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폭탄’ 둘러싼 국민의힘 노림수

밑져야 본전 “꿀리면 꿇어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다룰 특별검사 도입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이 아닌 공수처에서 이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정치권에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과 현직 검사들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초대형 폭로로 여야의 공세는 전환됐다.

일파만파
정치권 요동

여권 인사 연루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회장의 폭로를 ‘공작수사’ 의혹으로 규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1호 수사대상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로비했다고 폭로한 만큼, 당사자가 아닌 공수처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비위 의혹은 정부여당이 주장해왔던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 그가 정부의 검찰개혁 명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론에 환기시켜, 야당에 공수처 출범 협조를 얻어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다. 당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에는 추미애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두루 포진돼있다. 이를 근거로 명확하고 객관적인 규명을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검 지시를 제안했다. 그는 “특검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 사태는 대통령께서 보다 더 관심을 가지시고 반드시 특검을 통해서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지시 내려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김봉현 옥중 폭로…검찰 개혁 부채질
이참에 공수처·특검 동시 추진 전략

김 위원장은 정부 검사와 비정부 검사가 따로 있다는 소리를 듣는 마당에 검찰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특검과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공수처 출범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상 특검 관철을 위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요구해온 공수처를 큰 틀에서 수용함과 동시에 특검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했다. 하지만 야당 공수처장 추천위원들이 비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수처 출범까지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계속해 시간을 끈다면, 민주당이 법안심사소위를 가동해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지연책을 쓰면, 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현재 야당의 추천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 라임특위 기자회견 갖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여야로 2명씩 나뉜 추천위원 선정 권한을 국회 4명 몫으로 바꿔 사실상 민주당이 4명을 추천할 수 있는 개정안이다.

또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해 출구를 마련했다. 유상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부패범죄로 수사대상을 한정했다. 또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도 삭제했다.

헌법적 근거가 없는 공수처 검사에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 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방향에도 모순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범죄 수사 강제이첩권과 재정신청권을 제외했다.

개정안
내용 보니…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필수조항을 삭제한 점을 들어 비판했다. 국민이 원했던 공수처의 기능이 빠져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본연의 역할을 없앤 ‘식물 공수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유 의원의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협업은 물 건너가게 됐다. 애당초 국민의힘은 야권 공조를 통해 민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자 했다. 정의당은 특검 도입과 공수처 출범을 동시에 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독소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법으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수처법 개정을 전제로 한 특검·공수처 동시 처리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수처장을 추천하라 했더니 난데없이 출범조차 못한 공수처법에 칼부터 들이대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전반을 수사할 특검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여야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지난 22일 발의된 이 법안에 담긴 특검은 과거 ‘최순실 특검’의 1.5배로 꾸린 ‘메머드급’이다.

법안은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 이내로 특검을 구성하도록 했다. 최순실 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는 20명, 파견 공무원은 40명 이내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이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까지 총망라한 범위를 수사할 예정이다.
 

▲ 굳게 닫힌 옵티머스 자산운용 출입문

또 국민의힘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사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당일에는 기관증인으로 김종호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이 출석한다.

하지만 야당이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의 ‘대형 스캔들’로 번질 수 있는 큰 사안임에도 여론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급락했던 지지율을 최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떨어지면서 양당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제대로 해야
대접 받는다”


지난 22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5.3%, 국민의힘 지지율은 27.3%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보다 3.1%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국민의힘이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사태에 관한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게다가 김봉현 전 회장이 야권과 검찰에 로비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야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특검 제안을 계속해서 거부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민주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시간 끌기용 전술’로 간주하며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특검을 시행하려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한다. 176석의 슈퍼여당이 압도적 다수인 상태에서 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 시행은 불가능한 셈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원내협상 외에는 특검을 관철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무소속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드루킹 특검 때와는 다른 이 좋은 호기에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야당은 국민의 분노를 대신해야 제대로 된 야당 대접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당력을 총동원해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라임과 옵티머스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주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장외투쟁으로 대여투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맹탕 국정 감사 등 정국마다 여당에 휘둘려 별다른 수를 쓰지 못하고 있다. 이번 특검까지 관철되지 못하면 야당의 투쟁 동력이 급격하게 꺾일 가능성 역시 높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진 원내투쟁을 포기하는 장외투쟁이 많았는데, 원내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 되면 국민께 직접 호소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며 장외투쟁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정부 레임덕, 이대로 게이트?
초대형 빅딜…민주당 움직일까


당 안팎의 요구에 따라, 김 위원장이 장외투쟁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장외투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갈수록 지도부를 향한 당내 불만들이 악화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비대위를 끝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현재의 비대위로서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을 기대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끝내고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옵티머스 라임 사태 관련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다만 장외투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자충수가 될 공산도 높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 주도로 장외투쟁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또 장외투쟁 국면이 오히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장외투쟁을 할 경우 지지기반과 조직력을 갖춘 당내 중진들이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 쇄신을 이끌던 비대위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드루킹 특검처럼 전격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 정치인의 연루 의혹도 나온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혹 해소를 지시해 민주당이 마냥 미루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도 지시한 바 있다. 앞서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적극 협조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선제적으로 진상규명을 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잡느냐
잡히느냐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의석 수로 밀어붙이는 게 한두 번이 아닌 데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여론의 역풍도 심상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울러 문정부의 레임덕까지 겹치면서 정부발 악재가 계속해 터지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국정감사를 거쳐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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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