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0년 방랑사

‘파랑→주황→빨강’ 돌고 돌아 반대편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야권 단일화 후보 여부와 관계없이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그간 안 대표의 정치 행보를 보면 그렇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오는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누가 야권의 선수가 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일각에선 선거 이후를 주목한다. 특히 안 대표의 행보를 두고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안 대표는 지난 16일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깜짝 합당’을 발표했다. 이날 안 대표는 야권 대통합을 언급하며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은 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단일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대통합을 위한 합당은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안 대표의 합당 발언을 보수층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 보는 비판이 있었다.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1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안 대표의 국민의힘 합당에 대해 “고정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입당이나 합당은 절대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던 그가 여론조사를 앞두고 합당을, 그것도 지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서울시장 본선에서 이기면 그때 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말 속셈이 보인다”고 질타했다.


당원들의 뜻을 모은다는 점도 만일을 위한 조건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일각에선 ‘또 간을 본다’ ‘철새가 또 왔다’며 안 대표의 합당 선언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안 대표의 지난 10년간 정치 행보에서 비롯된 비판인 것으로 해석된다.

질질 끌다 합당 선언 야권통합 강조
‘믿지 못한다’ 미심쩍은 분위기 왜?

안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낸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 16.6%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강연 등에 나서며 대중과 소통했다. 특히 청춘콘서트를 통해 인지도를 확실히 굳혔다. 이른바 ‘안풍’의 서막이 열린 시기다.

안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시기는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재보선이었다.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되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그는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 손잡는 오세훈(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한 그였지만 고민도 많았다. 당시 안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집권세력이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며 “출마하면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계 입문을 강하게 부정했던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하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당시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안 대표의 표를 끌어안으며 정몽준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안 대표의 복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판세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3자 구도였다. 안 대표는 무소속이었다. 


최대 변수
정치 신인

그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안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 돌연 대선일에 미국으로 떠났다.

안 대표는 이듬해인 2013년 서울 노원구병 재보선에 당선되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득표율은 60.46%. 그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안 대표는 2014년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과 합당,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해 열린 7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둔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전·현직 의원들이 ‘탈당 러시’를 이어가며 국민의당으로 입당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철새따라 철새들이 날아간다’는 비판이 있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38석을 일궈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거대 양당의 틈에서 제3지대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 출마한 대선에서 안 대표는 3위로 낙선했다. 이후 국민의당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2018년 바른정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3위로 낙선하게 되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나오고
들어오고

낙선 후 독일로 출국하며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지난해 1월,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기존에 몸 담았던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오늘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돌아온 안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지지율 6.8%로 의석 3석을 차지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원내 4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살펴보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탈당→2016년 국민의당→합당→2018년 바른미래당→탈당→2020년 국민의당’의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서 ‘갈지자 정치인’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 굵직굵직한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그래서인지 안 대표에 대한 평은 갈린다.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 안착은 쉽지 않은 만큼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창당과 탈당, 합당을 반복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그 연유로 안 대표는 정계 복귀와 출마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공세를 받았다. 2018년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으로부터 “탈당과 창당의 연속인 그의 행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국민의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바른미래당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창당, 탈당, 합당…쳇바퀴처럼∼
대선 D-1년, 어디서 시작할까?

이어 “진정성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행보”라며 “그 속에 국민은 없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안 대표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0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대표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갈지자 행보를 했다”며 “이런 후보는 서울시민 돌봄 문제에 관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란 생각을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날 안 대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당장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곳은 국민의힘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 귀국 당시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보수진영과 선을 그은 바 있다. 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도 “투쟁하는 중도정당을 만들겠다. 기존 정당의 관성도 앞장서서 파괴하겠다”며 통합설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할까?
말까?

차기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안 대표 역시 ‘문재인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합당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이미 서울시장 여론조사 등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대선 출마를 위한 세력 규합 등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숨 가빴던 ‘오-안’단일화, 희생 프레임 속셈은?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열한 단일화 경쟁을 벌였다. 안 후보가 지난 19일 국민의힘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 후보 역시 안 후보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양보는 단일화 시점을 하루라도 더 앞당기려는 자구책으로 읽힌다. 지난한 단일화 논쟁은 야권에게도 안 후보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물론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각자 양보한 것은 아니다. 오 후보자는 애초 안 후보자의 양보에 대해 ‘희생 프레임’을 가져가 놓고,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안 후보가 교묘하게 ‘새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어떤 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면 좋겠다”며 “안 후보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의견이 다르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수차례 반복되는 번복으로 피로감을 줬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어쨌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험난했다. 초기에는 야권 모두 이구동성으로 조속한 단일화를 외쳤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안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은 최고점을 찍었다.

안 후보는 오 후보와 여론조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팽팽한 기 싸움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두 후보 측은 적합도와 경쟁력 문항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단일화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 모두 도장을 찍지 못했다. 곧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단일화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이 내놓은 안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양당은 전화 여론조사 방식에서 큰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역으로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펄쩍 뛰었다.

여론조사 방법 두고 평행선
안철수 수용 자세로 출발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사용자 10% 포함 여론조사’를 관철시키고자 했다. 인구의 25%가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만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조사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국민의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유선전화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고령층에 속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에서는 고령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후보보다 보수진영의 오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앞섰다. 반면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승리하는 그림이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비등비등하다. 굳이 핸디캡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막판 합의를 성사시키려했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애초 공표했던 여론조사 기간은 이틀이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 등록기한 전에 발표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결국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단일화는 좌초됐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두 후보가 여론조사를 하고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도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내일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건 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렵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협상은 계속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은 이튿날 재조명됐다.

두 후보가 각각 후보등록을 마치는 모습에서였다. 이들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각자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다.

한편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지난 11일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조사한 범야권 단일화 선호 후보에 따르면 오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4%, 안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3%로 조사됐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범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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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