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꾸라지' 김오수 검찰총장 흙탕물 생존법

체면은 살았는데…다큐? 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문재인정부 요직마다 이름을 올렸던 그의 종착지는 검찰총장. 친정으로 돌아온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방탄 총장’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란의 길’을 갈 것이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9년 7월25일 취임 이후 지난 3월4일 퇴임 때까지 당(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정(법무부)·청(청와대)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갈등은 극에 달해 ‘추·윤 대전’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추·윤 대전은 지난 한 해 정치권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윤석열 실패
확실한 내편

윤 전 총장은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카드를 들고 나오자 이에 반대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 직후 수용 의사를 밝혔고 법무부는 후임 총장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친정부 인사’가 차기 검찰총장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윤 전 총장로 인한 학습효과였다.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과 검찰인사를 비롯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추·윤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검찰과 법무부에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추 전 장관 이전까지 딱 한 차례만 발동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4번이나 이뤄졌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검찰총장 징계를 위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 등이 연달아 터졌다. 윤 전 총장이 이에 불복하면서 행정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추·윤 대전의 결과는 윤 전 총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 체급이 커진 것은 물론 지지율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선례를 경험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꼽았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의 발언에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유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다. 

이성윤 낙마하면서 1순위로
정부 요직마다 하마평 나와

이 고검장은 문정부 들어 가장 꽃길을 걸었던 검사다.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검찰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 고검장은 끝까지 ‘친정부 검사’의 길을 걸었다.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이 이 고검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고검장은 사상 최초로 ‘피의자 서울중앙지검장’ ‘피의자 서울고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결정될 것 같았던 차기 검찰총장 자리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순간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으로 결정됐다. 이 고검장이 탈락한 후보군에서 김 총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실제 김 총장은 4명 가운데 가장 적은 표를 얻었지만 결국 박범계 장관의 제청,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검찰총장 후보자에 올랐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낙점된 이유로는 ‘친정부 인사’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친정부 성향
최고 장점

김 총장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만큼 문정부의 신임을 받았다.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으나 최재형 감사원장의 반대로 임명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김 총장이 공직 후보에 수차례 올랐던 점은 청와대가 그를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박 장관 이전 3명의 법무부 장관과 차관으로서 호흡을 맞춘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문정부가 임기 초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시시때때로 갈등을 빚었던 추·윤 때와는 달리 박 장관과 김 총장이 손발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김 총장의 언행도 이 같은 예측이 힘을 실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이 한창 불거졌을 무렵,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김 총장은 윤 전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팀 구성을 검찰에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크게 반발했고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김 총장의 행동을 두고 ‘윤 전 총장을 수사에서 빼려 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총장은 지난달 26일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건 맞지만, 윤 전 총장을 배제하자고 한 적은 없다는 것. 앞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진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2019년 10월 조 전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취임 35일 만에 낙마하자 이듬해 1월 추 전 장관 취임 전까지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과 이성윤 고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대면 보고를 받으며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때 김 총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받아쓰기를 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받아쓰기 검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부 ‘긍정’
검찰 ‘부정’

검찰 내부에서 김 총장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것도 그의 친정부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할 시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것.

실제 한 언론 칼럼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김 총장에 대해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어떤 압력이 가해지면 잠시 버티는 듯하다 결국 윗선의 의지대로 갔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처음에는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끝까지 뜻을 고수하진 않는다는 평가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방탄 총장’ ‘문정부 마지막 호위무사’ 등의 평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완성’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도 최소한으로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손발을 맞추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러면서도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은 보장해 주겠다”며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검찰개혁과 조직안정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최근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김 총장의 태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김 총장이 반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정부와 청와대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총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대검은 일선 검찰청·지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선 검찰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제개편안 두고 반대 의견
버티는 척 하다 결국 수용?

법무부에서 내놓은 직제개편안에는 원칙적으로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면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나 지청은 ‘검찰총장·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은 지청의 경우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검의 강경한 발언은 김 총장이 검찰 안팎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총장의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패싱 논란’이 불거진 터라 반전 카드로 직제개편안 반대 의견을 들고 나왔다는 것.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검찰 조직을 다잡으려는 김 총장의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김 총장이 꼬리를 내릴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해 검수완박을 완성하려는 것은 법무부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의 의지이기 때문에 김 총장이 끝까지 버티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총장과 박 장관 사이에 이미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상태라는 의견 등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대검 입장에 대해 “법리에 대한 견해 차가 있다. (대검의 반응이)상당히 세다”고 말했다. 이후 박 장관의 제안으로 두 사람이 만나 직제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은 “어제(8일) 김 총장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법리 등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직제개편안 확정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직제개편안 확정 여부에 따라 중간간부 인사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후속 인사가 있어야 하니까 직제개편이 가능한 한 빨리 돼야 한다”며 “그러나 방향과 내용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형사부 직접수사 시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부분을 제외하기로 협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협의는 계속해왔고 심야에도 만나뵀다”며 “지금도 검토 중이고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찰개혁 중 수사권 개혁의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1년
차기 정부 1년

지난 1일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다. 문정부에서 1년, 차기 정부에서 1년 검찰총장으로 지내는 셈이다. 앞선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행보에 따라 정권 몰락, 정권 재창출의 시발점이 됐다. 김 총장이 문정부의 기대대로 발맞춰 걸을지, 뒤돌아 걸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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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