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위기의 두 가족 경영 내막

‘동업 신화’ 70년 동거 끝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 지붕 두 가족’ 영풍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70년 동안 이어져온 영풍의 두 가족 경영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계열분리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배력은 장씨 일가가 월등히 높지만 현금창출 능력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계열사들이 우월하다. 무작정 둘로 나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영풍 본사 ⓒ카카오맵

영풍그룹은 국내 재벌가에서 유일하게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해방 직후인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그룹의 모태다. 이후 두 집안은 70여년간 번갈아 그룹 회장을 맡으며 잡음 없이 성장을 이끌어왔다. 

재벌가 유일
파열 징후 포착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영풍그룹의 자산은 12조4450억원, 매출은 9조3800억원으로 재계 서열 28위를 기록했다. 장씨 가문은 대표회사인 ㈜영풍과 전자 계열사인 영풍전자, 인터플렉스, 코리아서키트 등을 이끌고 있다. 최씨 가문은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중심의 비철금속 사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두 그룹의 파열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심지어 계열분리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영풍그룹은 현재까지 지주사 업무와 전자부품, 비철금속 제련 사업은 장씨 일가에서 맡고, 고려아연 등 계열사는 최씨 일가에서 각각 분담해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대로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룹 내에서 고려아연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계열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금창출 능력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지난해 9월까지 고려아연이 창출한 영업이익은 5789억원이다. 고려아연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연평균 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만들어왔다.

반면 다른 계열사들이 거둔 영업이익은 2020년 9월 누적 기준 ㈜영풍과 영풍전자가 각각 336억원, 439억원, 코리아써키트와 서린상사가 274억원, 124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같은 기간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는 각각 237억원, 15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세 체제 들어서며 잡음…깨진 황금 지분율
최씨일가 입지 축소…분쟁 발생 여부 관심

반면 지분율은 장씨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2019년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서린상사가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 10.46%를 전부 인수했다. 장씨·최씨 일가가 공동 지배하던 지분이 장 고문 개인에게 넘어가면서 최씨 일가의 지분율 10%에 대한 간접 지배력이 사라졌다.

서린상사는 장씨 일가가 18.3%, 최씨 일가가 12%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고려아연(50%), 영풍문화재단(5%)이 각각 나눠 갖고 있다.

장 고문은 지난해 6월과 9월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1.5% 중 9.18%를 씨케이에 넘겼다. 씨케이는 장 고문 아들 장세준 대표,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와 딸 장혜선씨, 부인 김혜경씨가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는 장씨 집안 회사다. 최씨 일가와 나눠 보유하고 있던 10%에 가까운 지분은 장 고문을 거쳐 장씨 일가 3세들에게 넘어간 셈이다.
 

▲ (사진 왼쪽부터)장형진 고문, 장세준 대표, 최창걸 명예회장, 최윤범 사장

최씨 일가의 직접 지배력은 13.3%로 변하지 않은 반면, 장씨 일가의 ㈜영풍에 대한 직접 지배력은 31%에서 40%로 증가했다. 공동소유 법인을 통한 간접 지배력은 기존 서린상사 10.4%, 영풍개발 14.66%, 영풍정밀 4.39% 등으로 총 30.9%에서 영풍개발 15.5%, 영풍정밀 4.39% 등 총 20.7%로 감소했다.

공동소유 법인인 영풍개발에서 최씨 일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풍개발은 ㈜영풍 지분 15.5%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개발의 주주구성은 장씨 일가가 33%, 최씨 일가가 19.8%, 나머지 지분 중 34%는 영풍문고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영풍문고홀딩스의 주주구성 변화에서 발견됐다. 기존에는 장씨 일가가 14.5%, 최씨 일가가 6.6%를 각각 보유하는 등 두 집안이 나눠서 영풍문고홀딩스 지분을 소유해왔다. 나머지 지분 중 33%는 ㈜영풍이 보유하고 있었다. 

치고나간 장씨
힘빠지는 최씨

하지만 2018년, 이를 전부 씨케이에 넘기면서, 비교적 중립적이었던 33% 의결권이 장씨 일가 3세 법인 소유로 넘어갔다. 결국 영풍문고홀딩스→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최씨 일가의 지배력 역시 상대적으로 약해지게 됐다.

고려아연 역시 장씨 일가 중심의 지배력 확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최씨 일가는 가족을 총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내인 유중근 전 대학적십자사 총재를 비롯한 최씨 일가는 장내 매수 방식으로 지난해  9월까지 총 고려아연 지분 0.06%를 추가로 확보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최씨 일가가 장씨쪽 지분율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주주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영풍이 장씨 일가 중심으로 재편된 탓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고려아연의 특수 관계인 포함 최대주주 지분율은 48.4%다. 세부적으로는 ㈜영풍이 26.9%, 장 고문(4.4%)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5.96%, 공동 회사인 영풍정밀이 1.56%씩을 갖고 있다. 나머지 10%대 지분은 최 명예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 2~4세 수십명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두 가문은 최근 3세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2016년 장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영풍은 현재 전문경영인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장세준 코리아서키트 사장이 최근 전자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장 사장은 장 고문의 장남으로 장씨 가문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2009년 시그네틱스 전무로 그룹 경영에 합류한 장 사장은 2013년 영풍전자 대표를 거쳐 올해 초부터 코리아서키트를 이끌고 있다. 

3세 체제
누가 잘하나?

주목되는 사실은 전자 계열사 실적이 장 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코리아서키트의 경우 내년 매출이 사상 최대인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 역시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3월 이래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계열사인 인터플렉스의 영업이익이 2018년 적자로 전환한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옥에 티’로 지적되고 있다.

최씨 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2세 경영인 최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고려아연은 그동안 동생인 최창근 회장 체제로 운영돼왔다. 최근 3세 대표주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사장이 1년6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영풍

전통적으로 최씨 가문이 65세 이전에 회장직을 넘기는 점을 감안할 때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 역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2007년 고려아연 입사 후 페루 광산과 호주 아연제련소 등을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최근에는 신사업 개발을 이끌면서 최씨 가문의 후계자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최근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이나 은값이 상승하면서 매출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7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씨 가문 입장에서도 계열분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금은 최, 지분은 장…복잡한 셈법
“계열분리 논하기엔 시기가 이르다”

재계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세인 장형진 전 회장이 과거 그룹 승계 과정에서 영풍문고 지분을 매각할 때도 최씨 일가는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가풍이 3세 경영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풍그룹 역시 언론을 통해 “계열분리를 논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의 시각은 다르다.
 

▲ ⓒ고려아연주식회사

한 재계 관계자는 “두 가문의 분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계에서 회자돼왔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쪼개느냐는 수순만 남았다”면서 “그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순환출자구조 또한 지난해 해소된 만큼 계열분리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가문이 계열분리를 할 경우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최근 영풍 계열 전자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공정위 발표 기준으로 ㈜영풍과 고려아연 계열의 매출 격차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26.91%의 지분을 보유한 ㈜영풍이다.

그동안 두 가문이 경영해 온 것처럼 영풍과 고려아연을 나누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LG-GS 
사례 답습?

재계 안팎에선 “과거 LG와 GS 가문의 계열분리 모델이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정유와 건설, 홈쇼핑 등 당장 현금성이 높은 계열사를 가져가고, LG그룹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전자와 화학, 2차전지 사업 등을 맡았다”면서 “재계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경영분리 모델로, 영풍그룹이 답습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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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