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호재’ 제약사들의 기막힌 주테크 백태

코로나로 뜨더니 눈치 보고 팔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에도 주가가 치솟은 회사들이 꽤 있다. 백신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제약사들이다. 진행 결과에 따라 주가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눈길이 가는 건 오너 일가서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는 사실인데 무엇보다 시기가 공교롭다. 모두 회사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던 때였다.
 

도마에 오른 제약사는 공통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개발을 기대할만한 곳이다. 주가가 크게 치솟은 점도 같다. 또 해당 시기에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가 이뤄진 점도 동일하다.

가만히 앉아서 
때 되면 챙긴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등장과 동시에 주목받았다. 회사 주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점부터 5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이하 종가 기준). 2만원대 주식은 2만700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업계 안팎에선 전력을 가리킨다.

일양약품은 지난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 창궐 당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치료 후보물질을 발견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물론 임상시험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채 일단락됐지만 기대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희망은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3월 코로나19 치료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국산 신약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그 중 하나였다.

희소식은 계속됐다. 일양약품은 지난 5월 슈펙트가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제약 1위 기업 ‘알팜’ 주관 하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다. 해외 임상 3상 승인은 국내 최초였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일양약품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임상 승인 결과가 발표되자 주가는 9일 연속(5월28일∼6월9일) 수직상승했다. 3만원대 주식은 8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눈길이 가는 건 일양약품 오너 일가서 주식을 하나둘 처분했다는 사실이다. 주식 거래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 없는데 논란이 제기된 배경은 매도 시점이다. 이들은 일양약품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일양약품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의 삼남 재형씨는 지난 6월2∼3일 보통주 1만주와 우선주 전량 2만4000주를 매각했다. 6월5일에는 보통주 4300주를 추가로 정리했다.

같은 날 차남 영준씨와 사남 재훈씨는 각각 보통주 1만2000주와 1200주를 매도했다. 창업주 배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영자씨는 1만4426주를 팔았다. 재훈씨는 6월10일 5000주를 추가로 팔았다.

백신 기대 한몸에 받는 제약업계
시세차익 이슈 도마에…무슨 일이?


종합해보면 오너 일가서 처분한 일양약품 주식은 보통주 4만6926주에 우선주 2만4000주다. 공교롭게도 매도는 모두 일양약품 주가가 9일 연속 상승한 때(5월28일∼6월9일)에 이뤄졌다.

해당 시기 처분 단가는 따로 공시가 되지 않은 상태로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종가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영준씨 7억3200만원, 재형씨 14억8640만원(보통주 7억5380만원+우선주 7억3260만원), 재훈씨 4억7070만원, 영자씨 8억7998만원으로 추정된다.

모두 35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장남 정도원 일양약품 회장은 해당 기간에 주식을 사고팔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일양약품에 ‘주식 처분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지만 “관련 부서에 전달한 후 답을 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최근 3년간(2017∼2019) 일양약품 실적은 오름세였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94.4%, 순이익은 6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일양약품 실적은 예전만큼 못하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9.5% 하락한 68억원, 순이익은 27.8% 줄어든 52억원으로 마쳤다.

일양약품 최대주주는 정도언 회장(21.34%)이다. 장남 정유석 부사장(3.83%)이 뒤를 잇고 있다. 정도언 회장의 형제 재형씨(0.34%), 재훈씨(0.07%), 영준씨(0.06%), 차남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0.02%) 등이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합은 기존 26.27%서 친인척들의 지분 매도로 25.67%까지 감소했다.

신풍제약은 올해 2월 주목을 받았다. 당시 중국 언론은 코로나19 치료에 말라리아, 에볼라 치료제가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마침 신풍제약은 국산 신약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을 생산하고 있었다.

오르면 팔고
미묘한 시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6000원대 후반서 1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3월에는 주가를 끌어올릴만한 호재가 이어졌다. 임상 가능성이 열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미국 약물재창출 전문가가 피라맥스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을 논의하자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도 힘을 실었다. 유 대표는 3월 주총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인비트로(시험관 내 세포실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3월 말 신풍제약 주가는 7000원대 후반서 1만4000원대까지 크게 올랐다.

결정타는 4월초였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서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2만3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에 거래정지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신풍제약은 5월14일 피라맥스에 대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주가는 이날부터 5일간(∼20일) 2만원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임상 2상 발표 이후 오너 일가 친인척이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민영관씨는 장원준 사장의 넷째 누나 지이씨의 시부로 전해진다. 신풍제약 일가와 사돈 관계로 볼 수 있다.

영관씨는 지난 5월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 97만3902주를 모두 매도했다. 임상 2상 호재가 주가에 작용하던 때였다. 공시에 적시된 처분 단가를 살펴보면 민씨는 이번 매각으로 192억5000만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관씨는 신풍제약 주주 명부서 제외됐다. 다만 영향력까지 끊기지 않았다. 신풍제약 최대주주는 ‘송암사’다. 영관씨는 최대주주 장원준 사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최근 3년간 신풍제약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849억원, 1873억원, 1897억원으로 다소 반등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이익은 90억원, 69억원, 19억원으로 크게 내려앉았다. 순이익 역시 21억원, 19억원, 17억원으로 감소세가 계속됐다.

