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악연’ 이해찬-김종인 대선 대리전

‘파이널 라운드’ 리모컨 들고 붙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0년 악연의 마침표가 찍힐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재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것도 대선에서 말이다. 직접 칼을 맞대는 건 아니다. 한 발짝 물러나 대리인을 앞세우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영원한 숙적’으로 불린다. 질기고 질긴 악연은 33년 전 시작됐다.

아주 아주
질긴 인연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11·12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였지만 공교롭게도 고배를 마셨다. 그의 질주를 멈춘 건 무명 정치인 이 전 대표. 평화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4.06%포인트 차로 김 전 위원장을 꺾으며 관악에 깃발을 꽂았다.

붗꽃은 2016년 다시 튀겼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반발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란 듯이 세종시에 당선됐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는 사령관급으로 맞붙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이 전 대표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4·7 재보선 승리를 장담했지만 민주당은 참패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승리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반전을 꾀할 만한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평가까지 받아냈다.

영원한 숙적으로 불리는 두 정계 거물. 엎치락뒤치락 치고받았던 이들의 대결은 한 차례 더 이뤄질 전망이다. 무대는 오는 2022년 대선이다.

이 전 대표나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대신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판을 지휘했던 것처럼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대리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오래다. 그는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현역에서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어떤 직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건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일까?

주고받으며 아웅다웅…정치 라이벌
내년 대선 두 거물 막후 역할 주목

시선은 민주당 차기 지도부로 향한다.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재적 의원 174명 중 16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04표를 획득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지만 그 이전에 ‘이해찬의 복심’ ‘이해찬계 친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지냈던 시절,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래서인지 이 전 대표 측근들이 윤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도 원내대표 선거 판세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오는 2일 실시되는 전당대회도 비슷한 맥락이다. 향후 이 전 대표가 발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결정되는 순간이라는 시각이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홍영표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물론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국회의원 수십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다만 우·홍 의원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는 점을 미뤄볼 때, 그가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요인이자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대표가)이번에 당 대표 후보 후원회장도 맡아주셨다”며 “이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는 듬직한 사람, 곰 같은 사람,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당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제대로 할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제 별명이 곰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차기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친 이해찬계’인 윤 의원이다. 차기 당 대표까지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 당선된다면, 그의 존재감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차기 대선 후보에게 닿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20년 집권론’을 펼친 데 이어 지난달 18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에 이은 네 번째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며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상왕
킹메이커

다만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과대평가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정계은퇴 이후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협회의 사무실이 여의도인 만큼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의원 간 교류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또 이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거의 이겼다’는 등의 선거 메시지를 던졌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보선 승리를 쟁취한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김 전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은 마음이 쓰이는 당으로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보선 종료와 동시에 임기를 끝마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내 당권 경쟁을 두고 ‘아사리판’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두고 양당 지도부가 ‘작당’을 벌이고 있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시작은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과의 회동이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설을 부정하면서 ‘윤 전 총장이 들어 올 수 있는 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금 전 의원의 신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김종인-금태섭’을 기반으로 하는 3지대에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들어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과의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3지대는 없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 “역할은 없다”며 선을 재차 그었다.

눈길이 가는 건 ‘금 전 의원이 창당한다면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 전 의원이 당을 만들지 안 만들지는 내가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는 사실이다. 결국 금 전 의원의 창당  시점과 윤 전 총장의 합류 여부에 따라 김 위원장이 운신의 폭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브콜
화답할까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윤 전 총장의 거취에 대해 “지금 (정돈되지 않은)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힘에는 들어가지 말고, 내 쪽으로 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영입에 성공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제치고 상당한 역할을 소화해낼 것이라고 점친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윤 전 총장은 우리 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22일 “정무 감각이 있다면 (윤 전 총장이)제3지대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20일 “당 밖에 있는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입당 불가론은 유력 대권 후보와 제1야당을 이간질하려는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킹메이커로 유명하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종합해보면,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각자의 방식대로 대선 후보를 내세워 내년 대선에서 대리전을 치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물밑에서, 김 전 위원장은 거취에 따라 지원 방식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이재명, 나쁘지 않은 분위기
김-윤석열, 손잡을 수 있을까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는 최근까지 2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 전 총장이다.

지난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 조사한 4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가 25%, 윤 전 총장 22%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당장 놓고 봤을 때, 차기 대선주자들과 킹메이커의 궁합은 어떨까. 우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018년 이 지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친문 진영 내에서도 이 지사를 손절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따로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해찬-이재명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최근 이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식사를 한 번 했다”면서도 “현재 선거나 정치구도에 관한 것 때문은 아니고 당을 위해 고생하신 대선배와 오랜만에 사적으로 식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며 “현재 지지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둘의 연대 가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오는 5월 말 ‘2021 DMZ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DMZ포럼은 이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와 경기연구원이 주관해왔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지원 사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해 DMZ포럼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포럼 공동 주최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언급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연대 가능성
궁합은 과연?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신당인 앙마르슈를 만들어 정권을 잡았고, 거대 양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붕괴됐다. 이후 앙마르슈가 기존 정당을 흡수했다. 이처럼 김 전 위원장의 경우, 윤 전 총장의 화답 여부가 관건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뺀 나머지 야권을 모조리 비판하면서 윤 전 총장과 본인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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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