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악연’ 이해찬-김종인 대선 대리전

‘파이널 라운드’ 리모컨 들고 붙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0년 악연의 마침표가 찍힐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재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것도 대선에서 말이다. 직접 칼을 맞대는 건 아니다. 한 발짝 물러나 대리인을 앞세우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영원한 숙적’으로 불린다. 질기고 질긴 악연은 33년 전 시작됐다.

아주 아주
질긴 인연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11·12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였지만 공교롭게도 고배를 마셨다. 그의 질주를 멈춘 건 무명 정치인 이 전 대표. 평화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4.06%포인트 차로 김 전 위원장을 꺾으며 관악에 깃발을 꽂았다.

붗꽃은 2016년 다시 튀겼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반발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란 듯이 세종시에 당선됐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는 사령관급으로 맞붙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이 전 대표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4·7 재보선 승리를 장담했지만 민주당은 참패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승리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반전을 꾀할 만한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평가까지 받아냈다.

영원한 숙적으로 불리는 두 정계 거물. 엎치락뒤치락 치고받았던 이들의 대결은 한 차례 더 이뤄질 전망이다. 무대는 오는 2022년 대선이다.

이 전 대표나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대신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판을 지휘했던 것처럼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대리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오래다. 그는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현역에서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어떤 직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건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일까?

주고받으며 아웅다웅…정치 라이벌
내년 대선 두 거물 막후 역할 주목

시선은 민주당 차기 지도부로 향한다.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재적 의원 174명 중 16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04표를 획득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지만 그 이전에 ‘이해찬의 복심’ ‘이해찬계 친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지냈던 시절,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래서인지 이 전 대표 측근들이 윤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도 원내대표 선거 판세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오는 2일 실시되는 전당대회도 비슷한 맥락이다. 향후 이 전 대표가 발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결정되는 순간이라는 시각이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홍영표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물론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국회의원 수십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다만 우·홍 의원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는 점을 미뤄볼 때, 그가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요인이자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대표가)이번에 당 대표 후보 후원회장도 맡아주셨다”며 “이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는 듬직한 사람, 곰 같은 사람,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제대로 할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제 별명이 곰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차기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친 이해찬계’인 윤 의원이다. 차기 당 대표까지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 당선된다면, 그의 존재감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차기 대선 후보에게 닿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20년 집권론’을 펼친 데 이어 지난달 18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에 이은 네 번째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며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상왕
킹메이커

다만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과대평가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 이후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협회의 사무실이 여의도인 만큼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의원 간 교류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또 이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거의 이겼다’는 등의 선거 메시지를 던졌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보선 승리를 쟁취한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김 전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은 마음이 쓰이는 당으로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보선 종료와 동시에 임기를 끝마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내 당권 경쟁을 두고 ‘아사리판’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두고 양당 지도부가 ‘작당’을 벌이고 있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시작은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과의 회동이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설을 부정하면서 ‘윤 전 총장이 들어 올 수 있는 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금 전 의원의 신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김종인-금태섭’을 기반으로 하는 3지대에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들어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과의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3지대는 없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 “역할은 없다”며 선을 재차 그었다.

눈길이 가는 건 ‘금 전 의원이 창당한다면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 전 의원이 당을 만들지 안 만들지는 내가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는 사실이다. 결국 금 전 의원의 창당  시점과 윤 전 총장의 합류 여부에 따라 김 위원장이 운신의 폭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브콜
화답할까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윤 전 총장의 거취에 대해 “지금 (정돈되지 않은)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힘에는 들어가지 말고, 내 쪽으로 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영입에 성공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제치고 상당한 역할을 소화해낼 것이라고 점친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윤 전 총장은 우리 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22일 “정무 감각이 있다면 (윤 전 총장이)제3지대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20일 “당 밖에 있는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입당 불가론은 유력 대권 후보와 제1야당을 이간질하려는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킹메이커로 유명하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종합해보면,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각자의 방식대로 대선 후보를 내세워 내년 대선에서 대리전을 치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물밑에서, 김 전 위원장은 거취에 따라 지원 방식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이재명, 나쁘지 않은 분위기
김-윤석열, 손잡을 수 있을까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는 최근까지 2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 전 총장이다.

지난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 조사한 4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가 25%, 윤 전 총장 22%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당장 놓고 봤을 때, 차기 대선주자들과 킹메이커의 궁합은 어떨까. 우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018년 이 지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친문 진영 내에서도 이 지사를 손절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따로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해찬-이재명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최근 이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식사를 한 번 했다”면서도 “현재 선거나 정치구도에 관한 것 때문은 아니고 당을 위해 고생하신 대선배와 오랜만에 사적으로 식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며 “현재 지지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둘의 연대 가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오는 5월 말 ‘2021 DMZ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DMZ포럼은 이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와 경기연구원이 주관해왔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지원 사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해 DMZ포럼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포럼 공동 주최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언급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연대 가능성
궁합은 과연?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신당인 앙마르슈를 만들어 정권을 잡았고, 거대 양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붕괴됐다. 이후 앙마르슈가 기존 정당을 흡수했다. 이처럼 김 전 위원장의 경우, 윤 전 총장의 화답 여부가 관건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뺀 나머지 야권을 모조리 비판하면서 윤 전 총장과 본인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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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