올해 실적은 기대할만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5.2% 상승한 491억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4%, 81.4% 수직상승한 20억원, 17억원이었다.


부광약품은 주가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만4000원대 보합세를 유지했다. 변동이 발생한 때는 지난 3월10일. 당시 회사는 코로나19 확진자 검체서 분리한 바이러스에 ‘레보비르’를 사용한 시험관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 중인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부광약품은 즉시 특허를 출원했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개발한 국산신약 11호이자 세계 4번째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다. 부광약품에 대한 기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종가는 전날 대비 4350원 상승한 1만8900원이었다.

부광약품은 이튿날 레보비르를 바탕으로 임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그달 말에는 식약처에 임상시험 계획까지 제출했다. 종가는 2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식약처는 지난 4월14일 부광약품이 신청한 레보비르 활용 코로나19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이었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5450원 상승한 2만7700원이었다.

부광약품 주가는 지난 6월 한 차례 더 상승했다. 당시 부광약품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진정제 ‘미다졸람’을 긴급의약품으로 프랑스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주가는 7350원 오른 3만7850원으로 마감됐다.

이후 종가는 평균 3만5000원대 정도를 유지했다. 올해 초 1만4000원대에 비하면 가시적인 수치다.

하지만 부광약품서도 대주주의 지분 처분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 정창수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257만6470주를 처분했다. 모두 1008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 사이서 비판이 제기됐다.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서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창수 부회장의 블록딜 주식 매도는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회사서 특별한 이유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연?
계획?

일각에선 경영권 정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부광약품은 창업주 간 공동경영 체제다. 하지만 정창수 부회장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김동연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됐다는 분석이었다.

이전까지 김동연 회장 지분(9.89%)은 정창수 부회장(12.46%)보다 낮았다. 매도 결과에 따라 정창수 부회장 지분율은 8.48%로 하락했고, 김동연 회장이 부광약품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최근 3년간 부광약품 성적표는 가파르게 내려앉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507억원, 1942억원, 168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76억원서 35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지난해 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10억원, 1456억원 순이익은 지난해 -74억원으로 돌아섰다.

올해 역시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부광약품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3% 소폭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 넘게 감소했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1분기 부광약품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3% 감소한 7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26억원 순이익은 -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신일제약은 ‘덱사메타손’을 기점으로 관심을 받았다. 덱사메타손은 소염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 계열 제제다.

지난 6월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BBC 방송 등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 주도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여 받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사망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제약은 ‘신일덱사메타손정’을 판매하고 있던 까닭에 강세를 보였다.

지난 6월17일 신일제약 종가는 1만550원으로 전일 대비 2420원 상승했다. 이튿날에는 3150원 오른 1만3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를 기준으로 이전까지 종가는 1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주가 고공행진…오너일가 매도
수십억서 수백억 쏠쏠한 재미

같은 달 24일에는 호재도 있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덱사메타손의 임상 시험 결과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신일제약 종가는 이날 3550원 오른 1만5500원으로 마무리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정부가 덱사메타손을 공식 치료제로 인정하면서 신일제약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당시 신일제약 종가는 6일 연속(7월16∼23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원대 후반서 5만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공교롭게도 해당 시기에 신일제약 오너 일가서 지분 매도에 돌입했다. 홍성소 신일제약 회장은 같은 기간에 따로 주식을 사거나 팔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자녀들과 친인척들이 지분을 하나둘 팔기 시작했다.

홍성소 회장의 네 딸 중 청희씨, 자윤씨, 영림씨는 지난 7월22∼23일 신일제약 주식을 팔았다. 청희씨는 8000주, 자윤씨는 6000주, 영림씨는 1만1600주를 정리했다. 당시 처분 단가를 따져보면 모두 14억원가량을 확보했다.
 

배우자 신건희씨 역시 상당한 지분을 매도했다. 같은 달 17일, 20∼23일까지 모두 5만주를 팔았다. 환산하면 17억원에 가깝다.

홍성소 신일제약 회장의 형 홍성국 전 신일제약 대표는 같은 달 21일 8만2000주를 매도했다. 동생인 승통씨는 20일과 23일에 5만주를 팔았다. 승통씨의 아들 현기씨 역시 같은 달 23일 3만주를 처분했다. 그 결과, 이들은 차례로 28억원, 25억원, 17억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종합해보면 신일제약 오너 일가는 회사 주가가 급등할 시기에 지분을 차례로 처분하면서 모두 101억원 정도를 취득할 수 있었다.

최근 3년간 신일제약은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509억원, 532억원, 606억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영업이익은 92억원서 60억원으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94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순이익 역시 81억원서 57억원으로 감소했다가 72억원으로 다시 올라섰다.

너도 한 입
나도 한 입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신일제약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153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2% 오른 값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7% 증가한 22억원이었다. 순이익 역시 60.6% 상승한 20억원으로 마무리됐다. 신일제약 최대주주는 홍성소 회장(17.83%)이다. 이어 장녀 홍재현 사장(9.78%)이 뒤를 잇는다. 형 성국씨와 동생 승통씨에게도 각각 6%, 2.16% 지분이 있었지만 매도 결과 5.24%, 1.56%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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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