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폭탄’ 둘러싼 국민의힘 노림수

밑져야 본전 “꿀리면 꿇어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다룰 특별검사 도입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이 아닌 공수처에서 이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정치권에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과 현직 검사들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초대형 폭로로 여야의 공세는 전환됐다.

일파만파
정치권 요동

여권 인사 연루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회장의 폭로를 ‘공작수사’ 의혹으로 규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1호 수사대상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로비했다고 폭로한 만큼, 당사자가 아닌 공수처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비위 의혹은 정부여당이 주장해왔던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 그가 정부의 검찰개혁 명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론에 환기시켜, 야당에 공수처 출범 협조를 얻어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다. 당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에는 추미애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두루 포진돼있다. 이를 근거로 명확하고 객관적인 규명을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검 지시를 제안했다. 그는 “특검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 사태는 대통령께서 보다 더 관심을 가지시고 반드시 특검을 통해서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지시 내려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김봉현 옥중 폭로…검찰 개혁 부채질
이참에 공수처·특검 동시 추진 전략

김 위원장은 정부 검사와 비정부 검사가 따로 있다는 소리를 듣는 마당에 검찰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특검과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공수처 출범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상 특검 관철을 위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요구해온 공수처를 큰 틀에서 수용함과 동시에 특검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했다. 하지만 야당 공수처장 추천위원들이 비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수처 출범까지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계속해 시간을 끈다면, 민주당이 법안심사소위를 가동해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지연책을 쓰면, 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현재 야당의 추천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 라임특위 기자회견 갖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여야로 2명씩 나뉜 추천위원 선정 권한을 국회 4명 몫으로 바꿔 사실상 민주당이 4명을 추천할 수 있는 개정안이다.

또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해 출구를 마련했다. 유상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부패범죄로 수사대상을 한정했다. 또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도 삭제했다.

헌법적 근거가 없는 공수처 검사에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 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방향에도 모순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범죄 수사 강제이첩권과 재정신청권을 제외했다.

개정안
내용 보니…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필수조항을 삭제한 점을 들어 비판했다. 국민이 원했던 공수처의 기능이 빠져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본연의 역할을 없앤 ‘식물 공수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유 의원의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협업은 물 건너가게 됐다. 애당초 국민의힘은 야권 공조를 통해 민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자 했다. 정의당은 특검 도입과 공수처 출범을 동시에 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독소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법으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수처법 개정을 전제로 한 특검·공수처 동시 처리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수처장을 추천하라 했더니 난데없이 출범조차 못한 공수처법에 칼부터 들이대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전반을 수사할 특검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여야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지난 22일 발의된 이 법안에 담긴 특검은 과거 ‘최순실 특검’의 1.5배로 꾸린 ‘메머드급’이다.

법안은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 이내로 특검을 구성하도록 했다. 최순실 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는 20명, 파견 공무원은 40명 이내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이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까지 총망라한 범위를 수사할 예정이다.
 

▲ 굳게 닫힌 옵티머스 자산운용 출입문

또 국민의힘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사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당일에는 기관증인으로 김종호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이 출석한다.

하지만 야당이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의 ‘대형 스캔들’로 번질 수 있는 큰 사안임에도 여론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급락했던 지지율을 최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떨어지면서 양당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제대로 해야
대접 받는다”


지난 22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5.3%, 국민의힘 지지율은 27.3%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보다 3.1%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국민의힘이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사태에 관한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게다가 김봉현 전 회장이 야권과 검찰에 로비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야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특검 제안을 계속해서 거부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민주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시간 끌기용 전술’로 간주하며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특검을 시행하려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한다. 176석의 슈퍼여당이 압도적 다수인 상태에서 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 시행은 불가능한 셈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원내협상 외에는 특검을 관철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무소속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드루킹 특검 때와는 다른 이 좋은 호기에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야당은 국민의 분노를 대신해야 제대로 된 야당 대접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당력을 총동원해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라임과 옵티머스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주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장외투쟁으로 대여투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맹탕 국정 감사 등 정국마다 여당에 휘둘려 별다른 수를 쓰지 못하고 있다. 이번 특검까지 관철되지 못하면 야당의 투쟁 동력이 급격하게 꺾일 가능성 역시 높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진 원내투쟁을 포기하는 장외투쟁이 많았는데, 원내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 되면 국민께 직접 호소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며 장외투쟁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정부 레임덕, 이대로 게이트?
초대형 빅딜…민주당 움직일까


당 안팎의 요구에 따라, 김 위원장이 장외투쟁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장외투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갈수록 지도부를 향한 당내 불만들이 악화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비대위를 끝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현재의 비대위로서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을 기대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끝내고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옵티머스 라임 사태 관련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다만 장외투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자충수가 될 공산도 높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 주도로 장외투쟁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또 장외투쟁 국면이 오히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장외투쟁을 할 경우 지지기반과 조직력을 갖춘 당내 중진들이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 쇄신을 이끌던 비대위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드루킹 특검처럼 전격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 정치인의 연루 의혹도 나온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혹 해소를 지시해 민주당이 마냥 미루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도 지시한 바 있다. 앞서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적극 협조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선제적으로 진상규명을 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잡느냐
잡히느냐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의석 수로 밀어붙이는 게 한두 번이 아닌 데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여론의 역풍도 심상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울러 문정부의 레임덕까지 겹치면서 정부발 악재가 계속해 터지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국정감사를 거쳐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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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