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먹는 약을…’ 반려동물 의약품의 비밀

노인 치매약을 개한테 처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A씨의 강아지는 노쇠해 인지장애가 생겨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동물병원으로부터 받았다. A씨는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가족 같은 강아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진료를 받았다.
 

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의 경우 반려견 전용 치매약이 없다며, 사람 약을 먹여 예방해야 한다고 사용을 권했다. A씨는 반려동물에게 동물용 의약품이 아니라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전문가가 말하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가정반려동물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사용한 치료비는 가구당 평균 47만원이다. 또 반려가구 중 71%가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동물용 한계
인체용 사용

A씨는 동물병원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해 약 성분을 알고 싶어 진료기록부와 처방전을 요구했지만 동물병원은 일부 동물 의약품에 한해서만 진료기록부와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인체용 의약품의 처방전 발급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A씨는 약 성분이라도 알려달라며 통화를 요청했지만 동물 병원은 짧은 문자로 약의 성분만을 알려왔다. 


A씨의 경우 다행히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사전에 알려 성분을 알게 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의약품이 인체용인지 동물용인지에 대해서는 수의사가 성분만 알려 줬기 때문에 보호자는 스스로 찾아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동물병원은 2020년 기준 전국 4604개(반려동물병원, 농장동물, 혼합진료 포함)이고, 동물 약국은 6163개다. 이에 따라 수의사협회와 약사회에서도 인체용 의약품 사용과 처방전 발급에 대해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수의사협회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에 근거가 있으며, 개별적인 승인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의사가 진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재 나온 약들 중 동물용 의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협회 관계자는 “동물용 의약품의 종류가 많지 않아,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나뉘어 있는 인체용, 동물용의 구분보다 성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처방전의 경우는 사람과 의료체계가 달라 수의사가 발급하는 처방전은 동물용 의약품 중 처방 대상이 아니면 발급하지 않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실제 처방전은 의사, 치과의사를 제외한 사람이 발급하면 불법이다. 처방전은 약을 사기 위한 서류기 때문에 만약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임의로 처방전을 제공하게 되면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진료기록부·처방전 요구 거절
일부 동물용 의약품 한해서만 발급 가능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산업동물(돼지, 소, 닭 등)과 반려동물이 구분돼있지 않다. 산업동물의 경우 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품 도매상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처방에 대해서도 명시된 조항이며 수의사의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 제정부터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동물용 항생제, 마취제 등에 한해 수의사가 진단하고 보호자가 임의로 살 수 없는 것에 따라 처방전이 발급된다. 반려동물 자체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행위는 현재 법률상으로 위법은 아니다.
 

▲ 수의사 ⓒpixabay

그러나 현재 수의사법에서는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사항이 규정돼있거나 의무적이지 않아 수의사들이 보호자들에게 열람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인체용 의약품 역시 인체에 맞게 개발된 것이지만 성분을 따지고, 강아지의 무게, 크기 등에 따라 소분에서 밀리그램을 조절해 사용해왔고,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상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투여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지만, 동물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진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체용 의약품과 처방전을 두고 약사들과 수의사들은 대립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약사 역시 사람 의료 체계가 익숙하기 때문에 동물 체계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3자가 볼 때 이해관계에 있다는 것” 대해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동물 관련 전문가는 거의 수의사가 유일하며, 규제가 필요한 항생제와 관련해 약사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팔던 것에 대해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상 같으면 
약발도 같다?

