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조작 논란’ 위기의 넥슨 불신론

주인 맘대로…다방 파친코식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넥슨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유저들의 분노는 가라앉기는 모자란듯하다. 일부 유저들의 트럭시위는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지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넥슨 본사 ⓒ박성원 기자

지난 1일 새벽 강원기 넥슨코리아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사이트 공지사항을 이용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날 강 디렉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메이플스토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님 뜻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두 번째 사과
민심은 악화

강 디렉터가 언급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메이플스토리에서 오랫동안 유지한 라이브 서비스 개발 관성으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운영방식을 유지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고 게임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

2021년에 이른 현재도 마찬가지다.

게임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는 사용자가 돈을 끝없이 지불하면 지불하는 대로, 장장 18년 동안 돈을 벌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과문은 지난 19일 게재됐던 1차 사과문에 이은 2차 사과문이다. 시스템상 왜 이 같은 이슈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1차 사과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2차 사과문에서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메이플스토리 측이 현재 얼마나 참담한 심경이고 어떻게 앞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각오가 담겼다. 

넥슨 책임자의 장문의 해명에도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사과문에는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해 ‘오류’라고 재차 강조하며, 정보전달을 제대로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기 때문이다. 

우연히 결정되는 ‘뽑기형 상품’
“동일 확률로 운영되지 않았다”

강원기 디렉터의 사과문에 뿔난 유저들은 ‘말뿐인 사과문’이라며 당일 성명서를 배포하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유저들은 강 디렉터에 “감정호소에 급급한 사과문 말고, 실질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즉각적인 유저 간담회를 개최해야 하고, 현재 코로나를 이유로 미운영되는 상담실 개방을 비롯해 게임 내 모든 시스템의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올렸다. 

앞서 메이플스토리는 아이템을 뽑기 위해 무작위로 추가 옵션을 부여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동일 확률로 운영하지 않았다고 지적되면서 큰 논란이 불거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용자가 유료로 아이템을 구매하면 종류와 효과 등이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뽑기형 상품’이다.
 

▲ ‘확률 조작 논란’이 일자 트럭 시위 갖는 유저들 ⓒ게임 커뮤니티

‘확률 조작’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달 18일 메이플스토리가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하면서였다. 이날 공지 중에는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사용자들이 ‘지금까지는 동일한 확률로 부여된 게 아니었나?’라는 의문점을 갖게 만들었다.

이른바 ‘확률 조작’을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아이템 ‘환생의 불꽃’은 추가 옵션을 계속 부여해 임의로 아이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높은 등급 ‘환생의 불꽃’은 이벤트나 코인샵에서만 구입 가능하고 가격도 비싸서 구하기도 어렵다. 이 옵션을 얻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수천만원까지도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을 해온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십수년이나…
유저들 폭발

지난달 23일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조작 논란에 반발하며 ‘트럭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트럭 시위는 대형 LED 전광판을 부착한 트럭을 본사로 보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종 시위법이다. 23일 0시에 시작된 트럭 대여비 800만원 모금 운동은 불과 1시간을 채 넘기지 않고 완료됐다.

‘한도 0원 챌린지’의 파급력도 상당했다. 한도 0원 챌린지란 넥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월 충전한도 설정을 통해 본인의 캐시 충전한도를 0원으로 만드는 운동이다. 이번 챌린지를 주도하는 일명 ‘총대진’에 따르면 지난달 23~27일까지 사흘간 596명의 유저가 동참했다.

이들은 챌린지 참가를 인증하며 본인의 1월과 2월 캐시 충전내역을 함께 공개했는데, 그 금액은 무려 15억5571만원에 달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집단이동’ 또한 게임 서버가 마비될 수준의 영향력이었다. 집단 이동지로 결정된 로스트아크는 지난달 25일 공지를 통해 “게임 다운로드 이용자가 급증해 게임 다운로드 및 설치 시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고 알렸다.
 

▲ 넥슨 본사 ⓒ박성원 기자

해당 시점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집단 이동이 본격화된 때였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최소한 10년 정도 게임을 이용한 ‘골수팬’들이다. 오래된 유저들은 이미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돼있어 단결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이분들은 월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게임에 돈을 쓰는 분들이기 때문에, 트럭 대여비 모금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법 논란
국회로 번져

한 유저는 “메이플스토리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지켜볼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응원할 순 없다”고 밝혔다. 출시 때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다는 또 다른 유저는 “이번 논란을 통해 추억까지 털어버리게 됐다”며 “챌린지와 트럭 시위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분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 사태는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일부 유저들은 트럭 시위에 더해 정치인들과 만남을 늘리며 게임법 전부 개정안의 핵심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명시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도록 했다.


같은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도 같은 취지의 게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확률 정보 공개 필요성에 공감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입장을 묻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로 게임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국회가 규제 검토에 나선 가운데 게임사들과 게임 유저들 간 찬반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게임인지 도박인지 “못 믿겠다”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 발의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며,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며 규제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국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소비자 보호장치가 과도할 경우 그 산업의 발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외국계 게임업체와 동등한 규제가 돼야 하는데 외국계 업체에 대해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헌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 처리 의지를 다졌다. 그는 “게임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고 자율 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며 “확률 공개는 유저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고 강조했다.

유저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부 게임사 측은 자체적으로 확률 공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이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해 넥슨 측에 질의해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넥슨은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의 최소한의 가이드에 따라 큐브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큐브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금주 내 공개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앞서 게임협회가 게임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공언한 만큼 규제 제도화에는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업계 반발
어떻게 되나?

게임법 전부 개정안은 3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문체위 관계자는 “제정법과 전부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공청회를 열게 돼있다”며 “필요하다면 게임업계와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