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신종 파파라치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18 13:00:43
  • 호수 1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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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리고 줄이는 고무줄 보상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서로 감시하고 의심하는 건 건강하지 않은 사회다. 불신이 만연화될 수도 있다. 보상금을 받으려고 타인의 불법을 감시하고 신고하는 파파라치가 있다. 이 분야는 시간이 흘러도 활개를 치고 있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 사람이 있다. 이는 불법행위를 촬영 신고해 포상금을 노리는 파파라치다. 파파라치란 뜻은 원래 유명인의 뒤를 밟아 사진을 찍고 이를 언론사에 팔아넘기는 사진을 의미했다. 최근 파파라치의 의미가 변질됐다.

20년 전부터…

파파라치의 종류는 너무나도 많다. 쓰레기 불법 투기 감시하는 쓰파라치, 일회용 봉투를 무료로 주는지 감시하는 봉파라치, 비상구에 물건을 쌓아놓는 것 감시하는 비파라치, 담배꽁초 무단으로 버리는지 감시하는 담파라치 등이 있다. 

파파라치의 역사는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경찰청이 교통법규 위반 차량 단속을 위해 도입한 이후 각종 신고 포상금제가 생기면서 현재는 많이 생겼다. 주위 사람을 의심하고 팽배한 불신사회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2000년대 후반 심지어 파파라치 양성학원까지 생기기도 했다. 


인터넷에 개설된 파파라치 학원에선 회원 가입비 1만원만 내면 갖가지 포상금 정보를 패키지로 제공했다. 한 사이트는 일회용품, 무허가 자판기, 쓰레기 불법투기를 ‘손쉬운 대상’으로 선전하면서 '촬영 시 주인 얼굴과 상호, 물건을 담는 모습까지 찍어야 한다'는 주의사항까지 전했다.

다른 사이트는 ‘일회용품 주말 2시간 100만원 수입 비법’ ‘월 100만원으로 제한된 포상금 확장비법’까지 올려놨다.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일까. 파파라치 양성학원이 늘자 수강료를 불법으로 챙기는 학원도 생겼다. 장비를 사야 한다며 저가의 카메라를 지나치게 비싸게 팔아넘기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파파라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011년 한 해 시범운영 당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신고 건수가 791건이던 것이 2015년에는 56만6314건으로 폭증했다. 2016년에도 1월 5만2872건이던 것이 2월 5만5763건, 3월 7만301건, 4월 7만5264건 등으로 늘다가 5월에는 8만건을 넘어선 8만7385건 등으로 매월 증가세를 보인다.

불법주식 리딩방·탈세 등 신고
포상금 없어지자 공익신고 급감

특히 불법 주정차 신고가 전체 신고 건수의 67%를 넘어서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 약자인 장애인을 위한 주차 위반 신고의 경우 지난 2015년 전체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 38만2790건 가운데 24만1847건, 63.1%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불법 광고물 신고가 전체 6.52%로 2위를 차지했다. 불법 광고물 신고는 지난 2014년만 해도 기타 항목에 포함돼 그 수가 미미했으나, 지난해 개별 신고 항목으로 구분해 놓자 신고 건수가 폭증했다.


하지만 소수의 직업 파파라치가 보상금을 독식하고 ‘묻지마식’ 신고가 쏟아지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국회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고쳐 2016년 1월부터 내부 신고자에게만 보상금을 주고 외부 신고자에게 주는 보상금을 없앴다.

파파라치 부작용이 얼마나 컸는지는 일부 직업 파파라치가 보상금을 독식한 데서 잘 드러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소방안전 분야 공익신고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지급한 보상금은 총 119건에 1712만5000원이지만 이를 가져간 사람은 14명에 불과했다. 보상금은 1건에 최고 120만원, 통상 10만∼20만원이 지급됐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신고자에게 주는 보상금이 없어지자 공익신고가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최근에 성행하는 불법 관련해 포상금을 늘렸다. 불법 주식 리딩방 등 관련 최대 포상금은 현재와 같은 20억원이지만 적용 등급을 한 단계씩 올리는 방식 등으로 포상금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불법 주식 리딩방에서 선행매매나 시세조종, 허위사실(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돈을 갈취하는 사기수법이 만연하다. 고급정보를 알려주겠다며 고액의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수익이 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선 오리발을 내미는 불공정거래도 흔하다. 

예를 들어 과징금을 1억원 부과받은 불법사실을 신고했다면 현행기준으론 8등급의 포상사실에 해당돼 1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기준을 한단계 상향해 7등급으로 올려 2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양성학원 수강료 바가지 
본전 생각에 묻지마 제보

또 국세청은 탈세 제보에 대해 포상금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에 근거를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다. 탈세제보에 의한 추징 실적이 나타나다 보니 포상금 지급액을 탈루세액이 5000만원이상이면 탈루세액에 최고 20%를, 30억원을 초과한 금액에 5%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포상금 지급 한도도 3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높였다. 이러한 탈세 제보 포상금제도가 시행되면서 신종 직업이 나타났다.

탈세 잡는 파파라치, 일명 세파라치(탈세 제보자)도 생긴 것.

탈세제보 보상금 지급대상이 되는 제보 내용은 막연히 세금을 누락한다는 식의 제보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세탈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거래처, 거래일 또는 거래 기간, 거래 품목, 거래 수량 및 금액 등이 기재된 자료나 장부같은 중요한 자료를 근거로 제보해야 한다.

지난해 초부터 불러온 코로나19 관련해서 새로운 파파라치도 생겼다. 방역수칙에 맞게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일부 공인이나 연예인에 한해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온라인 영상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거나 5인 이상 모인 공인과 유명인에 대한 ‘신고 릴레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방역수칙 준수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끼리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상호 신뢰와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행정안전부 안전신고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20일 안전신문고를 통해 들어온 코로나19 관련 신고는 1만4665건으로 집계됐다. 3월 같은 기간(1만2513건)에 비해 17.2% 늘어났다.

이달에는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한 영업·모임 관련 신고가 56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출입자 관리위반·마스크 미착용(5184건), 감염 차단을 위한 신고·제안(235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을 통해 들어온 신고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회의원과 연예인 등 유명인들도 신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네티즌이 최근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경기 파주시의 한 수목원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을 위반했다”며 신고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방송인 김어준씨, 가수 지드래곤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신고됐다. 이들은 신고 화면 캡처 사진을 게시하며 소속 커뮤니티 회원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부작용


전문가들은 국민의 신고를 토대로 수칙 위반자를 적발하는 게 방역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도 크다고 우려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고를 유도하는 정책은 상호 감시를 토대로 체제를 유지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통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며 "신고보다는 교육을 통한 방역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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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