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포모증후군과 회원권 가치

불안 증상이 가져온 상승 분위기

누구나 대박을 꿈꾼다. 적어도 요즘 같이 뜨겁게 달아오른 투자의 세계에선 그 꿈이 환상일지라도 말이다. 현금 가치하락을 우려한 기성세대는 각종 투자 자산매입에 나서길 주저하지 않는다. 어린자녀에게 주식거래통장, 청약통장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기본이고 2030세대는 각종 대출을 바탕으로 부동산 매입과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대미문의 과감하고도 모험적인 재테크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비단 부동산과 주식 같은 전통적인 자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시중에는 유동성 자금이 어느 때보다 넘쳐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투자금의 물꼬가 트여 사방으로 흩어지듯 흐르고 있다. 

넘치는 자금

주식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도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고, 과도한 버블을 우려했던 가상화폐는 불과 1년여 만에 수십 배 이상 시세가 올랐다.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그 진위여부를 떠나 투자 수익률과 성공비법을 과시하듯 게시하는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대체자산 투자까지 성행하다 보니 거래 계층은 다르지만, 그중에는 회원권시장도 일부 투자 열풍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해법의 부산물이었다. 문제는 시대적 흐름이 과도한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 -Syndrome,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서 느끼는 불안 증상)을 양산한다는 데 있다. ‘벼락부자’가 될 거란 기대보다, 지금 당장 투자를 안 하면, 이른바 ‘벼락거지’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합리적 판단을 배제하도록 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조차도 기존 자산시장의 가치판단 기준이 흔들린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지어 워런 버핏 같은 가치투자의 대가도 코로나19로 큰 손실을 보고 주식을 손절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성장주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기존의 투자관에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 가치의 기준과 그 판단에 대한 주체까지 어느덧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이에 장기적 추세를 전제하거나 ‘블랙스완’에 대처하지는 않고, 시대적 트렌드에 순응하는 게 혼돈의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으로 귀결되고 있다.

넘쳐나는 유동성 자금
뜨거워진 회원권시장

회원권시장에도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할 정도로 매매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회원권시장에서는 ‘투자’라는 단어가 터부시되다시피 했지만, 최근 금융권PB 사이에서도 회원권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 투자 개념에 익숙해지더니 이제 표현에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기준 회원권 시세는 국내 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1월과 비교해 27.7%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에 처음으로 경험한 두 자릿수 상승세다. 

앞서 거론된 다른 자산에 비해 상승세가 미흡하다 느낄지 모르겠지만, 거래 금액단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서울시 중위권 아파트 평균가(8억6702만원, 한국부동산원 2020년 11월 발표내역)보다 높은 8억원 이상의 초고가회원권 가격은 같은 기간 63.1%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비쌀수록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매물 개체수가 적기에 희소성이 높은 종목일수록 유리한 특성이 상승장에서 부각된 결과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회원권 개별종목들의 반응은 자산시장의 포모증후군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골프회원권 시장에서는 수도권의 종목들이 주축으로 상승장을 이끌고 있으며, 국내 골프투어가 증가하고 있는 제주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골프동호회와 모임이 가장 활발한 영남권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거나 주요 종목들이 상승장에서 비켜난 양상이 목도됐다.


1년 전보다 30% 급등
비쌀수록 높았던 상승률

원인을 분석하고자 에이스회원권지수(ACEPI)에서 미국 금융위기 전, 지수가 최고점이던 2008년 3월18일(1715.3P)과 2021년 2월1일(1049.1P)을 기준으로 257개 주요종목들의 시세를 확인해봤다.

전반적으로 과거 최고치에 비해 여전히 30%대 이상 시세가 낮은 상황이나, 유독 영남권은 지속적으로 신고가를 갱신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영남권은 부울경(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지역 통칭)과 대구광역시 일대의 가파른 부동산 가격 상승시기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실 골프장들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4~2016년 사이, 수도권 회원권 가격의 하락 시기에 오히려 영남권에는 회원권 투자 붐이 일었다. 일례로 경영권을 두고 지분경쟁이 치열하던 파미힐스회원권의 금융위기 전 고점 대비 시세상승률은 216.7%에 이른다.

새 투자처

사용 목적이 분명한 회원권의 새로운 투자 붐이 부각된 최근의 현상 또한 포모증후군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소비자들의 고점에 대한 인식과 매매종목에 대한 분별력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그 배경에는 수도권 회원권의 뼈저린 하락 경험이 밑바탕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자산시장에서도 한 번쯤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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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