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사극은 왜 사라졌나?

“역사 드라마 부활해야 하옵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극은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사랑받던 장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국내 시청자들은 조선과 고려를 넘어 삼국시대, 일제강점기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즐긴다. 지난해 인기를 끈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비롯해 흥행한 사극이 즐비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위 판타지에 가까운 퓨전 사극만 득세다. 정사와 야사를 고루 섞은 정통사극은 TV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드라마 &lt;대장금&gt; &lt;태조 왕건&gt; &lt;장영실&gt; 포스터 ⓒMBC·KBS

지난 1일 KBS 유튜브 채널 ‘KBS Drama Classic’은 KBS1 대하드라마 <대조영>을 스트리밍했다. 당시 동시 접속자는 총 6500명을 넘겼다. 유튜버나 방송 BJ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3000명만 넘어도 최상위권이라는 업계 인식으로 미뤄봤을 때 <대조영>이 동원한 시청자의 수치는 실로 놀라운 기록이다. 

끊어진 계보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정도전> 등 KBS1 대하사극 시리즈는 물론 MBC <허준> <대장금> <이산> <선덕여왕> , SBS <여인 천하>와 같은 정통사극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방송 제작의 흐름으로 보면 명맥이 끊긴 것과 다름없다. 

KBS는 2016년 <장영실>을 마지막으로 1TV에서 토요일 저녁 방영하던 대하 사극을 중단했다. 1981년 병자호란 전후 조선을 다룬 <대명>을 방영한 이래 26년 만이었다. 

MBC도 2017년 방영된 <역적>이 마지막 정통사극이라 할 수 있으며, 그나마 2019년 SBS에서 제작한 <녹두꽃>이 가장 최근 종영한 정통사극에 가깝다. 


최근 인기를 끈 tvN <철인왕후>, KBS2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달이 뜨는 강> 모두 허구의 소재를 적극적으로 넣은 퓨전 사극이다.

<철인왕후>는 청와대 요리사가 조선 시대 철종이 있던 때의 왕비로 등장하고,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은 암행어사를 소재로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했으며,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 시대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을 일부 다루지만,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올해 나오는 드라마 라인업을 보면 정통사극과 퓨전 사극 간의 불균형이 극단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북방을 순찰하던 태종을 내세우고 엑소시즘을 가미한 SBS <조선구마사>, 사료에 짧게 기록된 조선시대 유일의 여성 화사인 홍천기를 극화한 SBS <홍천기>, 정조와 후궁인 의빈 성씨의 로맨스를 그린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이 올해 지상파 방송사에서 내미는 퓨전 사극들이다. 

넷플릭스 <킹덤>의 세 번째 시리즈인, <킹덤: 아신전>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발표된 라인업 중 총 7편이 사극이지만, 정통사극으로 분류될만한 작품은 단 하나도 없다. 대부분 역사적 사실 일부를 기반으로 해 상상력을 덧입힌 작품이다. 

모든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가 역사에 판타지를 입힌 드라마를 제작하는 배경은 수익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퓨전 사극의 경우 역사 속 소소한 이야기를 잡아 등장인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역사적인 색감이 짙지 않아 타국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져 해외 판권에서도 유리하다.

꾸준히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제작이 원활하다. 


제작비·캐스팅 난항·소재 부족
“2021 라인업에 정통사극은 없다”

반대로 정사를 바탕으로 약간의 야사를 가미하며 고증에 충실한 정통사극은 수익성 면에서 취약하다. 기본적으로 출연 인물이 많다. 아무리 극화한 부분이라지만, 고증을 중시해야 하는 장르적 특성상 이야기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필요한 소품과 장소도 그만큼 다양해지기 때문에 다른 드라마에 비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아울러 제작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PPL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제작사나 방송사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2000년대 제작된 <불멸의 이순신>이나 <대조영>의 경우 총 제작비가 350억원가량 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00회가량의 정통사극이 제작된다면, 약 1000억원의 제작비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통사극 <철인왕후> <달이 뜨는 강> <암행어사> ⓒtvN·KBS

아울러 정통사극을 만들기엔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을 조명했다는 것도 제작의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삼국시대부터 후삼국과 고려 초기, 발해에 이어 무신정권에 이르는 고려 중기와 고려 말기부터 조선 건국, 태종부터 세조까지 이어지는 조선 초기와 성종과 연산군부터 병자호란까지 이르는 조선 중기 등 역사의 주요 장면이 사극의 소재로 쓰였다. 아울러 숙종과 장희빈부터 시작해 영‧정조를 거쳐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까지 손을 대지 않은 시대가 없다.

인기 배우들이 사극을 피하는 점도 정통사극 제작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대하사극에 참여할 경우 수년 동안 다른 활동을 생각하지도 못한다는 이유로 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태조 왕건>의 궁예 역인 배우 김영철은 2년 동안 이 드라마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배우들이 주로 쓰는 가채는 너무 무거워 장시간 촬영 이후에는 거북목이 될 뿐 아니라 쥐가 난 것처럼 머리가 쑤신다고 한다. 심하면 탈모증세까지 올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후문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 재정 상태로는 어렵지만, 2021년에는 대하사극을 부활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미 섭외했으며, 현재 태종과 정조, 고려시대 현종이 후보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워낙 많은 제작비가 필요하기에, 적자가 심각한 단계에 이른 KBS가 대하 사극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공영방송은 정통사극을 꼭 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내건 KBS만큼은 정통사극을 제작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부활의 희망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 자체가 가진 힘이 있다. 퓨전 사극은 작가의 상상력이 오히려 역사가 가진 힘을 빼기도 한다. 제작비 때문에 부담감이 있더라도, KBS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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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