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들고 덤비는 ‘악성 민원’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29 14:24:48
  • 호수 1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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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말해보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공무원이 민원인을 친절하게 응대해도 돌아오는 건 위협이다. 공무원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에 대해 알아봤다.
 

▲ ⓒpixabay

최근 라이더, 백화점 직원, 아파트 경비원 등 서비스직 종사자가 갑질을 당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갑질한 이들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에 폭언과 욕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도가 지나친 악성 민원에 공무원이 시달리고 있다. 

한강 투신

강동구청에서 불법 주·정차 민원을 접수하던 공무원이 지난 1월6일 강동구 광진교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등진 원인이 민원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무원 주변인들은 “민원을 들어주는 일이 힘들었다. 민원인들에게 ‘내 차를 왜 단속했냐’며 욕을 먹는 일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을 접한 현장 공무원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 구청의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부서에 흉기를 든 40대 민원인이 찾아오는 사건도 있었다. 사회보장급여 처리 기한이 남았지만, 지급이 빨리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점심시간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 칼로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나 너무 두려웠다”며 “전화로 폭언을 일삼다가 찾아와 4~5시간 동안 따지는 등 악성 민원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주차 위반 단속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주차 위반으로 과태료를 문 사람들은 “다른 차는 왜 단속 안 하냐” “과장한테 연락하겠다” 등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 

“해결 안 해줘?” 불안한 공무원
욕 다반사…흉기로 위협하기도

대구의 한 구청 전자 민원창구에는 지난해부터 ‘감사실 폐쇄하라’ ‘재활용 쓰레기 처리하라’ 등 특정 민원인이 쓴 글이 800건이 넘게 올라왔다. 이 민원인은 비슷한 내용의 민원을 10년 이상 제기하고 있다.

해당 구청 관계자들은 도가 지나친 악성 민원에 손을 쓰지 못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반복적인 민원의 경우 내부 종결을 할 수 있지만 일부 민원인은 작정하고 관철될 때까지 계속 민원을 넣는다. 답변을 준비하다 보면 업무가 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노골적인 반복 민원, 폭언, 협박 등을 일삼는 일부 민원인들 탓에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 법적 조치는 폭언·욕설을 하던 민원인이 해당 기관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려야 이뤄진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를 연행해야 끝난다는 뜻이다.

지난해 5월 경남 김해에서는 지속해서 폭언을 하던 민원인이 김해 북부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와 유리컵으로 공무원의 머리를 가격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 ⓒpixabay

부산 금정구청에서도 2019년 7월 민원인이 민원 창구를 넘어 사무실 안쪽까지 들어가 칼을 휘둘렀다. 2020년 2월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주민센터에서도 칼부림 난동이 있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은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공무집행 방해 요건이 까다롭고, 표를 의식하는 민선 단체장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을 상대로 고소·고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민원 공무원들의 공통된 얘기다.

문제는 현행 대응 매뉴얼이 수년간 제기되는 반복 민원과 폭력·폭언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의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에 따르면 대면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1단계 진정 요청, 2단계 경고를 거쳐야 경찰에 신고가 가능하다. 

폭언과 욕설, 협박 등의 상황에서는 우선 진정 요청을 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관련 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녹음을 하겠다고 사전 고지해야 한다.

비슷한 내용 10년간 제기
실효성 없는 대응 매뉴얼

하지만 위험물 소지자가 급습하거나 폭력 행사 등 신변을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이 같은 단계별 매뉴얼이 무용지물이라는 게 행정 일선의 공통된 평가다. 녹취 고지도 일시적인 억제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녹음 안내 당일에만 ‘반짝효과’를 낼 뿐 다음날 또다시 욕설과 폭언, 고성 등이 오가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일 민원도 3회 이상 반복 제출하면 2회 이상 결과 통지 후 종결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허점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민원이 종결되더라도 악성 민원인은 해당 공무원의 언행이나 태도를 문제 삼아 또다시 민원을 넣거나 경찰에 상해죄로 고소하는 등 끊임없이 압박을 이어간다.
 

▲ ⓒpixabay

같은 내용의 민원을 다수가 제기하는 때도 있었다. 200~300명이 모인 익명의 오픈채팅방에서 소위 ‘좌표’를 찍으면 한꺼번에 몰려와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민원 내용과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 공무원의 실명, 전화번호를 공유했다.

서울 시내 한 구청 공무원은 “민원에 강하게 대응하다간 감사원이나 국민신문고에 수도 없이 고발당하는 통에 업무량이 몇 배로 늘어나 일단 참는다”고 했다. 분노에 찌든 민원인을 버거워하는 건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민원을 처리해주지 않는다며 경찰관들을 무더기로 고소하는 경우가 가장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한 조치 필요”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권익위원회에서 악성 민원인에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악성 민원으로 판단될 경우 즉시 상담을 중단하도록 하는 등 더욱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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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