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K-콘텐츠 명암 

팬데믹 대격변 속 절반의 승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방송가와 영화계는 치명상을 입었다. 제작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고, 영화관으로 향하던 발길은 뚝 끊겼다. 대격변은 불가피했다. 기대작은 줄줄이 개봉을 미뤘고, 해외 로케이션 제작 작품은 대부분 중단됐다. 영화 <기생충>이 유례없는 역사를 썼고, <킹덤2> <사랑의 불시착> 등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예년만큼 좋은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다. 올 한 해 K-콘텐츠는 절반의 승리에 가깝다. 올해를 되짚어보며 내년을 내다봤다. 
 

▲ (사진 왼쪽부터)&lt;킹덤2&gt; JTBC &lt;부부의 세계&gt;, SBS &lt;스토브리그&gt;,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국내 이야기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영화는 프랑스와 미국 등 예술의 본고장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찬욱과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를 비롯해 나홍진, 연상호, 김지운 등 영화감독들의 행보는 글로벌하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열도를 관통했으며, <킹덤2>는 세계의 좀비물 팬들에게 한국을 각인시켰다. 

한국영화
예의주시

한국 영화계에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4관왕을 거둔 지 얼마 되지 않아 3월엔 홍상수 감독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2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던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기세도 만만찮다.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의 이야기 산업이 더 이상 변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부문도 전 세계에서 위상을 드높인 한 해였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2>가 있다. SBS <싸인>, tvN <시그널>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리즈는 ‘조선 시대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좀비물 팬들을 매료시켰다. 

외국 시청자들에겐 신기할 수밖에 없는 조선 시대 배경에 좀비들이 들이닥치는 장면은 압권이다.

더불어 좀비의 발생 원인에 뒤틀린 권력욕이 있다는 점, 이로 인해 힘없는 백성들이 피해를 입는 대목,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놓인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샐 틈 없이 촘촘했고, 메시지는 날카로웠다. 아울러 좀비와의 대규모 육탄전을 통해 그간 쌓아 올린 갈등을 폭발시키는 마무리까지 작품의 완성도는 그 어떤 좀비물보다 뛰어났다. 

<기생충>과 <도망친 여자> <미나리> <킹덤2>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매우 강하게 녹여져 있는 작품인데, 한국적인 문화가 세계에서도 통용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tvN <사랑의 불시착>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완벽하게 착지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말 한국에서 방영된 뒤 올해 초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무려 7개월 넘게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 한국 알린 <킹덤2> <불시착>
망가진 영화계…이름값 못 미친 스타들

단순한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 외교적으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내에서는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킨 KBS2 <겨울연가>의 인기에 못지 않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한 혐한 소설가는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빠져버렸다고 고백해 일본 내 우익 세력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으며, 한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조차 이 드라마를 전부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드라마 분야에서는 수작도 많았다. 치정극부터 시작해 사회고발, 리더쉽, 스릴러 장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대표적인 작품은 JTBC <부부의 세계>다. 불륜이 소재이기는 하나, 그 안에 작은 사회가 담겨있으며 인간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풍성하게 그려냈다. 
 

▲ (사진 왼쪽부터)박찬욱·최동훈·류승완·한재림 감독 ⓒ왓챠, NEW

올해 SBS는 수많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4년 만에 제작된 <낭만닥터 김사부2>와 스포츠 드라마는 실패한다는 편견을 깬 <스토브리그>,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의 해법을 제시한 <하이에나>와 스릴러 장르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 <아무도 모른다> 등 걸작으로 평가받는 드라마를 다수 제작했다.

새로운 드라마 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tvN은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비밀의 숲2>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큰 화제를 모았다. <비밀의 숲2>는 설명하기 복잡하고 민감한 검경수사권 조정을 소재로 묵직한 서사를 그려냈으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의학드라마로 수많은 팬덤을 양산했다.

매년 수준 높은 장르물을 제작하는 OCN은 <경이로운 소문>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기대감을 높인 한 해였다. <킹덤>을 비롯해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 홈> 등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신인들을 중용한 <인간수업>은 빠른 전개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10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반에 우려됐던 배우들의 연기적인 측면도 흠이 없었다는 평이다. 

성공작 반
실패작 반

많은 작품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편, 평판이 좋지 않은 드라마도 적지 않았다. 특히 KBS와 MBC는 미니시리즈 부분에서 최악의 한 해를 경험했다. 두 방송사엔 10%가 넘는 시청률을 일군 드라마가 없을 뿐 아니라 대다수가 5%대에 머물렀다. 심지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도 전무하다.

특히 KBS는 <어서와>가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평일드라마 부문에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성적을 받게 됐다.

MBC의 경우 <꼰대인턴>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카이로스> 등이 낮은 시청률에 비해 호평을 받은 작품에 속한다. 그럼에도 워낙 결과가 좋지 않아 KBS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한 해를 면하지 못했다. 

