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말 좋아하다…’ 잘리게 생긴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말 좋아하더니 말로 망할 판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김우남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 회장은 국회의원을 지내던 당시 국감에서도 말과 관련된 제품을 언급할 정도로 말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말 전도사’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의원 재직 당시 보좌관이었던 측근을 마사회 비서실장으로 취임시키려는 과정에서 폭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회장은 취임 때부터 낙하산 인사 우려가 있다며 노조 측에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취임 직후 측근 채용 지시 의혹과 관련해 채용을 반대한 직원에게 폭언했던 녹취가 공개되며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마사회 채용 의혹과 관련해 신속한 감찰을 지시했다.

욕설, 막말…
진퇴 기로 

마사회는 대한민국에서 경마를 합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다. 마사회는 1949년 회명 변경 뒤, 많은 사람들이 회장 자리를 거쳐 갔다. 

새로운 회장이 임명될 때마다 마사회는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보통 정부여당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마사회 내부에서 승계돼 회장이 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일전에도 마사회는 낙하산 논란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적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된 현명관 전 회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공약을 기획하고 마사회 회장직에 오르면서 논란이 됐다.


현 전 회장은 마사회에서 설립한 산하재단에서 과거 자신이 속했던 회사 출신 등을 임명하며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김 회장 역시 회장직에 임명되자, 낙하산 회장이라는 논란이 들끓었다.

그는 17~19대까지 국회의원을 3차례나 지냈던 인물이다. 의원직을 수행하면서 그의 말 사랑은 남달랐다.

국회의원을 지내는 12년 동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위원을 맡으며, 말 산업 육성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국회 통과까지 이뤄내 정부가 말 산업 육성을 지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큰 논란을 빚었다. 말 전문가답게 김 회장의 취임으로 위기에 빠진 마사회를 구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비서실 직원 채용 두고 담당자에 폭언
업무 미숙 질타? 대통령 직접 감찰 지시

취임식에서 김 회장은 침체에 빠진 마사회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크게 3가지를 내세웠다. 온라인 발매의 조속한 법제화를 통한 경영위기 극복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제도적 시스템 구축 및 내부 경영혁신을 통한 말 산업의 경쟁력 향상 등의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선포했던 김 회장은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 김 회장은 취임 뒤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의 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특별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마사회 인사담당자는 김 회장의 요청을 고사했다. 정부 지침과 관련해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김 회장은 만류하는 인사담당자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마사회는 회장이 비서실 직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내규가 존재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채용비리가 우려된다며 해당 규정을 오는 6월까지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사담당자가 해당 사실을 김 회장에게 전달했지만 그는 폭언과 욕설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인사담당자가 마사회의 상급기관인 농림부에 측근의 채용 여부와 관련해 문의했는데, 농림부에서도 측근을 채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내로남불
측근 챙기기

이 같은 사실을 인사담당자가 김 회장에게 다시 전달하자 “그렇게 까지 할 일이냐”며 다시 폭언을 했다. 결국 김 회장은 자신의 측근을 비서실장 대신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인사담당자는 “군사 정권 시절부터 근무했던 사람인데 장성 출신 회장들에게도 이 정도의 폭언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당사자에게 언행에 대해 사과했지만 결과적으로 채용하지 않았으니 부정채용이 아니라면서 인사담당자의 업무 미숙으로 질타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하자 김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말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국민께 죄송하다는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자문위원으로 채용했던 측근과 계약도 해지했지만 여론은 냉소적이다. 마사회 노조는 김 회장이 채용 문제 뿐 아니라 평소에도 폭언을 일삼았다며 퇴진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회장의 해당 논란을 정권의 마구잡이식 낙하산 인사 시스템의 민낯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측근 채용에 대해 내로남불의 행태라 비판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인사나 기관장들이 측근을 채용하는 것에 대해 질책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국정감사에서도 농해수위의 피감기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와 농협, 마사회에게 거침없이 비위 의혹 부분을 지적해 국정감사에서 ‘저승사자’로 불렸다. 

과거 자신이 지적한 행위 
입장 바뀌자 똑같은 만행


또 김 회장은 의원 시절 공공기관장의 채용비리를 비판하는 정책 자료집까지 발간한 이력도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건을 분석한 자료집에서 공공기관은 상명하복의 구조라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렵고, 직원들이 피해를 받기 쉽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마사회는 여러 논란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여기에 김 회장의 의혹까지 더해져 마사회에 대한 국민인식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 마사회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조사 직전 기간에 지사장과 실무자를 대상으로 대책을 강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마사회가 고객만족도 조사를 위해 마련한 대응 지침에는 마사회에 우호적인 고객을 미리 선별해 조사원의 동선에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조사가 불시에 이뤄져야 함에도 마사회는 주관사로부터 조사 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조사원의 성향까지 알아냈다. 일부 마사회 지역본부에서는 조사 참가자로 직원의 가족까지 동원한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결국 마사회는 조작을 통해 3년 동안 고객만족도조사에서 S등급을 받았다. 먼저 조사를 받은 지사에서는 조사관의 얼굴을 CCTV로 무단으로 캡쳐해 다른 지사에 알리기도 했다.

