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건설사 10 리스트 명단 공개

노동자 죽어나간 현장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올해 1분기(1~3월)에 공사현장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발생한 대형 건설사는 태영건설이었고 이어 삼성물산 DL건설 순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1분기 건설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및 발주청, 지자체 명단을 지난달 21일 공개했다. 명단 공개는 건설사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지난 2019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가장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대형 건설사는 태영건설로 총 3명의 건설근로자가 사망했다. 1월20일과 2월27일 과천지식정보타운 공동주택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중량물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3월9일에는 구리갈매 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현장에서 건설 차량의 손상으로 인한 부품과의 충돌로 1명이 사망했다.

안전

고용노동부는 3년 연속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영건설을 감독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부실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확인하고 개선을 강력 권고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15일 동안 태영건설 본사에 대해 실시한 특별감독 결과 및 전국 현장에 대한 중간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건설업체의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첫 번째 감독 사례로 알려졌다.

또 노동부는 최근 2년 연속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건설업체들 중 올해 또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업체의 본사 및 전국의 모든 현장을 감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태영건설이 첫 사례가 됐다.


2019년과 2020년 연속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태영건설은 올해 들어서도 하청노동자 3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도 올해 1/4분기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업체로 태영건설을 지목한 바 있다.

노동부가 태영건설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점검한 결과 전반적으로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고, 관련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태영건설 이재규 대표이사의 활동, 경영전략 등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관심과 전략 및 활동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안전보다 비용이나 품질을 우선시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태영건설의 중장기 경영전략에는 아예 안전보건 관련 사항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전보건 목표도 회사 차원의 목표는 따로 설정하지 않고 안전팀만의 실행 목표 수준으로만 수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관련 평가도 진행하지 않았고, 다른 사업부서에 안전보건 목표를 공유하지도 않고 있었다.

올 1분기 톱 100 건설사 1위는?
태영건설 현장 3명 사망 불명예

현장에서는 위험성 평가, 안전교육, 안전점검 등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위험성 평가에 대한 현장 관리감독자의 이해도가 낮고, 현장소장 대상 안전보건 교육시간도 1년에 1.5~3시간에 불과해 개선이 필요했다. 노동자 의견을 수렴해 개선조치를 수행한 일도 있지만, 각 현장별로 이뤄지는 한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협력업체를 새로 등록할 때에도 안전보건 역량은 고려하지 않고 선정했고, 협력업체의 안전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부족하다고 평가됐다.

노동부는 이 같은 문제들이 현재 진행 중인 태영건설 소속 전국 현장에 대한 감독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동부는 중간 감독 결과 35개 현장에서 산재보고 의무 위반,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미선임 및 직무교육 미이수 등 5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우선 태영건설의 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100% 집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평균 집행률이 2018년 95.2%, 2019년 91.3%, 2020년 89.0%로 매년 낮아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태영건설 본사 경영진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인식·관심 부족이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원가절감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안전보건관리자 등을 제때에 선임하지 않아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고 밝혔다.

개구부 덮개·안전난간 미설치, 낙석 방지조치 미실시 등 현장 안전관리 조치도 부실하게 이뤄졌고, 작업계획서 수립, 안전교육 실시 등 기본적인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도 지키지 못한 현장도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번 태영건설 본사 감독을 통해 적발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해 총 2억4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 감독에서 적발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사법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이외에도 삼성물산과 DL건설에서 각 2명,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한라·금강주택·양우건설 등 7개 건설사에서 각 1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1분기에 가장 많은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발주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2명이 사망했고, 국가철도공단·강릉에코파워·산림청·울산남구·원주시 등에서도 각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자체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은 경기도로 화성시 2명, 수원시·과천시·시흥시·부천시·평택시·기흥구·성남시·구리시·파주시·의정부시에서 각 1명씩 총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감


국토부는 2020년 4분기 사망사고 발생 대형 건설사의 건설현장 131개 현장에 대해 2~3월 특별·불시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150건의 부적정 사례가 적발됐으며 위반 현장의 벌점은 지방국토관리청에서 이의신청 등을 거친 후에 부과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이상주 기술안전정책관은 “2분기부터는 100대 건설사뿐만 아니라 사망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는 하도급 업체까지 확대공개하고 특별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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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