영화계 역시 올해가 기록적인 최악의 해로 남겨질 듯하다. 기대를 모은 대다수 작품이 개봉을 미뤘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뚝 떨어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과 비교적 방역이 잘되고 있던 여름에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반도>는 스토리 면에서 허점을 보이며 혹평을 받았다. 비록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분명 기대 이하의 결과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정직한 후보> <#살아있다> <소리도 없이> <담보>가 올해 코로나19 시국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로 기록됐다. 

대다수 영화가 대중의 호응조차 얻지 못한 채 빠르게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많았다. 유일하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높은 완성도를 보였음에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결과가 좋지 않은 작품으로 남았다.

대부분은 꼭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성공하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대목은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의 약진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가족의 일상을 통해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한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 특히 올해 나온 영화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청춘 스타 
실패 연속

이외에도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남연우 감독의 <초미의 관심사>, 최하나 감독의 데뷔작 <애비규환>, 박지완 감독의 데뷔작 <내가 죽던 날>,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가 어두웠던 2020년 한국 영화계의 빛나는 영화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 영화들은 여성을 앞세운 작품으로, 매우 뛰어난 만듦새를 보였다. 이에 국내 여성 서사 작품들이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뛰어난 연기파 배우들이 각종 작품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지만, 청춘스타들의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희애와 박해준, 남궁민, 조승우, 한석규, 조정석, 현빈, 손예진, 김소연과 같은 30~40대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론된 배우들은 작품 내에서 최선의 연기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대로 김수현(tvN <싸이코지만 괜찮아>)과 박보검·박소담(tvN <청춘기록>), 배수지‧남주혁(tvN <스타트업>)은 기대작으로 불리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연기적인 평가도 작품의 호평도 기존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민호와 지창욱·김유정은 예상 밖의 흥행 부진은 물론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혹평을 받았다. SBS 기대작이었던 <더 킹:영원의 군주>와 <편의점 샛별이> 모두 숱한 논란에 휘말렸고, 작품 내적으로도 이를 타개할만한 수준을 보여주진 못했다. 
 

▲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이외에도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송승헌, JTBC <쌍갑포차>와 KBS2 <그놈은 그놈이다>의 황정음 등도 이름값에는 못 미치는 결과를 맞았다. 

2020년이 예측 밖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K-콘텐츠는 절반의 승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아쉬운 결과가 있기는 하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기대되는 요소가 많다. 

먼저 줄줄이 개봉을 미룬 것이 다행일까? 내년을 바라보는 기대작이 즐비하다. 특히 뛰어난 연출력을 가진 스타 감독들의 작품이 대기 중이다. 

아울러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기회가 커졌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실제로 올해 개봉한 감독들 다수가 “ 오랫동안 고민하고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비교적 후회 없이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찬욱·최동훈·류승완 등 A급 감독 대기 중
좀비·스릴러·호러, 웰메이드 장르 제작 완료

걸출한 연출진의 작품이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명량> 김한민 감독의 <한산>,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 <터널> 김성훈 감독의 <피랍>, <더 킹> 한재림 감독의 <비상 선언>,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의 <영웅>,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드림> 등이 촬영을 마치고 편집 중이거나 후반 작업을 마쳤다. 대부분 수백억 예산이 투입됐으며 뛰어난 역량을 가진 배우들이 함께한다.

올해 나올 작품 대다수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생긴 결과다. 내년 초반에 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진다면 2021년은 역사상 유례없는 숫자의 관람객을 동원할 수도 있다.

드라마 시장의 기대작도 적지 않다. SBS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감독의 신작 <홍천기>, SBS <육룡이 나르샤> 신경수 감독의 <조선구마사>, 배우 김명민의 2년 만의 안방 복귀작 JTBC <로스쿨>, 배우 송중기의 복귀작 tvN <빈센조>, 김은희 작가의 신작 tvN <지리산> 등이 내년을 대표할 작품으로 거론된다. 

올해 유독 활발하게 작품을 내놓은 넷플릭스 신작 역시 무게감이 다르다.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비롯해 비교적 예산이 많이 투입된 장르물도 대거 준비 중이다. 

특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학교에 좀비가 들어왔다는 설정의 <지금 우리 학교는>과 연상호 감독의 웹툰 <지옥>을 실사화한 <지옥>, <킹덤>의 세 번째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페인 인기 드라마 <종이의 집>을 모티브로 한 <종이의 집>,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D.P 개의 날>, 이정재 주연의 <오징어 게임> 등 올해보다도 많은 작품이 대기 중이다.

남다른
무게감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을 주는 연출가와 작가진이 내년 대중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 블루’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됐다. 여기저기서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어려운 시대에 놓여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민들에게 있어 새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의 작품이 즐비하다는 건 새로운 희망이 될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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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