그 결과 마사회는 해당 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으로 100억원 이상을 챙겼다. 마사회는 조작 의혹을 부인했으나 지난 3월 감사원의 조사가 이뤄지자 사실을 시인했다.


마사회와 관련된 외국인 특혜 의혹도 드러났다. 마사회가 외국인 경마 도박단에게 마권 자동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무제한 베팅이 가능하게 하는 등 많은 특혜를 제공했고, 서울 워커힐 화상 경마장에서 200억원이 넘는 외화도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사고친
낙하산

감사원이 지난 2019년 가장 많은 마권이 발행된 경주를 분석한 결과, 마감 5분 전 내국인은 1분당 마권 1매를 구매한 반면 외국인은 분당 15매 구매가 가능했다. 외국인이 내국인에 비해 베팅에서 유리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내국인은 일반 발매 창구나 무인 발매기에서 순서를 기다려 순서대로 마권을 구매하지만, 외국인 경마 도박단은 각각 배치된 마사회 직원을 통해 무제한 베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내국인을 차별했다는 논란이 일자, 오는 5월부터 해당 경마장이 폐쇄되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국고를 유출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위기가 지속되자, 김 회장은 온라인 마권 판매 허용 법제화를 제시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회장이 마권 온라인 판매 카드를 꺼내고,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허용을 뼈대로 한 법안을 4건 발의 해 힘을 보탰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소관위에서 계류 중이다. 

마사회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온라인 마권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열린 임시국회 농림부 소위원회에서 의원들과 농림부 차관의 설전이 오갔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농림부의 입장은 경마사업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사행성이 강하다는 이유와 마사회에서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도 온라인 마권 발매가 이뤄진다면 청소년 보호 문제와 경마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회장의 취임 전부터 코로나19 여파로 마사회는 이미 심각한 경영위기 상태다. 마사회의 매출은 1949년 설립 뒤 6·25 전쟁 때를 제외하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첫 적자를 기록했다. 마사회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20년 매출은 1조850억원, 순손실은 4380억원이다. 

2019년 매출 7조4000억원과 비교했을 때와 크게 감소했다. 마사회는 현재 무관중으로 경마를 진행하고 있지만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김 회장의 취임 이후 마사회와 말과 관련된 사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마사회 전체까지 위기감이 조성된 와중에 국민의 신뢰까지 회복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부가 땅을 키우는 마음으로 국민 친화적인 사업 발굴과 민간 경쟁력 강화, 농·어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함께하는 말 산업 육성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마사회와 말 산업을 하는 많은 경영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말 전문가 김 회장은 취임으로 한껏 기대감이 높았으나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됐다. 김 회장의 사과와 감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말에도 여론은 부정적이다. 

여론은 하루 만에 김 회장과 관련해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중 다시 악재가 발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레임덕 현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지시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엎친데
덮쳤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를 비롯해 공기관·공기업의 비위, 인사 문제는 여느 정권에서도 끊어낸 적이 없다. 마사회 뿐 아니라 다른 공기업의 문제까지 즉각 해결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철우 기자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권 바뀌어도…
마사회 과거 논란은?

마사회 관련 논란은 과거에도 들끓었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때마다 정권은 마사회 비리 척결을 앞세웠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총리 재직시절 마사회의 비위 문제를 끊어내라고 강력하게 지시한 적 있다.

마사회는 과거 동물보호법 위반 논란, 박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마방 이용 특혜 의혹 등을 겪은 바 있다.

마사회에서 경주마로 달린 뒤 은퇴 한 경주마 ‘승자예찬’은 폐사 처리했다던 이야기와 다르게 도살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법률상 경주마도 가축이기 때문에 도축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 과정에서 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마사회는 경주마의 은퇴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유라 마방 이용 특혜 의혹도 논란으로 번졌는데 과거 정유라의 개인 훈련을 위해 마방과 훈련장 이용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 시절 마사회에서 1560억짜리 중장기 발전 계획을 작성하고, 24억을 들여 정유라가 있던 국가대표 승마단을 지원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고 전해진다. 

마사회의 이 같은 행태에 정권이 바뀌어도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자신의 사람만을 앉히는 행위만 지속된다면 공기관·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