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상장 노리는 유니콘기업 대해부

누가 뭐래도 갈 길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이 경제 전반을 관통하면서도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이 그렇다. 상장 추진 움직임이 하나둘 포착되는 가운데 누가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관심이 모인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0일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은 모두 13곳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유니콘 기업에 대해 공식 통계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유니콘 기업은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비바리퍼블리카 ▲위메프 ▲무신사 ▲지피클럽 ▲엘앤피코스메틱 ▲에이프로젠 ▲야놀자 ▲티몬 ▲쏘카 등을 비롯해 기업명 공개를 원치 않은 곳까지 모두 13곳이었다.

국내 13곳
20곳 제외

이 외에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뛰어넘은 이력은 있지만 상장이나 인수합병으로 집계에서 제외된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잇츠한불 ▲CJ게임즈 ▲우아한형제들 등까지 포함하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모두 20개에 달한다.

이들을 향한 관심은 뜨겁다. 상장이 기대되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서서히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곳부터 일찌감치 상장 주간사를 선정한 경우도 있다. 반면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위축된 기업도 있다.

차량 공유 업체 쏘카는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다. 쏘카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했다. 대표 주간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삼성증권은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쏘카는 지난달 입찰제안요청서를 국내 증권사에 발송하며 상장 궤도에 오른 바 있다.


쏘카는 국내 1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2566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60% 이상 성장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16% 늘어난 715억원을, 순손실은 2배 가까이 불어난 809억원을 기록했다.
 

▲ ⓒ쏘카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쏘카는 최초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4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꾸준히 적자를 냈다. 그 이유로 테슬라 요건으로 알려진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적자 상태의 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도 상장 주간사를 선정한 상태다. 티몬은 지난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대표 주간사로 삼아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티몬은 지난해 11월25일, 신임 재무부문장 부사장으로 전인천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전인천 부사장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에서 역할을 수행했던 경력 때문이다.

몸집 불려 도약 상장 준비 바짝
상장 주간사 선정 분위기 달구기

티몬의 상장 추진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티몬은 지난 2017년에도 상장을 추진한 바 있지만 영업적자로 무산됐다. 이후 티몬은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티몬은 지난해 연결기준 1786억원의 매출액에 769억원의 영업손실과 11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월 단위 흑자전환(1억6000만원)에 성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티몬이 자본잠식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티몬의 지난 2019년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5505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티몬은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로부터 교환사채에 4000억원 투자 유치로 우려를 잠재우는 분위기다.

교환사채는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적이다.

동종 업체인 쿠팡에서는 상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SBS CNBC에 따르면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위해 세금 구조 개편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투안 팸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역임한 케빈 워시 등을 영입한 것도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 ⓒ쿠팡

지난 2019년 쿠팡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1530억원으로 직전년도 4조3545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7205억원과 7232억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손실 등이 1조원대인 점을 미뤄봤을 때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다만 올해 영업손실 폭이 다시 1조원대로 늘어나면서 누적적자는 약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쿠팡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나스닥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성장 가능성만 입증한다면 상장이 가능하다. 쿠팡은 지난해 8월 뉴욕에서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한 기업설명회를 통해 약 15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사 선정
다각도 해법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11월20일, 기업공개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야놀자는 상장 대표 주간사로 미래에셋대우를, 공동 주간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야놀자의 기업 공개 추진은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 가운데 첫 사례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야놀자를 ‘IPO 대어’로 표현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야놀자는 국내외 숙박부터 레저, 교통 등 여가 관련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야놀자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야놀자의 성장 속도는 가시적이다. 최근 3년간(2017~2019) 연결기준 매출액은 545억원, 1212억원, 2449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영업이익은 116억원, 167억원, 100억원으로 나타났고 순이익은 132억원, 203억원, 189억원으로 나타났다.
 

▲ ⓒ토스

‘배틀그라운드’ ‘테라’ 등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오는 5월을 상장 시점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달 초 크래프톤은 통합법인 체제를 꾸렸다. 업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상장을 대비한 조직개편으로 해석했다.

기존 펍지주식회사와 펍지랩스, 펍지웍스를 흡수 합병해 경영을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또 독립스튜디오 체제 역시 피닉스와 딜루젼스튜디오의 결합으로 라이징윙스가 새롭게 구축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크래프톤은 펍지 스튜디오, 블루홀스튜디오, 라이징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등 사업부별 독립 스튜디오를 갖추게 됐다.

지난 2019년 크래프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874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592억원, 2788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최대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370억원으로 지난해 수치에 근접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6813억원, 5149억원으로 지난 2019년 실적을 뛰어넘었다.

IPO 대어
내년에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유일의 핀테크 유니콘으로 평가받는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10일 유니콘 기업 조사 발표에서 비바리퍼블리카 등 7개 사가 상장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해 5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3년 내 한국을 비롯해 홍콩·미국 시장에서 비바리퍼블리카를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2019년까지 적자를 봤다. 최근 3년간(2017~2019) 비바리퍼블리카의 별도기준 매출액을 살펴보면 205억원, 548억원, 1187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다만 영업손실도 동시에 불어났다. 같은 기간 391억원, 444억원, 1154억원 등이었다. 순손실도 마찬가지로 동기간 390억원, 444억원, 1244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 ⓒ에이프로젠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며 제2의 셀트리온으로 불린 에이프로젠은 상장을 매듭짓지 못했다.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이사는 에이프로젠을 비롯해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에이프로젠KIC, 에이프로젠H&G 등의 3사 합병 통한 우회상장을 계획한 바 있다. 에이프로젠KIC와 에이프로젠H&G는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다.

에이프로젠 측은 증권신고서를 여러 차례 수정했음에도 결국 금융감독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에이프로젠 상장이 무산된 이후 사과문을 게재하면서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겠다”며 상장 재추진의 뜻을 접지 않았다. 기존 합병 외에도 에이프로젠의 직상장도 고려해보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적자 폭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9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472억원, 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년도에 비해 200억원, 400억원씩 불어난 수치다.

‘꿀광 마스크’로 대박을 친 화장품 기업 지피클럽에서도 상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피클럽은 전례 없는 성장 속도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인재 영입·법인 일원화 작업
재무상태 악화…퇴출 위기도

지난 2017년 별도기준 49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지피클럽은 이듬해인 2018년 5137억원으로 그야말로 ‘폭풍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억원에서 2038억원으로, 순이익은 53억원에서 1589억원으로 가시적인 수치였다.

다만 지난 2019년 실적은 2018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매출액은 4486억원으로 1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순이익 역시 80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티몬, 쿠팡과 함께 국내 대표 이커머스 업체로 꼽히는 위메프는 이들과 달리 상장 계획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위메프 역시 동종 업계와 마찬가지로 매년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위메프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4653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8.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90억원에서 757억원으로, 순손실은 441억원에서 80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2019년 상장 관련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회사 실적 하락과 함께 화장품 시장 경기 부진으로 제 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엘앤피코스메틱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43.2% 감소한 178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548억원에서 -155억원으로 돌아섰다. 순이익 또한 동기간 444억원에서 -238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다만 권오섭 회장이 상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상장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1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던 옐로모바일은 연이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3년 연속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은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14일, 국세청의 신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인세 등 15억5000만원을 체납한 까닭이었다.

위기 봉착
퇴출 가능성?

앞서 옐로모바일은 서울시가 밝힌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기록됐다. 법인지방소득세 등 모두 4억3100만원이 체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옐로모바일이 유니콘 기업 명단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