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먹는 약을…’ 반려동물 의약품의 비밀

노인 치매약을 개한테 처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A씨의 강아지는 노쇠해 인지장애가 생겨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동물병원으로부터 받았다. A씨는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가족 같은 강아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진료를 받았다.
 

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의 경우 반려견 전용 치매약이 없다며, 사람 약을 먹여 예방해야 한다고 사용을 권했다. A씨는 반려동물에게 동물용 의약품이 아니라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전문가가 말하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가정반려동물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사용한 치료비는 가구당 평균 47만원이다. 또 반려가구 중 71%가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동물용 한계
인체용 사용

A씨는 동물병원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해 약 성분을 알고 싶어 진료기록부와 처방전을 요구했지만 동물병원은 일부 동물 의약품에 한해서만 진료기록부와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인체용 의약품의 처방전 발급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A씨는 약 성분이라도 알려달라며 통화를 요청했지만 동물 병원은 짧은 문자로 약의 성분만을 알려왔다. 


A씨의 경우 다행히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사전에 알려 성분을 알게 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의약품이 인체용인지 동물용인지에 대해서는 수의사가 성분만 알려 줬기 때문에 보호자는 스스로 찾아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동물병원은 2020년 기준 전국 4604개(반려동물병원, 농장동물, 혼합진료 포함)이고, 동물 약국은 6163개다. 이에 따라 수의사협회와 약사회에서도 인체용 의약품 사용과 처방전 발급에 대해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수의사협회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에 근거가 있으며, 개별적인 승인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의사가 진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재 나온 약들 중 동물용 의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협회 관계자는 “동물용 의약품의 종류가 많지 않아,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나뉘어 있는 인체용, 동물용의 구분보다 성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처방전의 경우는 사람과 의료체계가 달라 수의사가 발급하는 처방전은 동물용 의약품 중 처방 대상이 아니면 발급하지 않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실제 처방전은 의사, 치과의사를 제외한 사람이 발급하면 불법이다. 처방전은 약을 사기 위한 서류기 때문에 만약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임의로 처방전을 제공하게 되면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진료기록부·처방전 요구 거절
일부 동물용 의약품 한해서만 발급 가능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산업동물(돼지, 소, 닭 등)과 반려동물이 구분돼있지 않다. 산업동물의 경우 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품 도매상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처방에 대해서도 명시된 조항이며 수의사의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 제정부터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동물용 항생제, 마취제 등에 한해 수의사가 진단하고 보호자가 임의로 살 수 없는 것에 따라 처방전이 발급된다. 반려동물 자체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행위는 현재 법률상으로 위법은 아니다.
 

▲ 수의사 ⓒpixabay

그러나 현재 수의사법에서는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사항이 규정돼있거나 의무적이지 않아 수의사들이 보호자들에게 열람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인체용 의약품 역시 인체에 맞게 개발된 것이지만 성분을 따지고, 강아지의 무게, 크기 등에 따라 소분에서 밀리그램을 조절해 사용해왔고,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상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투여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지만, 동물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진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체용 의약품과 처방전을 두고 약사들과 수의사들은 대립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약사 역시 사람 의료 체계가 익숙하기 때문에 동물 체계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3자가 볼 때 이해관계에 있다는 것” 대해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동물 관련 전문가는 거의 수의사가 유일하며, 규제가 필요한 항생제와 관련해 약사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팔던 것에 대해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상 같으면 
약발도 같다?

