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부터…’ 국수본 하명 수사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10 13:23:09
  • 호수 1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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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사인’ 알아서 받들어모셨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취지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출범한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지시로 인한 위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는 경찰에게 의미가 있는 해다. 올해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개혁 제도화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경찰개혁 법안으로 인해 경찰 조직은 세 가지로 나누어졌다. 국가경찰, 수사경찰, 그리고 자치경찰이다. 이와 함께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신설, 대공 수사권 이관 등이 이뤄졌다.

안보수사대
수사팀 편성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를 총괄할 국수본을 출범하는 등 경찰개혁 방침을 확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긴 하지만 국수본에서 이렇다할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770여명이란 거대한 인력을 투입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장 10명 등 공무원 157명,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40명 등에 대해 수사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구속자가 경기 포천시 공무원, LH 직원 등 6명에 불과했다.


과거 1, 2차 신도시 투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올린 성과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부동산 투기의 구조적 비리 규명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수본은 임무 수행 결과뿐 아니라 사건 처리 속도에서도 아쉬운 점을 보여줬다. 일반 형사 사건 처리 속도도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집계됐다.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이 공개한 검·경 수사권 조정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기소 의견)하거나 사건 기록을 송부(무혐의 의견)한 사건은 총 22만7241건이었다. 

전년 동기 29만874건의 78.1% 수준에 해당한다. 처리 사건이 21.9% 감소했다는 의미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 사법체계 전반이 바뀌면서 국가 전체의 수사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됐다. 

최근 국수본은 대북 관련 수사를 지시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북한 자유 주간’을 맞아 2회에 걸쳐 50만장의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한국과 미국을 협박하는 담화 3건을 내놨다. 시작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었다. 

김여정 협박 담화 후 전단살포 수사
경찰청장이 지시? 수사권 독립 논란

김 부부장은 “남조선 탈북자 쓰레기”라며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책임은 (탈북자)쓰레기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국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두고 시비를 걸었다.


김 부부장의 협박 담화가 나오자, 통일부는 대북전담금지법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시간 뒤 김 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안보수사대에 지시한 사실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 청장에 대한 지시 사항과 관련해 위법 논란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기자들에게 “김 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 14조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개별 사건의 수사는 독립된 국가수사본부가 맡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박 대표 등 대해 신변보호를 거부한 채 잠시 이탈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북전단법
최대 3년

남 본부장은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에서 수사팀을 편성해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 날렸는지, 시점·장소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확인이 되면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그는 “당사자가 (신변보호를)거부한다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며 “신변보호조가 배치돼있었으나 본인이 거부하고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김 청장이 갑자기 ‘신속·철저 수사’를 지시한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남 본부장은 경찰청이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구체적 지시가 아닌 일반적인 지휘로 보고 있다. 김 청장은 접경지역 주민의 신체에 대한 위기가 우려돼 경찰청장으로서 일반적 지휘권에 근거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조치하는 취지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 수사 지휘는 어떤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라든지, 어떤 내용을 수사하라는 것이고, 일반적 지휘는 ‘신속하게 수사하라’ ‘인권 절차를 준수하라’는 형태”라며 “경찰청장의 지시는 구두로 이뤄진 일반적 지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맥락에 따라 김 청장의 지휘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지시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지휘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의 비판 성명이 나오자마자 주말 오후에 급히 ‘철저·신속 수사’를 지시한 것은 맥락상 강하게 처벌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청와대·통일부발 입김 작용?
규정상 구체적 수사 지휘 불가

경찰은 이에 따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엽합 대표가 공개한 영상 속 장소와 시점을 확인하고, 가담자도 찾아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 등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람들에게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 대표는 “돈이 없어서 3000만원은 못내도 징역 3년은 기꺼이 살겠다”며 “징역 30년이 떨어지더라도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3월30일 시행에 들어간 대북전단금지법의 첫 적용 사례가 된다. 해당 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전단이 북으로 날아가지 않아 결과적으로 ‘대남전단 살포’가 됐기 때문에 법 적용이 애매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살포 미수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무리한 사법 처리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경찰은 지난 6일 박 대표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박 대표 사무실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50만장의 대북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내사에 착수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박 대표가 전단을 뿌렸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특히 이번 살포 사례는 개정법 시행 이후 처음이라는 면에서 관심받고 있다. 개정법상 처벌 조항 적용 여부와 방향에 대한 고려, 적용 후 법적 다툼 가능성 등에 관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반적 지휘
가능하다고?

경찰은 박 대표가 전단 살포 시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실정법이 이미 마련된 만큼 별도의 고발조치 없이 법에 따라서 처리한다는 의미다. 

통일부 역시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굳이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라는 단서를 달아 긴장 조성 당사자에 북한뿐 아니라 전단 살포 단체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게 여지를 남겼다.

통일부 차원의 별도 수사의뢰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처벌법이 있는 만큼 엄정 수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국내 일각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 부부장의 담화 직후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번이 첫 사례인 만큼 법 적용 과정에서는 통일부 차원의 해석 등 협력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는 유관기관과 긴말하게 협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개정법 입법 취지에 맞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관련 단체와 일부 국제사회 등의 문제제기 등 반발을 전망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일부 단체, 미국 등 일부 국제사회에서 남북관계발전법 비판 목소리를 낸 점 등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 측 위협 담화, 2014년 10월 경기 연천에서 살포 이후 북한이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부근을 포격한 점 등을 토대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 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 도발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례는 법 개정에 대한 정부 입장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취지를 접경 지역의 주민 생명과 안전, 북한 주민 알 권리 증진 등 여러 인권 가치의 조화로운 운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쿵 하면 짝?
코드 맞췄나

대북전단을 살포한 박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이헌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표도 “경찰청장의 수사지휘를 하명처분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위법·부당성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은 누구?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1968년 2월16일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북한 출신으로 북한의 명문대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이었다.

1999년 그는 탈북에 성공했으나 북한에 있는 친척들이 보위부로 끌려가서 고문 끝에 사망했다는 비통한 소식을 알게 되면서 2005년부터 북한의 독재정권에 대항해 ‘대북전단 배포’ 등 북한자유민주화를 위한 통일운동을 하고 있다.

2013년에는 국제인권상 바벨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미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인권상황과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관해 소신을 발표했다.

지난 3월31일부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밝힌 단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그의 용기있는 행동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에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위법행위 적용 시 구속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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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