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대교그룹 후계구도 해부

건재한 아버지 속타는 형제들

[일요시사 취재1팀] 대교그룹의 승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같은 교육 ‘빅(Bibg)3’로 불리는 교원그룹과 웅진그룹은 이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아직까지 80%가 넘는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며 건재한 경영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로 인해 속이 타는 건 두 아들. 승계를 위한 길은 멀기만 하다.  
 

▲ ▲대교타워 ⓒ대교그룹

올해 들어 교육업계에서 후계자에 대한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교육 ‘빅(Big)3’간 승계 진행 속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원그룹과 웅진그룹은 사실상 후계자를 낙점한 상태다. 반면 대교그룹은 강영중 회장의 두 아들 가운데 누가 회장 자리를 물려받을 지 가늠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경쟁사 소식
조급해진 2세

현재 대교그룹 내에서는 73세인 강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두 아들은 물론 임원들도 승계 준비를 거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더욱이 강 회장은 연일 대교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자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대교는 교육 그룹이다. 대교의 전신은 1976년 1월 세워진 한국공문수학연구회로 창업자는 강영중 회장이다. 당시 20대였던 강 회장은 서울에 종암교실을 열었다. 이후 일본의 구몬수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대교는 입소문을 타고 성장했다. 

1991년 일본 구몬수학과의 ‘구몬’ 상표 로열티와 관련해 이견이 생겨 결별하면서 현재의 대교라는 상호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때 등장한 ‘눈높이’ 학습지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거치는 학습지의 대명사가 됐다.

대교가 시장의 지배력을 높인 비결은 명쾌했다. 국내서 처음으로 시도한 1대1 방문학습시스템은 체계적인 맞춤 지도라는 평가와 함께 시장에 자리 잡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대교그룹은 지주사 대교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 대교홀딩스 지분 82%를 보유하며 공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 아래 대교, 대교D&S, 대교CNS, 대교심층수, 대교ENC, 대교에듀피아, 대교에듀캠프, 대교CSA, 위더그린, 에듀베이션, 티엔홀딩스, 대교아메리카, 대교홍콩유한공사, 상해대교자순유한공사, 장춘대교자순유한공사, 대교말레이지아, 대교인도네시아, 대교싱가폴, 대교인도, 대교영국, Eye Level HUB LLC, KNOWRE AMERICAS INC, 크리스탈와인컬렉션, 크리스탈앤컴퍼니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교육 빅3’본격 승계…뒤처지는 이유는?
2세들 노력…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좌초?

승계를 위해선 대교홀딩스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지분율로만 봐도 두 형제들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장남 강호준 최고전략책임(CSO) 상무와 차남 강호철 최고재무책임(CFO) 상무는 영향력이나 위치 모두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누구 하나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보인 것도 없어 후계구도에 앞선 이도 없다.

강호준·강호철 상무가 보유한 대교홀딩스 지분율은 0.1%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형제가 지분 49.02%씩을 보유한 크리스탈원이 확보하고 있는 지분까지 포함하면 소폭이나마 더 늘어난다. 크리스탈원은 대교홀딩스 우선주 1.8%, 대교 보통주 0.02, 우선주B 9.56%를 소유하고 있다. 

크리스탈원은 승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교그룹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규모를 키워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대교홀딩스와의 합병 및 지분스왑 등의 방법으로 자연스레 두 형제에게 지배력을 승계하는 수순이 예상됐다.

크리스탈원은 2004년 대교글로벌어쏘시에이츠라는 이름으로 IT토탈 서비스 및 교육출판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강호준·강호철 상무가 각각 50% 지분율을 차지했다. 대표이사는 강호준 상무와 강호철 상무가 번갈아 맡았다.
 

▲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대교

비슷한 시기에 통신판매 및 아동복 생산판매업을 영위하는 대교CNS(옛 하모라)가 ㈜대교의 종속기업으로 설립됐다. 대교의 종속기업으로 설립됐다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며 대교홀딩스의 100% 자회사가 됐다.

크리스탈원과 대교CNS는 대교를 기반삼아 각각의 사업을 펼치며 총 합산 수백억원대의 실적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양사가 나름 엇비슷한 덩치로 커진 2011년, 크리스탈원은 돌연 이비즈(e-biz) 사업부문을 약 70억원에 대교CNS에 매각했다. 매각대가로는 현금대신 대교CNS가 발행한 보통주 98만9888주를 넘겨받았다.

