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손' 코오롱 장남 '꿀보직' 맡은 사연

자질론 벗기고 금테로 포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규호 코오롱 부사장이 차기 회장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정당성’을 두고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까지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호언장담에 비해 이 부사장의 경영성과가 미미한 탓이다. 이 부사장은 승계 마무리 전 부진 세탁을 위한 발판으로 자동차 시장을 택했다. 일각에선 후계자가 호실적이 보장된 계열사로 이동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당시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전무는 그룹 패션사업을 총괄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전환 작업 등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떤 성과?

1984년생인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부장-상무보-상무-전무로 오르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룹 핵심 중 한 곳인 코오롱글로벌에서 부장을 지냈고 2015년 이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넘어와 패션부문 최고운영책임자로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 2018년 11월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은 전격 퇴진을 발표한 뒤 “아버지로서 재산은 물려주겠지만,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남 이 부사장에게 언제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잘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며 사실상 이 부사장이 후계자라는 점을 은연 중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 부사장의 나이가 35세의 젊은 나이였던 것을 감안해 그룹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출 때까지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가 컸다. 


이 전 회장은 아들의 경영성과가 두드러질 수 있도록 ‘캐시카우’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을 맡겼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맡았던 시점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 부문 2018년 매출액은 1조45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패션사업을 맡은 이후 2019년 9729억원, 2020년 8680억원으로 하락세를 그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이외에 이 부사장이 2018년 초부터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온 셰어하우스(공유주택) 계열사 리베토 역시 연간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7월 조용히 리베토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왔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에서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됐다. 

코오롱그룹이 수입차 판매에 뛰어든 것은 1987년부터다. 소형차 수입을 시작으로 1988년 4월 수입차 시장이 전면개방된 시점부터 코오롱상사를 기반으로 BMW의 국내 판매를 도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수입차 종합정비 사업을 하는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의 보통주 100% 인수를 의결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는 볼보 딜러 사업을 하는 코오롱오토모티브 지분 100%와 아우디 딜러 사업을 하는 코오롱아우토 지분 99.33%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판매 브랜드에 아우디와 볼보를 추가하며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갖춘 셈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5년까지 수입차 유통 부문에서 2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수입차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수입차 판매는 코오롱의 주수익원 중 하나다. 최근 3년간 매출은 2018년 1조1481억원, 2019년 1조1329억원, 2020년 1조4436억원으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BMW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1%로 전년 대비 3%포인트 증가했다. BMW 내 코오롱글로벌의 시장점유율은 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이 부사장은 조현상 효성 부회장과 수입차 시장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게 됐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3남인 조현상 부회장은 지난 2000년대부터 효성의 수입차 사업을 이끌며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해 수입차 사업을 확장했다.

부진한 ‘패션’ 만회하려 ‘자동차’로 선회?
부친 이어 차기회장 확정…승계 정당성은?

효성은 ▲더클래스효성(벤츠)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 페라리·마세라티) ▲신성자동차(광주·전남 벤츠) ▲효성토요타(토요타) ▲효성프리미어모터스(렉서스) ▲더프리미엄효성(재규어·랜드로버)을 통해 국내에 수입차를 판매한다.

조 부회장은 각 관계·계열사의 최대주주로 효성의 수입차 판매 사업을 이끌고 있다. 효성의 주력 수입차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과 신성자동차의 지분을 각각 93.04%, 42.86% 보유한 에이에스씨의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FMK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조 부회장은 부동산 매매·임대업을 영위하는 신동진의 최대주주(80.0%)며 신동진은 더프리미엄효성, 효성프리미어모터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조 부회장의 ‘필승 카드’는 벤츠다. 효성 내 주력 수입차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은 지난 2019년 연간 매출액 약 1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더클래스효성은 지난 2018년 연간 매출액 약 1조100억원을 넘긴 이후 매출액 1조원 클럽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효성은 코오롱이 넘어야할 산이다. 코오롱은 지난 2015년 이후부터 벤츠의 인기에 힘입어 수입차 업계 선두자리를 차지한 효성의 실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수입차 브랜드 폴리폴리오 확대와 정비 사업의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올해 효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판매량이 위축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효성과 코오롱은 사업확장을 통한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할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난 지도 올해 벌써 3년 차가 됐지만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일각에선 이 부사장의 코오롱글로벌 입성이 지금까지의 부진을 세탁하기 위한 ‘후계자 밀어주기’라는 말들도 나온다.

이 부사장이 코오롱글로벌에서 기대치에 밑도는 성과를 내더라도 차기 회장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승계 정당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언제 인정?

한 업계 관계자는 “후계자가 주요 계열사 곳곳을 거치며 사업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호실적이 보장된 계열사로의 이동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회장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까지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이 부사장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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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