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떠나는 이광수의 내일

광수가 예능을 떠납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이광수가 약 11년 동안 정들었던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떠난다. <런닝맨>에 있어서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는 이광수는 최근 발생한 교통사고 후유증 여파로 인해 하차를 결심했다. <런닝맨>의 웃음 지분 랭킹 1~2위를 다투는 이광수이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는 배우로서 재도약할 기회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MC 유재석은 이광수에게 이따금 농담을 던진다. “광수야. 너 희극인실에 회비 안 냈더라?” 유재석이 대뜸 던지는 말에 “제가 회비를 왜 내요”라며 당황하는 이광수의 얼굴이 웃음 포인트다. 유재석의 농담은 웃음의 물꼬를 트기 위해 던지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광수가 여느 희극인 못지않게 재밌다는 인정도 포함돼있다. 

이미지 고착화

최근 나영석 PD의 작품을 비롯해 대다수 배우가 예능에 고정 출연하지만, 대부분 배우는 예능 고정 출연에 깊게 고민한다. 예능에서의 재밌는 이미지가 굳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배우를 비롯해 배우 관계자들은 예능을 통해 너무 강렬한 인상의 이미지가 대중에 선보이면, 작품을 선택할 때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 혹은 MC로 출연했다고 모든 배우가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아무리 고정으로 나온다 해도 이미지가 굳어질 정도의 강력한 웃음을 주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화제가 되는 장면을 만들었다 해도 대부분 한나절 정도의 이슈에 그친다. 

국내 배우 중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미지가 고착화된 배우는 이광수가 유일무이하다. 2010년 7월11일부터 <런닝맨> 초창기 멤버인 그는 초반부터 예능감을 선보였다. 유튜브에서 이광수와 관련된 모음집 영상이 무수히 많다.

거의 모든 영상이 레전드급이다. 

이광수를 ‘애착인형’으로 부르는 유재석은 물론, 김종국, 하하, 양세찬, 전소민, 송지효, 지석진 모두와 특색있는 관계를 유지한다. 김종국과는 배신을 둘러싼 애증 관계며, 양세찬과 전소민에게는 무시를 당하고, 지석진과는 최후의 초식동물이 누구인지를 겨룬다. 

별명도 많다. 광바타를 비롯해 배신의 아이콘, 난봉꾼, 기린, 꽝손, 아시아 프린스 등 10여개 이상의 별명을 지닐 만큼 이곳에서 이광수는 회차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획득했다.

11년 동안 이광수에게 ‘예능의 신’이 도운 듯 특별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웃음으로 이끌어내는 게 그의 장기다. 

교통사고 후유증 여파로 11년 방송 하차
예능 이미지 깨고 연기파 배우로 거듭날까


<런닝맨> 내에서 이광수의 입지는 상당하다.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 노홍철과 같은 에이스 역할이다. 이광수에게서 웃음이 파생해서, 결국 큰 웃음이 이광수에게서 터진다. 

아울러 멤버로부터 놀림을 받는 이른바 ‘탱커’ 역할도 주어진 임무다. 모든 멤버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덕에 그의 팬들은 “광수 오빠, 바보 아니에요”라며 옹호하는데, 이 장면마저도 배꼽을 잡게 한다.

워낙 활약상이 컸던 이광수이기에, 하차 후 한동안 <런닝맨> 제작진과 멤버들은 그의 공백을 메우는 데 골머리를 앓을지도 모른다.

<런닝맨>과 함께하는 11년 동안 이광수는 배우로서도 성장해왔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통해 남우 조연상을 받은 것은 그의 연기력이 건재하다는 걸 의미한다.

MBC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를 통해 연기자로서 데뷔한 그는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다양한 작품활동을 통해 서서히 연기력을 쌓아나갔다. 

그의 연기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이다. 평소 시트콤과 <런닝맨>에서 보여준 재밌는 얼굴을 감추고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민수 역을 훌륭히 표현했다. 서스펜스가 짙은 스릴러 장르인 이 영화에서 이광수는 지성, 주지훈, 이휘향에 버금가는 임팩트 있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2015년에는 권오광 감독의 영화 <돌연변이>를 통해 생선 탈을 쓴 생선 인간으로 분했다. 표정을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도 깊은 감정 연기를 표현했다.

이 작품 이후 일각에서는 이광수가 <런닝맨>을 그만두고, 연기에 더 집중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만큼 그의 연기력이 유의미했다는 것. 

수준 높은 연기력을 보여준 이후 배우로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고, 곧 스타급 제작진의 선택을 받았다. 

tvN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안투라지> <라이브> 등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탐정:리턴즈> <나의 특별한 형제> <타짜: 원 아이드 잭> 등에서 꾸준히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꾸준한 성장세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좁은 편인 것.

그가 맡는 역할은 <런닝맨> 롤의 연장선에 있다. 예능에서 워낙 재밌었던 탓에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에는 늘 웃음 포인트가 있다. 진지한 연기를 해도 괜히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런닝맨>의 역효과다.


아울러 작품의 수도 많은 편은 아니다. 시간과 집중력을 크게 요구하는 연기를 1~2주에 한 번씩 촬영하는 예능과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 있어 <런닝맨>은 이득이 컸던만큼, 손실도 분명했다.

중대한 결심

그런 그가 중대한 결심을 했다. 이제 <런닝맨>에서 그는 사라진다. 재기발랄한 예능감으로 폭발적인 웃음을 선사한 그를 못 본다는 점은 애석하지만, 작품으로 그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강렬한 웃음 대신 깊은 내면 연기로 눈물을 흘리는 이광수를 보는 것이 어쩌면 대중문화계에 더 큰 이득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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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