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용’ 야동의 세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29 15:28:55
  • 호수 1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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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없이 인증 없이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과거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야한 성인잡지를 봤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야동을 볼 수 있는 시대다. 일각에선 성인인증 없이도 야동을 손쉽게 볼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고성준 기자

스마트폰을 접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장난감이 된 지 오래다. 손가락으로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자신이 원하는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무법지대

코로나19로 인해 초등생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8일 SK텔레콤이 분석한 가입자 이용 패턴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생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은 약 1.8G로, 전년(1.5GB)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초등학생 대다수가 온라인 수업을 받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들어 초등학교 1학년생이 가족 간 데이터 선물하기 기능으로 받은 데이터양도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초등생이 학교와 학원이 아닌 집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등생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성인 영상물 이용률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2020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23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청소년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37.4%로 2018년 39.4%보다는 감소했지만, 초등생 이용률은 2018년 19.6%에서 2020년 33.8%로 늘었다. 

청소년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 37%
초등학생은 34%…폰 사용 증가 탓

청소년들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 경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23.9%)와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17.3%)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기기에 대한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설치율은 학교 컴퓨터 33.8%, 스마트폰 31.4%, 집 PC 20.6% 등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통해 접하는 콘텐츠의 수위도 문제다. 최근 시작된 한 TV 드라마는 ‘15세 이상 시청가’ 방송이지만 학교폭력, 살인 등 자극적인 내용을 방송해 논란이 됐다. 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늘어나면서 잔인한 장면이 들어간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가 이전보다 더 쉽게 어린이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주로 초등생이 직접 야동을 찾아서 보기보다는 광고 등에 간접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 ⓒ박성원 기자

A씨는 초등생 아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스포츠를 시청하던 중 깜짝 놀라는 일을 겪었다. 스포츠 동영상 중간에 음란 사진과 동영상이 표시된 것. A씨는 실수로 키보드 자판을 잘못 눌러 특정 초성을 입력했다. 이후 음란 콘텐츠 목록이 주르륵 나오자 A씨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해당 콘텐츠를 지우기에 급급했다. 

B씨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집안일을 하는 동안 잠시 쥐여준 스마트폰으로 아이가 SNS를 통해 음란 동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 아이는 “동영상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나왔다”고 했다. B씨가 해당 SNS에 직접 단어를 검색해보니 음란 동영상을 간편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또 해당 영상을 클릭하면 뒤이어 그와 관련된 야한 동영상이 줄줄이 나왔다. B씨는 야한 동영상을 너무나 손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해외사이트 국내법 적용 어려워
음란물 활용한 뒤 이용자 확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한 음란물 유통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2018년 심의 61건, 시정요구 21건으로 2019년에 비해 다섯 배가량 증가한 수치였고, 페이스북의 경우 심의와 시정요구가 각각 49건, 18건으로 2017년에 비해 심의 건수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음란물을 유해매체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수치다.

청소년의 음란물 노출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해외 동영상 사이트의 경우 성인인증 없이 이용 가능하다. 청소년의 음란물 시청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해당 업체들은 음란물을 활용해 이용자를 확보해야 하므로 음란물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자극적인 음란물로 이용자를 유인해 앱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음란물의 온상으로 불렸던 동영상 플랫폼 텀블러의 경우, 2019년 12월 노골적인 성적 내용과 누드를 포함한 성인물 공유를 전면 금지하면서 해당 월(12월) 트래픽이 5억2100만건에서 3억7000만건으로 30%가량 폭락했다.

이용자도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웹 분석 업체 시밀라웹(SimilarWeb)에 따르면 2019년 7월 6억4200만명에 달했던 텀블러 이용자 수는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4억3700만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동영상 플랫폼과 SNS 업체들이 음란물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제재 없다?

최진아 동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이 음란물에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이른 나이에 노출되면 음란물에서 제시되는 성적 행동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성에 대한 허용성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성적 충동 내지는 성적 행위의 추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범죄 덫’ 청소년 채팅방 실태

코로나19로 들쑥날쑥한 등교 일정 탓에 학교에서 자연스레 친구를 사귀지 못한 아동·청소년들이 익명의 온라인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 게임 채팅,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누군가와 채팅을 하면서 친구가 된다. 청소년들의 이런 비대면 교류 행태는 얕은 교우관계만 만들 뿐 아니라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전화번호가 저장된 지인끼리 대화하는 카카오톡과 달리, 이 대화방은 철저한 익명으로 운영된다.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쉽게 ‘사이버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초등학생 이모양은 게임 채팅에서 중학생 A군을 만나 카카오톡으로 3개월간 대화했다.

처음엔 얼굴 사진만 보내달라던 A군은 점점 치마 입은 사진, 다리를 벌린 사진 등 수위를 높여가며 사진을 요구했다.

이양이 거절하자 ‘학교 게시판에 올려줄까?’라며 협박해 계속 사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양의 이상한 행동을 수상히 여긴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뒤져보다, 이 사실을 알아내고 경찰에 신고해 A군을 붙잡았다.


김선숙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장은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어가는데 계속 등교 일수만 줄이고 있다”며 “학과 교육 공백뿐 아니라 사회성을 기를 기회도 잃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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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