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 타이밍’ 재는 무소속 눈치 싸움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친정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시기는 오는 4·7 재보선 이후다. 집 밖으로 나온 지 어느덧 1년. 이들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윤상현·홍준표 무소속 의원

권선동·김태호·윤상현·홍준표 의원은 ‘무소속 4인방’으로 불렸다. 권 의원 등은 지난해 4·15 총선 과정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결국 무소속으로 선거에 뛰어들었고, 모두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남은 일은 복당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제자리로?

당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결정했다. 수습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맡게 됐다.

김 위원장은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가라앉히면서 당명과 정강·정책 등을 손봤다. 당 쇄신 차원에서였다. 그래서인지 탈당 의원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당 안팎에선 이들을 받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옛말은 5개월이 지나서야 실현됐다. 국민의힘은 그해 9월 권성동 의원을 들여줬다. 뒤따라 김태호 의원이 곧바로 복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4개월이 지난 올해 1월 받아들여졌다.


남은 건 윤상현·홍준표 의원이었다. 권 의원 등의 사례를 미뤄봤을 때, 복당이 곧바로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적었다. 단지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들의 복귀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급기야 김 비대위원장 임기를 넘어섰다.

결정적인 이유는 김 비대위원장이 추진한 쇄신과 이들의 성향이 괴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강성 보수로, 윤 의원은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김 비대위원장이 그려 놓은 국민의힘과 거리가 있다. 당내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도 거부감이 형성된 상태였다.

게다가 홍 의원은 김 위원장 체제 자체를 반대한 인물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복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은 데다가 30~40대 여성, 화이트칼라 층에게서 비호감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그의 복당을 당의 분열과 연결지었다.

갈등과 대립이 반복되던 끝에 홍 의원과 윤 의원의 복당 시기가 점쳐졌다. 4월 재보선 이후다. 그 일환으로 홍 의원 등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가능성이 높은 안철수 대표를 띄워주며 채비에 나서고 있다.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는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선거 결과를 떠나 야권 정계개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안 의원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는 홍 의원과 윤 의원에게는 정치적 입지를 재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선 되고도 환영받지 못하는 2인 
안철수 밀어주며 후일 도모, 왜?

홍 의원은 지난 1월 팔공산 동화사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깜짝 만남을 가졌다. 이들의 일정은 사전에 조율된 바 없었지만 1시간 동안 덕담이 오갔다.


안 대표는 “홍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큰 뜻을 품었으니까 좋은 결과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해 인사를 드리고 덕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안 대표를 잘 못 봤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18일 안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을 지켜보고 “안 후보가 ‘서울시는 말 잘하는 해설사보다 일 잘하는 해결사가 필요하다’고 한 말은 기막힌 레토릭”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을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일을 정중히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 국회의사당 ⓒ고성준 기자

윤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힘을 향해 안 대표를 서울시장 야권주자로 인정하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의원은 “야권 단일화 줄다리기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민의힘이 그동안 많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야권 지지층의 절대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밝힌 10명의 후보가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국민이 생각하는 서울시장 야권주자는 안 대표”라며 “현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홍 의원과 윤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홍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후보에게 기호 2번을 달고 뛰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은 자당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단 걸 전제로 한 패배주의 발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윤 의원도 같은 날 “또 다시 국민의힘 측에서 입당론이 나오고 있다”며 “기호 2번을 달고 나가야 당선된다는 주장인데, 이는 근거도 없으며 단일화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호나 순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직 후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두 의원이 동시에 안 대표를 찾았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안 대표가 있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를 방문했다. 홍 대표가 먼저 안 대표에게 연락을 했고, 윤 의원이 홍 대표를 따라나섰다.

발판

윤 의원은 이날 “우리 세 사람의 공감대가 있다”며 “야권 단일후보로 안 대표가 나가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 등이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안 대표를 밀어주면서, 선거 이후 이들의 정치적 입지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1대 국회 무소속 의원은?

지난 3일 기준 21대 국회 무소속 의원은 모두 10명으로 김병욱·김홍걸·박덕흠·박병석·양정숙·윤상현·이상직·이용호·전봉민·홍준표 의원 등이다(가나다순).


국회의장인 박병석 의원과 애초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윤상현, 이용호, 홍준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의원들은 당적을 보유한 채로 당선됐지만, 이후 각종 의혹에 휩싸여 제명 또는 탈당 절차를 밟았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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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