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노리는 '유령 포교원'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2 15:28:41
  • 호수 1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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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줘봐, 자식 잘되게 해줄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노인들은 코로나19 보다 ‘혼자’가 외롭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홀로 남겨지는 것이다. 전화나 SNS 등 연락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보니 바깥으로 나서지 않으면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 이들의 처지를 악용해 금품을 뜯어내는 이른바 유사 포교원이 성행하고 있다. 

독거노인은 외롭다. 이들을 위해 지자체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외로움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은 158만9000여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19.6%를 차지한다. 

외로움

노인 5명 중 1명은 홀로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대부분이 중단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화 상담이나 기저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방문 프로그램 외에는 모두 운영이 멈췄다. 이런 가운데 노인들의 외로움을 악용해 유사 포교원이 활개를 치고 있다. 

유사 포교원이란 노인들을 상대로 여흥을 제공하고 설법을 빙자해 고액의 위패 안치 등을 부추기거나 건강제품 등을 강매하는 곳을 말한다. 수법이 기존 건강 보조제품 등을 단순 판매하는 방식에서 더욱 진화해가고 있다. 


포교사 관계자들이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법문 읽기나 노래 부르기, 손 체조 등을 하면서 라면이나 생필품을 팔며 노인들을 유인한다. 또 ‘자식 잘되게 해준다’는 식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떴다방을 단속할 수 있는 근거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식품위생법 등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떴다방들이 이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최근엔 버젓이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영업하는 것은 기본이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위생 관련법 규제를 피하려고 식품이 아닌 가구·주방용품 같은 제품을 취급하기도 한다. 물건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노인들을 모집해놓고 수백만원의 위패를 모시게 하는 등의 유사 포교원도 전남 나주에서 2~3곳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구미 등 지방 활개 
단속·제재할 방법 없어

유사 포교원은 단기 임대건물을 사찰처럼 만든 뒤 어르신들을 모았다가 한탕 한 뒤 금세 자리를 뜨는 행태를 보인다. 

최근 대구에서도 유사 포교원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자식의 앞날이 잘 풀리도록 절에 위패를 모셔주겠다’며 신도들에게 수백만원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사찰에 위패를 모시는 경우 1년에 30만원 정도 든다는 일부 불교 신도들의 증언에 비춰보면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다.

운영 중인 곳은 경기 안성, 충남 부여, 전북 김제, 전남 보성, 경북 구미, 경남 함안·의령 등 50여곳에 이른다. 특히 전북 지역에선 3~6개월 단위로 지역을 옮겨 다니며 4~5개 사찰에서 떴다방식 포교원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이들 유사 포교원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계도 활동이 강화되자 최근에는 농촌의 소도시 중심에서 인접 대도시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 각지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떴다방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점도 단속을 어렵게 만든다. 피해 노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식보다 더 살갑게 대해 준 떴다방 업자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자들은 물건을 팔면서 가족이나 관공서에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떴다방이 외견상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유려한 화술과 사은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수십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노인들 중 일부는 떴다방의 이 같은 폐해를 잘 알면서도 사람이 그리워 다시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유사 포교는 ▲노인을 위주로 방문을 유도해 생필품 등의 선물을 배포 ▲단기 운영 ▲법회와 예불 등의 기본적인 의식 없이 노래와 만담 등 유흥 위주의 운영 ▲스님이 없거나 재가자가 점장·부장 등의 직함을 사용하는 경우 ▲과도한 천도재 및 위패, 수의비용을 요구하거나 할부·분납을 강조 ▲가족과 상의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포교원을 찾은 경험이 있다는 익명을 요구한 한 노인은 "시주함에 2000원을 집어넣고 2000원짜리 시주권을 받았다. 포교원 내부는 100㎡(30평) 정도 됐다"며 "정면에는 '○사 포교원'이라는 큰 글씨가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진화한 떴다방식 영업
종교행위 이유로 피해

이어 "그 아래에는 승려나 포교원장이 설법할 때 앉는 자그마한 단상이 있다. 바닥에는 빈 방석이 군데군데 놓여 있고, 60대 중반에서 70대 후반 여성 60여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포교원장은 부처님 설법을 하면서 제사를 잘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포교원장은 "어머님들, 사람이 죽으면 제사를 지내죠? 그런데 요즘 자식들이 살아서도 잘 찾아오지 않는데 죽으면 제사나 지내줄까요? 절대 안 지내줘요"라며 "우리가 사주나 관상·점도 봐주고 있는데, 일이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은 조상 제사를 잘못 모셔서 그래요. 걱정 마세요. 우리 절에서는 날마다 예불을 해주고 제사도 지내주니 안심해도 돼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패를 모시는 데 3000만원을 낸 사람도 있고, 누구누구가 얼마를 시주했다며 장황하게 소개했다. 서로 경쟁을 부추겼던 셈이다.

포교원장은 홍수로 묘지가 물에 떠내려가거나 훼손된 뉴스 영상을 틀어주고 절에서 위패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홍보영상도 함께 보여줬다. 강연이 끝나고 나올 때는 직원들이 출입구에 서서 아침마다 예불한다고 광고했다. 

포교원을 찾는 단골 할머니들에 따르면 이 곳의 주 수입원은 망자의 혼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지내는 천도제 비용이나 위패를 모신다며 거둬들이는 돈이다. 위패를 모시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200만~300만원.

복을 기원한다며 초나 등을 판매하는 일도 다반사다. 또 사찰에서 봉안당을 운영하면서 유골을 모시는 비용으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파악 어려워

하지만 단속과 제재는 쉽지 않다. 종교시설이라서 허가받지 않고, 단기 임대시설을 빌려 금방 생겼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파악조차 어렵다. 심지어 일부 사찰들은 유사 포교원과 협약을 맺기도 하는데 대한불교조계종은 해당 포교 방식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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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