팬의 답장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개별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채팅은 아티스트가 팬의 전반적인 반응을 살펴보며 ‘다대1 채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버O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팬심’을 최대한 자극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먼저 카카오톡 개인 대화방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1대1 채팅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스타가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일괄 확인하면 채팅방에 ‘읽음’ 표시가 뜬다.

이용자는 아이돌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이름이나 ‘누나’ ‘오빠’ 등으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답장을 보내다가 아이돌의 메시지와 내 답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양새가 되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팬의 설명이다.

멤버십 운영
일상도 공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은 버O을 통해 아티스트와 일상을 공유하는 기분을 느끼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팬들이 모르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며 “팬덤을 활용한 구독경제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팬들의 충성도도 함께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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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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