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권의 ‘순장조’ 라스트 미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0:29:45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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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막을 충신들 집합!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레임덕 신호가 곳곳에서 잡힌다.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을 자신했던 임기 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일요시사>는 ‘레임덕 저지’라는 특명을 안은 문재인정권 ‘순장조’를 취재했다.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고성준 기자

레임덕은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뜻한다. 매 정권마다 집권 4~5년 차에 이 같은 레임덕 현상을 겪는다. 레임덕 현상 전에는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지지율 하락, 공직사회의 분열 및 기강해이 등이다. 집권 4년 차 끝자락에 있는 문재인정권은 레임덕 전조증상을 겪고 있다.

4년 차 끝자락
지지율 하락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3주 차(주중 기준) 국정수행 지지율은 38.2%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지율 하락 3주 만에 반등했으나 낙관적이라고만 할 순 없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 역시 0.9%포인트 올라 59.1%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의 여파다. 공수처 개정안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0.9%포인트 하락해 지지율 30%선이 무너졌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가에서는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가 눈에 띄었다. 외교부 관련 성비위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외교관이 주뉴질랜드 대사관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 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이 터졌다. 

지난 10월에도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을 성추행한 사건이 보도됐다. 외교부는 가해자에게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뒤 국내로 소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외교부 관련 성비위 사건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야권의 공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제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과 대통령이 평가한다면 합당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의 반발 역시 레임덕의 신호다. 지난달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을 당시 일선 검사들은 물론 검찰 고위층인 검사장급 이상 검사들까지 집단반발, 7년 만에 ‘평검사 회의’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제1차 검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하자 2차 검란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반 흔들, 기강 해이…심상찮다
문과 ‘운명’ 함께할 참모 누구

전직 검찰총장 9명(김각영·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김준규·김진태·김수남·문무일)이 집단 성명서를 내 우려를 표명했으며, 일선 지검 중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의 35기 부부장검사들까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치권에서도 레임덕의 신호가 감지된다. 여당 소속 의원들이 돌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증가하는 가운데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한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윤 의원은 횡령, 배임, 준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돼 민주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원권 정지는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박탈하는 것으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간의 설전 역시 구설에 올랐다. 시작은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정의당 대변인에게 항의성 전화를 했다는 ‘갑질’ 논란이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며 “김 의원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 등 정의당이 추진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사태는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정의당의 이 같은 브리핑에 대해 김 의원은 ‘왜곡’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 대변인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왜곡 논평을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을 향해 “정말 농성이 진심인가”라고 물은 게 화근이었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표결에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은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의당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직 기강
휘청휘청

논란이 커지자 양이 의원은 “소모적인 필리버스터 국회 상황을 정리하는 데 정의당도 함께해달라는 기대로 쓴 글”이라며 “서투른 글이 오해를 일으켰다면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감 표명 이후 양이 의원은 정의당 지도부를 저격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구설에 오르자 지도부가 직접 나섰다. 부적절한 와인 모임으로 구설에 오른 윤 의원에 대해서는 지도부 차원의 ‘엄중경고’, 정의당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김남국·양이원영 의원에 대해서는 김태년 원내대표 차원에서 ‘주의’를 줬다.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먼저 윤 의원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간담회에서는 윤 의원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기강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덧 국민의힘에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는 문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서울·부산으로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레임덕 신호가 본격적인 징후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 (사진 왼쪽부터)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최재성 정무수석 ⓒ고성준 기자

문 대통령은 내년에 임기 5년 차로 접어든다.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이라는 평가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기강을 다시 잡을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인물로 당정청을 채울 필요가 있다. 이른바 순장조(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할 참모)다.

전해철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해이해진 관가의 기강을 잡을 적임자다. 친문(친 문재인) 핵심인 양정철·이호철 전 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전 후보자는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시작했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을 상관으로 모셨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승격된 후에는 민정수석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 후보자는 19대 총선부터 내리 3선에 성공, 어느덧 중진으로 거듭났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중진 의원인 전 후보자를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부산
내주면 끝?

정치인 출신 장관은 관료, 교수 출신에 비해 소위 조직 그립감(장악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으며 키워 온 정무감각과 추진력으로 공무원 조직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로서 임명한 이유도 정치인 출신 특유의 정무감각과 강한 추진력을 기대해서다.

행안부는 선거를 관리하는 주무부처다. 전 후보자는 내정 이후 첫 출근 일성으로 ‘정부혁신’을 언급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잡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후보자를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했다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또 행안부는 경찰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3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 출범의 기틀을 마련한 민주당의 다음 스텝은 권력기관의 한 축인 경찰개혁이 될 전망이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했다면, 전 후보자는 경찰개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 후보자에 대해 “권력기관 개혁, 과거사 진상규명, 사법개혁 등에서 노력해온 변호사 출신 3선 국회의원”이라며 “돌파력과 리더십, 당정청 국정 운영을 바탕으로 재난 관리체계 강화, 실질적 자치분권실현 정부혁신 등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특히 지역균형뉴딜을 통해 중앙-지방 간 균형발전을 잘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철의 또 다른 축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다음달 8일이면 임기 2년을 채운다.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를 채운 청와대 참모들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교체된다. 

문 대통령이 관리형과 돌파형 중 어떤 유형의 비서실장을 원하는지에 따라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관리형 비서실장으로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돌파형 비서실장으로는 양 전 원장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꼽힌다. 

‘3철’ BH·내각 진출?
차기 당 대표 중책은?

양 전 원장은 최근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를 비롯해 당 핵심 인사들과의 회동을 가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원장의 행보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 전 원장은 혼란한 당정청을 수습할 힘을 지녔다. 현 정권을 세운 1등 공신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9대 대선 당시 그는 ‘광흥창팀’에서 일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주였던 문 대통령을 정치권에 입문하도록 설득한 사람도 양 전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지만,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뒤를 이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총선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양 전 원장은 최 수석을 차기 비서실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 왼쪽부터)송영길·홍영표·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역시 레임덕 저지라는 특명을 받고 취임한다. 당 내부에서는 벌써 차기 당 대표에 대한 하마평이 들려온다. 이낙연 대표의 대권 도전을 위해 중도 퇴임하는 일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의해 이 대표는 내년 3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천맹주’ 송 의원은 호남 출신의 인천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다.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으며, 문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박병석 국회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원과 함께 4대 열강 특사로 활동했다. 송 의원은 현 정권 들어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

우원식·홍영표 의원은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도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두 의원 모두 당내 확실한 지지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는 우 의원을, 부엉이 모임의 멤버가 만든 ‘민주주의4.0’은 홍 의원을 각각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형?
돌파형?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권 도전이 예상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내년 초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 총리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만약 정 총리가 교체된다면 후임은 남은 1년여 기간 동안 내각을 안정시키는 중책을 수행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경선 일정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나설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설 연휴가 끝난 후에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재보선기획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 논의했다.

내년 설은 2월12일이다.

이에 2월 말에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후보가 확정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기획단은 다음 주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된 내용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선동 전 사무총장, 이종구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 5명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추가로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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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