성과 없는데…
사라진 발판

크리스탈원의 최대주주였던 강호준·강호철 상무가 대교CNS 지분 33.11%를 확보하며 그룹 내 주요주주로 부상했다. 이들은 대교CNS의 등기임원 및 대표이사 자리에도 오르며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를 기점으로 크리스탈원의 성격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정관상 사업 목적에 설립 목적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여행·홍보·부동산임대·방문판매통신업·경영지원서비스·경영컨설팅 및 자문업 등이 잇따라 추가됐다.

사업부문 매각으로 대교그룹과의 내부거래가 70억원에서 20억원대로 줄긴 했으나 대교CNS의 주요주주로서 배당을 챙겼다. 확보한 재원으로는 와인사업으로 외연을 넓혔다. 디뱅와인·크리스탈와인컬렉션 두 곳에 불과했던 자회사는 크리스탈앤컴퍼니·크리스탈에비에이션·크리스탈와인컬렉션 등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크리스탈원을 키워 승계의 발판으로 쓰려 했던 계획은 결과적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일감 몰아주기 및 부당 내부거래 이슈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대교그룹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 ▲▲ 강호준·강호철 대교그룹 상무

크리스탈원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재원을 마련하려 했던 게 화근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전방위 압박에도 시달렸다.

결국 크리스탈원에 대한 그룹의 지원은 2018년경 지분정리와 함께 중단됐고 크리스탈원의 종속기업인 크리스탈와인컬렉션과 크리스탈앤컴퍼니 보유지분 전량을 부동산개발사업을 영위하는 대교DNS에 매각했다.

갑작스런 매입
손주에게 증여?

뉴미디어·보험·여행사업부문을 각각 대교·대교에듀피아·대교에듀캠프에 총 6억3000만원에 양도했다. 대교CNS 지분도 대교홀딩스에 전량 넘겼다.이후 대교그룹으로부터 받는 내부거래도 모두 끊겼다. 

장남 강호준 상무가 총괄하고 있는 해외사업도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2018년 중국법인인 북경대교자순유한공사를 청산했던 대교가 지난 2019년에는 베트남법인인 대교베트남을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전환하며 사실상 정리했다. 

대교가 베트남 등지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매년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2002년 설립된 북경대교자순유한공사는 2018년 청산 때까지 10년간 총 66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2014년 설립된 대교베트남 역시 2018년까지 5년간 30억원의 순적자가 발생했다.

즉 이들 해외법인의 누적손실 규모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면서 관련 사업부문을  정리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해외법인들의 경영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교는 현재 미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인도, 영국, 중국 등지에서 교육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중 홍콩과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강호준·강호철 상무는 2009년 대교홀딩스 주식 2000주를 처음 매수한 뒤 지난 2019년까지 10여년간 각각 보통주 기준 3000주씩을 추가 취득했을 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보통주 뿐 아니라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도 매입 대상이었기 때문에 승계와는 거리가 먼 단순 지분 취득 거래로 비춰졌다.

아무리 사들여도…“부친 지분에 멀었다”
회장 심경에 변화?…승계 속도 빨라지나

그러던 중 지난해 오너 2세들이 갑작스레 대교홀딩스의 주식을 약 3300여주씩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장남인 강호준 상무는 보통주 2720주, 우선주 614주를 매입했다. 차남 강호철 상무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2718주, 617주를 사들였다. 

지분 매입은 장외에서 이뤄졌다. 강 회장뿐 아니라 특수관계자의 주식수에 변화가 없고 전체 주식총수 역시 그대로인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 회장이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아무리 매입강도를 높여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강호준·강호철 상무가 지분을 매입하고 나섰어도 지분율을 동일하게 유지했다는 점은 아직까지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승계 후보자가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 결국 강 회장이 지분을 넘겨주는 결단을 내려야만 승계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강 회장은 지난해 5월 돌연 자신의 손주들에게 우선주 60만주를 증여했다. 강 회장의 증여로 오너 3세들이 보유한 대교 주식의 총합은 110만5612주로 개인당 약 1.39~1.48%의 지분을 가졌다. 
 

▲ 대교 눈높이 학습지

특이한 점은 오너 3세들이 보유한 대교의 지분율이 강호준·강호철 상무보다 높다는 점이다. 강호준·강호철 상무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지분율은 0.03%에 불과해 자식들보다 낮다. 강 회장이 오너 2세들에게 지분을 승계하지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내용은 없다. 

최근 대교그룹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매출은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고 고작 몇 백억원대 순이익을 남기는 데 그친다. 그나마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적자전환됐다. 

변화 움직임
회장 속내는?

다만 오너 2세들이 10여년 만에 최대치의 지분 매입에 나섰고 강 회장이 3세인 미성년 손주들에게 대교 지분을 증여했다는 점은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소액주주가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룹의 지분은 전적으로 강 회장 권한으로 관리된다. 비상장 주식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 지배력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승계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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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