법적으로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약품을 약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약사들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출납 대장 같은 기록도 있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함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협회 측은 법이 모든 사항을 세부적으로 담을 수 없으며, 인체용 의약품이 사람으로 한정돼있어도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인체용 전문 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진료비와 관련해서 각 항목을 따로 청구하거나 전체를 합쳐서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협회 측은 의료체계 자체가 사람에 준하도록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행위는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법이 있어서 동물용, 인체용 의약품이라 해서 된다와 안 된다를 구분하는 별도 규제가 없어 우려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 제도 자체가 얽혀 있기 때문에 동물 약품은 별도의 법안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수의사협회와 다른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의약품 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약사법 내의 동물용 의약품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동물에 사용하는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규정 역시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 전까지는 제한이 없었던 인체용 의약품 사용이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수의사들이 인체용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했다. 수의사들이 약사법 21조 수정을 국회에 청원해 약사법에 근거 동물병원 개설 수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약사로부터 구매가 가능해졌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사용에 대한 법률 조항은 진료목적으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조항 외에 별도의 법률 조항이나 규정이 미국처럼 존재하지 않아 사용 원칙 없이 관리 없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또 인체용 의약품 대장이 있긴 하지만 의약품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의 통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라 
괜찮다?

동물에게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쓸 만한 약이 없을 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에 대한 수요가 발생해야 동물용 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될 텐데,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 수요가 없어 동물용 의약품과 관련해 개발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 

약사회 관계자는 “수의사들이 동물용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발이 필요한 경우는 적극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 등에 건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물용 의약품을 먼저 사용하고 나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같은 관련 부처 역시 손을 놓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pixabay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할 때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일시적으로라도 겸용을 허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와 약사 그리고 정부의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부서에서 내놓는 조항과 법끼리 충돌하거나 겹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서로 안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면 겸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겸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용해야 한다면 그런 방식을 일시적으로라도 인체용과 동물용을 겸용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이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과 동물용을 반드시 나눠 생각해야 한다”며 “반대로 생각해보면 동물용 의약품을 성분이 같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사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의사 vs 약사 밥그릇 전쟁
‘네 탓’법 충돌로 혼란 상태

만약 그런 경우라면 동물용과 인체용을 구분 짓지 않아도 될 것이며 수의사협회의 의학적으로는 성분이 중요하다는 견해에 대해 반박했다.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 사용을 우선시하고 만약 관련 약이 없다면 육성을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처방전과 관련해서도 처방 대상 의약품인데 처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결국 서로의 이익 문제로 연결된다. 누군가의 권한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서로 합의해 이익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협의해야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역시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 외에 진료기록부 관련해서도 법 체계가 미미한 점이 있다며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동물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pixabay

동물 의료 분쟁이 잦은 이유는 현행법상 동물을 진료할 경우 사람과 달리 병원 측에서 진료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공개된 기록도 주요 정보가 빠진 경우가 많아 책임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사람의 의료체계는 환자가 요구하면 진료기록을 공개하지만, 동물 진료기록은 공개 의무가 없어 보호자와의 갈등을 야기한다”며 “반려동물 관련 의료분쟁을 줄이기 위해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결국 두 집단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다수다. 서로 이익만 생각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용도 구분?
성분이 중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사용을 하려면 수의사는 더욱 철저한 관리와 충분한 사전고지가 필요하며, 약사는 의약품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반려동물 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부 역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법 조항과 의약품 승인 등에 대해 더욱 철저한 감시, 세부적인 사항, 동물용 의약품 관련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반려동물 산업

개 가구에 고양이 신탁까지

펫코노미(Pet과 economy 합성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늘어난 반려동물 수만큼 관련 산업규모도 확대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의 규모는 2022년 4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반려동물 산업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펫테크의 발전규모도 커졌다.

펫테크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일컫는다.

또 반려동물의 음식 사업도 확대됐다.

시장 규모 2022년 4조 돌파 전망
첨단기술 적용 제품·서비스 등장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돼, 유기농 재료를 활용한 반려동물들의 사료, 간식 등이 프리미엄으로 나온다.

동원, 하림 등에서도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내걸고 신사업으로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의 가구 브랜드도 호황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에 대해 보호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최적화된 가구를 구매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펫신탁까지 출시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더 이상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게 됐을 경우 반려인이 양육에 필요한 금액을 설정하는 신탁계약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2027년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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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