법적으로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약품을 약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약사들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출납 대장 같은 기록도 있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함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협회 측은 법이 모든 사항을 세부적으로 담을 수 없으며, 인체용 의약품이 사람으로 한정돼있어도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인체용 전문 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진료비와 관련해서 각 항목을 따로 청구하거나 전체를 합쳐서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협회 측은 의료체계 자체가 사람에 준하도록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행위는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법이 있어서 동물용, 인체용 의약품이라 해서 된다와 안 된다를 구분하는 별도 규제가 없어 우려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 제도 자체가 얽혀 있기 때문에 동물 약품은 별도의 법안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수의사협회와 다른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의약품 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약사법 내의 동물용 의약품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동물에 사용하는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규정 역시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 전까지는 제한이 없었던 인체용 의약품 사용이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수의사들이 인체용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했다. 수의사들이 약사법 21조 수정을 국회에 청원해 약사법에 근거 동물병원 개설 수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약사로부터 구매가 가능해졌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사용에 대한 법률 조항은 진료목적으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조항 외에 별도의 법률 조항이나 규정이 미국처럼 존재하지 않아 사용 원칙 없이 관리 없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또 인체용 의약품 대장이 있긴 하지만 의약품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의 통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라 
괜찮다?

동물에게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쓸 만한 약이 없을 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에 대한 수요가 발생해야 동물용 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될 텐데,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 수요가 없어 동물용 의약품과 관련해 개발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 

약사회 관계자는 “수의사들이 동물용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발이 필요한 경우는 적극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 등에 건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물용 의약품을 먼저 사용하고 나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같은 관련 부처 역시 손을 놓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pixabay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할 때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일시적으로라도 겸용을 허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와 약사 그리고 정부의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부서에서 내놓는 조항과 법끼리 충돌하거나 겹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서로 안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면 겸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겸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용해야 한다면 그런 방식을 일시적으로라도 인체용과 동물용을 겸용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이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과 동물용을 반드시 나눠 생각해야 한다”며 “반대로 생각해보면 동물용 의약품을 성분이 같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사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의사 vs 약사 밥그릇 전쟁
‘네 탓’법 충돌로 혼란 상태

만약 그런 경우라면 동물용과 인체용을 구분 짓지 않아도 될 것이며 수의사협회의 의학적으로는 성분이 중요하다는 견해에 대해 반박했다.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 사용을 우선시하고 만약 관련 약이 없다면 육성을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처방전과 관련해서도 처방 대상 의약품인데 처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결국 서로의 이익 문제로 연결된다. 누군가의 권한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서로 합의해 이익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협의해야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역시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 외에 진료기록부 관련해서도 법 체계가 미미한 점이 있다며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동물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pixabay

동물 의료 분쟁이 잦은 이유는 현행법상 동물을 진료할 경우 사람과 달리 병원 측에서 진료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공개된 기록도 주요 정보가 빠진 경우가 많아 책임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사람의 의료체계는 환자가 요구하면 진료기록을 공개하지만, 동물 진료기록은 공개 의무가 없어 보호자와의 갈등을 야기한다”며 “반려동물 관련 의료분쟁을 줄이기 위해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결국 두 집단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다수다. 서로 이익만 생각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용도 구분?
성분이 중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사용을 하려면 수의사는 더욱 철저한 관리와 충분한 사전고지가 필요하며, 약사는 의약품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반려동물 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부 역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법 조항과 의약품 승인 등에 대해 더욱 철저한 감시, 세부적인 사항, 동물용 의약품 관련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반려동물 산업

개 가구에 고양이 신탁까지

펫코노미(Pet과 economy 합성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늘어난 반려동물 수만큼 관련 산업규모도 확대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의 규모는 2022년 4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반려동물 산업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펫테크의 발전규모도 커졌다.

펫테크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일컫는다.

또 반려동물의 음식 사업도 확대됐다.

시장 규모 2022년 4조 돌파 전망
첨단기술 적용 제품·서비스 등장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돼, 유기농 재료를 활용한 반려동물들의 사료, 간식 등이 프리미엄으로 나온다.

동원, 하림 등에서도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내걸고 신사업으로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의 가구 브랜드도 호황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에 대해 보호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최적화된 가구를 구매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펫신탁까지 출시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더 이상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게 됐을 경우 반려인이 양육에 필요한 금액을 설정하는 신탁계약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2027년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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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