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파란만장 경영사

19년 희로애락 씁쓸한 마무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끝은 초라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사상 최초로 구속 수감된 회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박 전 회장이 형들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한 것은 2002년. 박 전 회장은 어떤 일들을 겪었을까. 박 전 회장의 19년을 되짚어본다.  

지난 5월1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독점규제법 위반 및 배임 등의 혐의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달 13일에는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박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사상 최초로 구속 수감된 회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나락으로

박 전 회장은 1945년 3월19일 전라남도 광주에서 출생했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아버지 박인천 전 회장과 어머니 이순정씨 사이의 7남매(4남3녀) 중 다섯 째이자 3남이다. 1964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1968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20대의 이른 나이에 금호타이어에서 근무를 시작해 금호그룹 전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1980년 (만 35세) 금호실업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1991년 아시아나항공 사장,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은 후 2002년 둘째 형인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사망하자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에 취임했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빠지며 회장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11월1일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논란 속에 회장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2019년 3월28일 다시 회장직을 사퇴했다.


업계 내에서 박 전 회장의 평판은 그리 좋지 않다. 아버지와 형들이 일궈놓은 잘나가던 금호아시아나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회장직 취임 후 그룹은 공격적 M&A의 여파로 자금난을 겪었고 해가 갈수록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한때 M&A를 통해 7위까지 올린 재계 서열도 25위로 하락했다. M&A의 부작용으로 인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금호석유화학을 포함한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들의 계열 분리, 급기야 2019년 결국 그룹 매출의 70%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및 그 자회사를 매각했다.

아시나아항공은 HDC그룹이 인수하기로 했지만 이듬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인수가 최종 무산됐고 산업은행의 주도하에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금호그룹은 재계순위 60위권 밖의 중견기업으로 추락하게 됨과 더불어 사명도 변경될 예정이다. 

금호그룹은 캐시카우인 생명보험과 타이어, 항공사, 석유화학, 부동산 자산과 국내 최대의 고속버스 시장 점유율을 갖춘 금호고속까지 자산과 현금이 풍부한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아버지 박인천, 첫째 형 박성용, 둘째 형 박정구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서열 10위권 내로 진입시켰다.

내부 부당거래 혐의 구속 불명예
취임부터 걸어온 자갈밭의 연속

박 전 회장은 창업주 박인천 전 회장의 작고 이후 그룹의 전통이었던 형제 경영도 깨뜨렸다.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세 형제들은 65세가 되면 다음 동생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기로 했었는데, 원칙대로라면 박 전 회장의 나이 65세인 2010년에 동생 박찬구 회장에게 경영을 승계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들 박세창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 했고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인수를 강력히 만류하는 박찬구 회장과 틀어지게 됐다.


결국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석유화학 부문을 계열분리해 완전히 독립했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른바 7년이나 진행 됐던 형제의 난이다. 

두 형제간의 경영 스타일도 극과 극으로 다른데 박 전 회장은 외형 확장을 중시했고 박찬구 회장은 보수적이고 내실을 중시했다. 2016년 형제의 난은 종결됐고 표면상 화해는 했지만 남보다도 못한 앙숙 관계가 돼버렸다.

업계 내에선 대한통운 인수건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당시 대한통운은 현금흐름이 상당히 좋은 우량기업이였고 육상·항만 물류 기업을 갖추고 있었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한통운을 인수하기에 앞서 이뤄진 대우건설 인수가 발목을 잡았다. 인수자금에만 6조6000억원, 여기에 대한통운까지 포함하면 총 10조원이 넘는 금액이 계열사 동원·교환사채·인수금융 등을 통해 투입됐다. 그룹 내부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는 무리한 기업 규모 확장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무리한 차입의 결과 2008년 대침체가 터지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그룹의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주요 계열사인 금호타이어, 금호생명이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경영권은 되찾았으나 금호렌터카는 KT에, 금호타이어는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됐고 금호생명은 1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지금까지 산업은행의 애물단지로 남아 있다.

박 전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그룹 재건을 목적으로 금호기업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부동산 가치만 1조원가량이 되는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2700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했다.

이후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을 합병시킨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7월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부족 사태까지 터졌다. 박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자금을 투자받을 목적으로 무리해서 기내식 업체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많은 승객, 승무원, 하청업체 직원들까지 고통을 겪었고 하청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의 경영권 회복에 동원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무려 715%에 달한다. IFRS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면 1153.3%나 된다. 항공업의 특성상 항공기 구입 비용을 모두 지불하기 어려워 리스로 항공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업계 내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전 회장과 관련한 ‘미투’가 터져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매달 여승무원(스튜어디스)들을 방문해 껴안거나 손을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미투까지

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은 스튜어디스들을 만나면 ‘내가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면서 “본관 1층에서 여승무원들을 불러놓고 20~30분 동안 껴안은 뒤에는, 20대 초반의 갓 입사한 승무원 교육생들이 머무는 교육훈련동으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고 폭로했다. 2019년 1월9일, 해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대대적으로 언론에서 기사화된 이후로 본인과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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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